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휴대전화 절도범 등친 해외 장물업자

입력 2022.08.23 (15:50) 수정 2022.08.23 (15:5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늦은 밤, 전남 여수의 한 원룸 건물 앞. 한 남성이 주차된 차량 앞을 기웃거리더니 차 문이 잠겨 있지 않은 걸 확인하고 곧장 차 조수석으로 올라탑니다. 차 안에서 수납함을 이곳저곳 열어보던 남성은 차주가 놓고 간 휴대전화를 발견하고는 슬쩍 자리를 뜹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훔치거나 주운 휴대전화를 해외로 팔아넘기려 한 피의자 29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금액만 5,000만 원 상당, 압수한 휴대전화는 모두 64대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되려 다시 사기를 당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들. 옷 안에 숨겨 택배로 위장했다.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들. 옷 안에 숨겨 택배로 위장했다.

■ 훔친 휴대전화 해외로 팔려다 사기…선적 택배까지 이용

휴대전화의 경우 잃어버리면 위치추적 앱을 사용하거나 통신사 고객센터를 통해 분실신고가 가능합니다. 분실신고된 휴대전화는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판매하면 절도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훔친 휴대전화는 국내 장물업자들끼리 사고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렇게 사용이나 판매가 어려워지자 이제 판매처가 해외로 확장됐습니다.

그런데 해외에 팔아치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무턱대고 휴대전화 수십 대를 택배로 보내다간 세관에 적발되기 십상이고, 내장 배터리가 있다 보니 비행기로도 배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찾아낸 꼼수는 택배를 통해 배로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한꺼번에 판매하지 않고 소규모로 나눠 해외의 장물업자에게 팔아넘기려 한 겁니다.

거래 대상은 주로 중국에 있는 장물업자들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촉이 가능했습니다. 분실 휴대전화를 산다는 글을 눌러 SNS로 대화를 나누고 주소를 확인하고 판매 방식을 결정했습니다.

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 일부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 일부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 불법으로 휴대전화 팔려다 되려 사기…"범죄 악용 우려도"

해외의 장물업자들은 SNS를 통해 물건을 확인하고, 금액을 흥정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거래되는 휴대전화의 가격은 수십만 원 상당. 신발이나 의류라고 표시해 해외 택배를 보내도록 했습니다. 심지어 신발 깔창 밑에 넣어달라며 섬세하게 주문(?)까지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지금부터입니다. 절도범들이 휴대전화를 배송한 뒤 장물업자에게 인증 샷을 보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답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발송한 휴대전화 판매 대금도 전혀 입금되지 않았습니다.

장물업자들이 다시 이들에게 사기를 친 겁니다. 장물업자들은 훔친 휴대전화를 팔려고 한 절도범들이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적발 당시 해외로 발송 예정이던 택배 상자들적발 당시 해외로 발송 예정이던 택배 상자들

경찰 적발 당시 현장에는 훔친 휴대전화들을 추가로 발송하기 위해 절도범들이 포장해 놓은 택배 상자들이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렇게 해외로 빼돌린 휴대전화가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에 다시 역이용될 수 있다며 분실 휴대전화를 발견하면 곧바로 경찰서나 통신사에 맡겨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휴대전화 절도범 등친 해외 장물업자
    • 입력 2022-08-23 15:50:21
    • 수정2022-08-23 15:50:55
    취재K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늦은 밤, 전남 여수의 한 원룸 건물 앞. 한 남성이 주차된 차량 앞을 기웃거리더니 차 문이 잠겨 있지 않은 걸 확인하고 곧장 차 조수석으로 올라탑니다. 차 안에서 수납함을 이곳저곳 열어보던 남성은 차주가 놓고 간 휴대전화를 발견하고는 슬쩍 자리를 뜹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훔치거나 주운 휴대전화를 해외로 팔아넘기려 한 피의자 29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금액만 5,000만 원 상당, 압수한 휴대전화는 모두 64대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되려 다시 사기를 당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들. 옷 안에 숨겨 택배로 위장했다.
■ 훔친 휴대전화 해외로 팔려다 사기…선적 택배까지 이용

휴대전화의 경우 잃어버리면 위치추적 앱을 사용하거나 통신사 고객센터를 통해 분실신고가 가능합니다. 분실신고된 휴대전화는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판매하면 절도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훔친 휴대전화는 국내 장물업자들끼리 사고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렇게 사용이나 판매가 어려워지자 이제 판매처가 해외로 확장됐습니다.

그런데 해외에 팔아치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무턱대고 휴대전화 수십 대를 택배로 보내다간 세관에 적발되기 십상이고, 내장 배터리가 있다 보니 비행기로도 배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찾아낸 꼼수는 택배를 통해 배로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한꺼번에 판매하지 않고 소규모로 나눠 해외의 장물업자에게 팔아넘기려 한 겁니다.

거래 대상은 주로 중국에 있는 장물업자들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촉이 가능했습니다. 분실 휴대전화를 산다는 글을 눌러 SNS로 대화를 나누고 주소를 확인하고 판매 방식을 결정했습니다.

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 일부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 불법으로 휴대전화 팔려다 되려 사기…"범죄 악용 우려도"

해외의 장물업자들은 SNS를 통해 물건을 확인하고, 금액을 흥정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거래되는 휴대전화의 가격은 수십만 원 상당. 신발이나 의류라고 표시해 해외 택배를 보내도록 했습니다. 심지어 신발 깔창 밑에 넣어달라며 섬세하게 주문(?)까지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지금부터입니다. 절도범들이 휴대전화를 배송한 뒤 장물업자에게 인증 샷을 보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답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발송한 휴대전화 판매 대금도 전혀 입금되지 않았습니다.

장물업자들이 다시 이들에게 사기를 친 겁니다. 장물업자들은 훔친 휴대전화를 팔려고 한 절도범들이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적발 당시 해외로 발송 예정이던 택배 상자들
경찰 적발 당시 현장에는 훔친 휴대전화들을 추가로 발송하기 위해 절도범들이 포장해 놓은 택배 상자들이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렇게 해외로 빼돌린 휴대전화가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에 다시 역이용될 수 있다며 분실 휴대전화를 발견하면 곧바로 경찰서나 통신사에 맡겨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