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재활용 쓰레기 더미…“예견된 ‘쓰레기 대란’ 손 놓아”

입력 2022.08.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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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도시에서 열흘 넘게 쓰레기 수거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전광역시 서구입니다. 도마동과 괴정동, 용문동 등 서구 13개 동의 재활용 쓰레기가 지난 15일부터 최고 열흘 넘게 수거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가리지 않고 그렇습니다. 도시 곳곳에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넘쳐납니다. 기자가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대전시 서구의 한 고등학교 앞에 쌓여있는 쓰레기대전시 서구의 한 고등학교 앞에 쌓여있는 쓰레기

■ 하루 27톤 수거되던 재활용 쓰레기 수거 '올스톱'

대전시 서구 용문동의 한 고등학교 앞에는 재활용 쓰레기 봉투 수십 개가 쌓여있었습니다. 쓰레기가 가득 담긴 봉투가 대여섯 개씩 쌓여 3m 넘게 널려있었습니다. 쓰레기 봉투마다 생수병이나 음식물 등을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가 한가득이었습니다. 물건 포장에 사용했던 스티로폼 상자도 있었습니다.

인근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수거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가 사람 키만큼 쌓여있었습니다. 일반 쓰레기와 뒤섞여 있었는데, 특히 음식물을 담았던 재활용 쓰레기에서는 무더운 날씨에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구청에 민원을 냈는데도 수거해가지 않는다"며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또, "수거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버리기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주점과 음식점이 밀집한 대전시 괴정동 일대 사정도 심각했습니다. 가게마다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다 보니 200m 남짓되는 거리에 재활용 쓰레기 더미가 5개를 넘기도 했습니다. 상인은 "쓰레기 가득한 동네에 누가 식사를 하러 오겠냐"며 "영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동네에서 하루에 수거되던 재활용 쓰레기만 평균 27톤입니다. 이 쓰레기가 최고 열흘 넘게 쌓이고 있는 겁니다.

대전 서구의 한 주택가에 쌓여 있는 쓰레기대전 서구의 한 주택가에 쌓여 있는 쓰레기

■ 수거업체 행정소송 끝에 최근 영업정지…서구, '소송 중' 알면서도 계약

재활용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는 이유, 표면적으로는 수거업체가 받은 영업정지 처분 때문입니다. 수거업체는 2020년 업체가 위치한 충북 청주시로부터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습니다. 폐기물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섭니다.

업체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원심에 이어 지난달 항소심에서도 졌습니다. 업체는 지난 14일 상고를 포기했고 영업정지 처분은 확정됐습니다. 그러자 대전 서구는 업체에 계약해지를 통보했습니다.

문제는 대전 서구가 업체의 행정소송 진행 사실을 알면서도 업체와 계약을 했다는 데 있습니다. 서구는 지난 1월 해당 업체와 올 한해 대전시 서구 괴정동, 도마동, 내동, 용문동 등 13개 법정동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기로 다시 계약했습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될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한 겁니다.

재활용 수거업체 입찰 공고문재활용 수거업체 입찰 공고문

대전 서구 관계자는 용역 입찰 과정에서 해당 업체가 "가장 적절한 금액을 써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적격심사를 한 뒤 최종 선정했다고 말했는데요. 소송이 진행 중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업체의 입찰 참여를 막을 근거는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선정 과정에서 영업정지 상황에 대한 위험성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서구 관계자는 "업체가 소송을 포기할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업체가 소송을 하며 버티는 한 쓰레기 수거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대전 서구청대전 서구청

대전 서구는 급한 대로 다른 수거업체에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맡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갑작스럽게 수거를 담당한 업체가 바로 지역 구석구석 쓰레기 수거를 해주길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서구는 지난 업체 선정 당시 차순위 업체 등을 상대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는 쓰레기 수거가 정상화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 또한 예상일 뿐입니다. 낙관적인 예측에 기댄 자치단체의 주먹구구식 행정에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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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마다 재활용 쓰레기 더미…“예견된 ‘쓰레기 대란’ 손 놓아”
    • 입력 2022-08-26 17:05:12
    취재K
<strong>대도시에서 열흘 넘게 쓰레기 수거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전광역시 서구입니다. 도마동과 괴정동, 용문동 등 서구 13개 동의 재활용 쓰레기가 지난 15일부터 최고 열흘 넘게 수거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가리지 않고 그렇습니다. 도시 곳곳에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넘쳐납니다. 기자가 현장을 돌아봤습니다.</strong><strong> </strong><br />
대전시 서구의 한 고등학교 앞에 쌓여있는 쓰레기
■ 하루 27톤 수거되던 재활용 쓰레기 수거 '올스톱'

대전시 서구 용문동의 한 고등학교 앞에는 재활용 쓰레기 봉투 수십 개가 쌓여있었습니다. 쓰레기가 가득 담긴 봉투가 대여섯 개씩 쌓여 3m 넘게 널려있었습니다. 쓰레기 봉투마다 생수병이나 음식물 등을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가 한가득이었습니다. 물건 포장에 사용했던 스티로폼 상자도 있었습니다.

인근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수거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가 사람 키만큼 쌓여있었습니다. 일반 쓰레기와 뒤섞여 있었는데, 특히 음식물을 담았던 재활용 쓰레기에서는 무더운 날씨에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구청에 민원을 냈는데도 수거해가지 않는다"며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또, "수거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버리기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주점과 음식점이 밀집한 대전시 괴정동 일대 사정도 심각했습니다. 가게마다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다 보니 200m 남짓되는 거리에 재활용 쓰레기 더미가 5개를 넘기도 했습니다. 상인은 "쓰레기 가득한 동네에 누가 식사를 하러 오겠냐"며 "영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동네에서 하루에 수거되던 재활용 쓰레기만 평균 27톤입니다. 이 쓰레기가 최고 열흘 넘게 쌓이고 있는 겁니다.

대전 서구의 한 주택가에 쌓여 있는 쓰레기
■ 수거업체 행정소송 끝에 최근 영업정지…서구, '소송 중' 알면서도 계약

재활용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는 이유, 표면적으로는 수거업체가 받은 영업정지 처분 때문입니다. 수거업체는 2020년 업체가 위치한 충북 청주시로부터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습니다. 폐기물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섭니다.

업체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원심에 이어 지난달 항소심에서도 졌습니다. 업체는 지난 14일 상고를 포기했고 영업정지 처분은 확정됐습니다. 그러자 대전 서구는 업체에 계약해지를 통보했습니다.

문제는 대전 서구가 업체의 행정소송 진행 사실을 알면서도 업체와 계약을 했다는 데 있습니다. 서구는 지난 1월 해당 업체와 올 한해 대전시 서구 괴정동, 도마동, 내동, 용문동 등 13개 법정동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기로 다시 계약했습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될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한 겁니다.

재활용 수거업체 입찰 공고문
대전 서구 관계자는 용역 입찰 과정에서 해당 업체가 "가장 적절한 금액을 써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적격심사를 한 뒤 최종 선정했다고 말했는데요. 소송이 진행 중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업체의 입찰 참여를 막을 근거는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선정 과정에서 영업정지 상황에 대한 위험성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서구 관계자는 "업체가 소송을 포기할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업체가 소송을 하며 버티는 한 쓰레기 수거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대전 서구청
대전 서구는 급한 대로 다른 수거업체에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맡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갑작스럽게 수거를 담당한 업체가 바로 지역 구석구석 쓰레기 수거를 해주길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서구는 지난 업체 선정 당시 차순위 업체 등을 상대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는 쓰레기 수거가 정상화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 또한 예상일 뿐입니다. 낙관적인 예측에 기댄 자치단체의 주먹구구식 행정에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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