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조비로 아파트 투자까지…건설노조 위원장 ‘횡령 의혹’ 수사

입력 2022.08.16 (21:37) 수정 2022.08.1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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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합원 만 명이 넘는 전국 단위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거액의 노조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KBS가 계좌 내역 등을 입수했는데 위원장 부부가 부동산을 사는데 노조비를 쓰고, 사들인 건물엔 노조가 세를 들어 월세를 내기도 했습니다.

김우준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건설 현장에서 거푸집을 짜는 '형틀 목공' 노동자.

이들 중 만 2천여 명이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에 가입해 있습니다.

한국노총 건설 부문 최대 노조고, 한해 노조비만 20억 원을 웃돕니다.

KBS가 확보한 이 노조의 계좌 내역입니다.

2019년에 매달 5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까지 이체된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낸 쪽, 받은 쪽 모두 똑같은 노동조합 명의로 돼 있습니다.

이런 수상한 거래는 지난해까지 3년간 계속됐는데, 돈이 넘어간 통장은 사실, 노조위원장 이 모 씨의 개인 통장이나 마찬가지라는 내부 폭로가 나왔습니다.

[A 씨/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관계자/음성변조 : "(그 통장은) 조합원들 대부분 몰랐고, 조합 내부 직원들도 알지 못했던 부분이라 사실상 이제 위원장이 독단으로 사용한 게 아닌가."]

그렇게 들어온 돈은, 한 번에 뭉텅이로 다시 빠져나갔습니다.

지난해 4월, 4억 2천만 원.

행선지를 추적해 봤더니, 돈을 받은 사람은, 위원장이 매입한 주택의 전 소유주였습니다.

아파트를 사들이는 데, 그 돈을 쓴 겁니다.

[인근 부동산/음성변조 : "(현재 시세는) 27억 원이요. 많이 올랐네, 내가 알기로는 18억 원에 거래됐는데..."]

두 달 뒤에 또 빠져나간 2억 원, 이번엔, 위원장 부인이 건물을 사는 데 쓰인 거로 확인됐습니다.

[B 씨/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조합원/음성변조 : "그 돈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집을 샀다는 거에 대해서 정말 어이가 없고 화가 나네요."]

심지어 이 빌딩엔 해당 노조가 월세로 입주해 있습니다.

노조비 8백여만 원이, 매달 월세로 위원장 부인에게 지급됩니다.

[KBS 취재진 : "계신가요?"]

위원장은 지인들에게 노조비 5억, 8억 원씩을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노조를 위한 지출이었고 내부 의결을 거쳤으며, 쓴 돈은 다시 돌려놓았다"는 게 위원장의 해명입니다.

[이OO/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음성변조 :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쓰고 갖다 채워놓으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잘못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들이 KBS 취재와 함께 알려지자 노조는 오늘(16일) 긴급 대의원 회의를 열었습니다.

경찰도 지난달 내사를 시작해, 최근 공식 수사로 전환했습니다.

KBS 뉴스 김우준입니다.

촬영기자:최진영 안민식 조원준/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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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노조비로 아파트 투자까지…건설노조 위원장 ‘횡령 의혹’ 수사
    • 입력 2022-08-16 21:37:30
    • 수정2022-08-16 22:06:16
    뉴스 9
[앵커]

조합원 만 명이 넘는 전국 단위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거액의 노조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KBS가 계좌 내역 등을 입수했는데 위원장 부부가 부동산을 사는데 노조비를 쓰고, 사들인 건물엔 노조가 세를 들어 월세를 내기도 했습니다.

김우준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건설 현장에서 거푸집을 짜는 '형틀 목공' 노동자.

이들 중 만 2천여 명이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에 가입해 있습니다.

한국노총 건설 부문 최대 노조고, 한해 노조비만 20억 원을 웃돕니다.

KBS가 확보한 이 노조의 계좌 내역입니다.

2019년에 매달 5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까지 이체된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낸 쪽, 받은 쪽 모두 똑같은 노동조합 명의로 돼 있습니다.

이런 수상한 거래는 지난해까지 3년간 계속됐는데, 돈이 넘어간 통장은 사실, 노조위원장 이 모 씨의 개인 통장이나 마찬가지라는 내부 폭로가 나왔습니다.

[A 씨/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관계자/음성변조 : "(그 통장은) 조합원들 대부분 몰랐고, 조합 내부 직원들도 알지 못했던 부분이라 사실상 이제 위원장이 독단으로 사용한 게 아닌가."]

그렇게 들어온 돈은, 한 번에 뭉텅이로 다시 빠져나갔습니다.

지난해 4월, 4억 2천만 원.

행선지를 추적해 봤더니, 돈을 받은 사람은, 위원장이 매입한 주택의 전 소유주였습니다.

아파트를 사들이는 데, 그 돈을 쓴 겁니다.

[인근 부동산/음성변조 : "(현재 시세는) 27억 원이요. 많이 올랐네, 내가 알기로는 18억 원에 거래됐는데..."]

두 달 뒤에 또 빠져나간 2억 원, 이번엔, 위원장 부인이 건물을 사는 데 쓰인 거로 확인됐습니다.

[B 씨/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조합원/음성변조 : "그 돈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집을 샀다는 거에 대해서 정말 어이가 없고 화가 나네요."]

심지어 이 빌딩엔 해당 노조가 월세로 입주해 있습니다.

노조비 8백여만 원이, 매달 월세로 위원장 부인에게 지급됩니다.

[KBS 취재진 : "계신가요?"]

위원장은 지인들에게 노조비 5억, 8억 원씩을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노조를 위한 지출이었고 내부 의결을 거쳤으며, 쓴 돈은 다시 돌려놓았다"는 게 위원장의 해명입니다.

[이OO/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음성변조 :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쓰고 갖다 채워놓으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잘못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들이 KBS 취재와 함께 알려지자 노조는 오늘(16일) 긴급 대의원 회의를 열었습니다.

경찰도 지난달 내사를 시작해, 최근 공식 수사로 전환했습니다.

KBS 뉴스 김우준입니다.

촬영기자:최진영 안민식 조원준/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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