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35%, ‘여성폭력’ 피해 경험…가해자 46%는 배우자·연인

우리나라 성인 여성 3명 중 1명은 '여성폭력' 피해를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 폭력'이란 성별에 기반을 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ㆍ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망라합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9월 22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 여성 7,000명을 대상으로 '2021년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오늘(29일)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생 동안 신체적, 성적, 경제적, 정서적 폭력 등 여성폭력 피해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는 여성은 전체 응답자의 34.9%에 달했습니다. 3명 중 1명 이상이 피해를 경험한 셈입니다.

■ 가해자 절반 가까이 배우자·연인

여성폭력을 한 번 이상 경험한 적이 있는 여성의 46%는 '친밀한 관계'에서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여성폭력이란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 연인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폭력을 말하며, 여성폭력의 가장 대표적인 종류 중 하나입니다. 피해 유형별(복수응답)로는 정서적 폭력이 61.9%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폭력 52.5%, 성적 폭력 27.9%, 통제 21.8%, 경제적 폭력 10.5% 순이었습니다.

전체 여성폭력 피해 경험의 경우 정서적 폭력이 61.3%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성적 폭력 53.8%, 신체적 폭력 40.7%, 통제 13.6%, 경제적 폭력 6.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여성폭력과 비교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은 정서적 폭력과 신체적 폭력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비해 성적 폭력은 27.9%로 전체 여성폭력 피해 경험 비율인 53.8%에 비해 절반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적 폭력은 '가슴이나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자꾸 쳐다보는 행위',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요하는 행위', '성적인 행위를 거부했을 때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 등을 포함합니다.

보고서는 성적 폭력 피해를 하나라도 경험한 적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가해자를 묻는 항목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보는 경우가 55.2%에 달해, 친밀한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성적 폭력 비율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 '데이트폭력' 피해자 43.2% "성적 폭력 당해"

'데이트폭력' 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고 답한 여성은 전체 응답자의 5%였고, 이들 중 43.2%는 성적 폭력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피해 당시 사귀고 있거나 과거 사귀었으나 피해 시점에서는 헤어졌던 사람으로부터 '데이트폭력'을 당한 응답자들의 피해 유형(복수응답)을 보면, 성적 폭력이 43.2%로 가장 높았습니다. 신체적 폭력이 37.8%, 정서적 폭력 36.4%, 통제 26.1%, 경제적 폭력 2.1%이 뒤를 이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2.5%는 평생 동안 스토킹 피해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한 비율이 32.8%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과거 사귀었으나 피해 시점에서는 헤어졌던 사람 14.7%, '학교나 직장 구성원 13.5%, 친구 11.6%, 피해 당시 사귀고 있던 사람 10.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토킹 피해 유형(복수응답)은 '주거, 직장, 학교 등의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62.4%를 차지했습고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47.2%, '우편, 전화 또는 인터넷 등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영상, 문자 등을 보내는 행위 30.7% 등이었습니다.

■ 여자 청소년 10명 중 8명 "온라인 그루밍, 몰라요"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유인·권유하는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가부는 만 14~18세 여자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부가조사를 실시해 인터넷 이용 현황, 온라인상에서 낯선 사람과 1대1 대화와 그 후 경험, 온라인 그루밍 피해 관련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10명 중 8명은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유인·권유하는 '온라인 그루밍'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그 내용을 정확히 모른다'고 응답했습니다.

성인이 성적인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온라인상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처벌 대상임을 아는 여자 청소년은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또 전체 응답자의 10%는 온라인에서 성인과 1대 1 대화 도중, 또는 그 이후 오프라인에서 성적인 요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온라인에서 성적 대화 또는 요구를 받았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96명, 나머지 4명은 온라인에서는 일상대화만 나눴으나, 오프라인에서 성적 요구를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 "우리 사회,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절반 넘어

현재 우리 사회가 여성폭력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전체의 57.8%를 차지해 안전하다 16.3%의 3배 이상 높았습니다. 응답자 10명 중 6명 가까이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겁니다.

여성폭력을 당했을 때 가장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묻는 응답에 '가해자로부터의 보호(접근금지 등)'이 70.5%를 차지했고 심리·정서적 지원 32.5%, 수사·법률 지원 11.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조사는 2019년 12월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른 첫 법정실태조사입니다. 기존의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성희롱 실태조사가 담지 못하는 여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됐습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장관은 기존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성희롱 실태조사에서 누락된 여성폭력에 관하여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해야 합니다. 또 이를 여성폭력방지를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도록 하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 예상보다 늦은 공표·보도자료 미배포…여가부 "특별한 의도 없어"

여가부는 '2021년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당초 예정보다 5개월 정도 늦게 공개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실태조사를 전년도에 할 경우 보통 3~6월 정도에 발표하지만,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첫 조사였기 때문에 조사 결과 등을 검증할 것들이 많아서 8월로 늦춰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보도자료 배포 등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특별한 이유가 아닌, 내부 정책 참고 자료용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여가부 누리집에 올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