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에는 죄가 없다…대형마트가 부른 치킨 원가 논란

입력 2022.08.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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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0원짜리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8호 닭'을 쓴다. 무게 800g 정도로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에서 주로 쓰는 '10호 닭'보다 조금 작다. 경기 안성시에서 육계농장을 운영하는 유현봉 씨는 "치킨으로 쓰는 닭은 입식(병아리 상태로 농장에 들어오는 것) 후 통상 33일에서 35일 사육한 뒤 출하하는데 무게에 따라 닭 호수가 정해진다"면서 "8호~10호의 맛과 생산 비용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 6,990원짜리 치킨의 비밀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어제(17일) 8호 닭 1마리 가격은 3,395원. 10호 닭(3,923원)보다 550원 정도 싸다. 하지만 전체 치킨 가격에 영향을 끼칠 만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조사하는 닭고기 시세는 전체 유통물량의 5% 이하를 대상으로 해서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는다.

중요한 건 대형마트의 경우 하림·마니커 같은 육가공업체의 계열사(도계장)와 직접 거래를 맺고 닭고기를 공급받는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의 원가 구조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업계는 마리당 공급 가격이 대략 3,000원 선이라고 추정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본사에서 직접 원재료를 대량 구매하고, 매장에서 전문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직접 조리해 판매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곁들어 먹는 치킨 무나 소스, 음료를 제공하지 않는 데다 가맹비나 임대료, 인건비 등이 추가로 들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 전에도 '두 마리 치킨'이란 자체상표(PB)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치킨 생산 설비를 이미 갖춘 터라 추가 투자가 필요 없었다는 얘기다.

■ 닭고기 원가가 치킨 가격 올렸을까?

BBQ는 올해 5월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치킨 2만 원' 시대를 열었다. "2만 원이 아니라 3만 원은 돼야 한다"라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의 말은 소비자들 마음에 불을 질렀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닭고기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하락 추세였다. 지난해 가격이 크게 뛰기는 했지만, 2017년 평균 가격에서 200원 정도 오른 수준이다.


올해 가격 상승분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할 수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사룟값이 크게 뛰면서 10호 닭 가격은 연초보다 500~600원 정도 올랐다. 하지만 이 가격은 일반출하(농가가 직접 생산해 출하)에 해당되는 것으로, 프랜차이즈 본사는 대부분 계열출하(육계 계열업체를 통해 생산·도축·출하)로 닭을 조달한다. 6개월~1년 단위로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닭고기 원가만 따졌을 땐, 가격 인상 근거가 빈약하다고 볼 수 있다.

■ "치킨 업체 가격 인상 근거 불충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5년간 꾸준히 늘었다고 분석했다. 물가감시센터는 5년간 연평균 영업이익의 경우 BBQ가 33.8% 증가한 것을 비롯해 5개 업체 모두 12% 이상씩 증가했다고 봤다.

이 단체는 "지난 5년간 치킨 가맹본부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0년 도매 및 소매업 평균보다 약 5.7배 높다"면서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정적 손익구조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억울한 건 점주들이다. 가맹점주들이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라 본사에서 판매하는 원·부자잿값이 높게 책정된 게 치킨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BHC는 지난달부터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유 가격을 15㎏ 한 통당 90,750원(부가세 포함)에서 146,025원으로 올려 논란을 빚었다. 하루 만에 가격을 61% 올린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당치킨’ 마진 남는단 말에 ‘화가 많이 나신 치킨집 사장님’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온라인 커뮤니티에 ‘당당치킨’ 마진 남는단 말에 ‘화가 많이 나신 치킨집 사장님’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

대형마트 치킨으로 원가 논란이 일자, 치킨집 사장이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은 "내가 받은 생닭이 마리당 4,500원이고 식용유 한 통이 67,000원"이라면서 "누구한텐 목숨이 걸린 생업이니 (대형마트는) 정의로운 척하지 말라"라고 글을 올렸다.

다만, 대형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치킨은 올리브유, 해바라기유 등 단가가 높은 식용유를 사용하는 반면, 대형마트는 일반 식용유를 사용한다.

마트 치킨의 경우 진열 상품을 다시 데워 먹는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치킨은 마늘 맛, 갈비 맛 등 다양한 메뉴 선택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40여 일 동안 32만 마리 넘게 팔렸다. 하지만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의 인기 상품은 단일 메뉴로도 매달 100만 마리 이상의 주문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미끼상품'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따지고 보면 마트에 '미끼상품' 아닌 것 없다"라면서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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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에는 죄가 없다…대형마트가 부른 치킨 원가 논란
    • 입력 2022-08-18 07:00:14
    취재K

6,990원짜리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8호 닭'을 쓴다. 무게 800g 정도로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에서 주로 쓰는 '10호 닭'보다 조금 작다. 경기 안성시에서 육계농장을 운영하는 유현봉 씨는 "치킨으로 쓰는 닭은 입식(병아리 상태로 농장에 들어오는 것) 후 통상 33일에서 35일 사육한 뒤 출하하는데 무게에 따라 닭 호수가 정해진다"면서 "8호~10호의 맛과 생산 비용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 6,990원짜리 치킨의 비밀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어제(17일) 8호 닭 1마리 가격은 3,395원. 10호 닭(3,923원)보다 550원 정도 싸다. 하지만 전체 치킨 가격에 영향을 끼칠 만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조사하는 닭고기 시세는 전체 유통물량의 5% 이하를 대상으로 해서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는다.

중요한 건 대형마트의 경우 하림·마니커 같은 육가공업체의 계열사(도계장)와 직접 거래를 맺고 닭고기를 공급받는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의 원가 구조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업계는 마리당 공급 가격이 대략 3,000원 선이라고 추정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본사에서 직접 원재료를 대량 구매하고, 매장에서 전문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직접 조리해 판매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곁들어 먹는 치킨 무나 소스, 음료를 제공하지 않는 데다 가맹비나 임대료, 인건비 등이 추가로 들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 전에도 '두 마리 치킨'이란 자체상표(PB)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치킨 생산 설비를 이미 갖춘 터라 추가 투자가 필요 없었다는 얘기다.

■ 닭고기 원가가 치킨 가격 올렸을까?

BBQ는 올해 5월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치킨 2만 원' 시대를 열었다. "2만 원이 아니라 3만 원은 돼야 한다"라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의 말은 소비자들 마음에 불을 질렀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닭고기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하락 추세였다. 지난해 가격이 크게 뛰기는 했지만, 2017년 평균 가격에서 200원 정도 오른 수준이다.


올해 가격 상승분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할 수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사룟값이 크게 뛰면서 10호 닭 가격은 연초보다 500~600원 정도 올랐다. 하지만 이 가격은 일반출하(농가가 직접 생산해 출하)에 해당되는 것으로, 프랜차이즈 본사는 대부분 계열출하(육계 계열업체를 통해 생산·도축·출하)로 닭을 조달한다. 6개월~1년 단위로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닭고기 원가만 따졌을 땐, 가격 인상 근거가 빈약하다고 볼 수 있다.

■ "치킨 업체 가격 인상 근거 불충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5년간 꾸준히 늘었다고 분석했다. 물가감시센터는 5년간 연평균 영업이익의 경우 BBQ가 33.8% 증가한 것을 비롯해 5개 업체 모두 12% 이상씩 증가했다고 봤다.

이 단체는 "지난 5년간 치킨 가맹본부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0년 도매 및 소매업 평균보다 약 5.7배 높다"면서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정적 손익구조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억울한 건 점주들이다. 가맹점주들이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라 본사에서 판매하는 원·부자잿값이 높게 책정된 게 치킨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BHC는 지난달부터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유 가격을 15㎏ 한 통당 90,750원(부가세 포함)에서 146,025원으로 올려 논란을 빚었다. 하루 만에 가격을 61% 올린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당치킨’ 마진 남는단 말에 ‘화가 많이 나신 치킨집 사장님’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
대형마트 치킨으로 원가 논란이 일자, 치킨집 사장이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은 "내가 받은 생닭이 마리당 4,500원이고 식용유 한 통이 67,000원"이라면서 "누구한텐 목숨이 걸린 생업이니 (대형마트는) 정의로운 척하지 말라"라고 글을 올렸다.

다만, 대형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치킨은 올리브유, 해바라기유 등 단가가 높은 식용유를 사용하는 반면, 대형마트는 일반 식용유를 사용한다.

마트 치킨의 경우 진열 상품을 다시 데워 먹는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치킨은 마늘 맛, 갈비 맛 등 다양한 메뉴 선택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40여 일 동안 32만 마리 넘게 팔렸다. 하지만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의 인기 상품은 단일 메뉴로도 매달 100만 마리 이상의 주문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미끼상품'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따지고 보면 마트에 '미끼상품' 아닌 것 없다"라면서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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