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판 뒤집힌 아베 국장…日국민 과반 반대

입력 2022.08.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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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 총리 디지털 헌화 웹페이지아베 전 총리 디지털 헌화 웹페이지

일본 나라시에서 거리 선거 유세를 하던 중 목숨을 잃은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헌화를 할 수 있는 웹페이지가 개설됐습니다.

어제(25일) 문을 연 이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고마워요 아베 전 총리> (디지털 헌화 프로젝트)라는 문구 아래에 환하게 웃고 있는 아베 전 총리의 사진이 등장합니다.

'헌화하기'를 통해 직접 헌화를 할 수 있고, 헌화를 한 사람이 몇 명인지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운구차아베 전 총리의 운구차

약 한 달 뒤인 9월 27일엔 일본 정부가 발표한 대로 야스쿠니신사 근처의 니혼부도칸(일본무도관·日本武道館)에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이 거행될 예정입니다.

니혼부도칸에서는 55년 전인 1967년에도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국장이 열렸는데요. 일본 정부는 국장 참석자를 약 6,000 명 참석한 당시보다 약간 많은 6,400명 규모로 조율하고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국장 비용은 약 2억 5,000만 엔(우리 돈 약 24억 원)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전액을 국비로 충당한다는 건 이미 각의에서 결정된 바 있습니다.

1967년 니혼부도칸에서 열린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국장1967년 니혼부도칸에서 열린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국장

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국장 거행 발표 당시만 해도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NHK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7월에는 정부의 국장 거행 방침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49%, 반대한다는 의견이 38%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50%, 찬성이 36%로 나타나 반대 의견이 찬성을 큰 차이로 앞질렀습니다.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는 물론,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의 과반수가 아베 국장을 반대하는 상황이 숫자로 쉽게 확인되고 있습는 겁니다.

NHK가 일본 정부의 국장 거행 방침에 대해 실시한 7월과 8월 여론조사 결과 . 빨간색이 ‘평가한다’(찬성) 파란색이 ‘평가하지 않는다’(반대)NHK가 일본 정부의 국장 거행 방침에 대해 실시한 7월과 8월 여론조사 결과 . 빨간색이 ‘평가한다’(찬성) 파란색이 ‘평가하지 않는다’(반대)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도쿄지방재판소엔 국장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됐고, 일부 교수와 작가들은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취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습니다.

아베 전 총리 국장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아베 전 총리 국장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일각에선 여론 악화로 인해 기시다 총리가 국장 실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아베 전 총리 등 강경파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 온 '약한 정권'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기시다 총리가 국장을 철회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이후 최저치인 36%(마이니치신문 조사)까지 떨어졌습니다. 아베 전 총리가 총격에 사망하고 통일교 논란이 일기 시작한 지난달에 비해 16%가 급락한 수치입니다.

통일교와 자민당 의원들의 관계를 다룬 NHK 특집 기사통일교와 자민당 의원들의 관계를 다룬 NHK 특집 기사

내각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는데 아베 전 총리 국장 반대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통일교 스캔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며 일본 내 다른 이슈들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이례적으로 '검토' 과정도 없이 국장 거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는데요. 여건이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도 아베 국장은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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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판 뒤집힌 아베 국장…日국민 과반 반대
    • 입력 2022-08-26 07:00:32
    특파원 리포트
아베 전 총리 디지털 헌화 웹페이지
일본 나라시에서 거리 선거 유세를 하던 중 목숨을 잃은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헌화를 할 수 있는 웹페이지가 개설됐습니다.

어제(25일) 문을 연 이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고마워요 아베 전 총리> (디지털 헌화 프로젝트)라는 문구 아래에 환하게 웃고 있는 아베 전 총리의 사진이 등장합니다.

'헌화하기'를 통해 직접 헌화를 할 수 있고, 헌화를 한 사람이 몇 명인지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운구차
약 한 달 뒤인 9월 27일엔 일본 정부가 발표한 대로 야스쿠니신사 근처의 니혼부도칸(일본무도관·日本武道館)에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이 거행될 예정입니다.

니혼부도칸에서는 55년 전인 1967년에도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국장이 열렸는데요. 일본 정부는 국장 참석자를 약 6,000 명 참석한 당시보다 약간 많은 6,400명 규모로 조율하고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국장 비용은 약 2억 5,000만 엔(우리 돈 약 24억 원)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전액을 국비로 충당한다는 건 이미 각의에서 결정된 바 있습니다.

1967년 니혼부도칸에서 열린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국장
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국장 거행 발표 당시만 해도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NHK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7월에는 정부의 국장 거행 방침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49%, 반대한다는 의견이 38%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50%, 찬성이 36%로 나타나 반대 의견이 찬성을 큰 차이로 앞질렀습니다.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는 물론,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의 과반수가 아베 국장을 반대하는 상황이 숫자로 쉽게 확인되고 있습는 겁니다.

NHK가 일본 정부의 국장 거행 방침에 대해 실시한 7월과 8월 여론조사 결과 . 빨간색이 ‘평가한다’(찬성) 파란색이 ‘평가하지 않는다’(반대)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도쿄지방재판소엔 국장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됐고, 일부 교수와 작가들은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취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습니다.

아베 전 총리 국장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일각에선 여론 악화로 인해 기시다 총리가 국장 실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아베 전 총리 등 강경파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 온 '약한 정권'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기시다 총리가 국장을 철회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이후 최저치인 36%(마이니치신문 조사)까지 떨어졌습니다. 아베 전 총리가 총격에 사망하고 통일교 논란이 일기 시작한 지난달에 비해 16%가 급락한 수치입니다.

통일교와 자민당 의원들의 관계를 다룬 NHK 특집 기사
내각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는데 아베 전 총리 국장 반대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통일교 스캔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며 일본 내 다른 이슈들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이례적으로 '검토' 과정도 없이 국장 거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는데요. 여건이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도 아베 국장은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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