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엔저’ 부메랑…日 경제 진퇴양난

입력 2022.08.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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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일본 경제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의 여파가 길어지면서 잃어버린 20년, 30년이 이어지고 있죠.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 경제가 위기라는 목소리가 내·외부에서 더 자주 들립니다.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물가만 상승시키는 '나쁜 엔저'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인, 국제대학원 김현철 교수에게 들어봤습니다.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인 김현철 국제대학원 교수가 일본이 엔화약세와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 등 일본 경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8월 17일 KBS2TV지구촌 뉴스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인 김현철 국제대학원 교수가 일본이 엔화약세와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 등 일본 경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8월 17일 KBS2TV지구촌 뉴스 )

■먼저 현재 일본 경제, 어떤 상황인가?

많이 아시다시피 일본경제는 지난 30여 년간 정체 상태였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지요.

최근에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경제적 충격을 받았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일본은 엔화 약세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엔화가 약세가 되면 보통은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서 도움이 됩니다만 일본의 경우에는 수출기업들의 혜택보다는 수입기업이나 서민들의 어려움이 더 큰 상황입니다.

도쿄 인근의 요코하마 항구에 있는 수출용 자동차. 올해 상반기 일본의 무역 적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급등과 엔화 하락 등으로 약 8조엔(약 80조원)에 달했다.(자료사진/AP,연합뉴스)도쿄 인근의 요코하마 항구에 있는 수출용 자동차. 올해 상반기 일본의 무역 적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급등과 엔화 하락 등으로 약 8조엔(약 80조원)에 달했다.(자료사진/AP,연합뉴스)

■'무제한 돈 풀기'로 경제를 띄우려던 아베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는 실패한 건가요?

초기에는 성공적이었습니다. 2012년 집권하기 전의 경제 상황이 워낙 어려웠습니다. 정권을 잡은 아베 총리는 파격적인 돈 풀기와 재정지출 등으로 일시적으로는 경제를 회복시켰습니다.

하지만 집권 중반에는 세금을 잘 못 인상하여 경제에 충격을 주었고. 말기에는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베 전 총리 집권 기간) 전체적으로 보면 평균 0.2~0.3% 정도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였습니다.

이전의 2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0.7% 정도이니까 평균 이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입니다.

다만 주가가 오르고 기업들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어 일부 기업들은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또 고용도 양호하였습니다만 중소기업과 서민 가계의 불만은 높았습니다.

■역대 최저의 엔화약세와 물가상승에도 불구, 일본이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아베노믹스 초기의 파격적인 돈 풀기는 경제의 응급처치에 불과합니다.

경제가 조금 되살아나면 본격적인 성장정책을 추진했어야 했지요. 하지만 초기 성과에 도취하여 임시방편적인 정책을 10년 가까이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니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을 따라서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엔화가 더욱 약세가 되고 물가도 오르는 상태입니다.

물론 아베노믹스의 후유증과 코로나 후유증으로 경제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아서 금리를 못 올리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게 되면 선진국 중 최악의 정부 부채로 말미암아 부채 원리금 상환이 큰 부담이 됩니다. 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자료사진/로이터,연합뉴스)(자료사진/로이터,연합뉴스)

■몇몇 경제지표에선 이미 '한일역전'이 벌어졌는데?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한국이 여러 부문에서 일본을 따라잡았습니다.

실질 평균 임금은 2015년에 일본을 능가하였고 1인당 실질 소득도 2018년에 역전하였습니다.

엔화 약세로 말미암아 1인당 명목 국민소득은 잘하면 올해 일본을 능가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임금이나 소득 면에서 일본보다 잘살게 되는 것입니다.

국제기구들은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높을 예정이어서 향후 우리의 국민소득이 추세적으로 일본을 더욱 능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경제)가 경계해야 될 점은?

우리가 앞으로 2% 전후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계속해서 노력해 주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신제품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또한 가계의 개인들도 역량 개발에 힘써야 하고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하게 되면 2% 전후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합니다. 일부 국민들은 2%의 경제성장이 어렵다고 생각하십니다. 또 일부 국민들은 2%에서 1%, 0%, 마이너스로 갈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난 30년간 일본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7%이었습니다. 일본경제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플러스의 경제성장을 기록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미래를 지나치게 비관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 온 만큼 노력해 간다면 일본보다는 훨씬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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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 엔저’ 부메랑…日 경제 진퇴양난
    • 입력 2022-08-17 11:17:23
    세계는 지금
일본 경제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의 여파가 길어지면서 잃어버린 20년, 30년이 이어지고 있죠.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 경제가 위기라는 목소리가 내·외부에서 더 자주 들립니다.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물가만 상승시키는 '나쁜 엔저'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인, 국제대학원 김현철 교수에게 들어봤습니다.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인 김현철 국제대학원 교수가 일본이 엔화약세와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 등 일본 경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8월 17일 KBS2TV지구촌 뉴스 )
■먼저 현재 일본 경제, 어떤 상황인가?

많이 아시다시피 일본경제는 지난 30여 년간 정체 상태였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지요.

최근에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경제적 충격을 받았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일본은 엔화 약세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엔화가 약세가 되면 보통은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서 도움이 됩니다만 일본의 경우에는 수출기업들의 혜택보다는 수입기업이나 서민들의 어려움이 더 큰 상황입니다.

도쿄 인근의 요코하마 항구에 있는 수출용 자동차. 올해 상반기 일본의 무역 적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급등과 엔화 하락 등으로 약 8조엔(약 80조원)에 달했다.(자료사진/AP,연합뉴스)
■'무제한 돈 풀기'로 경제를 띄우려던 아베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는 실패한 건가요?

초기에는 성공적이었습니다. 2012년 집권하기 전의 경제 상황이 워낙 어려웠습니다. 정권을 잡은 아베 총리는 파격적인 돈 풀기와 재정지출 등으로 일시적으로는 경제를 회복시켰습니다.

하지만 집권 중반에는 세금을 잘 못 인상하여 경제에 충격을 주었고. 말기에는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베 전 총리 집권 기간) 전체적으로 보면 평균 0.2~0.3% 정도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였습니다.

이전의 2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0.7% 정도이니까 평균 이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입니다.

다만 주가가 오르고 기업들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어 일부 기업들은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또 고용도 양호하였습니다만 중소기업과 서민 가계의 불만은 높았습니다.

■역대 최저의 엔화약세와 물가상승에도 불구, 일본이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아베노믹스 초기의 파격적인 돈 풀기는 경제의 응급처치에 불과합니다.

경제가 조금 되살아나면 본격적인 성장정책을 추진했어야 했지요. 하지만 초기 성과에 도취하여 임시방편적인 정책을 10년 가까이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니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을 따라서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엔화가 더욱 약세가 되고 물가도 오르는 상태입니다.

물론 아베노믹스의 후유증과 코로나 후유증으로 경제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아서 금리를 못 올리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게 되면 선진국 중 최악의 정부 부채로 말미암아 부채 원리금 상환이 큰 부담이 됩니다. 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자료사진/로이터,연합뉴스)
■몇몇 경제지표에선 이미 '한일역전'이 벌어졌는데?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한국이 여러 부문에서 일본을 따라잡았습니다.

실질 평균 임금은 2015년에 일본을 능가하였고 1인당 실질 소득도 2018년에 역전하였습니다.

엔화 약세로 말미암아 1인당 명목 국민소득은 잘하면 올해 일본을 능가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임금이나 소득 면에서 일본보다 잘살게 되는 것입니다.

국제기구들은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높을 예정이어서 향후 우리의 국민소득이 추세적으로 일본을 더욱 능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경제)가 경계해야 될 점은?

우리가 앞으로 2% 전후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계속해서 노력해 주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신제품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또한 가계의 개인들도 역량 개발에 힘써야 하고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하게 되면 2% 전후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합니다. 일부 국민들은 2%의 경제성장이 어렵다고 생각하십니다. 또 일부 국민들은 2%에서 1%, 0%, 마이너스로 갈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난 30년간 일본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7%이었습니다. 일본경제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플러스의 경제성장을 기록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미래를 지나치게 비관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 온 만큼 노력해 간다면 일본보다는 훨씬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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