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에서 배운 부천 김호남의 K리그 ‘팬 서비스 개론’

입력 2022.08.25 (11:21) 수정 2022.08.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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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2 부천FC 김호남이 최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장문의 글을 올렸다.

프로 선수가 팬 서비스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글이었는데, 마치 한 편의 짧은 논문처럼 느껴질 만큼 논리가 탄탄했다.

다음은 김호남의 일명 '팬 서비스 경제학 개론'의 일부 내용이다.

이것은 지난번 팬분들과 대화를 통해 알게 된 내용으로 한 해 축구를 소비하는 비용을 대략적으로 예측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성인 티켓 가격은 1장에 만 원이다. 한 시즌 경기는 40만 원이다. 2월~10월까지 빽빽하지만 한 주에 1경기라는 가정으로 총 한 달이면 4만 원의 입장료가 발생한다.
...
지방 경기 경비 10만 원, 수도권 경기 경비 5만 원으로 잡고 총 원정 교통비용은 월 15만 원으로 잡아보자.
...
금강산도 식후경. 응원하려면 속이 든든해야 한다. 식비가 들어간다. 식비는 한 끼에 만 원으로 잡아보자. 월에 4끼 4만 원이다.
...
축구에서 장비는 곧 정체성이기에 시즌 유니폼을 구매한다. 당연히 홈 1개, 원정 1개를 구매한다. 올 시즌 부천 유니폼의 가격은 83,000원 두 개면 16만 6천 원이다.
...
그럼 대충 축구를 소비하는데 비용이 나온다. 티켓 4만 원, 경비 17만 원, 식비 4만 원, 유니폼 16만 6천 원. 나누기 시즌 개월 수. 월 1만 8천 원. 뒤풀이 8만 원. 34만 8천 원. 약 35만 원의 금액이 나온다.
...
부천시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570만 원이다. 이것을 12로 나누면 월급이 나온다. 297만 원이라는 수치가 나오게 된다. 실수령액은 2,702,700으로 추산된다.
...
축구를 소비하시는 축구팬분들은 월 소비 지출이 1인 기준 35만 원이다. 270만 원의 35만 원은 약 13%이다.
...
나는 프로축구 선수가 왜 프로 축구 팬분들께 더 많은 스킨십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지 수많은 이유를 댈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팬분들의 비용과 시간이라고 나는 말할 수 있다.
...
반대로 질문해 보자. 나는 내 급여의 13%를 매월 특정한 상품 혹은 서비스에 소비를 한다. 그 소비는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의식주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상품 혹은 서비스를 소비한다.
...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축구장에 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공감대가 떨어지는 논리이다.
우리의 무언가를 소비해 주시는 분들에게 기본적으로 감사함을 가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프로라는 이름으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선수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축구는 인생의 축소판❤
(전문은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jjgonggo11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호남은 프로축구 선수가 팬 서비스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구체적 수치를 예로 들었다.

김호남에 따르면 부천 팬들은 보통 월 소득의 13%를 오로지 부천 FC를 위해 소비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독특한(?) 취미는 즐거움만 가져다주진 않는다. 때론 좌절과 실망, 심지어 분노까지 일으킨다.

그럼에도 팬들은 자기의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을 투자해 부천FC 경기장을 찾는다. 그리고 자기 지갑을 열어 티켓을 구입하고 응원을 위해 유니폼도 한 벌 산다. 경기를 보는 중간 중간 간식도 사 먹어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팀이 이겼을 땐 승리를 자축하는 술 한잔, 졌을 땐 패배의 아픔을 씻기 위한 술 한 잔에도 기꺼이 자기 돈을 쓴다.

김호남은 반문한다. 과연 우리 축구선수들은 부천FC 팬들처럼, 꼭 필요한 의식주도 아닌 데다 즐거움만 가져다주지도 않는 상품과 서비스에 월 소득의 13%를 지출할 수 있냐고.

김호남은 프로축구 선수들이 팬 서비스를 해야 하는 건 월 소득의 13%에 달하는, 오로지 축구를 향한 무조건적인 소비를 하는 팬들에 대한 당연한 의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팬 서비스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증명한 축구 선수가 또 있을까?

김호남이 자신이 운영하는 감자탕 집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김호남이 자신이 운영하는 감자탕 집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감자탕에서 배운 팬 서비스

김호남이 팬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뜻밖에 '감자탕'에 있었다.

김호남은 현재 인천 송도에서 감자탕집을 운영 중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흑자 경영을 하는 성공한 CEO가 된 김호남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팬들의 마음을 더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감자탕 사업을 하면서 손님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 매장에 올까 늘 고민하는데 축구에서도 핵심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손님은 맛있으면, 팬들은 재미있으면 되는 거죠. 재미라는 것은 다양할 수 있는데 팬 서비스도 재미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월 소득의 13%라는 인풋이 들어가면 그에 걸맞은 아웃풋이 나와야 하죠. 아웃풋은 다양한데, 그게 결과일 수도 경기력일 수도 있고요. 또 누군가에겐 선수와의 스킨십일 수도 있죠. 사실 선수와의 스킨십 때문에 경기장에 오는 분도 많아요. 이 스킨십이라는 것은 결과, 경기력과는 다르게 선수들이 매 경기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서비스거든요. 결과와 경기력이라는 재미를 매 경기 드릴 수 없다면 팬 서비스라는 즐거움이라도 매 경기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등뼈도 직접 삶고, 밥도 손수 볶아준다는 김호남은 팬 서비스를 '볶음밥'에 비유했다.

"소비자 분들은 작은 것에 감동하거든요. 제가 평소에도 손님들에게 볶음밥을 직접 볶아 줘요. 볶음밥을 볶아드리면서 손님과 스킨십을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건네고, 식사가 부족하진 않으셨는지 물어보기도 하고요. 식사가 조금 부족했다 싶으면 남은 국물에 수제비라도 더 추가해서 드리려고 해요. 팬 서비스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진정성이 느껴져야 하거든요. 팬들도 바보가 아니거든요. 맨날 외면하다가 자기 필요할 때만 와달라 하면 누가 경기장에 와주겠어요. 평소에도 지속적인 진정성을 보여줘야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거죠."

'그깟 공놀이'를 위해 월 소득의 13%를 소비하는 이들에게 그에 걸맞은 진정성 있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김호남의 '팬 서비스론'.

그동안 수많은 프로 선수들은 팬 서비스는 '프로의 의무'라는 추상적이고 공허한 메시지의 뒤에 숨어 제 할 일을 하지 않았다.

대가를 지불한 팬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만 하는 것이 경제적 논리에 적합하다는 접근은 받을 줄만 알고 돌려주지 않는 일부 프로 선수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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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자탕’에서 배운 부천 김호남의 K리그 ‘팬 서비스 개론’
    • 입력 2022-08-25 11:21:25
    • 수정2022-08-25 16:11:05
    취재K

K리그 2 부천FC 김호남이 최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장문의 글을 올렸다.

프로 선수가 팬 서비스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글이었는데, 마치 한 편의 짧은 논문처럼 느껴질 만큼 논리가 탄탄했다.

다음은 김호남의 일명 '팬 서비스 경제학 개론'의 일부 내용이다.

이것은 지난번 팬분들과 대화를 통해 알게 된 내용으로 한 해 축구를 소비하는 비용을 대략적으로 예측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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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티켓 가격은 1장에 만 원이다. 한 시즌 경기는 40만 원이다. 2월~10월까지 빽빽하지만 한 주에 1경기라는 가정으로 총 한 달이면 4만 원의 입장료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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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경기 경비 10만 원, 수도권 경기 경비 5만 원으로 잡고 총 원정 교통비용은 월 15만 원으로 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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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 응원하려면 속이 든든해야 한다. 식비가 들어간다. 식비는 한 끼에 만 원으로 잡아보자. 월에 4끼 4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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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장비는 곧 정체성이기에 시즌 유니폼을 구매한다. 당연히 홈 1개, 원정 1개를 구매한다. 올 시즌 부천 유니폼의 가격은 83,000원 두 개면 16만 6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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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충 축구를 소비하는데 비용이 나온다. 티켓 4만 원, 경비 17만 원, 식비 4만 원, 유니폼 16만 6천 원. 나누기 시즌 개월 수. 월 1만 8천 원. 뒤풀이 8만 원. 34만 8천 원. 약 35만 원의 금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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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570만 원이다. 이것을 12로 나누면 월급이 나온다. 297만 원이라는 수치가 나오게 된다. 실수령액은 2,702,700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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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소비하시는 축구팬분들은 월 소비 지출이 1인 기준 35만 원이다. 270만 원의 35만 원은 약 1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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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로축구 선수가 왜 프로 축구 팬분들께 더 많은 스킨십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지 수많은 이유를 댈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팬분들의 비용과 시간이라고 나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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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질문해 보자. 나는 내 급여의 13%를 매월 특정한 상품 혹은 서비스에 소비를 한다. 그 소비는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의식주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상품 혹은 서비스를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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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축구장에 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공감대가 떨어지는 논리이다.
우리의 무언가를 소비해 주시는 분들에게 기본적으로 감사함을 가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프로라는 이름으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선수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축구는 인생의 축소판❤
(전문은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jjgonggo11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호남은 프로축구 선수가 팬 서비스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구체적 수치를 예로 들었다.

김호남에 따르면 부천 팬들은 보통 월 소득의 13%를 오로지 부천 FC를 위해 소비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독특한(?) 취미는 즐거움만 가져다주진 않는다. 때론 좌절과 실망, 심지어 분노까지 일으킨다.

그럼에도 팬들은 자기의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을 투자해 부천FC 경기장을 찾는다. 그리고 자기 지갑을 열어 티켓을 구입하고 응원을 위해 유니폼도 한 벌 산다. 경기를 보는 중간 중간 간식도 사 먹어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팀이 이겼을 땐 승리를 자축하는 술 한잔, 졌을 땐 패배의 아픔을 씻기 위한 술 한 잔에도 기꺼이 자기 돈을 쓴다.

김호남은 반문한다. 과연 우리 축구선수들은 부천FC 팬들처럼, 꼭 필요한 의식주도 아닌 데다 즐거움만 가져다주지도 않는 상품과 서비스에 월 소득의 13%를 지출할 수 있냐고.

김호남은 프로축구 선수들이 팬 서비스를 해야 하는 건 월 소득의 13%에 달하는, 오로지 축구를 향한 무조건적인 소비를 하는 팬들에 대한 당연한 의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팬 서비스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증명한 축구 선수가 또 있을까?

김호남이 자신이 운영하는 감자탕 집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감자탕에서 배운 팬 서비스

김호남이 팬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뜻밖에 '감자탕'에 있었다.

김호남은 현재 인천 송도에서 감자탕집을 운영 중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흑자 경영을 하는 성공한 CEO가 된 김호남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팬들의 마음을 더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감자탕 사업을 하면서 손님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 매장에 올까 늘 고민하는데 축구에서도 핵심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손님은 맛있으면, 팬들은 재미있으면 되는 거죠. 재미라는 것은 다양할 수 있는데 팬 서비스도 재미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월 소득의 13%라는 인풋이 들어가면 그에 걸맞은 아웃풋이 나와야 하죠. 아웃풋은 다양한데, 그게 결과일 수도 경기력일 수도 있고요. 또 누군가에겐 선수와의 스킨십일 수도 있죠. 사실 선수와의 스킨십 때문에 경기장에 오는 분도 많아요. 이 스킨십이라는 것은 결과, 경기력과는 다르게 선수들이 매 경기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서비스거든요. 결과와 경기력이라는 재미를 매 경기 드릴 수 없다면 팬 서비스라는 즐거움이라도 매 경기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등뼈도 직접 삶고, 밥도 손수 볶아준다는 김호남은 팬 서비스를 '볶음밥'에 비유했다.

"소비자 분들은 작은 것에 감동하거든요. 제가 평소에도 손님들에게 볶음밥을 직접 볶아 줘요. 볶음밥을 볶아드리면서 손님과 스킨십을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건네고, 식사가 부족하진 않으셨는지 물어보기도 하고요. 식사가 조금 부족했다 싶으면 남은 국물에 수제비라도 더 추가해서 드리려고 해요. 팬 서비스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진정성이 느껴져야 하거든요. 팬들도 바보가 아니거든요. 맨날 외면하다가 자기 필요할 때만 와달라 하면 누가 경기장에 와주겠어요. 평소에도 지속적인 진정성을 보여줘야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거죠."

'그깟 공놀이'를 위해 월 소득의 13%를 소비하는 이들에게 그에 걸맞은 진정성 있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김호남의 '팬 서비스론'.

그동안 수많은 프로 선수들은 팬 서비스는 '프로의 의무'라는 추상적이고 공허한 메시지의 뒤에 숨어 제 할 일을 하지 않았다.

대가를 지불한 팬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만 하는 것이 경제적 논리에 적합하다는 접근은 받을 줄만 알고 돌려주지 않는 일부 프로 선수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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