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조비로 아파트·빌딩 구입”…건설노조 기막힌 ‘횡령 의혹’

입력 2022.08.1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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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의 필수 공정 가운데 하나가 '형틀' 공정입니다. 콘크리트를 붓기 전 구조물의 뼈대가 되는 틀인 거푸집을 짜는 작업을 말합니다.

전국의 형틀 목공 노동자 12,000여 명이 가입한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입니다.한국노총 소속 건설 부문 최대 노조이기도 한데, 한 해 걷히는 노조비와 단협비만 20억 원이 넘습니다.

KBS는 이 노조 안에서 벌어진 횡령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황당하고 기막힌 내용의 연속 이었습니다.

■ 매달 최소 5,000만 원씩 '수상한' 이체

KBS는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의 3년치 회계자료(2019~2021년)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회계자료와 은행 입출금 내역을 일일이 대조했더니, 수상한 자금 흐름이 확인됐습니다.

노조가 법인 명의로 보유한 계좌는 모두 3개였는데, 그중 한 계좌에서 이상한 이체 내역이 나왔습니다. 매달 적게는 5,000만 원, 많게는 1억 5,000만 원까지 이체됐습니다. 보내는 쪽도 받는 쪽도 모두 계좌주는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로 동일했습니다.

노조가 같은 노조에 매달 5,000만 원 이상을 보내는 거래는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실마리는 어렵게 만난 내부 제보자의 증언을 통해 풀렸습니다. 받는 쪽 통장의 명의가 노조지만, 실제로는 위원장 이 모 씨 개인 통장이라고 말했습니다.

A 씨 / 한국노총 한국연합건설노조 관계자
"돈을 쓸 때는 항상 의결기구가 있잖아요. 예산도 그렇고 다 정해놓은 그 안에서 쓰는 건데, 그 통장은 대의원들도 모르는 통장이니까요."

■ '수상한' 이체, 돈의 흐름 추적해보니…

'수상한' 돈의 흐름을 추적해봤습니다. 노조에서 노조 명의로 된 또 다른 통장으로 입금된 돈은 다시 어딘가로 빠져나갔습니다. 지난해 4월엔 4억 2,000만 원이 인출됐습니다.

쓰임새를 확인해보니, 돈을 받은 사람은 위원장이 매입한 주택의 전 소유주였습니다. 위원장이 아파트를 사는 데 그 돈을 쓴 겁니다.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이 지난해 4월 잔금을 치른 서울의 아파트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이 지난해 4월 잔금을 치른 서울의 아파트

두 달 뒤에도 2억 원이 빠져나갔는데, 위원장의 부인이 빌딩을 사는 데 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위원장 부인이 32억 원 주고 산 건물을 찾아가 봤습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5층짜리 건물, 1개 층만 빼고 거의 통째로 한국노총 한국연합건설노조가 입주해 있었습니다.

위원장 부인이 지난해 구매한 빌딩위원장 부인이 지난해 구매한 빌딩

노조 측은 위원장 부인 명의의 빌딩에 월세로만 매달 800여만 원씩 내고 있었습니다.

위원장이 지인들에게 각각 5억 원과 8억 원을 빌려준 정황도 확인했습니다. 이 역시 노조 명의로 된 또 다른 통장을 통해 지인에게 건네졌습니다.

■ 위원장 "채워 놨으니 문제없을 줄 알았다"

어렵게 한국연합건설노조 위원장 이 모 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금리도 너무 오르고, 급박한 사정 때문에 집과 부인 건물을 구매하는데 노조 운영비를 썼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조합 내부 의결을 거쳤고, 쓴 돈은 다시 돌려놔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지인에게 빌려준 돈은 이자를 덧붙여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이를 입증할 자료를 따로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 노조는 긴급 회의…경찰 수사 착수

위원장 말마따나 노조비를 사용한 뒤 다시 채워 넣으면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위법 소지가 다분합니다.

박종유 / 변호사
"나중에 반환하거나 변상하거나 보존한다고 해서 다시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고 그대로 (횡령 등) 범죄는 성립합니다."

서울 광진경찰서 역시 위원장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입건 전 조사를 마치고, 최근 수사로 전환했습니다.

건설노조는 오늘(16일) 긴급 회의를 열었습니다. KBS 취재로 뒤늦게 위원장의 횡령 의혹이 알려지자, 수습에 나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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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노조비로 아파트·빌딩 구입”…건설노조 기막힌 ‘횡령 의혹’
    • 입력 2022-08-16 19:08:42
    취재K

건설 현장의 필수 공정 가운데 하나가 '형틀' 공정입니다. 콘크리트를 붓기 전 구조물의 뼈대가 되는 틀인 거푸집을 짜는 작업을 말합니다.

전국의 형틀 목공 노동자 12,000여 명이 가입한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입니다.한국노총 소속 건설 부문 최대 노조이기도 한데, 한 해 걷히는 노조비와 단협비만 20억 원이 넘습니다.

KBS는 이 노조 안에서 벌어진 횡령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황당하고 기막힌 내용의 연속 이었습니다.

■ 매달 최소 5,000만 원씩 '수상한' 이체

KBS는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의 3년치 회계자료(2019~2021년)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회계자료와 은행 입출금 내역을 일일이 대조했더니, 수상한 자금 흐름이 확인됐습니다.

노조가 법인 명의로 보유한 계좌는 모두 3개였는데, 그중 한 계좌에서 이상한 이체 내역이 나왔습니다. 매달 적게는 5,000만 원, 많게는 1억 5,000만 원까지 이체됐습니다. 보내는 쪽도 받는 쪽도 모두 계좌주는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로 동일했습니다.

노조가 같은 노조에 매달 5,000만 원 이상을 보내는 거래는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실마리는 어렵게 만난 내부 제보자의 증언을 통해 풀렸습니다. 받는 쪽 통장의 명의가 노조지만, 실제로는 위원장 이 모 씨 개인 통장이라고 말했습니다.

A 씨 / 한국노총 한국연합건설노조 관계자
"돈을 쓸 때는 항상 의결기구가 있잖아요. 예산도 그렇고 다 정해놓은 그 안에서 쓰는 건데, 그 통장은 대의원들도 모르는 통장이니까요."

■ '수상한' 이체, 돈의 흐름 추적해보니…

'수상한' 돈의 흐름을 추적해봤습니다. 노조에서 노조 명의로 된 또 다른 통장으로 입금된 돈은 다시 어딘가로 빠져나갔습니다. 지난해 4월엔 4억 2,000만 원이 인출됐습니다.

쓰임새를 확인해보니, 돈을 받은 사람은 위원장이 매입한 주택의 전 소유주였습니다. 위원장이 아파트를 사는 데 그 돈을 쓴 겁니다.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이 지난해 4월 잔금을 치른 서울의 아파트
두 달 뒤에도 2억 원이 빠져나갔는데, 위원장의 부인이 빌딩을 사는 데 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위원장 부인이 32억 원 주고 산 건물을 찾아가 봤습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5층짜리 건물, 1개 층만 빼고 거의 통째로 한국노총 한국연합건설노조가 입주해 있었습니다.

위원장 부인이 지난해 구매한 빌딩
노조 측은 위원장 부인 명의의 빌딩에 월세로만 매달 800여만 원씩 내고 있었습니다.

위원장이 지인들에게 각각 5억 원과 8억 원을 빌려준 정황도 확인했습니다. 이 역시 노조 명의로 된 또 다른 통장을 통해 지인에게 건네졌습니다.

■ 위원장 "채워 놨으니 문제없을 줄 알았다"

어렵게 한국연합건설노조 위원장 이 모 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금리도 너무 오르고, 급박한 사정 때문에 집과 부인 건물을 구매하는데 노조 운영비를 썼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조합 내부 의결을 거쳤고, 쓴 돈은 다시 돌려놔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지인에게 빌려준 돈은 이자를 덧붙여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이를 입증할 자료를 따로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 노조는 긴급 회의…경찰 수사 착수

위원장 말마따나 노조비를 사용한 뒤 다시 채워 넣으면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위법 소지가 다분합니다.

박종유 / 변호사
"나중에 반환하거나 변상하거나 보존한다고 해서 다시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고 그대로 (횡령 등) 범죄는 성립합니다."

서울 광진경찰서 역시 위원장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입건 전 조사를 마치고, 최근 수사로 전환했습니다.

건설노조는 오늘(16일) 긴급 회의를 열었습니다. KBS 취재로 뒤늦게 위원장의 횡령 의혹이 알려지자, 수습에 나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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