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공원]① 한여름, 모험나라 매점은 왜 폐쇄됐을까?

입력 2022.08.17 (07:00) 수정 2022.08.1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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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 한 매점이 한 달 가까이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 공원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이 공원의 놀이기구는 2020년 9월부터 7개월간 가동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운영 주체인 서울시설공단과 매점·놀이기구 운영업체는 소송전도 불사했는데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KBS가 취재한 결과를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 한여름에 문 닫은 어린이대공원 모험나라 매점…왜?

서울 어린이대공원에는 매점이 3곳 있습니다. 정문과 후문 매점, 그리고 공원 중앙의 모험나라 매점입니다.

하지만 모험나라 매점은 현재 주변에 펜스가 처져 있고 문은 닫혀있습니다. 방문객들이 음료수나 간식을 사기 위해 매점을 이용하려면 정문이나 후문까지 가야 해 불편할 수밖에 없는데요. 왜 그럴까요?

발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A라는 업체는 최고가 입찰을 통해 모험나라 매점 등 3곳에 대해 2012년 4월부터 3년간 사용수익 허가를 받아 운영했습니다.

A 업체는 허가 기간이 끝날 무렵 한차례 연장 신청을 했지만, 어린이대공원의 운영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은 거부했습니다. A 업체가 일방적으로 임차한 목적물(매점)을 제3자에게 빌려주는 등(전대)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았고, 갱신 신청 기간이 이미 지났다는 사유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A 업체는 이 처분을 취소하고 계속 영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소송을 냈고, 공단은 이에 맞서 건물을 비워달라는 소송(명도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업체는 계약 기간이 끝나고 나서도 1년 넘게 매점을 무단으로 점유했고, 결국 소송은 2017년 7월 양측이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끝났습니다.

화해권고 결정내용 (2017.07.19.)
1. 원고(A 업체)는 피고(서울시설공단)에게 2백만 원 지급, 지연 시 연 15%의 지연손해금 가산
2. 관련 소송 취하 및 무단점유 법적 책임 면제

하지만 A 업체는 화해권고 결정조차 지키지 않았고, 공단은 업체대표 B 씨를 공유재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지난해 초 벌금 200만 원의 약식기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공단 측은 B 씨가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고, 매년 두 차례 재산 조회를 하고 있지만 압류할 재산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받아내지 못한 돈은 1억 5,000만 원에 달합니다.

■ 또다시 반복된 무단점유와 소송

그런데 비슷한 일이 또다시 벌어졌습니다. A 업체에 이어 매점을 운영한 김 모 씨 이야기입니다.

김 씨는 A 업체의 허가 기간이 끝난 2016년 10월부터 모험나라 매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A 업체가 소송을 진행 중일 때 사용허가를 받은 겁니다.

그런데 김 씨는 매점과 가까운 곳에 있던 공연장인 돔아트홀이 철거돼 매출이 줄었다며 2018년 5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돔아트홀 철거로 2017년과 2018년에는 공단 측에 납부할 사용료가 없고(채무부존재) 오히려 손해를 봤다며 공단 측이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입니다.

법원은 1심에서 지난해 11월 공단이 사용 수익계약을 위반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김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고, 오늘 (17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김 씨는 계약 기간이 끝난 2019년 10월 이후 3년 가까이 매점을 무단으로 점유하다가, 지난달 20일 부동산 인도 집행이 진행돼 매점은 현재 폐쇄된 상태입니다. 공단 측이 못 받아낸 사용료와 관리비 등은 모두 3억 5,000만 원에 달합니다.

김 씨 역시 공유재산법 위반 혐의로 벌금 400만 원의 약식기소 처분이 내려졌는데, 이후 공단이 정식재판을 청구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입니다.

■ "알고 보니 김 씨, 2012년부터 매점 운영"

그런데 취재 결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 씨가 공단 측에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김 씨가 2012년부터 모험나라 매점을 실질적으로 운영해왔다는 내용이 밝혀진 겁니다.

서울동부지법 1심 판결문 일부(2021.11.10.)
이처럼 원고(김 씨)는 2012. 4. 3.경부터 이 사건 매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여 왔고, 피고(서울시설공단)가 사용수익허가 기간의 연장신청을 받아들여 주지 않자 원고 개인의 명의로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하기도 하였는바(…)

사실은 김 씨가 A 업체를 운영해왔다는 건데, 돈을 떼먹고 도망간 업체 사람이 다시 그 매점을 운영하게 된 겁니다.

공단 측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관련법상 매점 입찰을 할 때 최고가 낙찰 방식을 적용해야 하는데 김 씨가 최고가를 써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허가를 해줬다는 겁니다.

시설공단은 김 씨에게 여러 차례 사용료 납부 독촉장을 보냈기 때문에 입찰 공고상 중도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당시 김 씨가 제기한 채무부존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서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계약 해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설공단 입찰공고 허가조건 제19조(계약의 해지)
① "사용허가기관"은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1개월 전에 "수허가자"에게 통보함으로써 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다.
9. "수허가자”가 “사용허가기관”으로부터 사용료 납부의 독촉장을 3회 이상 받고도
사용료를 지정된 기일까지 납부하지 아니할 때

김 씨는 사용료를 미납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고 판결이 확정돼야(밝히겠다)"고 답했습니다.

A 업체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재판부에서도 요청하지 않은 사항으로 수사기관이 아닌 기자가 제3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고 위법하다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 소송 외엔 마땅한 대책이 없다?

입찰 방식도 그렇고 이후 매점 관리에서도 허점이 드러났지만 소송 외엔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김대식 한국조달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정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행 최고가 입찰방식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만 "공단 측이 계약 취소 등 계약 조건을 좀 더 명확하고 신속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고경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단에 대한 서울시의 경영평가에서 중요한 지표가 바로 수익성이라며, 반면 공익성이나 형평성 등의 가치는 무시하다 보니까 나타난 현상(최고가 입찰 방식)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수익성 위주로만 편중되지 않고 평가받지 않도록 공공성 측면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도 입찰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시설공단은 그렇게 수익성을 따져서 최고가 입찰 방식을 취했지만, 결국은 관리 부실로 3억 5,000만 원을 떼일 처지에 놓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 놀이시설 사용료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서울시설공단이 승소했지만 미납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점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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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대공원]① 한여름, 모험나라 매점은 왜 폐쇄됐을까?
    • 입력 2022-08-17 07:00:14
    • 수정2022-08-17 18:53:36
    취재K
<strong>서울 어린이대공원 내 한 매점이 한 달 가까이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 공원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이 공원의 놀이기구는 2020년 9월부터 7개월간 가동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운영 주체인 서울시설공단과 매점·놀이기구 운영업체는 소송전도 불사했는데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KBS가 취재한 결과를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strong><br />

■ 한여름에 문 닫은 어린이대공원 모험나라 매점…왜?

서울 어린이대공원에는 매점이 3곳 있습니다. 정문과 후문 매점, 그리고 공원 중앙의 모험나라 매점입니다.

하지만 모험나라 매점은 현재 주변에 펜스가 처져 있고 문은 닫혀있습니다. 방문객들이 음료수나 간식을 사기 위해 매점을 이용하려면 정문이나 후문까지 가야 해 불편할 수밖에 없는데요. 왜 그럴까요?

발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A라는 업체는 최고가 입찰을 통해 모험나라 매점 등 3곳에 대해 2012년 4월부터 3년간 사용수익 허가를 받아 운영했습니다.

A 업체는 허가 기간이 끝날 무렵 한차례 연장 신청을 했지만, 어린이대공원의 운영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은 거부했습니다. A 업체가 일방적으로 임차한 목적물(매점)을 제3자에게 빌려주는 등(전대)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았고, 갱신 신청 기간이 이미 지났다는 사유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A 업체는 이 처분을 취소하고 계속 영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소송을 냈고, 공단은 이에 맞서 건물을 비워달라는 소송(명도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업체는 계약 기간이 끝나고 나서도 1년 넘게 매점을 무단으로 점유했고, 결국 소송은 2017년 7월 양측이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끝났습니다.

화해권고 결정내용 (2017.07.19.)
1. 원고(A 업체)는 피고(서울시설공단)에게 2백만 원 지급, 지연 시 연 15%의 지연손해금 가산
2. 관련 소송 취하 및 무단점유 법적 책임 면제

하지만 A 업체는 화해권고 결정조차 지키지 않았고, 공단은 업체대표 B 씨를 공유재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지난해 초 벌금 200만 원의 약식기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공단 측은 B 씨가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고, 매년 두 차례 재산 조회를 하고 있지만 압류할 재산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받아내지 못한 돈은 1억 5,000만 원에 달합니다.

■ 또다시 반복된 무단점유와 소송

그런데 비슷한 일이 또다시 벌어졌습니다. A 업체에 이어 매점을 운영한 김 모 씨 이야기입니다.

김 씨는 A 업체의 허가 기간이 끝난 2016년 10월부터 모험나라 매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A 업체가 소송을 진행 중일 때 사용허가를 받은 겁니다.

그런데 김 씨는 매점과 가까운 곳에 있던 공연장인 돔아트홀이 철거돼 매출이 줄었다며 2018년 5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돔아트홀 철거로 2017년과 2018년에는 공단 측에 납부할 사용료가 없고(채무부존재) 오히려 손해를 봤다며 공단 측이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입니다.

법원은 1심에서 지난해 11월 공단이 사용 수익계약을 위반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김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고, 오늘 (17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김 씨는 계약 기간이 끝난 2019년 10월 이후 3년 가까이 매점을 무단으로 점유하다가, 지난달 20일 부동산 인도 집행이 진행돼 매점은 현재 폐쇄된 상태입니다. 공단 측이 못 받아낸 사용료와 관리비 등은 모두 3억 5,000만 원에 달합니다.

김 씨 역시 공유재산법 위반 혐의로 벌금 400만 원의 약식기소 처분이 내려졌는데, 이후 공단이 정식재판을 청구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입니다.

■ "알고 보니 김 씨, 2012년부터 매점 운영"

그런데 취재 결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 씨가 공단 측에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김 씨가 2012년부터 모험나라 매점을 실질적으로 운영해왔다는 내용이 밝혀진 겁니다.

서울동부지법 1심 판결문 일부(2021.11.10.)
이처럼 원고(김 씨)는 2012. 4. 3.경부터 이 사건 매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여 왔고, 피고(서울시설공단)가 사용수익허가 기간의 연장신청을 받아들여 주지 않자 원고 개인의 명의로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하기도 하였는바(…)

사실은 김 씨가 A 업체를 운영해왔다는 건데, 돈을 떼먹고 도망간 업체 사람이 다시 그 매점을 운영하게 된 겁니다.

공단 측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관련법상 매점 입찰을 할 때 최고가 낙찰 방식을 적용해야 하는데 김 씨가 최고가를 써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허가를 해줬다는 겁니다.

시설공단은 김 씨에게 여러 차례 사용료 납부 독촉장을 보냈기 때문에 입찰 공고상 중도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당시 김 씨가 제기한 채무부존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서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계약 해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설공단 입찰공고 허가조건 제19조(계약의 해지)
① "사용허가기관"은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1개월 전에 "수허가자"에게 통보함으로써 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다.
9. "수허가자”가 “사용허가기관”으로부터 사용료 납부의 독촉장을 3회 이상 받고도
사용료를 지정된 기일까지 납부하지 아니할 때

김 씨는 사용료를 미납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고 판결이 확정돼야(밝히겠다)"고 답했습니다.

A 업체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재판부에서도 요청하지 않은 사항으로 수사기관이 아닌 기자가 제3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고 위법하다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 소송 외엔 마땅한 대책이 없다?

입찰 방식도 그렇고 이후 매점 관리에서도 허점이 드러났지만 소송 외엔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김대식 한국조달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정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행 최고가 입찰방식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만 "공단 측이 계약 취소 등 계약 조건을 좀 더 명확하고 신속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고경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단에 대한 서울시의 경영평가에서 중요한 지표가 바로 수익성이라며, 반면 공익성이나 형평성 등의 가치는 무시하다 보니까 나타난 현상(최고가 입찰 방식)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수익성 위주로만 편중되지 않고 평가받지 않도록 공공성 측면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도 입찰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시설공단은 그렇게 수익성을 따져서 최고가 입찰 방식을 취했지만, 결국은 관리 부실로 3억 5,000만 원을 떼일 처지에 놓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 놀이시설 사용료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서울시설공단이 승소했지만 미납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점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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