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넘긴 울진 산불 성금…전달은 절반도 안 돼

입력 2022.08.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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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민 수백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됐습니다.

국민들은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보냈습니다. 큰 금액을 기부한 연예인도 있었고, 단체와 개인 할 것 없이 모두가 힘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모인 국민 성금은 8백억 원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산불이 난지 다섯 달이 지난 지금, 이재민들은 여전히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국민 성금은 절반도 채 쓰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 폭염 속 컨테이너 생활…"주택복구 시작도 못해"

울진 산불 이재민 장중화 씨. 아내와 함께 컨테이너 임시 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울진 산불 이재민 장중화 씨. 아내와 함께 컨테이너 임시 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산불로 집을 잃은 84살 이재민 장중화 씨는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아내와 함께 27㎡ 남짓한 좁은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습니다.

고령의 이재민에게 올 여름은 유난히 더 가혹했습니다. 지난달과 이달 초 울진의 한때 낮 최고기온은 34도를 기록했고, 열대야도 5~6일씩 이어졌습니다.

장중화/ 울진 산불 이재민
"대번에 열기가 얼마나 찌는지 자고 나니까 옷이 다 젖었어. 잠도 못 자고 꼬박 그렇게 생활했어요. 병난다, 병. 병이 나. 좁은 공간에서 너무 오래 있으니까."

장중화 씨처럼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는 울진 산불 이재민은 모두 190여 가구. 이 가운데 집을 새로 짓기 시작한 가구는 10가구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자식들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재민들은 집을 짓고 싶지만, 집을 지을 돈이 없다고 말합니다.

산불 이재민들이 지금까지 받은 지원금은 정부 지원금과 성금 지원액을 합해 최대 1억 2천만 원입니다. 이 최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건 84㎡(약 25평) 이상 전파 주택뿐이고, 피해 정도와 주택 규모에 따라 지원금은 차등 지급됐습니다. 주택이 등기가 없는 무허가 건물이거나 50㎡(약 15평) 미만이면 추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습니다.

이재민들은 "요즘 건축비가 3.3㎡(약 1평)당 7백만 원 수준이어서 집을 짓는 데만 2억 원이 드는데, 지금 지원금으로 어떻게 집을 짓고 가재도구를 마련할 수 있겠냐"며, "당장 먹고살 생활비도 없다 보니 집 짓기를 포기하고 지원금을 쪼개 근근이 살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장도영/ 울진 산불피해 이재민대책위원장
"3월 4일 산불 난 이후에 이재민들 모두가 수입원 자체 하나 없는 상태거든요. 생계보조금이라고 국비로 지원받은 건 48만 원 두 번 받은 게 전부고요. 그럼 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느냐, 결국 집 짓기를 포기하고요. 집 지으라고 받은 돈을 쪼개 쓰면서 버티는 겁니다."


■ 이재민 속 타는데… 800억 넘긴 성금 집행 더딘 이유는?

울진 산불 이재민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성금 827억 원 중 지금까지 집행된 성금은 318억 원으로, 전체의 40%도 되지 않습니다.

울진 산불 5개월이 지났지만, 성금 집행률은 40%도 되지 않습니다.울진 산불 5개월이 지났지만, 성금 집행률은 40%도 되지 않습니다.

산불은 지진해일과 같은 자연재난이 아닌, 코로나19 같은 사회재난으로 분류됩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아닌, 개별 모금기관들이 성금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풀어 설명하면, 자연재난으로 모인 성금은 '의연금'으로 분류돼 '재해구호법'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일괄적으로 집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재난으로 모인 성금은 '기부금'으로 분류돼 '기부금품법'에 따라 모금을 진행한 기관에서 각자 성금을 집행합니다.

여러 모금기관이 각자 성금을 집행하기 때문에 중복 지원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 모금기관들은 성금 집행 전 모여서 논의에 논의를 거칩니다. 집행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2019년 강원 산불 때도 성금을 전달하는 데만 반년 넘게 걸렸습니다.

성금 모금기관 관계자
"산불 발생 이후 경북도청과 강원도청, 주요 모금기관 등이 기부금 협의회를 만들어서 성금 지원 유형과 방향, 대상 등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데요. 정확하게 성금을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속과 함께 정확에 초점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산불을 '자연재난'으로 분류하고, 성금 집행 주체를 일원화해서 이재민을 더욱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산불 이재민들은 지금 집으로 쓰는 컨테이너도 2년이 되는 내후년 3~4월이면 돌려주거나 돈을 주고 사야 합니다. 무작정 기다림만을 반복하고 있는 이재민들, 필요할 때 지원할 수 없다면 국민들의 온정도 빛이 바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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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0억 넘긴 울진 산불 성금…전달은 절반도 안 돼
    • 입력 2022-08-21 09:00:35
    취재K

지난 3월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민 수백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됐습니다.

국민들은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보냈습니다. 큰 금액을 기부한 연예인도 있었고, 단체와 개인 할 것 없이 모두가 힘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모인 국민 성금은 8백억 원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산불이 난지 다섯 달이 지난 지금, 이재민들은 여전히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국민 성금은 절반도 채 쓰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 폭염 속 컨테이너 생활…"주택복구 시작도 못해"

울진 산불 이재민 장중화 씨. 아내와 함께 컨테이너 임시 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산불로 집을 잃은 84살 이재민 장중화 씨는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아내와 함께 27㎡ 남짓한 좁은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습니다.

고령의 이재민에게 올 여름은 유난히 더 가혹했습니다. 지난달과 이달 초 울진의 한때 낮 최고기온은 34도를 기록했고, 열대야도 5~6일씩 이어졌습니다.

장중화/ 울진 산불 이재민
"대번에 열기가 얼마나 찌는지 자고 나니까 옷이 다 젖었어. 잠도 못 자고 꼬박 그렇게 생활했어요. 병난다, 병. 병이 나. 좁은 공간에서 너무 오래 있으니까."

장중화 씨처럼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는 울진 산불 이재민은 모두 190여 가구. 이 가운데 집을 새로 짓기 시작한 가구는 10가구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자식들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재민들은 집을 짓고 싶지만, 집을 지을 돈이 없다고 말합니다.

산불 이재민들이 지금까지 받은 지원금은 정부 지원금과 성금 지원액을 합해 최대 1억 2천만 원입니다. 이 최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건 84㎡(약 25평) 이상 전파 주택뿐이고, 피해 정도와 주택 규모에 따라 지원금은 차등 지급됐습니다. 주택이 등기가 없는 무허가 건물이거나 50㎡(약 15평) 미만이면 추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습니다.

이재민들은 "요즘 건축비가 3.3㎡(약 1평)당 7백만 원 수준이어서 집을 짓는 데만 2억 원이 드는데, 지금 지원금으로 어떻게 집을 짓고 가재도구를 마련할 수 있겠냐"며, "당장 먹고살 생활비도 없다 보니 집 짓기를 포기하고 지원금을 쪼개 근근이 살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장도영/ 울진 산불피해 이재민대책위원장
"3월 4일 산불 난 이후에 이재민들 모두가 수입원 자체 하나 없는 상태거든요. 생계보조금이라고 국비로 지원받은 건 48만 원 두 번 받은 게 전부고요. 그럼 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느냐, 결국 집 짓기를 포기하고요. 집 지으라고 받은 돈을 쪼개 쓰면서 버티는 겁니다."


■ 이재민 속 타는데… 800억 넘긴 성금 집행 더딘 이유는?

울진 산불 이재민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성금 827억 원 중 지금까지 집행된 성금은 318억 원으로, 전체의 40%도 되지 않습니다.

울진 산불 5개월이 지났지만, 성금 집행률은 40%도 되지 않습니다.
산불은 지진해일과 같은 자연재난이 아닌, 코로나19 같은 사회재난으로 분류됩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아닌, 개별 모금기관들이 성금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풀어 설명하면, 자연재난으로 모인 성금은 '의연금'으로 분류돼 '재해구호법'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일괄적으로 집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재난으로 모인 성금은 '기부금'으로 분류돼 '기부금품법'에 따라 모금을 진행한 기관에서 각자 성금을 집행합니다.

여러 모금기관이 각자 성금을 집행하기 때문에 중복 지원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 모금기관들은 성금 집행 전 모여서 논의에 논의를 거칩니다. 집행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2019년 강원 산불 때도 성금을 전달하는 데만 반년 넘게 걸렸습니다.

성금 모금기관 관계자
"산불 발생 이후 경북도청과 강원도청, 주요 모금기관 등이 기부금 협의회를 만들어서 성금 지원 유형과 방향, 대상 등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데요. 정확하게 성금을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속과 함께 정확에 초점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산불을 '자연재난'으로 분류하고, 성금 집행 주체를 일원화해서 이재민을 더욱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산불 이재민들은 지금 집으로 쓰는 컨테이너도 2년이 되는 내후년 3~4월이면 돌려주거나 돈을 주고 사야 합니다. 무작정 기다림만을 반복하고 있는 이재민들, 필요할 때 지원할 수 없다면 국민들의 온정도 빛이 바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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