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별자리…‘이상한 믿음’에 과학자가 답하다

입력 2022.08.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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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책] 토요일, 책을 소개합니다.

내향형이냐, 외향형이냐, 감각형이냐, 직관형이냐, MBTI 검사를 해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갖가지 문항에 답을 하고, I(Introversion)가 나오면 '그래, 나는 내성적이지' 공감하기도 하고, 친구가 E(Extroversion)가 나오면 '역시 외향적으로 나오네', 맞는 것 같다며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그럴듯하다, 재미있다, 흥미롭다는 반응이 나오고는 하는 MBTI 검사,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간단히 말할 일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 의과대학 통합의학프로그램에서 심리학 전공인 박진영 연구원은 '인간은 너무 복잡한데 MBTI는 너무 단순하다면서, MBTI에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사람들은 흔히 성격을 떠올릴 때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그룹과 외향적인 성격을 지닌 그룹, 두 개의 그룹을 생각해낸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내성적 성격이라는 봉우리 하나, 외향적 성격의 봉우리 하나, 이렇게 생각해낸다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이 두 개의 봉우리 가운데 어느 한쪽에 속할 것이라고 여긴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꼭 그렇지 않다고 박진영 연구원은 강조합니다.

그는 실제 사람들 성격을 그려보면, 각각의 봉우리가 두 개 있는 양봉 분포가 아니라 일상적인 분포도의 모습인 정규분포, 그러니까 중간에 몰려있으면서 양옆으로 퍼져있는 모습의 봉우리가 나오기 마련이라고 말합니다. '딱히 내향적이지도 외향적이지도 않아서 어떨 때는 외향적이었다가 또 어떨 때는 내향적인 사람이 가장 많다'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의 성격이 외향적이거나 내성적인 것으로 명확하게 나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의 경우 그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죠.

사진: 사람들이 성격에 관해 갖는 선입견과 실제 측정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 17쪽사진: 사람들이 성격에 관해 갖는 선입견과 실제 측정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 17쪽

박진영 연구원은 '한 개인이나 같은 성격 특성을 가진 두 사람이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는 일이 많아서 한 길 사람 속을 아는 것이 열 길 물속을 아는 것보다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또 '성격 특성이라는 것은 높거나 낮다고 해서 항상 좋고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예컨대 외향성이 높은 경우, 자신감이 높고 사회성이 좋은 모습이 나타나지만 그만큼 목소리가 크고 자기주장이 강한 면도 있어서 영업 사원의 경우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중간'인 사람들이 가장 실적이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MBTI 검사를 해보고 나서 '나는 어떤 사람이야', '그는 어떤 사람이야', 결론을 내리거나, '나는 성격이 어떠하니 이런 일은 맞지 않을 거야', '그는 성향이 그러하니 저 일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밖에', 이런 식으로 속단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서양사람들이 즐겨 확인해 보고는 한다는 별자리는 어떨까요? '황소자리는 보수적인 기질을 타고난다', '천칭자리는 양극단을 싫어한다'. '전갈자리는 관습에 저항한다', 별자리와 관련한 여러 특성이 전해져 내려온다고 합니다.

어떤 별자리는 어떻다는 얘기,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요?

미국 시카고 대학의 부속 기관인 전국여론조사센터에서 조사를 해봤더니, 별자리와 정치 성향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어느 별자리는 이기적인 성향이 있고 어느 별자리는 이타적인 성향이 있고, 이와 같은 주장도 있어서 조사를 해봤더니 이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는 게 덴버대학교 찰스 S. 레이카트 심리학 교수의 얘기입니다.

이처럼 책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는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품어봤을 25가지 '믿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구가 아니라 평평하다고 말하고, 미확인비행물체, UFO를 외계인의 증거라 말하고, 혈액형이나 별자리가 성격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과학자나 연구원이 나서 '과학'과 '증거'를 제시하며 '그게 사실은 이렇습니다', 설명합니다.


그런데 책은 사람들이 이상한 믿음에 빠지고는 하는 게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믿음이 꼭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이상한 얘기도 하고 있는 것이죠.

책은 '우리가 과학적으로 덜 계몽되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마음이 원래 그와 같이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상한 믿음에 끌리고는 한다'고 설명합니다. '인류 성취의 근간이 되는 불확실한 정보에서 패턴을 찾아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같은 위대한 과학의 성취를 선물했지만, 동시에 음모론이나 초자연적 믿음의 대안적 세계를 꾸며내기도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상한 믿음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그들에게 조소와 비난을 보내기보다는 경청의 자세로 그들의 말을 귀 기울이며 소통의 자세를 지켜나가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뭔가를 믿고 있는 누군가에 대해서는 그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어떤 까닭이 있는지 한 번 더 들어보고, 나의 믿음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한 번 더 따져보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책을 꾸민 한국 스켑틱의 김은수 편집장은 이와 관련해 '타인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본인에게는 좀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야 우리가 조금 더 건전한 사고를 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책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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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TI·별자리…‘이상한 믿음’에 과학자가 답하다
    • 입력 2022-08-13 10:01:21
    취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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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형이냐, 외향형이냐, 감각형이냐, 직관형이냐, MBTI 검사를 해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갖가지 문항에 답을 하고, I(Introversion)가 나오면 '그래, 나는 내성적이지' 공감하기도 하고, 친구가 E(Extroversion)가 나오면 '역시 외향적으로 나오네', 맞는 것 같다며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그럴듯하다, 재미있다, 흥미롭다는 반응이 나오고는 하는 MBTI 검사,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간단히 말할 일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 의과대학 통합의학프로그램에서 심리학 전공인 박진영 연구원은 '인간은 너무 복잡한데 MBTI는 너무 단순하다면서, MBTI에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사람들은 흔히 성격을 떠올릴 때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그룹과 외향적인 성격을 지닌 그룹, 두 개의 그룹을 생각해낸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내성적 성격이라는 봉우리 하나, 외향적 성격의 봉우리 하나, 이렇게 생각해낸다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이 두 개의 봉우리 가운데 어느 한쪽에 속할 것이라고 여긴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꼭 그렇지 않다고 박진영 연구원은 강조합니다.

그는 실제 사람들 성격을 그려보면, 각각의 봉우리가 두 개 있는 양봉 분포가 아니라 일상적인 분포도의 모습인 정규분포, 그러니까 중간에 몰려있으면서 양옆으로 퍼져있는 모습의 봉우리가 나오기 마련이라고 말합니다. '딱히 내향적이지도 외향적이지도 않아서 어떨 때는 외향적이었다가 또 어떨 때는 내향적인 사람이 가장 많다'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의 성격이 외향적이거나 내성적인 것으로 명확하게 나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의 경우 그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죠.

사진: 사람들이 성격에 관해 갖는 선입견과 실제 측정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 17쪽
박진영 연구원은 '한 개인이나 같은 성격 특성을 가진 두 사람이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는 일이 많아서 한 길 사람 속을 아는 것이 열 길 물속을 아는 것보다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또 '성격 특성이라는 것은 높거나 낮다고 해서 항상 좋고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예컨대 외향성이 높은 경우, 자신감이 높고 사회성이 좋은 모습이 나타나지만 그만큼 목소리가 크고 자기주장이 강한 면도 있어서 영업 사원의 경우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중간'인 사람들이 가장 실적이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MBTI 검사를 해보고 나서 '나는 어떤 사람이야', '그는 어떤 사람이야', 결론을 내리거나, '나는 성격이 어떠하니 이런 일은 맞지 않을 거야', '그는 성향이 그러하니 저 일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밖에', 이런 식으로 속단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서양사람들이 즐겨 확인해 보고는 한다는 별자리는 어떨까요? '황소자리는 보수적인 기질을 타고난다', '천칭자리는 양극단을 싫어한다'. '전갈자리는 관습에 저항한다', 별자리와 관련한 여러 특성이 전해져 내려온다고 합니다.

어떤 별자리는 어떻다는 얘기,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요?

미국 시카고 대학의 부속 기관인 전국여론조사센터에서 조사를 해봤더니, 별자리와 정치 성향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어느 별자리는 이기적인 성향이 있고 어느 별자리는 이타적인 성향이 있고, 이와 같은 주장도 있어서 조사를 해봤더니 이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는 게 덴버대학교 찰스 S. 레이카트 심리학 교수의 얘기입니다.

이처럼 책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는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품어봤을 25가지 '믿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구가 아니라 평평하다고 말하고, 미확인비행물체, UFO를 외계인의 증거라 말하고, 혈액형이나 별자리가 성격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과학자나 연구원이 나서 '과학'과 '증거'를 제시하며 '그게 사실은 이렇습니다', 설명합니다.


그런데 책은 사람들이 이상한 믿음에 빠지고는 하는 게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믿음이 꼭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이상한 얘기도 하고 있는 것이죠.

책은 '우리가 과학적으로 덜 계몽되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마음이 원래 그와 같이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상한 믿음에 끌리고는 한다'고 설명합니다. '인류 성취의 근간이 되는 불확실한 정보에서 패턴을 찾아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같은 위대한 과학의 성취를 선물했지만, 동시에 음모론이나 초자연적 믿음의 대안적 세계를 꾸며내기도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상한 믿음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그들에게 조소와 비난을 보내기보다는 경청의 자세로 그들의 말을 귀 기울이며 소통의 자세를 지켜나가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뭔가를 믿고 있는 누군가에 대해서는 그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어떤 까닭이 있는지 한 번 더 들어보고, 나의 믿음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한 번 더 따져보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책을 꾸민 한국 스켑틱의 김은수 편집장은 이와 관련해 '타인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본인에게는 좀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야 우리가 조금 더 건전한 사고를 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책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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