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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검수완박”과 “정치구호” 사이
입력 2022.08.13 (08:01) 취재K

'검수완박', 이 모호하고 어려운 말이 어느새 우리 사회 신조어처럼 자리를 잡은 듯하다. 정치권이 이 용어를 먼저 등장시켰고 뒤이어 검찰이 바통을 이어받았으며 지금은 언론이 이 표현을 무한 재생산하고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전문을 다 쓰자니 너무 길어 '검수완박'이라고 줄여 쓴다 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그 원문, 즉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표현 자체가 과연 맞는 말이냐, 하는 것이다. 이 말은 표준어도 아니고 법률 용어도 아니며 무엇보다 '사리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검수완박', 이 네 마디 말에서 가장 이치에 맞지 않는 부분은 '완(完)'이다. 검찰은 수사권을 '완전' 박탈당한 적이 없다. 다음 달 시행 예정인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개 범죄(부패·경제)로 축소시켰다. '축소'가 정확한 팩트다. '완전 박탈'은 근거가 불분명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 말을 스스럼없이 통용하고 있다. 언론도 다를 바 없어서, 여전히 상당수 매체들이 관성적으로(혹은 타성적으로) 이 표현을 쓰고 있다. 적확치 않은 표현인데도 계속 쓴다면 아무 생각이 없거나 반대로 확실한 생각(의도)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어찌 됐건,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상 틀린 표현인데도 기정사실인 양 기사에 담는다는 건,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언론으로서는 다소 태만한 자세일 수도 있다.


법무부는 8월 10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6대 범죄 가운데 수사권이 남은 2개 범죄(부패·경제)의 대상 범위를 더 넓혀잡음으로써, 국회에서 축소시킨 수사권을 어느 정도 보강(재확대) 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지난 봄 여당과 검찰의 반발에도 수사권 축소를 밀어붙였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시행령으로 국회 입법을 뒤집으려는 쿠데타"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장관의 반박도 이어졌다. 세부적인 수사 대상을 시행령으로 정하게끔 (법을)만든 건 국회라며, "(야당은) 감정적인 정치구호 말고, 시행령의 어느 부분이 그 법률의 위임에서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시면 좋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법무부 수장이자 법률 전문가인 한 장관으로서 충분히 논박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그의 말 가운데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치구호"라는 표현이다. 한 장관이 입장문에 덧붙인 다음의 말과 연결지어 생각해볼 대목이다. 그는 "(국회가) 다수의 힘으로 헌법 절차를 무시하고 소위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검찰로 하여금) 중요 범죄 수사를 못 하게 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은 국민들께서 잘 알고 있다." 라고 했다. 이 말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려는 취지는 없다. 다만 주목하게 되는 건, '검수완박'이라는 표현이 또 등장했다는 점이다. 법무부의 수장이자 법률 최고 전문가인 한동훈 장관이 '모를 리' 없다. 검찰 수사권은 '완전 박탈'된 적이 없다는 걸. 그럼에도 한 장관은 아직까지 이 표현을 공적인 영역에서 쓰고 있다. 맞지 않는 말인 줄을 알면서도 행여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고수하는 거라면 그 말 또한 "정치적 구호"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한 장관은, 정치권이 검찰에 대해 감정적인 "정치구호"를 외친다고 꼬집었는데, 그같은 토로에 앞서 본인 스스로도 이제는 '검수완박'이라는 표현을 내려놓아야 자신 또한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완전'이라는 말은 본디 정치인들이 즐겨 써온 말이다. "완전한 날조입니다! 완전 사기극입니다, 이건!"...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정확히 법에 근거한 말을 사용할 때 반박 불가의 위엄과 신뢰를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주경, KBS 사회부장 -
  • [데스크 칼럼] “검수완박”과 “정치구호” 사이
    • 입력 2022-08-13 08:01:49
    취재K

'검수완박', 이 모호하고 어려운 말이 어느새 우리 사회 신조어처럼 자리를 잡은 듯하다. 정치권이 이 용어를 먼저 등장시켰고 뒤이어 검찰이 바통을 이어받았으며 지금은 언론이 이 표현을 무한 재생산하고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전문을 다 쓰자니 너무 길어 '검수완박'이라고 줄여 쓴다 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그 원문, 즉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표현 자체가 과연 맞는 말이냐, 하는 것이다. 이 말은 표준어도 아니고 법률 용어도 아니며 무엇보다 '사리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검수완박', 이 네 마디 말에서 가장 이치에 맞지 않는 부분은 '완(完)'이다. 검찰은 수사권을 '완전' 박탈당한 적이 없다. 다음 달 시행 예정인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개 범죄(부패·경제)로 축소시켰다. '축소'가 정확한 팩트다. '완전 박탈'은 근거가 불분명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 말을 스스럼없이 통용하고 있다. 언론도 다를 바 없어서, 여전히 상당수 매체들이 관성적으로(혹은 타성적으로) 이 표현을 쓰고 있다. 적확치 않은 표현인데도 계속 쓴다면 아무 생각이 없거나 반대로 확실한 생각(의도)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어찌 됐건,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상 틀린 표현인데도 기정사실인 양 기사에 담는다는 건,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언론으로서는 다소 태만한 자세일 수도 있다.


법무부는 8월 10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6대 범죄 가운데 수사권이 남은 2개 범죄(부패·경제)의 대상 범위를 더 넓혀잡음으로써, 국회에서 축소시킨 수사권을 어느 정도 보강(재확대) 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지난 봄 여당과 검찰의 반발에도 수사권 축소를 밀어붙였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시행령으로 국회 입법을 뒤집으려는 쿠데타"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장관의 반박도 이어졌다. 세부적인 수사 대상을 시행령으로 정하게끔 (법을)만든 건 국회라며, "(야당은) 감정적인 정치구호 말고, 시행령의 어느 부분이 그 법률의 위임에서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시면 좋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법무부 수장이자 법률 전문가인 한 장관으로서 충분히 논박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그의 말 가운데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치구호"라는 표현이다. 한 장관이 입장문에 덧붙인 다음의 말과 연결지어 생각해볼 대목이다. 그는 "(국회가) 다수의 힘으로 헌법 절차를 무시하고 소위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검찰로 하여금) 중요 범죄 수사를 못 하게 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은 국민들께서 잘 알고 있다." 라고 했다. 이 말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려는 취지는 없다. 다만 주목하게 되는 건, '검수완박'이라는 표현이 또 등장했다는 점이다. 법무부의 수장이자 법률 최고 전문가인 한동훈 장관이 '모를 리' 없다. 검찰 수사권은 '완전 박탈'된 적이 없다는 걸. 그럼에도 한 장관은 아직까지 이 표현을 공적인 영역에서 쓰고 있다. 맞지 않는 말인 줄을 알면서도 행여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고수하는 거라면 그 말 또한 "정치적 구호"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한 장관은, 정치권이 검찰에 대해 감정적인 "정치구호"를 외친다고 꼬집었는데, 그같은 토로에 앞서 본인 스스로도 이제는 '검수완박'이라는 표현을 내려놓아야 자신 또한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완전'이라는 말은 본디 정치인들이 즐겨 써온 말이다. "완전한 날조입니다! 완전 사기극입니다, 이건!"...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정확히 법에 근거한 말을 사용할 때 반박 불가의 위엄과 신뢰를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주경, KBS 사회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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