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종식 선언 보름만에 “의심환자 발생”…공개 의도는?

입력 2022.08.25 (17:54) 수정 2022.08.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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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오늘(25일) 관영매체를 통해 "양강도에서 지난 23일, 4명의 '악성 전염병' 의심 발열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19를 '악성 전염병'으로 불러온 만큼,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다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종식과 최대비상방역체계 해제를 선언한 지 보름 만입니다.

'방역전 승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적으로 칭송해온 북한이 발 빠르게 코로나19 의심환자 재발생을 공식화한 이유는 뭘까요?

■ '밀무역 성행' 양강도 발병…'중국 유입설' 거론

발병 지역으로 발표된 양강도는 중국과의 밀무역에 의한 장마당이 성행해온 지역입니다. 오늘 북한 발표 내용 중 "우리(북한) 경내에서는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눈에 띕니다. 북한은 발병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지만, '중국 유입설'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중국과의 밀무역 과정에서 전파됐을 가능성과 함께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를 앞두고 방역 긴장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선전술로 환자 발생 사실을 공식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단순히 발열자가 발생했다는 팩트를 알린다기보다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부여하려는 목적이 같이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북한 전문매체는 북한이 최근 북쪽 국경과 남쪽 최전방 지역 각 기관에 외부 물자에 대한 처리 질서를 바로 세울 것을 강조하는 지시문을 내려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시문을 통해 남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흘러들어오는 외부 물자는 모두 위험하다고 강조해, 주민들이 북한 당국 통제를 벗어난 물건에 노출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엔 북·중 접경지역에서 신규 환자가 나온 만큼 북한이 또 대북전단 유입설을 제기할 명분은 없지만 앞으로 모든 접경 지역에 대해 주민 통제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서도 언제든 코로나19 재유행이 발생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식량난 악화일로…'위드 코로나' 포석?

신규 환자 발생을 공개한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히는 것은 장마철 수해로 더 악화된 북한의 식량난입니다.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방역의 고삐를 다시 조이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대신 의심 환자 발생 사실을 즉시 알려 '긴장이 강화된 일상 방역 체계'를 유지하는 '위드 코로나' 전략 아니냐는 겁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봄철 가뭄에 장마 피해까지 겹쳐 가을 작황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남포항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산 식량이 긴급하게 들어가고 있다"며 "주민들을 집 밖으로 못 나오게 한 코로나19 통제의 후유증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지도부도 민심 이반을 우려해 과거처럼 완벽한 이동통제를 다시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도 "당국의 국경 봉쇄에도 밀무역이 암암리에 이뤄진다면 북한 주민의 생활난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일상 방역 체계로 전환한 만큼, 주민들에게 '위드 코로나'를 위한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코로나19 신규 발생 원인을 내부가 아닌 외부 유입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향후 재유행 상황에 대비한 면피용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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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5 17:54:31
    • 수정2022-08-25 17:54:51
    취재K

북한이 오늘(25일) 관영매체를 통해 "양강도에서 지난 23일, 4명의 '악성 전염병' 의심 발열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19를 '악성 전염병'으로 불러온 만큼,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다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종식과 최대비상방역체계 해제를 선언한 지 보름 만입니다.

'방역전 승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적으로 칭송해온 북한이 발 빠르게 코로나19 의심환자 재발생을 공식화한 이유는 뭘까요?

■ '밀무역 성행' 양강도 발병…'중국 유입설' 거론

발병 지역으로 발표된 양강도는 중국과의 밀무역에 의한 장마당이 성행해온 지역입니다. 오늘 북한 발표 내용 중 "우리(북한) 경내에서는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눈에 띕니다. 북한은 발병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지만, '중국 유입설'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중국과의 밀무역 과정에서 전파됐을 가능성과 함께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를 앞두고 방역 긴장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선전술로 환자 발생 사실을 공식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단순히 발열자가 발생했다는 팩트를 알린다기보다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부여하려는 목적이 같이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북한 전문매체는 북한이 최근 북쪽 국경과 남쪽 최전방 지역 각 기관에 외부 물자에 대한 처리 질서를 바로 세울 것을 강조하는 지시문을 내려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시문을 통해 남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흘러들어오는 외부 물자는 모두 위험하다고 강조해, 주민들이 북한 당국 통제를 벗어난 물건에 노출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엔 북·중 접경지역에서 신규 환자가 나온 만큼 북한이 또 대북전단 유입설을 제기할 명분은 없지만 앞으로 모든 접경 지역에 대해 주민 통제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서도 언제든 코로나19 재유행이 발생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식량난 악화일로…'위드 코로나' 포석?

신규 환자 발생을 공개한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히는 것은 장마철 수해로 더 악화된 북한의 식량난입니다.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방역의 고삐를 다시 조이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대신 의심 환자 발생 사실을 즉시 알려 '긴장이 강화된 일상 방역 체계'를 유지하는 '위드 코로나' 전략 아니냐는 겁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봄철 가뭄에 장마 피해까지 겹쳐 가을 작황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남포항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산 식량이 긴급하게 들어가고 있다"며 "주민들을 집 밖으로 못 나오게 한 코로나19 통제의 후유증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지도부도 민심 이반을 우려해 과거처럼 완벽한 이동통제를 다시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도 "당국의 국경 봉쇄에도 밀무역이 암암리에 이뤄진다면 북한 주민의 생활난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일상 방역 체계로 전환한 만큼, 주민들에게 '위드 코로나'를 위한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코로나19 신규 발생 원인을 내부가 아닌 외부 유입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향후 재유행 상황에 대비한 면피용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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