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대한 구상’에 “허망한 꿈”…전면 거부 의도는?

입력 2022.08.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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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여정을 앞세워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에 대해 나흘 만에 전면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오늘(19일)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면서 핵을 "국체"로 표현하며 경제협력과 흥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또,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고 평가절하했는데요. "어느 누가 자기 운명을 강낭떡 따위와 바꾸자고 하겠는가"라며 정부의 이른바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 제안에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담대한 구상' 자체를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발신한 것입니다.

■ 윤 대통령 향해 막말…"남한은 협상 대상 아냐"

김 부부장은 오늘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인간 자체가 싫다"는 등 모욕적이고 조롱 섞인 말을 퍼부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보통 새로운 정부의 대북정책이 나오면 그 정책이 구체화할 때까지 비난의 수위를 조절하기 마련인데 상대에 대한 공간을 전혀 주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담대한 구상에 대한 거부 의사일 뿐만 아니라 정책 추진의 동력을 초반부터 확실히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니 이제는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제멋에 사는 사람이 또 하나 나타나 권좌에 올라앉았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까지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도 했는데, 전문가들은 남한 정부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표출한 것이며 비핵화 의제의 협상 상대는 남한 정부가 아님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아울러 남한 대북단체의 전단 살포와 한미연합훈련 강화 움직임에 대한 거부감도 나타냈는데요. 이번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서도 전파됐습니다. 대남 적개심을 고취 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센터장은 "(김여정의 담화가) 노동신문에 크게 게재되었다는 것은 그의 입장이 곧 북한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습니다.

■ 정부 "매우 유감"…北, 핵실험 강행하나?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김여정 담화 관련 입장'을 통해 "북한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 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북한에 자중하고 심사숙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북한의 이런 태도는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었던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 인내심이 필요하니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북한을 설득하고 한편으로 필요하다면 압박하고 해서 대화로 유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김여정은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남북대화 불응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최근 김정은의 이른바 '전멸' 발언 이후 대북전단을 빌미로 대적 행동을 예고한 김여정의 오늘 담화로 북한은 향후 대남 정책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고 한동안 남북관계 개선은 요원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일관되게 비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선 제압용이 아닌 향후 지속적인 대남 정책 기조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담화를 통해 한미 군 당국의 미사일 정보 능력도 겨냥했습니다. 지난 17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장소가 남한이 발표한 평안남도 온천이 아닌 안주시였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는 변동 없다"며 "우리가 파악한대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정보의 문제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남남갈등과 한미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내포돼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이번 담화가 한미 공조에 대한 보복성 대응과 더 공세적인 전략무기 개발 행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을 강행할지도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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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정, ‘담대한 구상’에 “허망한 꿈”…전면 거부 의도는?
    • 입력 2022-08-19 13:50:43
    취재K

북한이 김여정을 앞세워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에 대해 나흘 만에 전면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오늘(19일)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면서 핵을 "국체"로 표현하며 경제협력과 흥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또,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고 평가절하했는데요. "어느 누가 자기 운명을 강낭떡 따위와 바꾸자고 하겠는가"라며 정부의 이른바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 제안에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담대한 구상' 자체를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발신한 것입니다.

■ 윤 대통령 향해 막말…"남한은 협상 대상 아냐"

김 부부장은 오늘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인간 자체가 싫다"는 등 모욕적이고 조롱 섞인 말을 퍼부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보통 새로운 정부의 대북정책이 나오면 그 정책이 구체화할 때까지 비난의 수위를 조절하기 마련인데 상대에 대한 공간을 전혀 주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담대한 구상에 대한 거부 의사일 뿐만 아니라 정책 추진의 동력을 초반부터 확실히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니 이제는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제멋에 사는 사람이 또 하나 나타나 권좌에 올라앉았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까지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도 했는데, 전문가들은 남한 정부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표출한 것이며 비핵화 의제의 협상 상대는 남한 정부가 아님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아울러 남한 대북단체의 전단 살포와 한미연합훈련 강화 움직임에 대한 거부감도 나타냈는데요. 이번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서도 전파됐습니다. 대남 적개심을 고취 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센터장은 "(김여정의 담화가) 노동신문에 크게 게재되었다는 것은 그의 입장이 곧 북한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습니다.

■ 정부 "매우 유감"…北, 핵실험 강행하나?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김여정 담화 관련 입장'을 통해 "북한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 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북한에 자중하고 심사숙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북한의 이런 태도는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었던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 인내심이 필요하니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북한을 설득하고 한편으로 필요하다면 압박하고 해서 대화로 유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김여정은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남북대화 불응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최근 김정은의 이른바 '전멸' 발언 이후 대북전단을 빌미로 대적 행동을 예고한 김여정의 오늘 담화로 북한은 향후 대남 정책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고 한동안 남북관계 개선은 요원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일관되게 비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선 제압용이 아닌 향후 지속적인 대남 정책 기조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담화를 통해 한미 군 당국의 미사일 정보 능력도 겨냥했습니다. 지난 17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장소가 남한이 발표한 평안남도 온천이 아닌 안주시였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는 변동 없다"며 "우리가 파악한대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정보의 문제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남남갈등과 한미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내포돼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이번 담화가 한미 공조에 대한 보복성 대응과 더 공세적인 전략무기 개발 행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을 강행할지도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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