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치킨 사랑’ 파고든 ‘마트 치킨’ 열풍 뒤엔…

입력 2022.08.20 (10:00) 수정 2022.08.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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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포장된 치킨이 진열돼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포장된 치킨이 진열돼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바삭한 튀김옷에 고소한 속살, 늦여름 밤 맥주와 함께라면 '아~ 치맥!' 그만한 게 없죠…. 그런데, '국민 대표 간식' 치킨이 변심을 했다니요? 우리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는데 말이죠.

정말 '안 오르는 게 없다'는 고물가 시대, 즐겨 먹던 프랜차이즈사 치킨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1만 원 내외로 부담 없이 접할 수 있었던 그 치킨은 이제 2만 원대로 몸값이 훌쩍 뛰었습니다. 음료에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3만 원을 넘기도 하고, 실제 '3만 원이 적정 가격'이라는 모 회사 측 주장까지 나왔죠.

몸값 오른 치킨에 짝사랑 앓던 소비자들도 차오르는 배신감에 더는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값비싼 프랜차이즈 치킨에 '불매 운동'을 선언하고, 옛 추억을 품은 다른 치킨을 찾아 나섰는데요.

그 틈새를 파고든 또다른 흐름, 바로 '저렴이-마트 치킨'입니다.

■ 9,000원에서 6,000원, 5,000원대까지…마트 치킨의 '구애'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트 치킨'의 대표주자,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입니다. 한 마리 가격이 6,990원(후라이드 기준)인 이 치킨은 출시 한 달여 만에 38만 마리가 넘게 팔렸는데요.

이에 질세라 이마트는 지난 18일부터 '9호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5,980원에 팔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마리당 9,980원에 출시한 '5분 치킨'과 동일한 상품으로, 품명을 바꿔 기간·물량 한정(오는 24일까지, 총 6만 마리)으로 가격을 대폭 낮췄습니다. 이마트는 앞서 지난 7월 14일부터 2주 동안 5분 치킨을 3,000원 내린 6,980원에 판매한 바 있는데요, 이제 5,000원대까지 내린 겁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방학 및 휴가철 막바지 기간 동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판매량(18일 기준)은 평소보다 3~4배 더 팔리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왼쪽부터 이마트 ‘5분 치킨(9호 후라이드 치킨)’, 홈플러스 ‘당당치킨’, 롯데마트 ‘한통치킨’.왼쪽부터 이마트 ‘5분 치킨(9호 후라이드 치킨)’, 홈플러스 ‘당당치킨’, 롯데마트 ‘한통치킨’.


홈플러스의 당당치킨도 마리당 정가 6,990원에서 가격을 더 내린 적이 있습니다. 복날에 맞춘 '특가 세일'로 전점 5,000마리 한정에 초복(7월 16일)에는 4,990원, 말복(8월 15일)에는 5,990원에 팔았습니다.

롯데마트 '한통치킨(New 한통가아아득 치킨)'의 경우 무게 기준으로 한 마리 반 분량을 1만5,800원에 팔고 있습니다.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는 7,000원 할인(행사 카드 구매 조건)된 8,800원으로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 가성비 호평에…'오픈 런' 장사진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마트 치킨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고 평가합니다.

인터넷 블로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닭 크기가 예상보다 컸다. 튀김옷도 바삭하고 속살도 간이 잘 배어 있다" "따끈따끈해서 좋더라. 식어도 맛있다" "가격 보고 양이 적을 줄 알았는데 10조각이 넘고 크기도 작지 않더라"는 등 호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대형마트 치킨 코너에서 시민들이 치킨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SNS 캡처)한 대형마트 치킨 코너에서 시민들이 치킨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SNS 캡처)

지난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포장된 치킨을 들어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지난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포장된 치킨을 들어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대개 마트 치킨은 오전·오후 특정 시간대에만 조리 후 판매하는데, 떨어지기 전에 사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후기도 이어집니다. "오후 1시에 갔더니 50분 동안 줄을 서야 했다" "친구가 오전 11시 50분쯤 치킨이 나온다고 달려오라고 했다" "나온지 1분도 안 돼서 준비된 수량이 다 팔렸다" 등입니다.

■ "방금 산 치킨 1만 원에 판다"…웃돈 받고 되팔기도

이처럼 마트 치킨이 화제가 되자, 일부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한 치킨을 웃돈을 받고 되파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지난 16일 중고 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는 6,990원에 산 당당치킨 한 마리를 1만 원에 판다는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판매자는 글에서 "12시 타임 줄 서서 샀는데 먹을 게 많아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1시 5분까지 카카오톡 연락 받겠다"며 "원래 인기가 많아 줄 서서 먹는 거고, 댁이 가까운 분이 가져가면 배달비를 추가하고 맛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6일 중고 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 올라온 당당치킨 판매글. (사진 출처=당근마켓 캡처)지난 16일 중고 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 올라온 당당치킨 판매글. (사진 출처=당근마켓 캡처)

해당 게시글 외에도 여러 건의 마트치킨 판매글이 사이트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근마켓 측은, 가격과 유통기한이 적혀 있고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라면 조리된 치킨도 중고품 거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당근마켓 측은 "해당 글은 포장된 상태 그대로 판매하는 것으로 보이나, 식품 특성상 거래 시 이용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 "추억은 방울방울" 마트 치킨에 마음 연 소비자의 '진심'

마트 치킨의 뜨거운 '애정 사수 작전'에, 소비자들은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고 다시 닭다리를 들었습니다.

시간을 쪼개 오픈 타임에 뛰어가고, 중고 사이트에서 거래까지 하면서 마트 치킨을 사 먹는 이유는 유달리 맛나거나 그저 값싸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오랜 시간 치킨을 사랑해온 한국인들의 '진심'이 아닐까요? 70~80년대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다 주신 종이봉투 속 '옛날 치킨'을 기억하고, 90년대 연인과 함께 나눠먹던 길거리 '전기구이 통닭'을 추억하는 이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온 가족이 즐기던 그 '치킨의 참맛'을 배달비 포함 3만원 대에 느끼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마트 치킨 열풍의 이면에는, 지나치게 고급화한 프랜차이즈사 치킨에 대한 '서운함'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형마트이기에 가능한 염가전략에,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충돌이란 또다른 사회적 이슈도 있겠지만, 고물가시대에도 변함없는 우리들의 '치킨 사랑' 한 귀퉁이를 마트 치킨이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재 지원: 최민주,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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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함없는 ‘치킨 사랑’ 파고든 ‘마트 치킨’ 열풍 뒤엔…
    • 입력 2022-08-20 10:00:06
    • 수정2022-08-20 10:01:33
    취재K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포장된 치킨이 진열돼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바삭한 튀김옷에 고소한 속살, 늦여름 밤 맥주와 함께라면 '아~ 치맥!' 그만한 게 없죠…. 그런데, '국민 대표 간식' 치킨이 변심을 했다니요? 우리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는데 말이죠.

정말 '안 오르는 게 없다'는 고물가 시대, 즐겨 먹던 프랜차이즈사 치킨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1만 원 내외로 부담 없이 접할 수 있었던 그 치킨은 이제 2만 원대로 몸값이 훌쩍 뛰었습니다. 음료에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3만 원을 넘기도 하고, 실제 '3만 원이 적정 가격'이라는 모 회사 측 주장까지 나왔죠.

몸값 오른 치킨에 짝사랑 앓던 소비자들도 차오르는 배신감에 더는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값비싼 프랜차이즈 치킨에 '불매 운동'을 선언하고, 옛 추억을 품은 다른 치킨을 찾아 나섰는데요.

그 틈새를 파고든 또다른 흐름, 바로 '저렴이-마트 치킨'입니다.

■ 9,000원에서 6,000원, 5,000원대까지…마트 치킨의 '구애'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트 치킨'의 대표주자,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입니다. 한 마리 가격이 6,990원(후라이드 기준)인 이 치킨은 출시 한 달여 만에 38만 마리가 넘게 팔렸는데요.

이에 질세라 이마트는 지난 18일부터 '9호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5,980원에 팔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마리당 9,980원에 출시한 '5분 치킨'과 동일한 상품으로, 품명을 바꿔 기간·물량 한정(오는 24일까지, 총 6만 마리)으로 가격을 대폭 낮췄습니다. 이마트는 앞서 지난 7월 14일부터 2주 동안 5분 치킨을 3,000원 내린 6,980원에 판매한 바 있는데요, 이제 5,000원대까지 내린 겁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방학 및 휴가철 막바지 기간 동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판매량(18일 기준)은 평소보다 3~4배 더 팔리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왼쪽부터 이마트 ‘5분 치킨(9호 후라이드 치킨)’, 홈플러스 ‘당당치킨’, 롯데마트 ‘한통치킨’.

홈플러스의 당당치킨도 마리당 정가 6,990원에서 가격을 더 내린 적이 있습니다. 복날에 맞춘 '특가 세일'로 전점 5,000마리 한정에 초복(7월 16일)에는 4,990원, 말복(8월 15일)에는 5,990원에 팔았습니다.

롯데마트 '한통치킨(New 한통가아아득 치킨)'의 경우 무게 기준으로 한 마리 반 분량을 1만5,800원에 팔고 있습니다.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는 7,000원 할인(행사 카드 구매 조건)된 8,800원으로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 가성비 호평에…'오픈 런' 장사진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마트 치킨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고 평가합니다.

인터넷 블로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닭 크기가 예상보다 컸다. 튀김옷도 바삭하고 속살도 간이 잘 배어 있다" "따끈따끈해서 좋더라. 식어도 맛있다" "가격 보고 양이 적을 줄 알았는데 10조각이 넘고 크기도 작지 않더라"는 등 호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대형마트 치킨 코너에서 시민들이 치킨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SNS 캡처)
지난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포장된 치킨을 들어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대개 마트 치킨은 오전·오후 특정 시간대에만 조리 후 판매하는데, 떨어지기 전에 사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후기도 이어집니다. "오후 1시에 갔더니 50분 동안 줄을 서야 했다" "친구가 오전 11시 50분쯤 치킨이 나온다고 달려오라고 했다" "나온지 1분도 안 돼서 준비된 수량이 다 팔렸다" 등입니다.

■ "방금 산 치킨 1만 원에 판다"…웃돈 받고 되팔기도

이처럼 마트 치킨이 화제가 되자, 일부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한 치킨을 웃돈을 받고 되파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지난 16일 중고 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는 6,990원에 산 당당치킨 한 마리를 1만 원에 판다는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판매자는 글에서 "12시 타임 줄 서서 샀는데 먹을 게 많아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1시 5분까지 카카오톡 연락 받겠다"며 "원래 인기가 많아 줄 서서 먹는 거고, 댁이 가까운 분이 가져가면 배달비를 추가하고 맛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6일 중고 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 올라온 당당치킨 판매글. (사진 출처=당근마켓 캡처)
해당 게시글 외에도 여러 건의 마트치킨 판매글이 사이트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근마켓 측은, 가격과 유통기한이 적혀 있고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라면 조리된 치킨도 중고품 거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당근마켓 측은 "해당 글은 포장된 상태 그대로 판매하는 것으로 보이나, 식품 특성상 거래 시 이용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 "추억은 방울방울" 마트 치킨에 마음 연 소비자의 '진심'

마트 치킨의 뜨거운 '애정 사수 작전'에, 소비자들은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고 다시 닭다리를 들었습니다.

시간을 쪼개 오픈 타임에 뛰어가고, 중고 사이트에서 거래까지 하면서 마트 치킨을 사 먹는 이유는 유달리 맛나거나 그저 값싸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오랜 시간 치킨을 사랑해온 한국인들의 '진심'이 아닐까요? 70~80년대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다 주신 종이봉투 속 '옛날 치킨'을 기억하고, 90년대 연인과 함께 나눠먹던 길거리 '전기구이 통닭'을 추억하는 이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온 가족이 즐기던 그 '치킨의 참맛'을 배달비 포함 3만원 대에 느끼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마트 치킨 열풍의 이면에는, 지나치게 고급화한 프랜차이즈사 치킨에 대한 '서운함'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형마트이기에 가능한 염가전략에,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충돌이란 또다른 사회적 이슈도 있겠지만, 고물가시대에도 변함없는 우리들의 '치킨 사랑' 한 귀퉁이를 마트 치킨이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재 지원: 최민주,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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