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탈출, 탄식…관악구 반지하 침수 그 후

입력 2022.08.19 (06:00) 수정 2022.08.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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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0시 30분쯤, 서울의 한 빌라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모녀 등 일가족 3명이 변을 당했습니다. 당시 서울에는 시간당 100㎜의 기록적 폭우가 내려 관악구 신사동 골목길이 빗물에 잠긴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고인들의 반지하 집에도 순식간에 창문까지 물이 들어찼습니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이 구조에 나섰지만 끝내 일가족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안타까운 사고에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현장을 찾아, 반지하 주택 안전 문제를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난 뒤, KBS 취재진이 사고가 난 반지하 주택을 다시 찾았습니다.

빌라 입구를 통해 연결한 호스로 물을 계속 빼고 있었습니다. 텅 빈 창 너머 방 안에는 침구와 옷가지, 가구 등 물건들이 아직 정리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습니다. 집 밖 한편에서는 뜯어낸 방범창과 창문, 청소 용품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관악구 폭우 당시, 침수된 다른 반지하 주택에서 탈출했던 한 주민의 증언입니다.

침수 반지하 주택 탈출 주민

"밤에 텔레비전 보고 있는데, 우리 아들이 '엄마, 물 들어오기 시작해'라고 했어요. 그때는 물이 맑았어요. 그다음에 흙탕물이고 뭐고 사방에서 다 들어오는 거 같아. (그리고 나서) 문을 못 열겠는데 아무리 당겨도 안 되고, 안에서 주방에서 막 밀고, (그러다) 여동생 신랑이 젓가락을 문틈에 꽂더라고요. 물이 살살 들어오게끔 하더니, 만두피 미는 거(홍두깨) 그거를 끼워서 확 밀었죠."

반지하 침수로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입은 주민도 있습니다. 원단 공장을 운영했던 한 자영업자의 탄식입니다.

반지하 원단 공장 경영주

"(공장은) 제품 납품 기일이 있잖아요. 그런데 제품을 (물에 잠겨서) 다 쓸 수가 없으니까. 그 피해가 좀 크죠…. 원단이 없어요, 다 버려서. 그걸 보충해야 하는데 그 피해액이 상당히 많죠. 3억 3,000만 원 정도."

사고 현장을 지나 인근 거리로 나와보니 못 쓰게 된 각종 자재들, 쓰레기, 폐기물 등이 버려져 있습니다.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주민들의 일손을 돕기 위해 나섰습니다.

이처럼 비 피해를 입은 신사동 반지하 주택가 대부분은, 아직까지 수해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집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침수된 반지하 주택 두 곳을 들어가봅니다.

반지하 주택 소유주

"(물이) 여기까지 찼어요, 창문 여기까지, 여기 가득히. (복도가 다 찼네요?) 예, 복도까지, 저 마당에 찼는데 복도는 더 찼지."

큰 방 벽지와 장판을 뜯어낸 자리에 곰팡이로 보이는 검은색 얼룩이 가득합니다. 전기 공사도 다시 해야 하는 상황.

반지하 주택 소유주

"이것도 물이 새는 거 같은데. (이 보일러도요?) 이것도 물이 들어갔으면 보일러를 갈아야 하고. 무서워서 손을 못 댔고, 금방 덧대도 금방 썩어버리고…. 아이고, 진짜 난리야 난리. 징그러워 죽겠어 아주. 혼자서 (복구)하다가 못하겠어요, 못하겠어."

변기 역류에 대비해 정화조 위치보다 높게 지은 욕실. 지대가 낮은 창문에 이중으로 설치한 방범창. 영화 '기생충'에 나온 반지하 집 구조를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에서도 폭우에 잠긴 집에서 주인공 가족이 비를 맞으며 가재도구를 힘겹게 꺼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만큼이나 현실에서도 재해에 취약했던 반지하 주택.

서울시는 순차적으로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내 20만 반지하 가구를 전수조사하고 위치, 임대료, 침수 위험도 등을 파악해 지상층으로의 이주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을 통한 임대주택 물량 확보, 월 20만 원씩 월세 지원금 지급 등 이주 지원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반지하 이주 대책을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질의응답 중

"지금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여유분이 있고, 이분들이 지상의 주택으로 이전할 수 있는 전세 자금 금융 지원 여력도 좀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빨리 시행해서 이분들이 향후에 이런 집중호우가 내리더라도 안전하게 계실 수 있도록 먼저 장치를 만들고요."

과연 이 같은 대책이 반지하 거주민들의 이주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실태조사 등 현황 파악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신승민입니다.

(대문 사진: 이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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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사, 탈출, 탄식…관악구 반지하 침수 그 후
    • 입력 2022-08-19 06:00:25
    • 수정2022-08-19 06:05:52
    취재K

지난 9일 0시 30분쯤, 서울의 한 빌라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모녀 등 일가족 3명이 변을 당했습니다. 당시 서울에는 시간당 100㎜의 기록적 폭우가 내려 관악구 신사동 골목길이 빗물에 잠긴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고인들의 반지하 집에도 순식간에 창문까지 물이 들어찼습니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이 구조에 나섰지만 끝내 일가족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안타까운 사고에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현장을 찾아, 반지하 주택 안전 문제를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난 뒤, KBS 취재진이 사고가 난 반지하 주택을 다시 찾았습니다.

빌라 입구를 통해 연결한 호스로 물을 계속 빼고 있었습니다. 텅 빈 창 너머 방 안에는 침구와 옷가지, 가구 등 물건들이 아직 정리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습니다. 집 밖 한편에서는 뜯어낸 방범창과 창문, 청소 용품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관악구 폭우 당시, 침수된 다른 반지하 주택에서 탈출했던 한 주민의 증언입니다.

침수 반지하 주택 탈출 주민

"밤에 텔레비전 보고 있는데, 우리 아들이 '엄마, 물 들어오기 시작해'라고 했어요. 그때는 물이 맑았어요. 그다음에 흙탕물이고 뭐고 사방에서 다 들어오는 거 같아. (그리고 나서) 문을 못 열겠는데 아무리 당겨도 안 되고, 안에서 주방에서 막 밀고, (그러다) 여동생 신랑이 젓가락을 문틈에 꽂더라고요. 물이 살살 들어오게끔 하더니, 만두피 미는 거(홍두깨) 그거를 끼워서 확 밀었죠."

반지하 침수로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입은 주민도 있습니다. 원단 공장을 운영했던 한 자영업자의 탄식입니다.

반지하 원단 공장 경영주

"(공장은) 제품 납품 기일이 있잖아요. 그런데 제품을 (물에 잠겨서) 다 쓸 수가 없으니까. 그 피해가 좀 크죠…. 원단이 없어요, 다 버려서. 그걸 보충해야 하는데 그 피해액이 상당히 많죠. 3억 3,000만 원 정도."

사고 현장을 지나 인근 거리로 나와보니 못 쓰게 된 각종 자재들, 쓰레기, 폐기물 등이 버려져 있습니다.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주민들의 일손을 돕기 위해 나섰습니다.

이처럼 비 피해를 입은 신사동 반지하 주택가 대부분은, 아직까지 수해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집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침수된 반지하 주택 두 곳을 들어가봅니다.

반지하 주택 소유주

"(물이) 여기까지 찼어요, 창문 여기까지, 여기 가득히. (복도가 다 찼네요?) 예, 복도까지, 저 마당에 찼는데 복도는 더 찼지."

큰 방 벽지와 장판을 뜯어낸 자리에 곰팡이로 보이는 검은색 얼룩이 가득합니다. 전기 공사도 다시 해야 하는 상황.

반지하 주택 소유주

"이것도 물이 새는 거 같은데. (이 보일러도요?) 이것도 물이 들어갔으면 보일러를 갈아야 하고. 무서워서 손을 못 댔고, 금방 덧대도 금방 썩어버리고…. 아이고, 진짜 난리야 난리. 징그러워 죽겠어 아주. 혼자서 (복구)하다가 못하겠어요, 못하겠어."

변기 역류에 대비해 정화조 위치보다 높게 지은 욕실. 지대가 낮은 창문에 이중으로 설치한 방범창. 영화 '기생충'에 나온 반지하 집 구조를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에서도 폭우에 잠긴 집에서 주인공 가족이 비를 맞으며 가재도구를 힘겹게 꺼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만큼이나 현실에서도 재해에 취약했던 반지하 주택.

서울시는 순차적으로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내 20만 반지하 가구를 전수조사하고 위치, 임대료, 침수 위험도 등을 파악해 지상층으로의 이주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을 통한 임대주택 물량 확보, 월 20만 원씩 월세 지원금 지급 등 이주 지원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반지하 이주 대책을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질의응답 중

"지금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여유분이 있고, 이분들이 지상의 주택으로 이전할 수 있는 전세 자금 금융 지원 여력도 좀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빨리 시행해서 이분들이 향후에 이런 집중호우가 내리더라도 안전하게 계실 수 있도록 먼저 장치를 만들고요."

과연 이 같은 대책이 반지하 거주민들의 이주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실태조사 등 현황 파악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신승민입니다.

(대문 사진: 이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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