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전화’에 담긴 ‘방역 승리’ 선언의 의도는?

입력 2022.08.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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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코로나19 종식과 최대비상방역 해제를 선언한 지 엿새가 지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이제부터는 경제 성과를 내는 데 매진하자'입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감수했던 국경 봉쇄 등에 따른 후유증을 어서 훌훌 털어버리고 국면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전히 '긴장을 풀면 안 된다'며 방역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 '인민의 긍지·자부심' 강조

연일 '방역 대전 승리' 를 자화자찬하는 북한이 오늘(16일) 관영매체를 통해 새로운 선전화들을 공개했습니다. 넉 장의 선전화 모두 각각의 제목이 있고 의미도 담겼는데요. 우선, 북한 특유의 내부결속 의도가 엿보입니다.

노동신문은 '방역대전에서의 위대한 승리!' 선전화에 "방역전에서 유례없는 대승을 이룩한 인민과 인민군 장병들의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이 한껏 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의 방역전 승리 선언에 대해 아래와 같이 분석했습니다.

"함께 고난을 겪은 사람들은 더 높은 일체감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 개념은 북한이 지난 수십 년간 경제위기와 기근,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어떻게 붕괴를 피했는지를 부분적으로 설명해 준다."

방역 대승의 공을 수령뿐 아니라 인민에게도 돌리고 있는 건데요. '인민이 일심단결해 국가적 대동란을 이겨냈다'고 선전함으로써 그간 쌓인 불만과 불안도 누그러뜨리면서 '이제 다 함께 힘을 모아 당면 위기를 극복하자'는 동기 부여의 목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신문에 실린 북한 선전화 (2022.08.16.)노동신문에 실린 북한 선전화 (2022.08.16.)

■ "방역 승리 기세로 경제 살리기"

북한은 앞으로 인민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방역대전에서 승리한 기세로 사회주의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더 큰 성과를!' 이라는 선전화에 잘 표현돼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 선전화에 "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들에서 제시된 전투적 과업 관철을 위한 투쟁에 더욱 박차를 가해갈 전체 인민의 기상이 반영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방역대전 승리 이후에는 국경 봉쇄 등으로 악화된 경제난 타개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독려입니다. "모든 일군(간부)들이 각성하여 자기가 맡은 부문에서 빈 공간이 생기지 않게 책임적으로 일해나가야 합니다." 오늘 노동신문에서는 이 같은 김정은의 메시지도 전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코로나 종식 선언 이후 김 위원장 교시라면서 경공업과 기계 등 각 분야 발전 노력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가 산업 현장들과 장마 피해가 컸던 지역들의 영농 실태를 점검한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또, 연일 각지에서 농작물 피해 막이 작업이 한창이며 대규모 살림집 건설도 활발히 재개되고 있다고 선전합니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으로 중국과의 무역을 재개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북한은 선전매체를 통한 홍보를 통해 대외 교역 의지도 피력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후유증과 수해 수습에 나서면서 빠르게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모습입니다.

■ "강요된 '위드 코로나'"…'코로나19 종식' 맞나?

북한은 동시에 여전히 주민들의 방역 해이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변이 출현이 지속 돼 감염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지난 10일 코로나19 종식 선언 이후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일상 복귀를 서두르고 있지만 접경·국경 지역은 예외로 남겨뒀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런 방역 상황에 대해 "해제를 했다기보다는 '긴장이 강화된 정상 방역 체계'"라면서 "조정의 개념에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지나 진정 국면인 것은 맞지만, 북한 주장처럼 완전 종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노동신문에 실린 북한 선전화 (2022.08.16.)노동신문에 실린 북한 선전화 (2022.08.16.)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달 6일과 9일 일부 지역들에서 색다른 물건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강조했으면서 바로 다음 날인 10일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며 "색다른 물건이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라면 그것이 '계속' 발견되는데 어떻게 종식이 되냐"고 지적했습니다. '색다른 물건'은 북한이 코로나19 유행의 감염원이라고 주장한 대북 전단을 뜻합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발표한 발열자 통계에는 코로나19 외에 다른 전염병 환자들도 포함돼 있는데, 발열자 0명이 말이 되나? 6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세계적인 흐름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종식 선언은 경제난 때문에 '강요된 위드 코로나'"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재유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당국자는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전단이라는 안전판도 마련해놓은 만큼, 향후 인민들이 체감할 만큼 큰 유행이 재발하면 남한 탓으로 뒤집어 씌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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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선전화’에 담긴 ‘방역 승리’ 선언의 의도는?
    • 입력 2022-08-16 15:40:59
    취재K

북한이 코로나19 종식과 최대비상방역 해제를 선언한 지 엿새가 지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이제부터는 경제 성과를 내는 데 매진하자'입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감수했던 국경 봉쇄 등에 따른 후유증을 어서 훌훌 털어버리고 국면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전히 '긴장을 풀면 안 된다'며 방역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 '인민의 긍지·자부심' 강조

연일 '방역 대전 승리' 를 자화자찬하는 북한이 오늘(16일) 관영매체를 통해 새로운 선전화들을 공개했습니다. 넉 장의 선전화 모두 각각의 제목이 있고 의미도 담겼는데요. 우선, 북한 특유의 내부결속 의도가 엿보입니다.

노동신문은 '방역대전에서의 위대한 승리!' 선전화에 "방역전에서 유례없는 대승을 이룩한 인민과 인민군 장병들의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이 한껏 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의 방역전 승리 선언에 대해 아래와 같이 분석했습니다.

"함께 고난을 겪은 사람들은 더 높은 일체감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 개념은 북한이 지난 수십 년간 경제위기와 기근,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어떻게 붕괴를 피했는지를 부분적으로 설명해 준다."

방역 대승의 공을 수령뿐 아니라 인민에게도 돌리고 있는 건데요. '인민이 일심단결해 국가적 대동란을 이겨냈다'고 선전함으로써 그간 쌓인 불만과 불안도 누그러뜨리면서 '이제 다 함께 힘을 모아 당면 위기를 극복하자'는 동기 부여의 목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신문에 실린 북한 선전화 (2022.08.16.)
■ "방역 승리 기세로 경제 살리기"

북한은 앞으로 인민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방역대전에서 승리한 기세로 사회주의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더 큰 성과를!' 이라는 선전화에 잘 표현돼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 선전화에 "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들에서 제시된 전투적 과업 관철을 위한 투쟁에 더욱 박차를 가해갈 전체 인민의 기상이 반영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방역대전 승리 이후에는 국경 봉쇄 등으로 악화된 경제난 타개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독려입니다. "모든 일군(간부)들이 각성하여 자기가 맡은 부문에서 빈 공간이 생기지 않게 책임적으로 일해나가야 합니다." 오늘 노동신문에서는 이 같은 김정은의 메시지도 전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코로나 종식 선언 이후 김 위원장 교시라면서 경공업과 기계 등 각 분야 발전 노력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가 산업 현장들과 장마 피해가 컸던 지역들의 영농 실태를 점검한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또, 연일 각지에서 농작물 피해 막이 작업이 한창이며 대규모 살림집 건설도 활발히 재개되고 있다고 선전합니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으로 중국과의 무역을 재개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북한은 선전매체를 통한 홍보를 통해 대외 교역 의지도 피력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후유증과 수해 수습에 나서면서 빠르게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모습입니다.

■ "강요된 '위드 코로나'"…'코로나19 종식' 맞나?

북한은 동시에 여전히 주민들의 방역 해이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변이 출현이 지속 돼 감염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지난 10일 코로나19 종식 선언 이후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일상 복귀를 서두르고 있지만 접경·국경 지역은 예외로 남겨뒀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런 방역 상황에 대해 "해제를 했다기보다는 '긴장이 강화된 정상 방역 체계'"라면서 "조정의 개념에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지나 진정 국면인 것은 맞지만, 북한 주장처럼 완전 종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노동신문에 실린 북한 선전화 (2022.08.16.)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달 6일과 9일 일부 지역들에서 색다른 물건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강조했으면서 바로 다음 날인 10일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며 "색다른 물건이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라면 그것이 '계속' 발견되는데 어떻게 종식이 되냐"고 지적했습니다. '색다른 물건'은 북한이 코로나19 유행의 감염원이라고 주장한 대북 전단을 뜻합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발표한 발열자 통계에는 코로나19 외에 다른 전염병 환자들도 포함돼 있는데, 발열자 0명이 말이 되나? 6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세계적인 흐름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종식 선언은 경제난 때문에 '강요된 위드 코로나'"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재유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당국자는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전단이라는 안전판도 마련해놓은 만큼, 향후 인민들이 체감할 만큼 큰 유행이 재발하면 남한 탓으로 뒤집어 씌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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