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담대한 구상’에 중국 역할 가능할까?…신냉전 구도가 변수

입력 2022.08.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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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30주년인 오늘(24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비공개 접견했습니다.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으로 호응해 나올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입니다.

■ 北, '담대한 구상'에 강력 반발…"당장 대형 도발은 어려워"

'담대한 구상'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에 앞서 북한의 상황을 냉정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내는 등 지도부 차원에서 '담대한 구상'에 대해 거칠고 격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예고한 대로 '모종의 행동'에 나설 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다만, 당장은 대형 도발에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코로나19 사태와 장마철 수해 등을 털고 민생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10월부터 올해 경제 성과 등을 평가하는 총화( 總和)에 들어갑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시점으로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다음 달 이후, 핵실험 보다는 미사일 시험 발사 같은 저강도 도발부터 감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북한에 옥수수가 출하됐음에도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높다. 그만큼 식량이 부족하다"면서 "북한의 내부 문제는 당장 해결될 수 없어서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도발을 하긴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점 확인과 한미의 즉각 대응이 어려운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한미를 향해 '정면 대결'이라고 말하지만, 한·미연합훈련에는 맞대응하지 않고 강약조절을 하는 전략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김정은에게 현 상황은 집권 이래 처음 맞는 시련기"라고 진단했습니다.

■ "'담대한 구상' 관련 中 역할 기대"

남북 간 소통이 단절돼 있고 북한의 도발이 유력하게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담대한 구상'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협상장에 나오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초기 단계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게 분명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지금 핵을 '국체'라고 표현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은 중국의 이익·원칙과도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한범 연구위원도 "('담대한 구상'에 대한) 김여정의 담화는 남북 관계의 파국을 선언한 것"이라며 "현 상황을 한국이 단독으로 뚫기는 어렵다. 북한의 핵실험은 10월 대규모 정치행사를 앞둔 중국에도 부담이어서 한·중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오늘 (통일부 장관-주중대사) 만남은 갈등보다는 접점을 찾기 위한 자리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측의 협조 가능성에 대해서 조 연구위원은 "정부가 최근 '칩4(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성격 등에 대해 상당히 발언을 자제하는 등 출범 초와 비교하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고, 중국도 한국에 즉각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양국 간의 갈등을 관리하려는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오늘(24일) 오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했다 (출처 : 통일부)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오늘(24일) 오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했다 (출처 : 통일부)

■ "신냉전 구도에서 中 역할 난망"

하지만 미·중 간 갈등이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통일부 일각에서도 "미·중이 진영 대결로 치닫는 상황에서는 과거처럼 중국에 비핵화를 위한 역할을 주문하기 어려운 것 아니겠냐"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오늘 접견과 관련해 "정부는 한·미동맹과 북한 문제를 분리해 접근하고 싶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협상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임 교수는 "중국은 오래전부터 한국에 미·중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것을 일관되게 요구해왔다"며 "중국의 이런 입장은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 되는 상황에서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중국이 강조하는 한국이 잡아야 할 '중심'의 기준점은 사드와 관련한 '3불 정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한·중 수교 30주년인 오늘 중국 관영매체는 "한중 관계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은 사드 문제의 재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질서의 '신냉전'화 속에 한중 간 북핵 공조도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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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담대한 구상’에 중국 역할 가능할까?…신냉전 구도가 변수
    • 입력 2022-08-24 17:32:55
    취재K

한·중 수교 30주년인 오늘(24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비공개 접견했습니다.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으로 호응해 나올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입니다.

■ 北, '담대한 구상'에 강력 반발…"당장 대형 도발은 어려워"

'담대한 구상'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에 앞서 북한의 상황을 냉정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내는 등 지도부 차원에서 '담대한 구상'에 대해 거칠고 격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예고한 대로 '모종의 행동'에 나설 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다만, 당장은 대형 도발에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코로나19 사태와 장마철 수해 등을 털고 민생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10월부터 올해 경제 성과 등을 평가하는 총화( 總和)에 들어갑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시점으로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다음 달 이후, 핵실험 보다는 미사일 시험 발사 같은 저강도 도발부터 감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북한에 옥수수가 출하됐음에도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높다. 그만큼 식량이 부족하다"면서 "북한의 내부 문제는 당장 해결될 수 없어서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도발을 하긴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점 확인과 한미의 즉각 대응이 어려운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한미를 향해 '정면 대결'이라고 말하지만, 한·미연합훈련에는 맞대응하지 않고 강약조절을 하는 전략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김정은에게 현 상황은 집권 이래 처음 맞는 시련기"라고 진단했습니다.

■ "'담대한 구상' 관련 中 역할 기대"

남북 간 소통이 단절돼 있고 북한의 도발이 유력하게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담대한 구상'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협상장에 나오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초기 단계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게 분명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지금 핵을 '국체'라고 표현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은 중국의 이익·원칙과도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한범 연구위원도 "('담대한 구상'에 대한) 김여정의 담화는 남북 관계의 파국을 선언한 것"이라며 "현 상황을 한국이 단독으로 뚫기는 어렵다. 북한의 핵실험은 10월 대규모 정치행사를 앞둔 중국에도 부담이어서 한·중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오늘 (통일부 장관-주중대사) 만남은 갈등보다는 접점을 찾기 위한 자리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측의 협조 가능성에 대해서 조 연구위원은 "정부가 최근 '칩4(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성격 등에 대해 상당히 발언을 자제하는 등 출범 초와 비교하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고, 중국도 한국에 즉각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양국 간의 갈등을 관리하려는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오늘(24일) 오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했다 (출처 : 통일부)
■ "신냉전 구도에서 中 역할 난망"

하지만 미·중 간 갈등이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통일부 일각에서도 "미·중이 진영 대결로 치닫는 상황에서는 과거처럼 중국에 비핵화를 위한 역할을 주문하기 어려운 것 아니겠냐"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오늘 접견과 관련해 "정부는 한·미동맹과 북한 문제를 분리해 접근하고 싶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협상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임 교수는 "중국은 오래전부터 한국에 미·중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것을 일관되게 요구해왔다"며 "중국의 이런 입장은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 되는 상황에서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중국이 강조하는 한국이 잡아야 할 '중심'의 기준점은 사드와 관련한 '3불 정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한·중 수교 30주년인 오늘 중국 관영매체는 "한중 관계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은 사드 문제의 재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질서의 '신냉전'화 속에 한중 간 북핵 공조도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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