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 유용 의혹’ 김혜경 5시간 조사…경찰은 뭘 물었나?

입력 2022.08.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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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김혜경 씨, 서면 진술서 제출
이재명 의원 "아내는 몰랐다"
녹취록에는 '다른 맥락' 확인
경찰, 이달 중 사건 검찰로 보낼 듯
수행비서 역할 배 씨 구속영장 신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어제(23일) 경찰 조사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부인 김혜경 씨. 김 씨의 경찰 조사는 예상과 달리 5시간여 만에 빠르게 끝났습니다. 경찰은 앞서 법인카드의 부당한 사용이 의심되는 129개 상점을 압수수색 했는데, 어제의 짧은 조사는 확보한 증거와 전후 배경을 확인하기도 버거워 보였습니다.

경찰의 질문 공세에 김 씨 측은 짧게 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 갔을까요? 경찰과 김혜경 씨, 양측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앞으로 수사 방향을 추론해봤습니다.

■ 김혜경 씨, 서면 진술서 제출

어제 오후 2시쯤 경기남부경찰청 제1별관 내 진술 녹화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김혜경 씨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경찰과 피의자 사이에 날카로운 공방이 예상됐지만, 실제 분위기는 달랐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이 보고 있는 핵심 혐의에 대한 질문이 시작됐습니다. 김 씨 측은 출석하면서 진술서를 준비해왔는데,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하게 답변을 이어나갔습니다.

핵심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 어젯밤 이재명 의원이 SNS에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경찰은 전 경기도청 총무과 사무관 배 모 씨가 16건, 180만 원어치의 음식을 김 씨 집으로 전달한 거로 보고 있습니다. 조사관은 우선 그 내역과 김 씨가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을 알았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씨 측은 경찰에 "배 씨가 사비로 마련한 음식인 줄 알았고, 음식값을 주기도 했다"고 답했습니다. 법인카드로 음식을 결제해 집에 갖다 놓은 배 씨의 행위를 김 씨가 시킨 적도 없고, 법인카드를 사용했는지조차 몰랐다는 겁니다.

이어 의약품 대리처방과 지난해 8월 민주당 의원 부인들과 식사 때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밥값을 내줬다는 의혹 등에 대해 경찰 조사가 이어졌습니다. 김 씨 측은 이 의원 SNS 등에 밝혀온 입장을 그대로 김 씨가 시킨 일이 아니고 잘 알지도 못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은 'GH 합숙소 비선캠프'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했는데, 이 사건에서 김 씨는 아직 입건되지 않은 참고인 자격이었습니다.

■ 이재명 의원 "아내는 몰랐다"

이재명 의원은 김 씨의 경찰 조사를 전후로 SNS에 게시물을 올리며 적극 해명했습니다. 특히, 어젯밤에는 "제 아내가 공무원에게 사적 도움을 받은 점은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고 했습니다.


이어 "법인카드를 쓰거나, 부당사용을 지시하거나, 부당사용을 알면서 용인한 것도 아닌데,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고통을 겪는 아내에게 한없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법인카드 사용을 지시하거나 알고 있었다면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데, 도지사와 그 배우자로서 잘못한 건 맞지만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고 선을 그은 셈입니다.

경찰이 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의심한 지난해 8월 2일 서울 광화문의 식사모임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후보자나 배우자가 타인과 식사를 함께할 경우 대접하지도 대접받지도 않는다'는 방침을 철저히 지켰다"며 “수행책임자가 김 씨 밥값 26,000원만 캠프 정치자금카드로 지불했다”고 했습니다.

당시 일행 3명의 밥값을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결제한 건 배 씨의 지시를 받은 제보자 A 씨였고, 김혜경 씨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겁니다. 어제는 언론 보도에 나온 녹취록을 근거로 들기도 했습니다. 배 씨가 'B 변호사(수행책임자)는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거 잘 모른다'고 말한 대목인데, '수행책임자조차 알지 못했다'는 겁니다.

■ 녹취록에는 '다른 맥락' 확인

문제의 녹취록을 김 씨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로 쓸 수 있을까요? 당시 녹취에서 배 씨와 제보자 A 씨의 대화를 들어봤습니다.

식사자리가 있었던 지난해 8월 2일, 배 씨는 A 씨에게 서울 광화문의 식당 주소를 알려주면서 "식당에서 B 씨를 만나 홀에서 밥을 먹으라며 “B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갖고 있으니 받아서 긁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수행책임자 모르게 경기도 법인카드가 사용됐다"고 했지만, 정작 그날 법인카드를 들고 있던 건 수행책임자 B 씨였습니다. 우연히 들고 있었을 뿐, 사용한 사실은 몰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 의심스러운 대목은 이튿날 대화에 있었습니다.

식사 당일 B 씨는 실수로 그 식당에서 후원금 카드로 밥값을 두 차례나 결제했습니다. 대선 경선 정치자금 수입 지출 보고서에도 그날 식당에서 26,000원씩 두 번 쓴 내역이 나옵니다. 배 씨는 A 씨에게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 후원금 카드결제를 취소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리고 수행책임자 B 씨가 갖고 있었다는 후원금 카드는 배 씨 손에 있었고, 바로 A 씨에게 전달합니다.


'김 씨와 B 씨 몰래 법인카드를 썼다'는 제보자는 식당에서 B 씨로부터 도청 법인카드를 건네받았고, B 씨와 먹은 점심값까지 함께 결제했습니다. 또 B 씨도 후원금 카드를 사용한 다음 배 씨에게 전달했고, 지출내역도 배 씨가 관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 의원은 어젯밤 "(경찰 조사에서) 배 씨와 제보자 A 씨가 아내와 수행책임자 B 씨에게까지 숨기며 법인카드로 결제했음을 보여주는 대화녹음을 지적했는데, 경찰은 이에 관해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제보자를 통해 녹취록을 이미 확보한 경찰 입장에선 굳이 피의자에게 앞뒤를 설명해줄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경찰, 이달 중 사건 검찰로 보낼 듯

어제 김 씨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서 핵심 피의자를 입건하기 위한 절차적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관련 증거와 참고인 진술 등을 확보한 경찰이 갖고 있는 '패'를 보여줄 이유도 없었고, 김 씨 측에서도 긴말할 필요는 없었던 겁니다. 양측의 이런 입장이 5시간여 동안의 다소 싱거운 조사로 이어진 겁니다.

관건은 경찰이 배 씨와 김 씨의 연결고리를 얼마나 입증하냐는 겁니다. 김 씨는 물론 배 씨도 경찰 조사에서 배 씨 스스로 모든 일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경찰은 검찰 송치 전까지 김 씨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막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경찰은 오늘(24일) 배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달 중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입니다. 현재로선 김 씨에 대한 재소환이나 이재명 의원에 대한 소환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 다만 경찰 수사 내용을 넘겨받은 검찰이 시효를 앞둔 선거법만 우선 기소하고,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보완 수사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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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카 유용 의혹’ 김혜경 5시간 조사…경찰은 뭘 물었나?
    • 입력 2022-08-24 18:10:09
    취재K
<strong>김혜경 씨, 서면 진술서 제출<br />이재명 의원 "아내는 몰랐다"<br />녹취록에는 '다른 맥락' 확인<br /></strong><strong>경찰, 이달 중 사건 검찰로 보낼 듯</strong> <br /><strong>수행비서 역할 배 씨 구속영장 신청</strong>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어제(23일) 경찰 조사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부인 김혜경 씨. 김 씨의 경찰 조사는 예상과 달리 5시간여 만에 빠르게 끝났습니다. 경찰은 앞서 법인카드의 부당한 사용이 의심되는 129개 상점을 압수수색 했는데, 어제의 짧은 조사는 확보한 증거와 전후 배경을 확인하기도 버거워 보였습니다.

경찰의 질문 공세에 김 씨 측은 짧게 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 갔을까요? 경찰과 김혜경 씨, 양측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앞으로 수사 방향을 추론해봤습니다.

■ 김혜경 씨, 서면 진술서 제출

어제 오후 2시쯤 경기남부경찰청 제1별관 내 진술 녹화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김혜경 씨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경찰과 피의자 사이에 날카로운 공방이 예상됐지만, 실제 분위기는 달랐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이 보고 있는 핵심 혐의에 대한 질문이 시작됐습니다. 김 씨 측은 출석하면서 진술서를 준비해왔는데,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하게 답변을 이어나갔습니다.

핵심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 어젯밤 이재명 의원이 SNS에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경찰은 전 경기도청 총무과 사무관 배 모 씨가 16건, 180만 원어치의 음식을 김 씨 집으로 전달한 거로 보고 있습니다. 조사관은 우선 그 내역과 김 씨가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을 알았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씨 측은 경찰에 "배 씨가 사비로 마련한 음식인 줄 알았고, 음식값을 주기도 했다"고 답했습니다. 법인카드로 음식을 결제해 집에 갖다 놓은 배 씨의 행위를 김 씨가 시킨 적도 없고, 법인카드를 사용했는지조차 몰랐다는 겁니다.

이어 의약품 대리처방과 지난해 8월 민주당 의원 부인들과 식사 때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밥값을 내줬다는 의혹 등에 대해 경찰 조사가 이어졌습니다. 김 씨 측은 이 의원 SNS 등에 밝혀온 입장을 그대로 김 씨가 시킨 일이 아니고 잘 알지도 못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은 'GH 합숙소 비선캠프'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했는데, 이 사건에서 김 씨는 아직 입건되지 않은 참고인 자격이었습니다.

■ 이재명 의원 "아내는 몰랐다"

이재명 의원은 김 씨의 경찰 조사를 전후로 SNS에 게시물을 올리며 적극 해명했습니다. 특히, 어젯밤에는 "제 아내가 공무원에게 사적 도움을 받은 점은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고 했습니다.


이어 "법인카드를 쓰거나, 부당사용을 지시하거나, 부당사용을 알면서 용인한 것도 아닌데,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고통을 겪는 아내에게 한없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법인카드 사용을 지시하거나 알고 있었다면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데, 도지사와 그 배우자로서 잘못한 건 맞지만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고 선을 그은 셈입니다.

경찰이 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의심한 지난해 8월 2일 서울 광화문의 식사모임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후보자나 배우자가 타인과 식사를 함께할 경우 대접하지도 대접받지도 않는다'는 방침을 철저히 지켰다"며 “수행책임자가 김 씨 밥값 26,000원만 캠프 정치자금카드로 지불했다”고 했습니다.

당시 일행 3명의 밥값을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결제한 건 배 씨의 지시를 받은 제보자 A 씨였고, 김혜경 씨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겁니다. 어제는 언론 보도에 나온 녹취록을 근거로 들기도 했습니다. 배 씨가 'B 변호사(수행책임자)는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거 잘 모른다'고 말한 대목인데, '수행책임자조차 알지 못했다'는 겁니다.

■ 녹취록에는 '다른 맥락' 확인

문제의 녹취록을 김 씨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로 쓸 수 있을까요? 당시 녹취에서 배 씨와 제보자 A 씨의 대화를 들어봤습니다.

식사자리가 있었던 지난해 8월 2일, 배 씨는 A 씨에게 서울 광화문의 식당 주소를 알려주면서 "식당에서 B 씨를 만나 홀에서 밥을 먹으라며 “B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갖고 있으니 받아서 긁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수행책임자 모르게 경기도 법인카드가 사용됐다"고 했지만, 정작 그날 법인카드를 들고 있던 건 수행책임자 B 씨였습니다. 우연히 들고 있었을 뿐, 사용한 사실은 몰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 의심스러운 대목은 이튿날 대화에 있었습니다.

식사 당일 B 씨는 실수로 그 식당에서 후원금 카드로 밥값을 두 차례나 결제했습니다. 대선 경선 정치자금 수입 지출 보고서에도 그날 식당에서 26,000원씩 두 번 쓴 내역이 나옵니다. 배 씨는 A 씨에게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 후원금 카드결제를 취소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리고 수행책임자 B 씨가 갖고 있었다는 후원금 카드는 배 씨 손에 있었고, 바로 A 씨에게 전달합니다.


'김 씨와 B 씨 몰래 법인카드를 썼다'는 제보자는 식당에서 B 씨로부터 도청 법인카드를 건네받았고, B 씨와 먹은 점심값까지 함께 결제했습니다. 또 B 씨도 후원금 카드를 사용한 다음 배 씨에게 전달했고, 지출내역도 배 씨가 관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 의원은 어젯밤 "(경찰 조사에서) 배 씨와 제보자 A 씨가 아내와 수행책임자 B 씨에게까지 숨기며 법인카드로 결제했음을 보여주는 대화녹음을 지적했는데, 경찰은 이에 관해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제보자를 통해 녹취록을 이미 확보한 경찰 입장에선 굳이 피의자에게 앞뒤를 설명해줄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경찰, 이달 중 사건 검찰로 보낼 듯

어제 김 씨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서 핵심 피의자를 입건하기 위한 절차적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관련 증거와 참고인 진술 등을 확보한 경찰이 갖고 있는 '패'를 보여줄 이유도 없었고, 김 씨 측에서도 긴말할 필요는 없었던 겁니다. 양측의 이런 입장이 5시간여 동안의 다소 싱거운 조사로 이어진 겁니다.

관건은 경찰이 배 씨와 김 씨의 연결고리를 얼마나 입증하냐는 겁니다. 김 씨는 물론 배 씨도 경찰 조사에서 배 씨 스스로 모든 일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경찰은 검찰 송치 전까지 김 씨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막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경찰은 오늘(24일) 배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달 중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입니다. 현재로선 김 씨에 대한 재소환이나 이재명 의원에 대한 소환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 다만 경찰 수사 내용을 넘겨받은 검찰이 시효를 앞둔 선거법만 우선 기소하고,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보완 수사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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