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판결’ 임박하자 의견서 낸 외교부…호응 없는 일본

입력 2022.08.1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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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 임박했는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이르면 내일(19일)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해법을 찾기 위한 피해자 측과 외교부 간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 측은 오늘(18일)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공개하며 '사실상 판결을 보류해달라는 취지'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참고해 달라는 취지'였다며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 외교부, 의견서에 "외교적 노력 고려해 달라"

문제가 된 내용은 지난달 26일 외교부가 대법원 판단 기일이 임박해지자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입니다.

대법원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노역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 명령 사건 재항고심을 심리 중인데, 이 가운데 김 할머니 사건의 불속행 결정 기한이 내일입니다.

외교부는 피해자 측 요청에도 의견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일제 강제동원시민모임은 법원을 통해 어제(17일)가 되어서야 내용을 열람할 수 있었습니다.

의견서에는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단 점을 향후 일정에서 고려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 피해자 측 "의견서, 사실상 판결 보류해 달라는 취지"

일제 강제동원시민모임은 외교부 의견서가 "사실상 담당 재판부에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취지"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일본과의 관계 회복에만 급급해, 일본에 대한 일방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재판부에 시간을 달라고 재촉한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외교부가 민관협의회를 언급한 내용이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지난달 20일과 29일 담당 대법원에 제출한 재항고 이유 보충서에서 밝힌 취지와 비슷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또 광주에서 활동하는 김성주·양금덕 할머니 측 대리인이나 지원단체는 민·관협의회에 참여한 적 없는데 이런 내용을 뺀 것은 사실 왜곡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현재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지원하는 단체는 광주와 서울 지역 단체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1·2차 민·관협의회에 참여했던 쪽은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지원하는 서울 단체였습니다. 그나마 서울 지원단체도 외교부 의견서 제출 이후부터 민·관협의회에 불참하고 있습니다.

박진 장관 "판결 영향 미치려는 의사 전혀 없어"

오늘 국회 업무보고에 참석한 박진 장관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또 거기에 관여되는 행위를 할 의사가 전혀 없고, 현재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그 점을 참고해 달라 내용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은 지난달 방일 당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에게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는 피해자 측의 입장을 설명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 일본 정부의 호응이 있는 것으로 느꼈느냐'는 질문엔 "일본 정부도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고 여러 가지 경제 안보적인 도전이나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서 공동으로 한일 간에 협력하는 방향이 필요하단 점을 설명했다"고만 했을 뿐, 즉답은 피했습니다.

박 장관은 무엇보다 피해자 입장을 존중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도 "피해자 측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노력은 계속 할 것"이라며, "(고위급에서) 개별적 (피해자) 만남이라든가 직접 청취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각될 경우 해법은?

대법원이 내일 심리 불속행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이후부터는 정식으로 미쓰비시의 '재항고'에 대한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법원 판단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이미 2018년 대법원이 배상 판결을 내렸단 점에서 심리가 이어지더라도 기각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 우리 정부가 먼저 배상한 뒤 일본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대위변제' 방안이 거론되지만,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이 배상에 참여하고 ▲사죄·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됐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일본 기업의 직접 배상이나 사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외교부가 한일관계 개선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하는 피해자 측과 일본의 호응을 바라만 보고 있는 외교부, 여기에 아무런 호응이 없는 일본까지, 3자가 교집합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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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동원 판결’ 임박하자 의견서 낸 외교부…호응 없는 일본
    • 입력 2022-08-18 18:19:22
    취재K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 임박했는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이르면 내일(19일)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해법을 찾기 위한 피해자 측과 외교부 간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 측은 오늘(18일)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공개하며 '사실상 판결을 보류해달라는 취지'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참고해 달라는 취지'였다며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 외교부, 의견서에 "외교적 노력 고려해 달라"

문제가 된 내용은 지난달 26일 외교부가 대법원 판단 기일이 임박해지자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입니다.

대법원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노역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 명령 사건 재항고심을 심리 중인데, 이 가운데 김 할머니 사건의 불속행 결정 기한이 내일입니다.

외교부는 피해자 측 요청에도 의견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일제 강제동원시민모임은 법원을 통해 어제(17일)가 되어서야 내용을 열람할 수 있었습니다.

의견서에는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단 점을 향후 일정에서 고려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 피해자 측 "의견서, 사실상 판결 보류해 달라는 취지"

일제 강제동원시민모임은 외교부 의견서가 "사실상 담당 재판부에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취지"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일본과의 관계 회복에만 급급해, 일본에 대한 일방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재판부에 시간을 달라고 재촉한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외교부가 민관협의회를 언급한 내용이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지난달 20일과 29일 담당 대법원에 제출한 재항고 이유 보충서에서 밝힌 취지와 비슷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또 광주에서 활동하는 김성주·양금덕 할머니 측 대리인이나 지원단체는 민·관협의회에 참여한 적 없는데 이런 내용을 뺀 것은 사실 왜곡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현재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지원하는 단체는 광주와 서울 지역 단체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1·2차 민·관협의회에 참여했던 쪽은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지원하는 서울 단체였습니다. 그나마 서울 지원단체도 외교부 의견서 제출 이후부터 민·관협의회에 불참하고 있습니다.

박진 장관 "판결 영향 미치려는 의사 전혀 없어"

오늘 국회 업무보고에 참석한 박진 장관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또 거기에 관여되는 행위를 할 의사가 전혀 없고, 현재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그 점을 참고해 달라 내용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은 지난달 방일 당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에게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는 피해자 측의 입장을 설명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 일본 정부의 호응이 있는 것으로 느꼈느냐'는 질문엔 "일본 정부도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고 여러 가지 경제 안보적인 도전이나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서 공동으로 한일 간에 협력하는 방향이 필요하단 점을 설명했다"고만 했을 뿐, 즉답은 피했습니다.

박 장관은 무엇보다 피해자 입장을 존중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도 "피해자 측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노력은 계속 할 것"이라며, "(고위급에서) 개별적 (피해자) 만남이라든가 직접 청취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각될 경우 해법은?

대법원이 내일 심리 불속행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이후부터는 정식으로 미쓰비시의 '재항고'에 대한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법원 판단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이미 2018년 대법원이 배상 판결을 내렸단 점에서 심리가 이어지더라도 기각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 우리 정부가 먼저 배상한 뒤 일본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대위변제' 방안이 거론되지만,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이 배상에 참여하고 ▲사죄·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됐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일본 기업의 직접 배상이나 사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외교부가 한일관계 개선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하는 피해자 측과 일본의 호응을 바라만 보고 있는 외교부, 여기에 아무런 호응이 없는 일본까지, 3자가 교집합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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