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민주당 ‘기소시 직무정지’ 당헌 개정 놓고 시끌…다음 주 분수령

입력 2022.08.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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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당헌 80조, 도대체 뭐길래?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 지도부를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경선 초반부터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굳어지며 주목도가 떨어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당헌 80조' 개정 문제를 둘러싸고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간의 갈등이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 당헌 80조,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떻게 바꾸려고 하기에 문제가 되는 걸까요?

■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혁신안' 당헌 80조

당헌 80조는 2015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의 유산입니다. 김상곤 혁신위는 2016년 4·13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 당직을 즉시 박탈한다'는 '반부패 혁신안'을 내놨고 이는 당헌에 반영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80조 (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①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②제1항의 처분을 받은 자가 최종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원자격정지 이상의 징계 처분을 한다.

당시 혁신위가 함께 내놨던 '부정부패 등 재보궐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해당 선거구에는 무공천 한다'는 원칙 역시 당헌에 포함됐지만,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며 민주당 스스로 폐기한 바 있습니다.

당헌 80조가 처음 논란이 된 건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직후였습니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으로 기소될 경우 당헌 80조에 따라 후보직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는 이 후보에게까지 이르지 못했고, 논란은 곧 사그라들었습니다.

문제가 다시 불거진 건 지난달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당 대표 경쟁자들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면서, 이 후보가 실제 당 대표가 된 뒤 검찰에 기소될 경우 직무정지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겁니다.

급기야 이달부터 운영을 시작한 '민주당 온라인 당원 청원시스템'에는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당헌 80조 개정 요청'이 지도부 답변 요건인 5만 명 동의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 당헌 80조 개정 찬반, 친명·비명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

전당대회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당헌 80조 개정' 문제 찬반을 둘러싼 당내 대립은 점점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친명(친이재명)을 자처한 정청래 최고위원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여러 가지 공격들, 비난들, 이것은 정치 탄압의 성격이 매우 짙다"며 개정 찬성 입장을 밝혔고, 역시 이재명 후보와 가까운 장경태 최고위원 후보도 "당헌 80조는 과거 정치 윤리 의식이 매우 낮을 때 만들어 놓은 조항"이라며 거들었습니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당헌 80조 개정은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강훈식 당 대표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조응천 의원은 "정말 좀 창피하다"면서 "당헌을 하필이면 지금 고치는 것은 '내로남불의 계보'를 하나 더 잇는 것"이라고 질타했고, 비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고민정 의원 역시 "이슈 자체가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의원의 입지를 굉장히 좁아지게 하는 것"이라며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박용진 의원은 "여당 됐을 때 다르고 야당 됐을 때 도덕적 기준이 다르다는 건 또 다른 내로남불이다", "당헌 개정은 당의 근간을 흔드는 정치적 긁어 부스럼, 스스로 발목 잡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라며 연일 개정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박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지도부에 당헌 개정에 대한 공개토론과 의원총회까지 요구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박홍근 원내대표는 "선거 유불리를 위해서 당을 이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의도적으로 없는 규정과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거절했지만, 그러자 이번엔 역시 비이재명계인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가 나서서 "당내 민주주의를 허물어뜨리는 정치적 결정이며 전당대회에 개입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반발했습니다.


■ 오는 16일 잠정 결론…논란 계속될 듯

이렇게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가 당헌 80조 개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현 당 지도부는 당헌 개정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가 될 텐데 취임 뒤 당헌 개정을 '셀프 처리'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고 당 안팎에서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지도부가 당헌 개정 문제를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최근 사견임을 전제로 "당헌 80조를 만들 당시 저는 이 방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반드시 이런 조항이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당헌 개정 찬성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우 비대위원장은 “최종 결정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토론을 해보고 비대위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지금도 정치보복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우리 당 의원들이 정치보복 수사에 노출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제 개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헌 80조 개정을 둘러싼 민주당 내 갈등은 다음 주에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헌·당규 개정을 담당한 민주당 전당준비위원회가 오는 16일 전체회의를 통해 '당헌 80조' 개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나온 결론을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하게 되면, 의결을 거쳐 오는 28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헌 개정이 최종 확정됩니다.

당헌 80조 개정 절차가 본격화되는 만큼, 이에 반대하는 비이재명계의 목소리도 그만큼 커질 거란 전망입니다. 특히 이날 비대위 직후 '임시국회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민주당 의원총회도 개최될 예정인데 '당헌 개정'이 의총 주제는 아니지만 의원들 간에 이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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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민주당 ‘기소시 직무정지’ 당헌 개정 놓고 시끌…다음 주 분수령
    • 입력 2022-08-13 09:01:53
    여심야심

■ 민주당 당헌 80조, 도대체 뭐길래?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 지도부를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경선 초반부터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굳어지며 주목도가 떨어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당헌 80조' 개정 문제를 둘러싸고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간의 갈등이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 당헌 80조,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떻게 바꾸려고 하기에 문제가 되는 걸까요?

■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혁신안' 당헌 80조

당헌 80조는 2015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의 유산입니다. 김상곤 혁신위는 2016년 4·13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 당직을 즉시 박탈한다'는 '반부패 혁신안'을 내놨고 이는 당헌에 반영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80조 (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①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②제1항의 처분을 받은 자가 최종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원자격정지 이상의 징계 처분을 한다.

당시 혁신위가 함께 내놨던 '부정부패 등 재보궐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해당 선거구에는 무공천 한다'는 원칙 역시 당헌에 포함됐지만,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며 민주당 스스로 폐기한 바 있습니다.

당헌 80조가 처음 논란이 된 건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직후였습니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으로 기소될 경우 당헌 80조에 따라 후보직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는 이 후보에게까지 이르지 못했고, 논란은 곧 사그라들었습니다.

문제가 다시 불거진 건 지난달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당 대표 경쟁자들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면서, 이 후보가 실제 당 대표가 된 뒤 검찰에 기소될 경우 직무정지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겁니다.

급기야 이달부터 운영을 시작한 '민주당 온라인 당원 청원시스템'에는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당헌 80조 개정 요청'이 지도부 답변 요건인 5만 명 동의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 당헌 80조 개정 찬반, 친명·비명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

전당대회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당헌 80조 개정' 문제 찬반을 둘러싼 당내 대립은 점점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친명(친이재명)을 자처한 정청래 최고위원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여러 가지 공격들, 비난들, 이것은 정치 탄압의 성격이 매우 짙다"며 개정 찬성 입장을 밝혔고, 역시 이재명 후보와 가까운 장경태 최고위원 후보도 "당헌 80조는 과거 정치 윤리 의식이 매우 낮을 때 만들어 놓은 조항"이라며 거들었습니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당헌 80조 개정은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강훈식 당 대표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조응천 의원은 "정말 좀 창피하다"면서 "당헌을 하필이면 지금 고치는 것은 '내로남불의 계보'를 하나 더 잇는 것"이라고 질타했고, 비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고민정 의원 역시 "이슈 자체가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의원의 입지를 굉장히 좁아지게 하는 것"이라며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박용진 의원은 "여당 됐을 때 다르고 야당 됐을 때 도덕적 기준이 다르다는 건 또 다른 내로남불이다", "당헌 개정은 당의 근간을 흔드는 정치적 긁어 부스럼, 스스로 발목 잡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라며 연일 개정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박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지도부에 당헌 개정에 대한 공개토론과 의원총회까지 요구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박홍근 원내대표는 "선거 유불리를 위해서 당을 이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의도적으로 없는 규정과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거절했지만, 그러자 이번엔 역시 비이재명계인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가 나서서 "당내 민주주의를 허물어뜨리는 정치적 결정이며 전당대회에 개입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반발했습니다.


■ 오는 16일 잠정 결론…논란 계속될 듯

이렇게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가 당헌 80조 개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현 당 지도부는 당헌 개정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가 될 텐데 취임 뒤 당헌 개정을 '셀프 처리'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고 당 안팎에서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지도부가 당헌 개정 문제를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최근 사견임을 전제로 "당헌 80조를 만들 당시 저는 이 방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반드시 이런 조항이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당헌 개정 찬성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우 비대위원장은 “최종 결정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토론을 해보고 비대위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지금도 정치보복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우리 당 의원들이 정치보복 수사에 노출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제 개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헌 80조 개정을 둘러싼 민주당 내 갈등은 다음 주에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헌·당규 개정을 담당한 민주당 전당준비위원회가 오는 16일 전체회의를 통해 '당헌 80조' 개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나온 결론을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하게 되면, 의결을 거쳐 오는 28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헌 개정이 최종 확정됩니다.

당헌 80조 개정 절차가 본격화되는 만큼, 이에 반대하는 비이재명계의 목소리도 그만큼 커질 거란 전망입니다. 특히 이날 비대위 직후 '임시국회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민주당 의원총회도 개최될 예정인데 '당헌 개정'이 의총 주제는 아니지만 의원들 간에 이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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