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에 조선업체 대표 생일파티?…“크레인에 직원까지 동원”

입력 2022.08.22 (17:57) 수정 2022.08.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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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중인 선박에서 열린 모 중견 조선업체 대표의 생일 파티 (제공 : 해당 업체 노동조합)건조 중인 선박에서 열린 모 중견 조선업체 대표의 생일 파티 (제공 : 해당 업체 노동조합)

“사랑하는 사장님. 생일 축하합니다!”

휴가철을 앞둔 지난달 29일 한 회사에서 생일 파티가 열렸습니다. 주인공은 전남 해남에 본사를 둔 모 중견 조선업체 대표입니다. 회사에서 대표의 생일을 축하하는 일이야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티가 열린 시각은 아침 7시. 장소는 독(dock) 위에서 건조 중인 선박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생일 파티로 볼 수 있을까요?

■ 크레인으로 생일 파티용 음식 공수

어떻게 준비했는지 우선 살펴봤습니다.

행사는 선실 식당에서 진행됐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건조 중인 배라 치워야 할 것도 많았을 겁니다. 청소는 며칠 동안 이뤄졌고 행사 전날 오후에는 의장부 관리자들까지 투입돼 땡볕에 달궈진 선내를 치우고 냉방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행사 당일에는 더 바빴습니다. 생일 파티에는 회사 대표와 임원 등이 먹을 음식 20인분이 차려졌습니다. 아침 7시, 행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 급식 업체 직원들은 새벽부터 정신없이 없었을 겁니다. 식당에서 만들어진 음식은 차를 실려 옮겨진 뒤 또다시 배 위로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선실 식당에서 행사를 열 정도니 작은 크기의 배가 아닙니다. 배 바닥에서 행사가 이뤄진 선실 식당까지가 약 28m로 건물 10층 높이 정도 됩니다. 독 위에서 올라가도 행사장까지 18m에 이릅니다. 손으로 옮기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위험합니다. 결국, 생일 파티에 쓸 물건과 음식을 올리고 내리는 데는 조선소의 크레인이 동원됐습니다.

생일 파티 음식을 옮기고 있는 급식업체 차량과 크레인 (사진 제공 : 해당 업체 노동조합)생일 파티 음식을 옮기고 있는 급식업체 차량과 크레인 (사진 제공 : 해당 업체 노동조합)

다시 대표의 생일 축하하는 장면으로 되돌아가 볼까요? 20인분의 음식을 만들었으니 참석자는 20명 남짓입니다. 대표의 생일 파티를 계획한 임원, 부서장 외에 나머지 자리는 직원들이 채웠습니다.

행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깔린 가운데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생일 축하 노래도 울려 퍼졌습니다. 새벽부터 생일 파티 음식을 준비한 영양사들은 현장에서 편지까지 읽으며 대표님의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중장비와 직원들이 투입돼 열린 사장의 생일 파티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해당 업체 전경해당 업체 전경

■ 매각 진행 중 열린 사장 생일 파티

하지만 굳이 회사에서 그것도 배 위에서 이런 방식으로 행사를 열어야 했을까요? 이 행사를 지켜본 한 직원은 취재진에게 “회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점인데 직원들을 동원해 사장 생일 파티를 하는 것이 정상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업체 측은 "매일 현장 점검을 하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해주는 사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생산부서장들이 주관해서 선박에서 생일을 축하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생일 파티의 당사자인 대표는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취재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표는 "제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이런 행동은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며 "다음부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직원들에게 이야기해놓고 저도 조심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중견 조선업체는 2009년 경영 부실로 재무구조 개선(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13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아 매각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직원들은 대표의 생일보다는 새 주인이 될 업체가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느냐를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대표의 파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오늘 KBS 뉴스9에서는 생일 파티 당시 영상을 포함한 현장 모습을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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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7시에 조선업체 대표 생일파티?…“크레인에 직원까지 동원”
    • 입력 2022-08-22 17:57:11
    • 수정2022-08-22 20:09:36
    취재K
건조 중인 선박에서 열린 모 중견 조선업체 대표의 생일 파티 (제공 : 해당 업체 노동조합)
“사랑하는 사장님. 생일 축하합니다!”

휴가철을 앞둔 지난달 29일 한 회사에서 생일 파티가 열렸습니다. 주인공은 전남 해남에 본사를 둔 모 중견 조선업체 대표입니다. 회사에서 대표의 생일을 축하하는 일이야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티가 열린 시각은 아침 7시. 장소는 독(dock) 위에서 건조 중인 선박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생일 파티로 볼 수 있을까요?

■ 크레인으로 생일 파티용 음식 공수

어떻게 준비했는지 우선 살펴봤습니다.

행사는 선실 식당에서 진행됐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건조 중인 배라 치워야 할 것도 많았을 겁니다. 청소는 며칠 동안 이뤄졌고 행사 전날 오후에는 의장부 관리자들까지 투입돼 땡볕에 달궈진 선내를 치우고 냉방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행사 당일에는 더 바빴습니다. 생일 파티에는 회사 대표와 임원 등이 먹을 음식 20인분이 차려졌습니다. 아침 7시, 행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 급식 업체 직원들은 새벽부터 정신없이 없었을 겁니다. 식당에서 만들어진 음식은 차를 실려 옮겨진 뒤 또다시 배 위로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선실 식당에서 행사를 열 정도니 작은 크기의 배가 아닙니다. 배 바닥에서 행사가 이뤄진 선실 식당까지가 약 28m로 건물 10층 높이 정도 됩니다. 독 위에서 올라가도 행사장까지 18m에 이릅니다. 손으로 옮기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위험합니다. 결국, 생일 파티에 쓸 물건과 음식을 올리고 내리는 데는 조선소의 크레인이 동원됐습니다.

생일 파티 음식을 옮기고 있는 급식업체 차량과 크레인 (사진 제공 : 해당 업체 노동조합)
다시 대표의 생일 축하하는 장면으로 되돌아가 볼까요? 20인분의 음식을 만들었으니 참석자는 20명 남짓입니다. 대표의 생일 파티를 계획한 임원, 부서장 외에 나머지 자리는 직원들이 채웠습니다.

행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깔린 가운데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생일 축하 노래도 울려 퍼졌습니다. 새벽부터 생일 파티 음식을 준비한 영양사들은 현장에서 편지까지 읽으며 대표님의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중장비와 직원들이 투입돼 열린 사장의 생일 파티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해당 업체 전경
■ 매각 진행 중 열린 사장 생일 파티

하지만 굳이 회사에서 그것도 배 위에서 이런 방식으로 행사를 열어야 했을까요? 이 행사를 지켜본 한 직원은 취재진에게 “회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점인데 직원들을 동원해 사장 생일 파티를 하는 것이 정상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업체 측은 "매일 현장 점검을 하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해주는 사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생산부서장들이 주관해서 선박에서 생일을 축하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생일 파티의 당사자인 대표는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취재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표는 "제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이런 행동은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며 "다음부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직원들에게 이야기해놓고 저도 조심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중견 조선업체는 2009년 경영 부실로 재무구조 개선(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13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아 매각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직원들은 대표의 생일보다는 새 주인이 될 업체가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느냐를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대표의 파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오늘 KBS 뉴스9에서는 생일 파티 당시 영상을 포함한 현장 모습을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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