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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하늘에 ‘수증기 폭탄’…시간당 50mm 폭우 2배 늘었다
입력 2022.08.20 (10:00) 수정 2022.08.20 (10:05) 취재K

최근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시간당 50㎜는 기본이고, 한 시간에 100㎜ 넘게 내린 곳도 많습니다.

위 영상은 지난 14일 새벽, 충남 논산대교를 비추는 CCTV 화면입니다. ‘물을 퍼붓는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영상입니다. 실제로 이날 충남 부여에는 1시간 동안 110.6㎜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부여뿐만이 아니죠. 지난 8일에는 서울에 115년 관측 이래 가장 강한 시간당 141.5㎜의 비가 내렸습니다. 기록적인 폭우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런 폭우는 피해로 이어진다는 건데요. 이번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침수와 산사태가 발생했고 많은 사람이 다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올여름 유난히 한 곳에 짧은 시간, 강하고 많은 비가 집중되는 이유가 뭘까요?

■ 8월에만 시간당 100㎜ 폭우 14차례…왜?

이달 들어 전국에서 관측된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는 모두 14번입니다. 폭우가 집중됐던 지난 8일부터 일주일 동안 우리나라 주변의 기상 상황이 어땠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우리나라 북쪽에는 파란색이 남쪽에는 주황색이 자리 잡고 있죠. 한반도 북쪽에서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오고 남쪽에는 덥고 습한 공기가 버티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성질이 다른 두 공기 덩어리가 우리나라를 사이에 두고 세 싸움을 벌이며 강하게 충돌했습니다.

지난 8~14일의 5km 상공의 지위고도 편차와 1.5km 상공 평균 바람장 (자료: 기상청)지난 8~14일의 5km 상공의 지위고도 편차와 1.5km 상공 평균 바람장 (자료: 기상청)

위 그래픽에서 주목야할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변에 몰린 검은색 화살표인데요. 남쪽에서 우리나라로 뜨거운 열대 수증기가 유입된 걸 의미합니다.

정리하면, 그동안 우리나라 하늘 위에서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덥고 습한 공기가 세력 다툼을 벌이는 사이 폭우의 재료가 되는 ‘열대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밀려 들어온 겁니다.

이 때문에 기상청은 ‘가강수량’이라는 것에 주목했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수증기가 비로 내릴 때 얼마나 되는지 숫자로 계산한게 가강수량입니다.


예를 들어 위 그림처럼 왼쪽의 공기 기둥에 들어있는 수증기를 전부 비로 바꿀 경우, 오른쪽 그림처럼 비의 양이 얼마가 되는지를 따지는 겁니다.

기상청은 이 가강수량이 40~50㎜ 이상을 호우 특보 발효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요. 지난 한 주 우리나라 상공의 가강수량이 70㎜에 달했습니다.

지난 한 주 전국 곳곳에 집중된 폭우는 비로 내릴 수 있는 수증기량이 워낙 많았던 데다, 여기에 찬 공기까지 가세하면서 빚어진 결과입니다.

■ ‘온난화’가 ‘폭우’를 만든다?

그럼 올여름 유독 수증기가 많아진 이유가 뭘까요?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 1981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의 공기 중 수증기량은 지난 40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하늘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의 기온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대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량은 7% 정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1981~2021년 전 지구 가강수량 변화율 분포도 (자료: 기상청)1981~2021년 전 지구 가강수량 변화율 분포도 (자료: 기상청)

기온이 오르면 바다에서 증발해 하늘로 올라가는 수증기량도 늘어나는데요. 실제로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 바다가 붉게 표시돼 수증기가 많아지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올여름 우리나라의 수증기 공급원인 서태평양 해역의 수증기도 많이 증가했습니다.

■ 한 시간에 50㎜ 폭우…40년 동안 2.3배 증가

1973~2022년 동안 여름철 (6~8월)의 강우 강도 관측 일수1973~2022년 동안 여름철 (6~8월)의 강우 강도 관측 일수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 쏟아지는 폭우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1973년부터 올해까지 여름철 집중호우 관측 일수를살펴봤더니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는 증가세가 매우 뚜렷합니다. 1970년대에는 평균 21.6일에 불과했지만, 2010년대에는 33.7일로 늘었습니다. 여름철 3일에 한 번은 시간당 30㎜ 이상 비가 쏟아진 겁니다.

시간당 50㎜ 이상의 집중호우 증가세는 이보다 더 큽니다. 1970년대에는 평균 6일에 불과했는데, 2010년대 들어서는 13.9일로 2.3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시간당 100㎜ 이상의 비는 매우 드문 경우여서 추이를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올여름 시간당 100㎜ 폭우를 여러 차례 경험했듯 집중호우의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빈도 역시 더 잦아졌다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짧은 시간, 강하게 내리는 집중호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집중호우가 잦아질수록 피해도 다양해집니다. 실제로 올해 겪은 반지하 침수, 운행 중 차량 침수, 맨홀 사고, 산사태가 그렇습니다. 변하는 날씨 속도에 맞춰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비 피해를 막을 새로운 정책과 방재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우리나라 하늘에 ‘수증기 폭탄’…시간당 50mm 폭우 2배 늘었다
    • 입력 2022-08-20 10:00:06
    • 수정2022-08-20 10:05:23
    취재K

최근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시간당 50㎜는 기본이고, 한 시간에 100㎜ 넘게 내린 곳도 많습니다.

위 영상은 지난 14일 새벽, 충남 논산대교를 비추는 CCTV 화면입니다. ‘물을 퍼붓는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영상입니다. 실제로 이날 충남 부여에는 1시간 동안 110.6㎜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부여뿐만이 아니죠. 지난 8일에는 서울에 115년 관측 이래 가장 강한 시간당 141.5㎜의 비가 내렸습니다. 기록적인 폭우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런 폭우는 피해로 이어진다는 건데요. 이번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침수와 산사태가 발생했고 많은 사람이 다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올여름 유난히 한 곳에 짧은 시간, 강하고 많은 비가 집중되는 이유가 뭘까요?

■ 8월에만 시간당 100㎜ 폭우 14차례…왜?

이달 들어 전국에서 관측된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는 모두 14번입니다. 폭우가 집중됐던 지난 8일부터 일주일 동안 우리나라 주변의 기상 상황이 어땠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우리나라 북쪽에는 파란색이 남쪽에는 주황색이 자리 잡고 있죠. 한반도 북쪽에서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오고 남쪽에는 덥고 습한 공기가 버티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성질이 다른 두 공기 덩어리가 우리나라를 사이에 두고 세 싸움을 벌이며 강하게 충돌했습니다.

지난 8~14일의 5km 상공의 지위고도 편차와 1.5km 상공 평균 바람장 (자료: 기상청)지난 8~14일의 5km 상공의 지위고도 편차와 1.5km 상공 평균 바람장 (자료: 기상청)

위 그래픽에서 주목야할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변에 몰린 검은색 화살표인데요. 남쪽에서 우리나라로 뜨거운 열대 수증기가 유입된 걸 의미합니다.

정리하면, 그동안 우리나라 하늘 위에서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덥고 습한 공기가 세력 다툼을 벌이는 사이 폭우의 재료가 되는 ‘열대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밀려 들어온 겁니다.

이 때문에 기상청은 ‘가강수량’이라는 것에 주목했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수증기가 비로 내릴 때 얼마나 되는지 숫자로 계산한게 가강수량입니다.


예를 들어 위 그림처럼 왼쪽의 공기 기둥에 들어있는 수증기를 전부 비로 바꿀 경우, 오른쪽 그림처럼 비의 양이 얼마가 되는지를 따지는 겁니다.

기상청은 이 가강수량이 40~50㎜ 이상을 호우 특보 발효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요. 지난 한 주 우리나라 상공의 가강수량이 70㎜에 달했습니다.

지난 한 주 전국 곳곳에 집중된 폭우는 비로 내릴 수 있는 수증기량이 워낙 많았던 데다, 여기에 찬 공기까지 가세하면서 빚어진 결과입니다.

■ ‘온난화’가 ‘폭우’를 만든다?

그럼 올여름 유독 수증기가 많아진 이유가 뭘까요?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 1981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의 공기 중 수증기량은 지난 40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하늘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의 기온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대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량은 7% 정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1981~2021년 전 지구 가강수량 변화율 분포도 (자료: 기상청)1981~2021년 전 지구 가강수량 변화율 분포도 (자료: 기상청)

기온이 오르면 바다에서 증발해 하늘로 올라가는 수증기량도 늘어나는데요. 실제로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 바다가 붉게 표시돼 수증기가 많아지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올여름 우리나라의 수증기 공급원인 서태평양 해역의 수증기도 많이 증가했습니다.

■ 한 시간에 50㎜ 폭우…40년 동안 2.3배 증가

1973~2022년 동안 여름철 (6~8월)의 강우 강도 관측 일수1973~2022년 동안 여름철 (6~8월)의 강우 강도 관측 일수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 쏟아지는 폭우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1973년부터 올해까지 여름철 집중호우 관측 일수를살펴봤더니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는 증가세가 매우 뚜렷합니다. 1970년대에는 평균 21.6일에 불과했지만, 2010년대에는 33.7일로 늘었습니다. 여름철 3일에 한 번은 시간당 30㎜ 이상 비가 쏟아진 겁니다.

시간당 50㎜ 이상의 집중호우 증가세는 이보다 더 큽니다. 1970년대에는 평균 6일에 불과했는데, 2010년대 들어서는 13.9일로 2.3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시간당 100㎜ 이상의 비는 매우 드문 경우여서 추이를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올여름 시간당 100㎜ 폭우를 여러 차례 경험했듯 집중호우의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빈도 역시 더 잦아졌다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짧은 시간, 강하게 내리는 집중호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집중호우가 잦아질수록 피해도 다양해집니다. 실제로 올해 겪은 반지하 침수, 운행 중 차량 침수, 맨홀 사고, 산사태가 그렇습니다. 변하는 날씨 속도에 맞춰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비 피해를 막을 새로운 정책과 방재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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