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윤핵관’ 견제?…대통령실 감찰을 보는 두 시선

입력 2022.08.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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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해도 연패를 끊지 못하고, 급기야 클럽하우스의 내부 갈등이 외부에 알려지고…. '안 되는' 스포츠팀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가장 흔히 쓰는 극약 처방은 코치진 물갈이입니다. 구단 '경영 진단'이라 이름 붙인, 사실상의 내부 감사에 나서기도 합니다. 조직에 한껏 긴장감을 불어넣어 구성원들이 심기일전하도록 하려는 조치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막 지난 용산 대통령실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지나친 비유일까요? 인사부터 정책까지 끊이지 않는 논란 속에 국정 지지율은 윤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48.56%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앉았고, 윤 대통령 측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여권의 내홍은 말 그대로 '폭발'했습니다.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하고 홍보수석을 김은혜 전 의원으로 교체하는 대통령실 고위직 소폭 개편이 21일 발표됐습니다. 이와 별개로 인사와 총무, 감사 조직을 중심으로 행정관급 이상 참모들에 대한 대대적인 평가·감찰도 진행 중입니다. 대통령실의 안간힘 속에 지지율 하락은 멈춰, 소폭 반등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조치, 두 가지 엇갈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해석이 있습니다.

■ 수석비서관 감찰…'윤핵관' 측 행정관 사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최근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비서관급 참모에 대한 감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비서관급 인물은 대선 캠프 때부터 일해왔는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측과 인사와 관련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감찰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시민사회수석실의 또 다른 비서관급 참모에 대해서도 최근 감찰을 벌였습니다. 해당 비서관은 부하직원이 대통령실 내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데 따른 관리 책임 등으로 감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내부 문건을 유출한 행정요원은 감찰을 받자 사표를 제출했는데 대통령실에 채용되기 전 '윤핵관'을 보좌했습니다.


인사 관련 부서에 있던 행정관 한 명도 최근 사표를 내고 대통령실을 나갔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 섞인 뒷말이 나옵니다. 해당 행정관도 '윤핵관' 측에서 일하다 대통령실에 들어왔는데,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정무직에 대한 '윤핵관' 측 인사 민원을 전달하다 감찰 대상에 오르자 자진 사퇴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대통령실에 최근 사표를 낸 또 다른 행정관급 직원 역시 공교롭게도 '윤핵관' 의원실 출신입니다.

어렵게 대통령실에 채용됐는데 불과 석 달여 만에, 그것도 '윤핵관'과 인연이 있는 참모들이 줄줄이 그만두고 나가는 건 이례적인 일인 건 분명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감찰 업무의 성격상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다들 개인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안다. 억측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 '윤핵관' 견제?…분위기 쇄신?

일부에서는 이 같은 감찰과 직원들의 연이은 사표를 이른바 '윤핵관' 측 참모들을 대상으로 한 인적 쇄신의 신호탄으로 해석합니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과 총무비서관실은 최근 외부 추천으로 대통령실에 채용된 인사들에 대한 평가 작업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윤핵관'들의 추천으로 들어온 참모 가운데 일부를 '인적 쇄신'하기 위한 감찰과 평가라는 말이 나옵니다.

공교롭게도 인사(복두규 인사기획관), 총무(윤재순 총무비서관), 감찰(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부서를 모두 검찰 출신 인사들이 맡고 있습니다. 검찰 출신 참모들이, 대통령실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윤핵관' 측과 내밀한 정보를 주고받는 등 인연을 이어가는 일부 참모들의 기강을 잡으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시선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런 해석이 '과도한 억측'이라고 반박합니다. "감찰 대상에 오른 일부 참모들은 합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실을 쇄신하고 민생을 위해 일하는 분위기로 다잡기 위한 조치들일 뿐이지, 특정 '라인'을 겨냥했다거나 내부 알력 다툼으로 해석하는 건 너무 지나치다"고 했습니다.

여권 관계자도 "검찰 출신 참모들이 '윤핵관' 출신들을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감찰이나 평가 대상에 '윤핵관' 관련 직원들이 많은 건, 대통령실에 그쪽 출신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지 꼭 그들을 겨냥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두 가지 시각, 의도와 배경이 무엇이든 결과는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뿐 아니라 행정관급 이상 중간 참모들에 대한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오늘(23일) 브리핑에서 "감찰은 늘 이뤄진다. 특히 대통령실을 먼저 들여다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인사는 늘 이뤄지는 것이다. 국정 어젠다를 보다 국민의 시각에서 재편하고 조정하는 것으로 업무 방향과 목표를 재설정했기 때문에, 인적 변화가 없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진에 빠진 스포츠팀의 코치진 물갈이와 '경영 진단'은 종종 팀의 분위기를 바꿔 연패를 끊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즌 마지막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분위기를 바꾸는 말 그대로 '단기 처방'일 뿐, 팀 전력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상승세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부족한지 냉철하게 진단하고 보완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대통령실의 '쇄신'이 어떻게 이어질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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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쇄신? ‘윤핵관’ 견제?…대통령실 감찰을 보는 두 시선
    • 입력 2022-08-23 17:32:34
    취재K

아무리 노력해도 연패를 끊지 못하고, 급기야 클럽하우스의 내부 갈등이 외부에 알려지고…. '안 되는' 스포츠팀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가장 흔히 쓰는 극약 처방은 코치진 물갈이입니다. 구단 '경영 진단'이라 이름 붙인, 사실상의 내부 감사에 나서기도 합니다. 조직에 한껏 긴장감을 불어넣어 구성원들이 심기일전하도록 하려는 조치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막 지난 용산 대통령실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지나친 비유일까요? 인사부터 정책까지 끊이지 않는 논란 속에 국정 지지율은 윤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48.56%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앉았고, 윤 대통령 측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여권의 내홍은 말 그대로 '폭발'했습니다.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하고 홍보수석을 김은혜 전 의원으로 교체하는 대통령실 고위직 소폭 개편이 21일 발표됐습니다. 이와 별개로 인사와 총무, 감사 조직을 중심으로 행정관급 이상 참모들에 대한 대대적인 평가·감찰도 진행 중입니다. 대통령실의 안간힘 속에 지지율 하락은 멈춰, 소폭 반등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조치, 두 가지 엇갈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해석이 있습니다.

■ 수석비서관 감찰…'윤핵관' 측 행정관 사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최근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비서관급 참모에 대한 감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비서관급 인물은 대선 캠프 때부터 일해왔는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측과 인사와 관련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감찰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시민사회수석실의 또 다른 비서관급 참모에 대해서도 최근 감찰을 벌였습니다. 해당 비서관은 부하직원이 대통령실 내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데 따른 관리 책임 등으로 감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내부 문건을 유출한 행정요원은 감찰을 받자 사표를 제출했는데 대통령실에 채용되기 전 '윤핵관'을 보좌했습니다.


인사 관련 부서에 있던 행정관 한 명도 최근 사표를 내고 대통령실을 나갔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 섞인 뒷말이 나옵니다. 해당 행정관도 '윤핵관' 측에서 일하다 대통령실에 들어왔는데,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정무직에 대한 '윤핵관' 측 인사 민원을 전달하다 감찰 대상에 오르자 자진 사퇴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대통령실에 최근 사표를 낸 또 다른 행정관급 직원 역시 공교롭게도 '윤핵관' 의원실 출신입니다.

어렵게 대통령실에 채용됐는데 불과 석 달여 만에, 그것도 '윤핵관'과 인연이 있는 참모들이 줄줄이 그만두고 나가는 건 이례적인 일인 건 분명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감찰 업무의 성격상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다들 개인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안다. 억측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 '윤핵관' 견제?…분위기 쇄신?

일부에서는 이 같은 감찰과 직원들의 연이은 사표를 이른바 '윤핵관' 측 참모들을 대상으로 한 인적 쇄신의 신호탄으로 해석합니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과 총무비서관실은 최근 외부 추천으로 대통령실에 채용된 인사들에 대한 평가 작업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윤핵관'들의 추천으로 들어온 참모 가운데 일부를 '인적 쇄신'하기 위한 감찰과 평가라는 말이 나옵니다.

공교롭게도 인사(복두규 인사기획관), 총무(윤재순 총무비서관), 감찰(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부서를 모두 검찰 출신 인사들이 맡고 있습니다. 검찰 출신 참모들이, 대통령실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윤핵관' 측과 내밀한 정보를 주고받는 등 인연을 이어가는 일부 참모들의 기강을 잡으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시선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런 해석이 '과도한 억측'이라고 반박합니다. "감찰 대상에 오른 일부 참모들은 합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실을 쇄신하고 민생을 위해 일하는 분위기로 다잡기 위한 조치들일 뿐이지, 특정 '라인'을 겨냥했다거나 내부 알력 다툼으로 해석하는 건 너무 지나치다"고 했습니다.

여권 관계자도 "검찰 출신 참모들이 '윤핵관' 출신들을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감찰이나 평가 대상에 '윤핵관' 관련 직원들이 많은 건, 대통령실에 그쪽 출신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지 꼭 그들을 겨냥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두 가지 시각, 의도와 배경이 무엇이든 결과는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뿐 아니라 행정관급 이상 중간 참모들에 대한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오늘(23일) 브리핑에서 "감찰은 늘 이뤄진다. 특히 대통령실을 먼저 들여다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인사는 늘 이뤄지는 것이다. 국정 어젠다를 보다 국민의 시각에서 재편하고 조정하는 것으로 업무 방향과 목표를 재설정했기 때문에, 인적 변화가 없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진에 빠진 스포츠팀의 코치진 물갈이와 '경영 진단'은 종종 팀의 분위기를 바꿔 연패를 끊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즌 마지막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분위기를 바꾸는 말 그대로 '단기 처방'일 뿐, 팀 전력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상승세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부족한지 냉철하게 진단하고 보완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대통령실의 '쇄신'이 어떻게 이어질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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