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마스크 쓴 채 경기한 중국 배구팀…中 누리꾼 ‘부글부글’

입력 2022.08.27 (07:04) 수정 2022.08.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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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두출처: 바이두

지난 25일 필리핀에서 열린 배구 아시안컵 경기. 이란과 중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맞붙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눈에 띄는 것이 있죠?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 모두 N95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중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이란과의 경기 첫 세트에서 모두 N95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하는 모습. (출처: 중국 관영(CC)TV)중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이란과의 경기 첫 세트에서 모두 N95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하는 모습. (출처: 중국 관영(CC)TV)

경기장에 들어올 때도 착용했을 뿐 아니라 첫 세트 내내 모든 선수들은 마스크를 쓰고 뛰었습니다. 반면 이란 선수들은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첫 세트는 24-26으로 중국이 이란에 경기를 내줬습니다.

중국 대 이란 경기 두 번째 세트에서는 중국 대표팀 3명의 선수만 마스크를 썼다. (출처: 바이두)중국 대 이란 경기 두 번째 세트에서는 중국 대표팀 3명의 선수만 마스크를 썼다. (출처: 바이두)

뒤 이어 시작된 두 번째 세트, 여전히 몇몇 선수는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선수들은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세 명의 선수만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작전 시간 이후 모든 선수들은 '노 마스크'로 경기를 뛰기 시작합니다.

마스크를 벗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두 번째 세트는 25-19로 중국이 가져왔습니다. 중국은 이후 3세트와 4세트를 내리 25-10, 25-13으로 승리하며 A조 우승을 확정짓습니다.

■ 선수들 마스크 착용에 중국 누리꾼들 '부글부글'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선수들이 시합 중에 마스크를 착용한 것을 두고 누리꾼들의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사 계열의 시나스포츠가 지난 25일 오후 웨이보에 올린 한 줄 기사 밑으로 누리꾼들의 갑론을박 댓글이 수천 개 달렸습니다. 26일 오후 기준으로 댓글은 4,600개를 넘어섰습니다.


시나스포츠는 중국 대표팀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 출전한 사진과 함께 '중국 여자 배구팀 전원 마스크 착용하고 경기(#中国女排全员戴口罩出战)'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는데요. 선수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싶은 관영매체의 시각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은 관영매체의 의도와는 반대로 누리꾼들 대다수는 선수들의 건강을 먼저 걱정했습니다. "보통 사람은 천천히 뛸 때도 마스크를 쓰면 힘들다" "이건 당구가 아니라 배구다" 등 웨이보에는 N95 마스크를 쓴 채 경기하다가 선수들이 쓰러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 '마스크 착용 논란' 속내 들여다 보니

중국은 잘 알려졌다시피 '제로 코로나', 일명 코로나 무관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해외에서 중국에 입국하는 사람들은 현재도 모두 10일 동안 의무적으로 격리해야 합니다. 한때 21일 격리가 의무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마저도 많이 줄어들어 다행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한 뷔페식당에서 마스크를 낀 채 음식을 담고 있다. (출처: 바이두)사람들이 한 뷔페식당에서 마스크를 낀 채 음식을 담고 있다. (출처: 바이두)

중국에서 뷔페식당을 가려면 우선 72시간 전에 PCR 검사를 받고 음성 결과가 나와야 하고, 식당에 들어갈 때 큐알 코드를 찍어 이 결과를 등록해야 합니다. 일종의 '나의 건강 상태 코드'를 확인하는 셈이죠. 그 뒤 식당에서 자리를 잡고 뷔페 음식을 가지러 갈 때도 마스크는 대부분 내리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음식을 담는 것인데요. 이후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을 때야 비로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생활을 중국인들은 2년 6개월 넘게 하고 있습니다. 일상입니다. 마스크 안 쓰고 3일에 한 번씩 PCR 검사를 받지 않으면 버스를 탈 수도, 시장에 갈 수도 없습니다.

당연히 불편합니다. 일하는 중간에 나가서 PCR 검사를 받으려면 짧게는 몇십 분, 길게는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합니다. 깜빡하고 하루라도 검사를 미뤘다가는 직장에 못 가고 학교 수업도 못 듣습니다.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은 미국의 감염률이 중국의 300배 이상이라며 중국의 방역을 치켜세웁니다. 코로나19에 속절없이 당한 서방 세계에 비해 중국의 체제가 우월하다고 자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방역은 더 이상 그냥 '코로나19 예방'만이 아닌 겁니다.


그러다 이제는 중국 대표팀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서까지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습니다.

탕스핑 푸단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SNS 계정에 글을 올렸습니다. 선수들에게 시합에서까지 N95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것은 정치를 위해서, 여자 배구 선수의 감독과 코치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내용입니다. '중국이 이렇게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진심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코트를 뛰어다녀야 하는 배구 선수들에게 N95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 것이 과연 이성적인 것인지 지적하는 말로 해석됩니다.


중국 누리꾼들 상당수도 비슷한 비판을 했습니다. "국내는 이미 코로나 때문에 마귀화됐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비이성적으로 변했다는 의미입니다. '제로 코로나'라는 명분 아래 과도한 방역으로 하루하루 불편함을 겪는 것이 당연해진 중국인들의 '울분'이 엿보입니다.

■ 해외 선수들이 경기 중 마스크 썼어도 논란됐을까?

이번 논란이 단순히 선수들이 마스크를 써서 경기 도중 힘들어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은 논평가 후시진(胡锡进)이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관영매체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에서 오랫동안 총편집장으로 일했던 후시진은 여자 선수들이 마스크를 쓴 것은 '의도적'이지 않았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여자 배구는 결코 '방역모범' 쇼를 할 생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곱씹어 보면, 수많은 중국인이 선수들의 마스크 착용을 방역모범 퍼포먼스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겠죠.

논란은 결국 중국배구협회의 사과로 종결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배구협회는 어제(26일) 아시안컵에서 일부 선수가 코로나19 증상을 보여서 필리핀 경기장에 입장할 때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마스크 착용이 '진짜 방역'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경기 도중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지 분명한 규정이 없어서 벗지 않았다면서, 이번 일이 단순한 해프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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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7 07:04:01
    • 수정2022-08-27 16: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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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필리핀에서 열린 배구 아시안컵 경기. 이란과 중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맞붙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눈에 띄는 것이 있죠?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 모두 N95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중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이란과의 경기 첫 세트에서 모두 N95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하는 모습. (출처: 중국 관영(CC)TV)
경기장에 들어올 때도 착용했을 뿐 아니라 첫 세트 내내 모든 선수들은 마스크를 쓰고 뛰었습니다. 반면 이란 선수들은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첫 세트는 24-26으로 중국이 이란에 경기를 내줬습니다.

중국 대 이란 경기 두 번째 세트에서는 중국 대표팀 3명의 선수만 마스크를 썼다. (출처: 바이두)
뒤 이어 시작된 두 번째 세트, 여전히 몇몇 선수는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선수들은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세 명의 선수만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작전 시간 이후 모든 선수들은 '노 마스크'로 경기를 뛰기 시작합니다.

마스크를 벗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두 번째 세트는 25-19로 중국이 가져왔습니다. 중국은 이후 3세트와 4세트를 내리 25-10, 25-13으로 승리하며 A조 우승을 확정짓습니다.

■ 선수들 마스크 착용에 중국 누리꾼들 '부글부글'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선수들이 시합 중에 마스크를 착용한 것을 두고 누리꾼들의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사 계열의 시나스포츠가 지난 25일 오후 웨이보에 올린 한 줄 기사 밑으로 누리꾼들의 갑론을박 댓글이 수천 개 달렸습니다. 26일 오후 기준으로 댓글은 4,600개를 넘어섰습니다.


시나스포츠는 중국 대표팀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 출전한 사진과 함께 '중국 여자 배구팀 전원 마스크 착용하고 경기(#中国女排全员戴口罩出战)'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는데요. 선수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싶은 관영매체의 시각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은 관영매체의 의도와는 반대로 누리꾼들 대다수는 선수들의 건강을 먼저 걱정했습니다. "보통 사람은 천천히 뛸 때도 마스크를 쓰면 힘들다" "이건 당구가 아니라 배구다" 등 웨이보에는 N95 마스크를 쓴 채 경기하다가 선수들이 쓰러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 '마스크 착용 논란' 속내 들여다 보니

중국은 잘 알려졌다시피 '제로 코로나', 일명 코로나 무관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해외에서 중국에 입국하는 사람들은 현재도 모두 10일 동안 의무적으로 격리해야 합니다. 한때 21일 격리가 의무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마저도 많이 줄어들어 다행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한 뷔페식당에서 마스크를 낀 채 음식을 담고 있다. (출처: 바이두)
중국에서 뷔페식당을 가려면 우선 72시간 전에 PCR 검사를 받고 음성 결과가 나와야 하고, 식당에 들어갈 때 큐알 코드를 찍어 이 결과를 등록해야 합니다. 일종의 '나의 건강 상태 코드'를 확인하는 셈이죠. 그 뒤 식당에서 자리를 잡고 뷔페 음식을 가지러 갈 때도 마스크는 대부분 내리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음식을 담는 것인데요. 이후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을 때야 비로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생활을 중국인들은 2년 6개월 넘게 하고 있습니다. 일상입니다. 마스크 안 쓰고 3일에 한 번씩 PCR 검사를 받지 않으면 버스를 탈 수도, 시장에 갈 수도 없습니다.

당연히 불편합니다. 일하는 중간에 나가서 PCR 검사를 받으려면 짧게는 몇십 분, 길게는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합니다. 깜빡하고 하루라도 검사를 미뤘다가는 직장에 못 가고 학교 수업도 못 듣습니다.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은 미국의 감염률이 중국의 300배 이상이라며 중국의 방역을 치켜세웁니다. 코로나19에 속절없이 당한 서방 세계에 비해 중국의 체제가 우월하다고 자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방역은 더 이상 그냥 '코로나19 예방'만이 아닌 겁니다.


그러다 이제는 중국 대표팀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서까지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습니다.

탕스핑 푸단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SNS 계정에 글을 올렸습니다. 선수들에게 시합에서까지 N95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것은 정치를 위해서, 여자 배구 선수의 감독과 코치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내용입니다. '중국이 이렇게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진심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코트를 뛰어다녀야 하는 배구 선수들에게 N95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 것이 과연 이성적인 것인지 지적하는 말로 해석됩니다.


중국 누리꾼들 상당수도 비슷한 비판을 했습니다. "국내는 이미 코로나 때문에 마귀화됐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비이성적으로 변했다는 의미입니다. '제로 코로나'라는 명분 아래 과도한 방역으로 하루하루 불편함을 겪는 것이 당연해진 중국인들의 '울분'이 엿보입니다.

■ 해외 선수들이 경기 중 마스크 썼어도 논란됐을까?

이번 논란이 단순히 선수들이 마스크를 써서 경기 도중 힘들어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은 논평가 후시진(胡锡进)이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관영매체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에서 오랫동안 총편집장으로 일했던 후시진은 여자 선수들이 마스크를 쓴 것은 '의도적'이지 않았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여자 배구는 결코 '방역모범' 쇼를 할 생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곱씹어 보면, 수많은 중국인이 선수들의 마스크 착용을 방역모범 퍼포먼스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겠죠.

논란은 결국 중국배구협회의 사과로 종결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배구협회는 어제(26일) 아시안컵에서 일부 선수가 코로나19 증상을 보여서 필리핀 경기장에 입장할 때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마스크 착용이 '진짜 방역'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경기 도중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지 분명한 규정이 없어서 벗지 않았다면서, 이번 일이 단순한 해프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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