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도 공효진도…新트렌드 ‘연상女 연하男 결혼’ 돋보기

입력 2022.08.25 (08:00) 수정 2022.08.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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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피겨 여왕’ 김연아(32) 선수가 5살 아래인 남성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 멤버 고우림(27)과 ‘깜짝 결혼’ 소식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최근 ‘피겨 여왕’ 김연아(32) 선수가 5살 아래인 남성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 멤버 고우림(27)과 ‘깜짝 결혼’ 소식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 "누나 괜찮지? 연하는 어때?" 이젠 옛말

"9살 많은 저의 여자친구는 직장 동료였어요. 한때 주변 시선을 신경쓰기도 했지만, 4년 동안 취미도 공유하고 여행도 많이 다니다가 여러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종교나 가치관이 정말 잘 맞아요.남편이 성숙한 스타일이라 3살 연하여도 오빠 느낌이 나요."
"같은 과 선후배에서 연상연하 커플이 된 지 올해로 10주년이에요. 오는 12월에 결혼합니다."


근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연상연하(연상녀-연하남)' 커플의 결혼 이야기들입니다.

요즘 젊은 남성들도 친구들에게 소개팅 받을 때 "누나 괜찮지?"라는 말, 듣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겁니다. 반대로 여성들 역시 "연하는 어때?"라는 질문을 받아본 지 꽤 됐을 텐데요. 이제는 남녀 간 2~3살 차이는 "나이 차이가 난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진 게 사실이죠.

이처럼 한때 드라마나 대중가요에서 특별한 사이로 묘사됐던 연상연하 커플은,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연인 관계로 보편화됐습니다. 당장 주변 지인들을 둘러봐도 그렇거니와, 톱스타들 역시 연상연하 커플로 시작해 백년가약을 맺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래에는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 배우 공효진씨가 각각 5살, 10살 아래 가수 출신 연하남과의 '깜짝 결혼 소식'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이전에는 2살 차이의 태양-민효린, 비-김태희 커플이 화촉을 밝힌 바 있지요.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초혼(初婚)의 경우 ‘여자 연상 부부’는 전체 부부 가운데 19.2%, 약 5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초혼(初婚)의 경우 ‘여자 연상 부부’는 전체 부부 가운데 19.2%, 약 5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초혼 5쌍 중 1쌍이 '연상女연하男'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초혼(初婚)의 경우 '여자 연상 부부'는 전체 부부 가운데 19.2%, 약 5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년(2020년)보다 0.7%p 늘어난 수치인데요. 여자 연상 부부 비율은 2016년(16.3%)부터 매년 증가했습니다. 2017년 16.9%, 2018년 17.2%, 2019년 17.5%, 2020년 18.5% 순입니다.

실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요즘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들은 연상 여성들과의 만남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40대 남성들도 한두 살 위의 여성과의 교제에 특별한 거부감이 없습니다.

"27세에서 30세까지 비교적 어린 남성분들이 결혼정보회사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요. 이분들은 소개를 받을 때 연상녀도 괜찮아 해요. 여성들도 연령대와 상관없이 연하남을 원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28세 남성 자산가와 35세 여의사가 결혼한 사례도 있어요."
- 홍윤미 퍼플스 커플매니저 이사

비교적 중장년층 세대가 많은 '재혼 시장'에서도 연상연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손동규 온리-유 대표는 "이제는 60대 여성들도 재혼을 준비하면서 연하남을 배우자감으로 고려한다"며 "여성 10명 중에 6~7명 정도는 '연하남도 괜찮다'고 한다. 아직 장년층 재혼에서 보편화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트렌드가 바뀌어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은선 가연 수석커플매니저 팀장은 "재혼 남성들도 경제력을 갖췄다고 본인보다 어린 여성만 찾는 게 아니다"라며 "보통 본인의 문화 수준이나 생활 패턴에 어울리는 상대를 찾는데, 연하보다는 나이가 비슷하거나 연상인 여성이 코드가 잘 맞는 경우기 많다"고 말했습니다.

홍윤미 퍼플스 커플매니저 이사는 “27세에서 30세까지 비교적 어린 남성들이 결혼정보회사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소개를 받을 때 연상녀도 괜찮아 한다”며 “여성들도 연령대와 상관없이 연하남을 원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실제 28세 남성 자산가와 35세 여의사가 결혼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홍윤미 퍼플스 커플매니저 이사는 “27세에서 30세까지 비교적 어린 남성들이 결혼정보회사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소개를 받을 때 연상녀도 괜찮아 한다”며 “여성들도 연령대와 상관없이 연하남을 원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실제 28세 남성 자산가와 35세 여의사가 결혼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내 감정에 솔직했다"…그들이 연상女,연하男을 택한 이유

연상연하 커플들은 이구동성으로 "나이를 떠나 사람을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의 논문 '연상녀-연하남 부부의 결혼결정 과정: 30-40대 여성의 경험을 중심으로'(이세란·김현주 저)에서 설문조사에 참여한 연상녀들은 연하남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 바 있습니다.

"저는 저희 집에서 반대하고 막 뭐라고 하시면 울기 바쁜 거예요. 근데 남자친구는 '이거 극복해야 된다고, 이런 과정 없이 허락받으려 했냐고, 다 넘을 수 있는 산이라고, 더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고 그렇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더라고요. 남자친구도 '아, 이거 어떻게 하냐' 하면서 같이 울면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을 텐데…. 저한테 했던 표현들이 정말 의지가 됐어요. '이 상황은 너무 힘들지만, 내가 얘를 의지할 수 있을 만큼 정말 괜찮은 남자구나. 내 결정이 잘못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흔들리지 않게 해줬어요."
- 설문 참여자 A

"'나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그냥 조건 보지 않고 사랑해서 내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조건보다는 사랑을 선택한 거죠. 서로의 조건을 보기보다 자신의 감정에 더 솔직했던 것. 그게 결혼을 경험한 연상연하 커플의 공통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 설문 참여자 B

"남자가 어리면 철이 없고 남자가 여자한테 기댈 것 같잖아요. 근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이 철이 없어지고 갈수록 기대게 되고…. 그렇게 바뀌게 되더라고요. 나이가 어리지만 그냥 어린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의지가 되고 그러니까 좋아하는 거지, 철이 없는데 나이만 어리다고 누가 좋아해요? 나이는 상관이 없는 거예요."
- 설문 참여자 C

연하남들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연상녀는) 내가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는 게 아니라, 이해심 있게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성숙한 사고방식'을 가져서 좋다" "사실 연하든 연상이든 나이 차이만 있는 거지 다 똑같은 여자다. 나와 잘 맞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라면 나이는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사랑은 사람과 하는 거지, 나이와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연령 규범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3~5살 많은 정도를 적정한 나이 차로 여겼다.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짐에 따라 그런 규범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연령 규범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3~5살 많은 정도를 적정한 나이 차로 여겼다.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짐에 따라 그런 규범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연상女 연하男' 결혼의 3대 요인: 경제력, 다양성, 수평화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작금의 사회에서 연상연하 커플의 결혼이 늘어나는 요인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경제력 신장, 가족 다양성의 확장, 남녀 관계의 수평적 전환'입니다.

첫째, 근래 들어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빨라짐에 따라 사회·경제적 지위가 남성들 못지않게 신장됐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과거 고학력에 재력을 갖춘 남성 연상 위주의 결혼 문화가 달라진 것이지요. 이제는 경제력을 갖춘 여성이 주도적으로 배우자감을 고르는 시대이기도 한 겁니다.

강은선 가연 팀장은 "여성들의 사회적 커리어가 높아졌기 때문에, 연상남의 경제력에 의지해 결혼하는 경향이 많이 줄었다"며 "나한테 스위트하게 잘 대해주는 한두 살 연하, 집안일 같이 도와주고 함께 놀러다닐 수 있는 친구 같은 남성들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둘째, 다양한 유형의 가족이 등장하고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기존의 연령 규범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1인 가족, 재혼 가족, 다문화 가족 등 '가족 다양성'이 확장됨에 따라, 여성 연상 결혼으로 이뤄진 가족도 자연스럽게 특별하지 않은 유형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입니다.

실제 상기한 논문 '연상녀-연하남 부부의 결혼결정 과정'에 따르면, "연상녀-연하남 부부의 결혼 결정 과정은 연상녀의 경제적 능력뿐만 아니라 결혼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 맥락적 규범이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연령 규범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3~5살 많은 정도를 적정한 나이 차로 여겼다.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짐에 따라 그런 규범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라며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핵심적인 가치관이 달라졌고, 사회 규범이라는 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봉석 성균관대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연상연하 커플의 결혼 증가세에 대해 “남녀 사이에서도 나이가 지위처럼 여겨졌던 지배 종속적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유명인들의 상징적인 케이스들을 통해, 그러한 인식이 대중사회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김봉석 성균관대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연상연하 커플의 결혼 증가세에 대해 “남녀 사이에서도 나이가 지위처럼 여겨졌던 지배 종속적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유명인들의 상징적인 케이스들을 통해, 그러한 인식이 대중사회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연령 금기 사라지는 추세"…선입견 넘어 진실된 사랑으로

셋째, 남녀 사이가 기존의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 남성 연상 중심의 결혼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봉석 성균관대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남녀 사이에서도 나이가 지위처럼 여겨졌던 지배 종속적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유명인들의 상징적인 케이스들을 통해, 그러한 인식이 대중사회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자든 여자든, 지금 청년 세대들은 '성별 차이에 따라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과거의 '성 역할 규범'에 거의 동의하지 않는다. 남녀 관계에 있어서도 여성의 연령이 더 많은 것에 대해 거부감이 전혀 없다"며 "성별과 연령에 대해 터부시하던 과거의 규범들을 의도적으로 해체한다기보다는, 시대가 변하면서 그런 규범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연상연하 커플을 유별나게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의 시선들은 아직도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앞서 논문의 연상녀 연하남 커플 중에는 부모로부터 "네가 그 친구랑 결혼하면 나는 너를 안 볼 것이다" "그럴 거면 너는 결혼하지 말고 그냥 평생 노처녀로 살아라" 같은 대못 치는 말을 들은 경우도 있었는데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나이'는 무시할 수 없는 위계와 서열의 기준이 되곤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가장 먼저 무너지는 장벽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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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도 공효진도…新트렌드 ‘연상女 연하男 결혼’ 돋보기
    • 입력 2022-08-25 08:00:18
    • 수정2022-08-25 15:08:21
    취재K
최근 ‘피겨 여왕’ 김연아(32) 선수가 5살 아래인 남성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 멤버 고우림(27)과 ‘깜짝 결혼’ 소식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 "누나 괜찮지? 연하는 어때?" 이젠 옛말

"9살 많은 저의 여자친구는 직장 동료였어요. 한때 주변 시선을 신경쓰기도 했지만, 4년 동안 취미도 공유하고 여행도 많이 다니다가 여러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종교나 가치관이 정말 잘 맞아요.남편이 성숙한 스타일이라 3살 연하여도 오빠 느낌이 나요."
"같은 과 선후배에서 연상연하 커플이 된 지 올해로 10주년이에요. 오는 12월에 결혼합니다."


근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연상연하(연상녀-연하남)' 커플의 결혼 이야기들입니다.

요즘 젊은 남성들도 친구들에게 소개팅 받을 때 "누나 괜찮지?"라는 말, 듣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겁니다. 반대로 여성들 역시 "연하는 어때?"라는 질문을 받아본 지 꽤 됐을 텐데요. 이제는 남녀 간 2~3살 차이는 "나이 차이가 난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진 게 사실이죠.

이처럼 한때 드라마나 대중가요에서 특별한 사이로 묘사됐던 연상연하 커플은,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연인 관계로 보편화됐습니다. 당장 주변 지인들을 둘러봐도 그렇거니와, 톱스타들 역시 연상연하 커플로 시작해 백년가약을 맺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래에는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 배우 공효진씨가 각각 5살, 10살 아래 가수 출신 연하남과의 '깜짝 결혼 소식'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이전에는 2살 차이의 태양-민효린, 비-김태희 커플이 화촉을 밝힌 바 있지요.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초혼(初婚)의 경우 ‘여자 연상 부부’는 전체 부부 가운데 19.2%, 약 5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초혼 5쌍 중 1쌍이 '연상女연하男'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초혼(初婚)의 경우 '여자 연상 부부'는 전체 부부 가운데 19.2%, 약 5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년(2020년)보다 0.7%p 늘어난 수치인데요. 여자 연상 부부 비율은 2016년(16.3%)부터 매년 증가했습니다. 2017년 16.9%, 2018년 17.2%, 2019년 17.5%, 2020년 18.5% 순입니다.

실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요즘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들은 연상 여성들과의 만남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40대 남성들도 한두 살 위의 여성과의 교제에 특별한 거부감이 없습니다.

"27세에서 30세까지 비교적 어린 남성분들이 결혼정보회사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요. 이분들은 소개를 받을 때 연상녀도 괜찮아 해요. 여성들도 연령대와 상관없이 연하남을 원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28세 남성 자산가와 35세 여의사가 결혼한 사례도 있어요."
- 홍윤미 퍼플스 커플매니저 이사

비교적 중장년층 세대가 많은 '재혼 시장'에서도 연상연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손동규 온리-유 대표는 "이제는 60대 여성들도 재혼을 준비하면서 연하남을 배우자감으로 고려한다"며 "여성 10명 중에 6~7명 정도는 '연하남도 괜찮다'고 한다. 아직 장년층 재혼에서 보편화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트렌드가 바뀌어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은선 가연 수석커플매니저 팀장은 "재혼 남성들도 경제력을 갖췄다고 본인보다 어린 여성만 찾는 게 아니다"라며 "보통 본인의 문화 수준이나 생활 패턴에 어울리는 상대를 찾는데, 연하보다는 나이가 비슷하거나 연상인 여성이 코드가 잘 맞는 경우기 많다"고 말했습니다.

홍윤미 퍼플스 커플매니저 이사는 “27세에서 30세까지 비교적 어린 남성들이 결혼정보회사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소개를 받을 때 연상녀도 괜찮아 한다”며 “여성들도 연령대와 상관없이 연하남을 원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실제 28세 남성 자산가와 35세 여의사가 결혼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내 감정에 솔직했다"…그들이 연상女,연하男을 택한 이유

연상연하 커플들은 이구동성으로 "나이를 떠나 사람을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의 논문 '연상녀-연하남 부부의 결혼결정 과정: 30-40대 여성의 경험을 중심으로'(이세란·김현주 저)에서 설문조사에 참여한 연상녀들은 연하남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 바 있습니다.

"저는 저희 집에서 반대하고 막 뭐라고 하시면 울기 바쁜 거예요. 근데 남자친구는 '이거 극복해야 된다고, 이런 과정 없이 허락받으려 했냐고, 다 넘을 수 있는 산이라고, 더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고 그렇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더라고요. 남자친구도 '아, 이거 어떻게 하냐' 하면서 같이 울면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을 텐데…. 저한테 했던 표현들이 정말 의지가 됐어요. '이 상황은 너무 힘들지만, 내가 얘를 의지할 수 있을 만큼 정말 괜찮은 남자구나. 내 결정이 잘못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흔들리지 않게 해줬어요."
- 설문 참여자 A

"'나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그냥 조건 보지 않고 사랑해서 내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조건보다는 사랑을 선택한 거죠. 서로의 조건을 보기보다 자신의 감정에 더 솔직했던 것. 그게 결혼을 경험한 연상연하 커플의 공통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 설문 참여자 B

"남자가 어리면 철이 없고 남자가 여자한테 기댈 것 같잖아요. 근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이 철이 없어지고 갈수록 기대게 되고…. 그렇게 바뀌게 되더라고요. 나이가 어리지만 그냥 어린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의지가 되고 그러니까 좋아하는 거지, 철이 없는데 나이만 어리다고 누가 좋아해요? 나이는 상관이 없는 거예요."
- 설문 참여자 C

연하남들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연상녀는) 내가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는 게 아니라, 이해심 있게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성숙한 사고방식'을 가져서 좋다" "사실 연하든 연상이든 나이 차이만 있는 거지 다 똑같은 여자다. 나와 잘 맞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라면 나이는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사랑은 사람과 하는 거지, 나이와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연령 규범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3~5살 많은 정도를 적정한 나이 차로 여겼다.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짐에 따라 그런 규범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연상女 연하男' 결혼의 3대 요인: 경제력, 다양성, 수평화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작금의 사회에서 연상연하 커플의 결혼이 늘어나는 요인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경제력 신장, 가족 다양성의 확장, 남녀 관계의 수평적 전환'입니다.

첫째, 근래 들어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빨라짐에 따라 사회·경제적 지위가 남성들 못지않게 신장됐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과거 고학력에 재력을 갖춘 남성 연상 위주의 결혼 문화가 달라진 것이지요. 이제는 경제력을 갖춘 여성이 주도적으로 배우자감을 고르는 시대이기도 한 겁니다.

강은선 가연 팀장은 "여성들의 사회적 커리어가 높아졌기 때문에, 연상남의 경제력에 의지해 결혼하는 경향이 많이 줄었다"며 "나한테 스위트하게 잘 대해주는 한두 살 연하, 집안일 같이 도와주고 함께 놀러다닐 수 있는 친구 같은 남성들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둘째, 다양한 유형의 가족이 등장하고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기존의 연령 규범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1인 가족, 재혼 가족, 다문화 가족 등 '가족 다양성'이 확장됨에 따라, 여성 연상 결혼으로 이뤄진 가족도 자연스럽게 특별하지 않은 유형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입니다.

실제 상기한 논문 '연상녀-연하남 부부의 결혼결정 과정'에 따르면, "연상녀-연하남 부부의 결혼 결정 과정은 연상녀의 경제적 능력뿐만 아니라 결혼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 맥락적 규범이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연령 규범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3~5살 많은 정도를 적정한 나이 차로 여겼다.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짐에 따라 그런 규범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라며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핵심적인 가치관이 달라졌고, 사회 규범이라는 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봉석 성균관대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연상연하 커플의 결혼 증가세에 대해 “남녀 사이에서도 나이가 지위처럼 여겨졌던 지배 종속적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유명인들의 상징적인 케이스들을 통해, 그러한 인식이 대중사회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연령 금기 사라지는 추세"…선입견 넘어 진실된 사랑으로

셋째, 남녀 사이가 기존의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 남성 연상 중심의 결혼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봉석 성균관대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남녀 사이에서도 나이가 지위처럼 여겨졌던 지배 종속적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유명인들의 상징적인 케이스들을 통해, 그러한 인식이 대중사회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자든 여자든, 지금 청년 세대들은 '성별 차이에 따라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과거의 '성 역할 규범'에 거의 동의하지 않는다. 남녀 관계에 있어서도 여성의 연령이 더 많은 것에 대해 거부감이 전혀 없다"며 "성별과 연령에 대해 터부시하던 과거의 규범들을 의도적으로 해체한다기보다는, 시대가 변하면서 그런 규범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연상연하 커플을 유별나게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의 시선들은 아직도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앞서 논문의 연상녀 연하남 커플 중에는 부모로부터 "네가 그 친구랑 결혼하면 나는 너를 안 볼 것이다" "그럴 거면 너는 결혼하지 말고 그냥 평생 노처녀로 살아라" 같은 대못 치는 말을 들은 경우도 있었는데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나이'는 무시할 수 없는 위계와 서열의 기준이 되곤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가장 먼저 무너지는 장벽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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