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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 갈겠다’는 바이든, ‘동맹’도 뒷전인 이유는?
입력 2022.08.20 (09:00) 취재K

■ 바이든, "실망시키지 않겠다" 해놓고 한국 전기차 보조금 없애

현대차 주주는 아니지만 너무하다 싶다. 중국과 패권 경쟁 중인 건 어쩔 수 없다 치자. 한국이 그사이에 낀 새우(혹은 돌고래) 처지인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면 뭐 그렇다 치자. 강대국 싸움을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법안 하나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하루아침에 '0'으로 만들어도 되는 걸까?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가이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한 나라이며, 현대차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도 약속했는데?

석 달 전 조지아 전기차 공장 등에 10조 원 넘는 투자를 유치 받을 때는 바이든이 직접 정의선 회장 옆에 서서 "실망시키지 않겠다" 하지 않았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서명 즉시 발효됐다. 그동안 70개가 넘던 친환경 자동차 보조금 지급 대상이 20개 정도로 줄었다. 하이브리드나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뺀 순수 전기차는 15개 수준이다.

우리나라 차는 하나도 없다. 현대차는 그동안 미국에서 전기차 5종에 보조금을 받아왔는데 모두 제외됐다.

7,500달러(우리 돈 약 996만 원)인 이 보조금은 대중 전기차 판매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9%를 차지하며 테슬라(70%)에 이어 2위가 됐는데, 이 보조금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아이오닉5는 보조금 수령 시 3만 달러 초·중반 대면 살 수 있다. 상반기 15,000대나 팔리며 시장 2위 등극에 일등공신이 됐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보조금은 '미국에서 최종 조립하는' 전기차만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에서 조립하는 전기차가 없다. 2025년에야 전기차 전용 라인을 가진다. 당장 올해 예정된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 물량이 있긴 한데 많진 않다. 이 물량을 생산한다 해도 피해는 불가피하다.

■ 앞으로 들어올 '배터리 조건'은 더 문제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년 이후 도입될 배터리 소재와 부품 규제는 더 거대한 '대환장' 파티다. 쉽게 말하면 장기적으로 미국에서 팔 자동차 배터리는 '북미에서 만들어라', 그리고 소재부품도 '미국 혹은 동맹국에서 조달하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법안에 따라 2024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부품의 50%를 미국, 캐나다, 멕시코 산으로 갖춰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비율은 2028년에는 100%가 된다.

소재 규제도 있다. 배터리 광물을 미국이나 미국의 무역동맹국에서 공급해야 한다. 이 비율은 40%에서 시작해 80%까지 올라간다. 각각의 규제를 충족해야 3,750달러씩, 합해서 모두 7,500달러 세액공제를 모두 받는다.

미국 안에서도 너무 까다롭다는 말이 나온다. 로이터는 2024년부터 해외 관심 국가(foreign entity of concern)로 지정한 나라의 부품이 전기차에 포함된다면 미국 정부가 그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이것은 사실상 중국산을 배제하려는 목적의 규정이라고 분석했다.

지금으로선 우리 배터리는 이 조건을 전혀 만족시킬 수가 없다. 주 원료인 수산화리튬이 중국산이고, 니켈, 코발트 기타 등등의 금속 광물 또한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은 지금의 글로벌 배터리 산업 전체가 그렇다. 세계 배터리 산업 점유율 1위는 '넘사벽' CATL이다. 지난해 LG와의 격차를 벌렸다.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다. 중국의 빅5가 세계 배터리 시장 절반을 점유했다.


핵심 소재 부품 시장은 더 심각하다. SNE리서치 조사를 보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네 가지 소재 모두 중국의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2020년을 기준으로 양극재와 분리막은 50%, 음극재는 60%, 전해액은 70%가 넘을 정도다.


배터리 안에 들어가는 광물 점유율도 마찬가지다. 핵심 광물인 리튬의 경우 국내 배터리 회사는 대부분 중국산 수산화리튬에 의존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인 코발트, 니켈 등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자국 내 매장량도 많고, 아프리카와 남미 투자로 그동안 확보한 원자재도 많다.

가공과 유통도 다 중국이 장악했다. CNN은 미 에너지부를 인용해 중국이 리튬의 60%, 코발트의 80%를 정제한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미국이 제시하는 규정을 만족할 전기차는 거의 없다. 지구상에 몇 대 없다. 그런데 미국은 왜 이런 걸까?

■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맨친에게 물어보라"

우선은 정치공학적 맥락이 있다. 전기차 보조금 안 주고 싶어 하는 의원들이 많다. 지역 유권자 때문이건, 에너지 회사들의 로비를 받아서이건, 아니면 정부 개입에 부정적인 신념 때문이건 꽤 많다.

심지어 민주당 의원 중에도 있다. 석탄 주산지인 웨스트버지니아 주 상원의원 조 맨친이 대표적이다. 시장주의 성향에 보수적 색채가 짙다.

“조, 우린 결코 당신을 의심하지 않았어요” “Joe, we never had a doubt,”“조, 우린 결코 당신을 의심하지 않았어요” “Joe, we never had a doubt,”

사진 잠시 보자. 법안에 서명한 바이든이 한 사람에게 펜을 건네준다. 이 사람이 조 맨친 3세다. 지난해 2조 달러 규모의 바이든 정부 핵심 경제공약 '바탕을 더 든든하게(BBB:Build Back Better)' 예산을 이 상원의원 한 사람이 끝장냈다. 상원을 통과하려면 민주당 의원 50명 전원이 찬성해야 하는데 맨친이 No를 외쳤다. 바이든은 배신 운운하며 격분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스캔들을 폭로해 끌어내려야 한다는 극언도 나왔다.

그 사달을 뒤로하고 이번에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바로 그때 폐기된 BBB 법안을 훨씬 작은 규모로 되살린 법안이다. 훨씬 작은 규모이지만, 맨친이 Yes 하면서 겨우 통과됐다. 정치전문wl 폴리티코는 "맨친이 바이든의 핵심 의제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그래서 바이든이 사진에서처럼 법안에 사인한 펜을 맨친 의원에게 선물했다.

바이든의 표정을 봐도 알겠지만, 상원의원 하나 때문에 일 년 넘게 고생했으니 만감이 교차했을 테다. 그래서 펜을 건네면서 바이든은 "조, 우린 당신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지만 실은 '너 때문에 마음고생 엄청했어' 정도로 번역해야 한다. 로이터는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대해 맨친이 "균형 잡힌 법안"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미 언론은 맨친이 '미국 전기차가 부품을 외국에 의존하는데 부정적'이었고, 동시에 친환경 차량 보조금 지원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고 전한다. 뉴욕타임스는 맨친이 '수요가 너무 많아서 대기를 저렇게 오래 해야 하는 전기차에 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냐'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맨친과 유사한 입장인 애리조나주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텐 시네마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정부 보조금 덜 주고 싶어 하는 이런 의원들과의 타협이 필요했다.

■ 더 늦으면 전기차 시장 '판 갈기' 못한다

우리 배터리 3사는 이구동성 '가장 성능 좋은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라고 말한다. 고급 차는 모두 리튬이온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 리튬이온배터리, 정확하게는 양극재를 니켈, 코발트, 망간을 양극재로 쓰는 배터리다. NCM 배터리라고 부른다.


그 대항마가 인산철 배터리다. 양극재로 리튬, 인산, 철(LFP)을 쓴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주력하는 NCM 배터리가 성능은 더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무게면 충전 시 더 오래 간다.

대신 LFP는 싸다. 코발트와 망간같이 희귀해서 비싼 금속 대신 인이나 철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속을 쓰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할 것 없이 이번 미국 보조금 정책 변경이 LFP 배터리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게 전기차 시장의 '판 갈이'를 노리는 바이든 정부의 큰 그림이라고 봤다.

여기엔 지정학이 숨어있다.

전기차 가격의 30~40%는 배터리 가격이다. 그런데 살펴봤듯 이 배터리 시장을 현재 중국이 장악했다. 소재부터 가공, 부품까지 모두. 이 중국을 미국의 공급망에서 제외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이 배터리 소재와 부품 규제가 그 길을 열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지정학적 위험 없이 안전한 전략인데, 희토류엔 지정학적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코발트는 전 세계 채굴량의 78%를 아프리카 콩고가 공급한다. 그리고 이 콩고 광산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 장악했다. 콩고 코발트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가공한다. 호주와 칠레에서 채굴되는 리튬도 61%가 중국에서 가공된다. 중국은 이런 식으로 '중국 땅에서 나건,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나건 관계없이 희귀 금속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에 의존하는 배터리 산업을 미국 영토 안에 들여놓고 싶지 않은 미국은 NCM보다는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성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변수도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알루미늄과 리튬 가격이 크게 올랐다. 자원 부국인 러시아가 이 광물들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은 NCM계열 배터리의 무게를 줄이면서 성능을 개선하는 작업에도 사용된다. 중국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재구성은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는 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자동차는 미국 최후의 제조업…동맹도 밀쳐가며 판 갈이에 나섰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의 1/3은 자동차 단 한 품목 때문에 발생했다. 반도체 공급망 병목 때문이었는데, 그만큼 자동차 산업은 미국에서 중요한 산업이다. 쇠락했으나 미국 언론들이 여전히 미국에 남아있는 산업은 '자동차, 헬스케어, 그 외 기타 서비스업'뿐이라고 볼 만큼 중요하다.

그런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도 승용차는 전기차로 바뀐다. 그러니 미국 입장에서 이 시장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의 문제는 이 전기차 부가가치의 30~40%를 담당하는 배터리가 중국산이란 점이다. 한국산도 미국의 지정학에선 중국산처럼 보인다. 중국 부품과 소재에 극도로 의존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대로 두면 중국산 전기차를 사지 않더라도 전기차 산업은 중국에 장악된다.

그래서 동맹도 밀쳐가며 판 갈이에 나섰다.

지금 우리 정부 역할은 물론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정책 방향에 우선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 가능성이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에 대한 '최혜국 대우' 위반 가능성 등 가능한 수단을 총 동원해서 우리 산업 피해가 최소화되게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보조금 정책 변경은 단순한 '애국 포퓰리즘'이 아니다. 우선은 남은 마지막 거대 제조산업을 지키려는 산업정책이다. 미국도 중국처럼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노선'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변경했다. 세상이 확실히 변했다는 걸 미국의 이번 정책이 보여준다.


더욱 중요하게는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지정학적 정책이다. 미국의 가장 큰 소비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중국과 러시아에 발목 잡히는 사태를 막으려면 지금 전기차 시장의 판을 갈아야 한다는 미국의 의지가 담겨있다. 이제 자동차 산업까지, 모든 것이 국가안보 사안이 된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불공정하다'고 외쳐봐야 소용없다. 자동차 산업 현실을 보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도 큰 효용은 없다. 미국엔 공급망 재구성이 '5년 정도 시간을 주면 가능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금 우리 정부나 기업에 더 중요한 건 미국의 변화를 직시하고 그에 맞춰 전략을 바꿔나가는 기민함이다.
  • 전기차 ‘판 갈겠다’는 바이든, ‘동맹’도 뒷전인 이유는?
    • 입력 2022-08-20 09:00:20
    취재K

■ 바이든, "실망시키지 않겠다" 해놓고 한국 전기차 보조금 없애

현대차 주주는 아니지만 너무하다 싶다. 중국과 패권 경쟁 중인 건 어쩔 수 없다 치자. 한국이 그사이에 낀 새우(혹은 돌고래) 처지인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면 뭐 그렇다 치자. 강대국 싸움을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법안 하나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하루아침에 '0'으로 만들어도 되는 걸까?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가이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한 나라이며, 현대차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도 약속했는데?

석 달 전 조지아 전기차 공장 등에 10조 원 넘는 투자를 유치 받을 때는 바이든이 직접 정의선 회장 옆에 서서 "실망시키지 않겠다" 하지 않았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서명 즉시 발효됐다. 그동안 70개가 넘던 친환경 자동차 보조금 지급 대상이 20개 정도로 줄었다. 하이브리드나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뺀 순수 전기차는 15개 수준이다.

우리나라 차는 하나도 없다. 현대차는 그동안 미국에서 전기차 5종에 보조금을 받아왔는데 모두 제외됐다.

7,500달러(우리 돈 약 996만 원)인 이 보조금은 대중 전기차 판매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9%를 차지하며 테슬라(70%)에 이어 2위가 됐는데, 이 보조금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아이오닉5는 보조금 수령 시 3만 달러 초·중반 대면 살 수 있다. 상반기 15,000대나 팔리며 시장 2위 등극에 일등공신이 됐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보조금은 '미국에서 최종 조립하는' 전기차만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에서 조립하는 전기차가 없다. 2025년에야 전기차 전용 라인을 가진다. 당장 올해 예정된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 물량이 있긴 한데 많진 않다. 이 물량을 생산한다 해도 피해는 불가피하다.

■ 앞으로 들어올 '배터리 조건'은 더 문제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년 이후 도입될 배터리 소재와 부품 규제는 더 거대한 '대환장' 파티다. 쉽게 말하면 장기적으로 미국에서 팔 자동차 배터리는 '북미에서 만들어라', 그리고 소재부품도 '미국 혹은 동맹국에서 조달하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법안에 따라 2024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부품의 50%를 미국, 캐나다, 멕시코 산으로 갖춰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비율은 2028년에는 100%가 된다.

소재 규제도 있다. 배터리 광물을 미국이나 미국의 무역동맹국에서 공급해야 한다. 이 비율은 40%에서 시작해 80%까지 올라간다. 각각의 규제를 충족해야 3,750달러씩, 합해서 모두 7,500달러 세액공제를 모두 받는다.

미국 안에서도 너무 까다롭다는 말이 나온다. 로이터는 2024년부터 해외 관심 국가(foreign entity of concern)로 지정한 나라의 부품이 전기차에 포함된다면 미국 정부가 그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이것은 사실상 중국산을 배제하려는 목적의 규정이라고 분석했다.

지금으로선 우리 배터리는 이 조건을 전혀 만족시킬 수가 없다. 주 원료인 수산화리튬이 중국산이고, 니켈, 코발트 기타 등등의 금속 광물 또한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은 지금의 글로벌 배터리 산업 전체가 그렇다. 세계 배터리 산업 점유율 1위는 '넘사벽' CATL이다. 지난해 LG와의 격차를 벌렸다.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다. 중국의 빅5가 세계 배터리 시장 절반을 점유했다.


핵심 소재 부품 시장은 더 심각하다. SNE리서치 조사를 보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네 가지 소재 모두 중국의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2020년을 기준으로 양극재와 분리막은 50%, 음극재는 60%, 전해액은 70%가 넘을 정도다.


배터리 안에 들어가는 광물 점유율도 마찬가지다. 핵심 광물인 리튬의 경우 국내 배터리 회사는 대부분 중국산 수산화리튬에 의존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인 코발트, 니켈 등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자국 내 매장량도 많고, 아프리카와 남미 투자로 그동안 확보한 원자재도 많다.

가공과 유통도 다 중국이 장악했다. CNN은 미 에너지부를 인용해 중국이 리튬의 60%, 코발트의 80%를 정제한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미국이 제시하는 규정을 만족할 전기차는 거의 없다. 지구상에 몇 대 없다. 그런데 미국은 왜 이런 걸까?

■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맨친에게 물어보라"

우선은 정치공학적 맥락이 있다. 전기차 보조금 안 주고 싶어 하는 의원들이 많다. 지역 유권자 때문이건, 에너지 회사들의 로비를 받아서이건, 아니면 정부 개입에 부정적인 신념 때문이건 꽤 많다.

심지어 민주당 의원 중에도 있다. 석탄 주산지인 웨스트버지니아 주 상원의원 조 맨친이 대표적이다. 시장주의 성향에 보수적 색채가 짙다.

“조, 우린 결코 당신을 의심하지 않았어요” “Joe, we never had a doubt,”“조, 우린 결코 당신을 의심하지 않았어요” “Joe, we never had a doubt,”

사진 잠시 보자. 법안에 서명한 바이든이 한 사람에게 펜을 건네준다. 이 사람이 조 맨친 3세다. 지난해 2조 달러 규모의 바이든 정부 핵심 경제공약 '바탕을 더 든든하게(BBB:Build Back Better)' 예산을 이 상원의원 한 사람이 끝장냈다. 상원을 통과하려면 민주당 의원 50명 전원이 찬성해야 하는데 맨친이 No를 외쳤다. 바이든은 배신 운운하며 격분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스캔들을 폭로해 끌어내려야 한다는 극언도 나왔다.

그 사달을 뒤로하고 이번에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바로 그때 폐기된 BBB 법안을 훨씬 작은 규모로 되살린 법안이다. 훨씬 작은 규모이지만, 맨친이 Yes 하면서 겨우 통과됐다. 정치전문wl 폴리티코는 "맨친이 바이든의 핵심 의제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그래서 바이든이 사진에서처럼 법안에 사인한 펜을 맨친 의원에게 선물했다.

바이든의 표정을 봐도 알겠지만, 상원의원 하나 때문에 일 년 넘게 고생했으니 만감이 교차했을 테다. 그래서 펜을 건네면서 바이든은 "조, 우린 당신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지만 실은 '너 때문에 마음고생 엄청했어' 정도로 번역해야 한다. 로이터는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대해 맨친이 "균형 잡힌 법안"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미 언론은 맨친이 '미국 전기차가 부품을 외국에 의존하는데 부정적'이었고, 동시에 친환경 차량 보조금 지원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고 전한다. 뉴욕타임스는 맨친이 '수요가 너무 많아서 대기를 저렇게 오래 해야 하는 전기차에 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냐'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맨친과 유사한 입장인 애리조나주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텐 시네마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정부 보조금 덜 주고 싶어 하는 이런 의원들과의 타협이 필요했다.

■ 더 늦으면 전기차 시장 '판 갈기' 못한다

우리 배터리 3사는 이구동성 '가장 성능 좋은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라고 말한다. 고급 차는 모두 리튬이온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 리튬이온배터리, 정확하게는 양극재를 니켈, 코발트, 망간을 양극재로 쓰는 배터리다. NCM 배터리라고 부른다.


그 대항마가 인산철 배터리다. 양극재로 리튬, 인산, 철(LFP)을 쓴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주력하는 NCM 배터리가 성능은 더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무게면 충전 시 더 오래 간다.

대신 LFP는 싸다. 코발트와 망간같이 희귀해서 비싼 금속 대신 인이나 철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속을 쓰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할 것 없이 이번 미국 보조금 정책 변경이 LFP 배터리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게 전기차 시장의 '판 갈이'를 노리는 바이든 정부의 큰 그림이라고 봤다.

여기엔 지정학이 숨어있다.

전기차 가격의 30~40%는 배터리 가격이다. 그런데 살펴봤듯 이 배터리 시장을 현재 중국이 장악했다. 소재부터 가공, 부품까지 모두. 이 중국을 미국의 공급망에서 제외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이 배터리 소재와 부품 규제가 그 길을 열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지정학적 위험 없이 안전한 전략인데, 희토류엔 지정학적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코발트는 전 세계 채굴량의 78%를 아프리카 콩고가 공급한다. 그리고 이 콩고 광산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 장악했다. 콩고 코발트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가공한다. 호주와 칠레에서 채굴되는 리튬도 61%가 중국에서 가공된다. 중국은 이런 식으로 '중국 땅에서 나건,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나건 관계없이 희귀 금속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에 의존하는 배터리 산업을 미국 영토 안에 들여놓고 싶지 않은 미국은 NCM보다는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성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변수도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알루미늄과 리튬 가격이 크게 올랐다. 자원 부국인 러시아가 이 광물들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은 NCM계열 배터리의 무게를 줄이면서 성능을 개선하는 작업에도 사용된다. 중국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재구성은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는 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자동차는 미국 최후의 제조업…동맹도 밀쳐가며 판 갈이에 나섰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의 1/3은 자동차 단 한 품목 때문에 발생했다. 반도체 공급망 병목 때문이었는데, 그만큼 자동차 산업은 미국에서 중요한 산업이다. 쇠락했으나 미국 언론들이 여전히 미국에 남아있는 산업은 '자동차, 헬스케어, 그 외 기타 서비스업'뿐이라고 볼 만큼 중요하다.

그런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도 승용차는 전기차로 바뀐다. 그러니 미국 입장에서 이 시장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의 문제는 이 전기차 부가가치의 30~40%를 담당하는 배터리가 중국산이란 점이다. 한국산도 미국의 지정학에선 중국산처럼 보인다. 중국 부품과 소재에 극도로 의존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대로 두면 중국산 전기차를 사지 않더라도 전기차 산업은 중국에 장악된다.

그래서 동맹도 밀쳐가며 판 갈이에 나섰다.

지금 우리 정부 역할은 물론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정책 방향에 우선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 가능성이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에 대한 '최혜국 대우' 위반 가능성 등 가능한 수단을 총 동원해서 우리 산업 피해가 최소화되게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보조금 정책 변경은 단순한 '애국 포퓰리즘'이 아니다. 우선은 남은 마지막 거대 제조산업을 지키려는 산업정책이다. 미국도 중국처럼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노선'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변경했다. 세상이 확실히 변했다는 걸 미국의 이번 정책이 보여준다.


더욱 중요하게는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지정학적 정책이다. 미국의 가장 큰 소비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중국과 러시아에 발목 잡히는 사태를 막으려면 지금 전기차 시장의 판을 갈아야 한다는 미국의 의지가 담겨있다. 이제 자동차 산업까지, 모든 것이 국가안보 사안이 된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불공정하다'고 외쳐봐야 소용없다. 자동차 산업 현실을 보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도 큰 효용은 없다. 미국엔 공급망 재구성이 '5년 정도 시간을 주면 가능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금 우리 정부나 기업에 더 중요한 건 미국의 변화를 직시하고 그에 맞춰 전략을 바꿔나가는 기민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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