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도 빗물터널, ‘기록적 폭우’ 막을 수 있을까?

입력 2022.08.25 (10:49) 수정 2022.08.25 (11: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지대에 배수능력도 부족해 상습침수 피해를 보았던 서울 양천구 신월동과 강서구 화곡동 일대.

지난 2020년 8월, 이 일대 지하 40m에 길이 지름 10m 규모의 커다란 터널이 생겼습니다. 길이는 4.7km로 양천구 가로공원로에서 신월동, 안양천이 있는 목동 빗물펌프장을 연결하는데요.

바로 국내 최초로 건설된 빗물 저류 배수시설인 '신월동 대심도(大深度) 빗물 터널'입니다. 지하에 설치된 터널에 빗물을 일시적으로 모았다가, 호우가 끝나면 안양천으로 내보내는 기능을 합니다.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출처 : 환경부 ‘도시침수 및 하천홍수 방지대책’)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출처 : 환경부 ‘도시침수 및 하천홍수 방지대책’)

최대 32만 톤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데, 시간당 100mm의 비가 와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지난 8일부터 수도권 등에 내린 폭우로 인한 피해도 이 대심도 빗물 터널 유무에 따라 지역별로 극명한 대조를 보였습니다.

양천 지역은 별다른 침수피해가 없었지만, 강남 지역은 시간당 처리능력이 최대 85mm에 불과해 대규모 침수피해와 인명피해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서울시내 상습침수지역 6곳에 시간당 110mm 폭우를 감당할 수 있는 대심도 빗물 터널 건설을 11년 만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0년간 1조 5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겁니다.

내년에 설계 착수하고, 2027년에 상습침수지역인 강남역과 광화문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우선 설치한다는 계획입니다.

■ "'신월동' 터널 없었다면 600세대 침수 예상"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어제 서울청사에서 '서울시 대심도 빗물 터널, 어떻게 가야 하나'란 주제로 심층 토론을 열었습니다.

먼저 손경철 서울시 치수안전과장이 서울시 대심도 빗물 터널 추진 경위와 정책현황을 발표했는데요, 손 과장은 당초 2011년 서울 광화문과 강남역, 신월동 등 7개 지역에 8,582억 원을 들여 대심도 빗물 터널을 설치하기로 계획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3월 토론회와 전문가 숙의를 거쳐 신월동을 뺀 6곳은 대심도 빗물 터널 대신 빗물펌프장과 우수저류조 신설, 관로 확장 등으로 계획이 변경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마저도 지속적인 민원 발생과 지장물 저촉, 저류조 부지 선정 어려움으로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제대로 완결되지 못한 상황에 이번 폭우가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신월동 빗물 대심도 터널은 시간당 59mm, 하루 164mm 강수량을 기록했던 지난 8일 빗물 17만 톤을 가둬,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 상습침수지역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요.

손 과장은 모의침수 분석결과 신월동 빗물 대심도 터널이 없었다면 이번 폭우로 37.7헥타르, 600세대가 침수했을 것이란 예상치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폭우로 빗물 대심도 터널의 방재 효과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배수터널 필요해…효율성 떨어지는 것도 아냐"

이후 4가지 주제를 놓고 심층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하천의 용량을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선 현재 시스템만으로는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빗물 대심도 터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재 방재성능목표는 시간당 95mm인데 이번 폭우에선 서울 지역별 강우량 편차가 컸다"며 "동일한 강우량을 전 지역의 방재성능 목표로 적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상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요소와 인구밀집도, 유동인구 등을 포함해서 지역마다 차등 적용할 수 있는 방재성능목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동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위원은 "대심도 빗물 터널의 구축 기간은 10년으로 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일본 사례를 보면 시공 중이라도 홍수 피해를 저감하는 등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10년간 빗물배수터널 미설치, 시스템의 문제"

'10년 동안 빗물배수터널을 왜 설치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이상은 국토연구원 안전국토연구센터 센터장은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 센터장은 "재난이 발생하면 현란한 대책을 발표하고 책임 공방이 이어지지만, 국민적 관심이 끝나고 지자체장 교체주기가 되면 표가 안되는 대형사업은 축소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유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2011년 당시 다수의 전문가가 대심도 빗물 터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었지만, 일부 다른 의견이 있는 분들에 의해 침수 해소 대책이 변경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호우 사태에서도 피해가 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국장은 또 "신월동 대심도 빗물 터널은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방재)목표를 달성했다"며 "현 시점에선 인명피해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빗물매수터널 건설을 먼저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대심도 빗물터널' 설치 문제 없나?

100여 년 만의 폭우로 인해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일어났던 만큼 '대심도 빗물터널' 설치의 필요성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침수 피해를 입었던 지역 주민들도 당연히 그러하겠지만, 실제 공사가 시작되고 완료되기까지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손경철 서울시 치수안전과장은 대심도 빗물 터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이 크게 2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우선 빗물이 들어가는 유입구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공원같은 공공시설용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강남역과 광화문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2027년까지 우선 설치할 예정인데, 적당한 빗물 유입구 부지를 찾아야 합니다.

강남역 일대에도 공원이 있지만 적정한 부지인지는 따져봐야 하는데, 이렇게 빗물 유입구 부지 선정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손 과장은 또 발파과정이나 공사 과정에서 진동이나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많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다만 요즘 기술이 많이 발전해 무진동 공법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손 과장은 대심도 빗물 터널은 혐오시설이 아니고, 안전을 위한 시설이란 점을 주민들과 소통하면 이런 부분들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대심도 빗물터널, ‘기록적 폭우’ 막을 수 있을까?
    • 입력 2022-08-25 10:49:46
    • 수정2022-08-25 11:15:09
    취재K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지대에 배수능력도 부족해 상습침수 피해를 보았던 서울 양천구 신월동과 강서구 화곡동 일대.

지난 2020년 8월, 이 일대 지하 40m에 길이 지름 10m 규모의 커다란 터널이 생겼습니다. 길이는 4.7km로 양천구 가로공원로에서 신월동, 안양천이 있는 목동 빗물펌프장을 연결하는데요.

바로 국내 최초로 건설된 빗물 저류 배수시설인 '신월동 대심도(大深度) 빗물 터널'입니다. 지하에 설치된 터널에 빗물을 일시적으로 모았다가, 호우가 끝나면 안양천으로 내보내는 기능을 합니다.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출처 : 환경부 ‘도시침수 및 하천홍수 방지대책’)
최대 32만 톤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데, 시간당 100mm의 비가 와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지난 8일부터 수도권 등에 내린 폭우로 인한 피해도 이 대심도 빗물 터널 유무에 따라 지역별로 극명한 대조를 보였습니다.

양천 지역은 별다른 침수피해가 없었지만, 강남 지역은 시간당 처리능력이 최대 85mm에 불과해 대규모 침수피해와 인명피해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서울시내 상습침수지역 6곳에 시간당 110mm 폭우를 감당할 수 있는 대심도 빗물 터널 건설을 11년 만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0년간 1조 5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겁니다.

내년에 설계 착수하고, 2027년에 상습침수지역인 강남역과 광화문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우선 설치한다는 계획입니다.

■ "'신월동' 터널 없었다면 600세대 침수 예상"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어제 서울청사에서 '서울시 대심도 빗물 터널, 어떻게 가야 하나'란 주제로 심층 토론을 열었습니다.

먼저 손경철 서울시 치수안전과장이 서울시 대심도 빗물 터널 추진 경위와 정책현황을 발표했는데요, 손 과장은 당초 2011년 서울 광화문과 강남역, 신월동 등 7개 지역에 8,582억 원을 들여 대심도 빗물 터널을 설치하기로 계획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3월 토론회와 전문가 숙의를 거쳐 신월동을 뺀 6곳은 대심도 빗물 터널 대신 빗물펌프장과 우수저류조 신설, 관로 확장 등으로 계획이 변경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마저도 지속적인 민원 발생과 지장물 저촉, 저류조 부지 선정 어려움으로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제대로 완결되지 못한 상황에 이번 폭우가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신월동 빗물 대심도 터널은 시간당 59mm, 하루 164mm 강수량을 기록했던 지난 8일 빗물 17만 톤을 가둬,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 상습침수지역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요.

손 과장은 모의침수 분석결과 신월동 빗물 대심도 터널이 없었다면 이번 폭우로 37.7헥타르, 600세대가 침수했을 것이란 예상치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폭우로 빗물 대심도 터널의 방재 효과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배수터널 필요해…효율성 떨어지는 것도 아냐"

이후 4가지 주제를 놓고 심층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하천의 용량을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선 현재 시스템만으로는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빗물 대심도 터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재 방재성능목표는 시간당 95mm인데 이번 폭우에선 서울 지역별 강우량 편차가 컸다"며 "동일한 강우량을 전 지역의 방재성능 목표로 적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상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요소와 인구밀집도, 유동인구 등을 포함해서 지역마다 차등 적용할 수 있는 방재성능목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동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위원은 "대심도 빗물 터널의 구축 기간은 10년으로 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일본 사례를 보면 시공 중이라도 홍수 피해를 저감하는 등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10년간 빗물배수터널 미설치, 시스템의 문제"

'10년 동안 빗물배수터널을 왜 설치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이상은 국토연구원 안전국토연구센터 센터장은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 센터장은 "재난이 발생하면 현란한 대책을 발표하고 책임 공방이 이어지지만, 국민적 관심이 끝나고 지자체장 교체주기가 되면 표가 안되는 대형사업은 축소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유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2011년 당시 다수의 전문가가 대심도 빗물 터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었지만, 일부 다른 의견이 있는 분들에 의해 침수 해소 대책이 변경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호우 사태에서도 피해가 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국장은 또 "신월동 대심도 빗물 터널은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방재)목표를 달성했다"며 "현 시점에선 인명피해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빗물매수터널 건설을 먼저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대심도 빗물터널' 설치 문제 없나?

100여 년 만의 폭우로 인해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일어났던 만큼 '대심도 빗물터널' 설치의 필요성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침수 피해를 입었던 지역 주민들도 당연히 그러하겠지만, 실제 공사가 시작되고 완료되기까지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손경철 서울시 치수안전과장은 대심도 빗물 터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이 크게 2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우선 빗물이 들어가는 유입구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공원같은 공공시설용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강남역과 광화문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2027년까지 우선 설치할 예정인데, 적당한 빗물 유입구 부지를 찾아야 합니다.

강남역 일대에도 공원이 있지만 적정한 부지인지는 따져봐야 하는데, 이렇게 빗물 유입구 부지 선정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손 과장은 또 발파과정이나 공사 과정에서 진동이나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많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다만 요즘 기술이 많이 발전해 무진동 공법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손 과장은 대심도 빗물 터널은 혐오시설이 아니고, 안전을 위한 시설이란 점을 주민들과 소통하면 이런 부분들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