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71%…시위 잇따르는 아르헨티나

입력 2022.08.30 (14:44) 수정 2022.08.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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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전 세계인이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데, 남미의 아르헨티나의 물가급등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1년새 물가상승률이 71%를 기록하는 등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경제위기로 연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래는 아르헨티나의 최근 인플레이션 원인과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 한국외국어대 손혜현 객원교수에게 물어, 손 교수의 답변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살인적 물가상승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한 여성 (사진/EPA,연합뉴스)아르헨티나에서 살인적 물가상승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한 여성 (사진/EPA,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물가상승률 71%, 올해 안에 세자릿수까지 치솟나?

아르헨티나의 통계청은 7월 한달 간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7.4% 급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물가상승률은 71%입니다. 1992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 수준입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베네수엘라를 넘어 중남미에서 가장 높습니다.앞으로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연말에는 세자릿수 인상률도 가능하다는 전망입니다.

물가폭등으로 한 달 새 경제부 장관이 세 번이나 교체됐습니다. 8월 초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기존의 경제부, 생산개발부, 농림축산수산부를 통합한 '슈퍼경제부'를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친시장 성향의 세르히오 마사 현직 하원의장을 경제부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물가 억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신임 마사 장관은 기준금리를 종전 연 60%에서 69.5%로 대폭 인상하고 정부지출 축소, 통화공급 감소 그리고 통화준비금 증가 등의 조치를 발표했으나,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보다 충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낮은 임금이 치솟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2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최저임금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아르헨티나 시민들. (사진/AP,연합뉴스)낮은 임금이 치솟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2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최저임금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아르헨티나 시민들. (사진/AP,연합뉴스)

■대규모 시위… 왜 시민들은 “월급은 죽었다” 고 외치나?


물가는 한달 새 7.4% 상승했지만, 임금인상은 절반 수준인 3.5%에 불과합니다. 특히 식품인상률은 8%나 됩니다.

현재 4인 가족의 최저생계비는 월 738달러인데, 최저임금은 320달러에 불과합니다. 임금과 정부 보조금을 합쳐도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얼마 전 카사로사다 대통령궁 앞에서 “최저임금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조차 되지 못하자 시민들은 “월급은 죽었다”고 외치며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7월 한 달 동안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는 40% 이상 하락했습니다. 페소의 가치 하락은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실질임금을 감소시킵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38%에 육박합니다. 식품, 연료, 교통 모든 것이 점점 더 비싸지고 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은 일자리, 임금인상, 식량, 정부 보조금 등을 요구하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가격상한제와 부유세 도입 등 정책 실패?

아르헨티나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쇠고기와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생필품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였으나 물가를 잡는데 실패했습니다.근본적인 경제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단기적인 물가 통제는 큰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및 경기부양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한화 약 26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최상위 소득층을 대상으로 부유세 징수를 추진했으나, 부유층 납세자들이 강하게 저항하면서 징수 목표액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상당수 부유층들이 미리 자산을 해외로 이동시키거나 이민을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재원은 확보하지 못하고 자본이탈만 초래했습니다.

■2000년대에만 3번째 디폴트…정부 정책 작동하나?

아르헨티나는 지난 2020년 디폴트를 선언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역사상 아홉 번째이며, 2000년대에는 2001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문제는 만성적인 재정적자입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재정 균형을 달성해야 하는데, 아르헨티나 역대 정부들은 재정이 고갈된 상태에서도 통화량을 늘리면서까지 과도하게 공공지출을 해왔습니다.

이는 시장의 불신을 초래하여 결국 디폴트 선언의 원인이 됩니다.

손혜현 한국외국어대 객원교수가 2000년대 들어서만 3번째 디폴트를 선언한 아르헨티나의 살인적인 물가상승의 원인과 경제위기, 정부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BS2TV지구촌뉴스. 2022.8.30)손혜현 한국외국어대 객원교수가 2000년대 들어서만 3번째 디폴트를 선언한 아르헨티나의 살인적인 물가상승의 원인과 경제위기, 정부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BS2TV지구촌뉴스. 2022.8.30)

신임 마사 경제부장관은 물가상승, 심각한 부채, 과도한 정부지출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했습니다 재정적자를 GDP의 2.5%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체 재정적자의 3/4을 차지하는 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하고 통화발행을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예산의 1/3을 차지하는 연금에 대해서는 15% 인상안을 발표했습니다. 마사장관의 2.5% 적자 목표 달성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페론주의’로 불리는 포퓰리즘이 경제위기의 원인인가?

아르헨티나 역사에서 페론주의는 매번 경제위기의 구원투수로 등장했습니다.

1989년 5,000%의 초인플레이션 상황, 2003년 IMF구제금융위기 상황, 2018년 445억 달러의 부채와 50%의 물가상승률의 상황에서 페론주의는 경제회복을 약속하며 정권을 잡았 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더욱 심각한 혼란이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구조개혁을 통한 거시경제 안정화에 있었지만, 페론주의 정부는 지출 감소가 아닌 지출 확대를 선택했습니다.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면서 악순환을 반복했습니다.

빈곤율이 38%에 달하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의 노숙자 (사진/로이터,연합뉴스)빈곤율이 38%에 달하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의 노숙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노동자와 사회 빈곤층을 위해 국가소득을 재분배하는 페론주의 복지모델은 경제 호황기와 산업화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현재 재정이 고갈된 아르헨티나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해줄 수 없으며,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지출을 계속해서 늘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23년 재선을 노리고 있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도 보조금과 사회지출을 줄이지 못할 것입니다.

포퓰리즘은 페론주의 정당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모든 정당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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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상승률 71%…시위 잇따르는 아르헨티나
    • 입력 2022-08-30 14:44:07
    • 수정2022-08-30 14:47:27
    세계는 지금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전 세계인이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데, 남미의 아르헨티나의 물가급등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1년새 물가상승률이 71%를 기록하는 등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경제위기로 연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래는 아르헨티나의 최근 인플레이션 원인과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 한국외국어대 손혜현 객원교수에게 물어, 손 교수의 답변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살인적 물가상승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한 여성 (사진/EPA,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물가상승률 71%, 올해 안에 세자릿수까지 치솟나?

아르헨티나의 통계청은 7월 한달 간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7.4% 급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물가상승률은 71%입니다. 1992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 수준입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베네수엘라를 넘어 중남미에서 가장 높습니다.앞으로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연말에는 세자릿수 인상률도 가능하다는 전망입니다.

물가폭등으로 한 달 새 경제부 장관이 세 번이나 교체됐습니다. 8월 초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기존의 경제부, 생산개발부, 농림축산수산부를 통합한 '슈퍼경제부'를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친시장 성향의 세르히오 마사 현직 하원의장을 경제부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물가 억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신임 마사 장관은 기준금리를 종전 연 60%에서 69.5%로 대폭 인상하고 정부지출 축소, 통화공급 감소 그리고 통화준비금 증가 등의 조치를 발표했으나,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보다 충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낮은 임금이 치솟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2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최저임금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아르헨티나 시민들. (사진/AP,연합뉴스)
■대규모 시위… 왜 시민들은 “월급은 죽었다” 고 외치나?


물가는 한달 새 7.4% 상승했지만, 임금인상은 절반 수준인 3.5%에 불과합니다. 특히 식품인상률은 8%나 됩니다.

현재 4인 가족의 최저생계비는 월 738달러인데, 최저임금은 320달러에 불과합니다. 임금과 정부 보조금을 합쳐도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얼마 전 카사로사다 대통령궁 앞에서 “최저임금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조차 되지 못하자 시민들은 “월급은 죽었다”고 외치며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7월 한 달 동안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는 40% 이상 하락했습니다. 페소의 가치 하락은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실질임금을 감소시킵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38%에 육박합니다. 식품, 연료, 교통 모든 것이 점점 더 비싸지고 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은 일자리, 임금인상, 식량, 정부 보조금 등을 요구하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가격상한제와 부유세 도입 등 정책 실패?

아르헨티나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쇠고기와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생필품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였으나 물가를 잡는데 실패했습니다.근본적인 경제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단기적인 물가 통제는 큰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및 경기부양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한화 약 26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최상위 소득층을 대상으로 부유세 징수를 추진했으나, 부유층 납세자들이 강하게 저항하면서 징수 목표액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상당수 부유층들이 미리 자산을 해외로 이동시키거나 이민을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재원은 확보하지 못하고 자본이탈만 초래했습니다.

■2000년대에만 3번째 디폴트…정부 정책 작동하나?

아르헨티나는 지난 2020년 디폴트를 선언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역사상 아홉 번째이며, 2000년대에는 2001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문제는 만성적인 재정적자입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재정 균형을 달성해야 하는데, 아르헨티나 역대 정부들은 재정이 고갈된 상태에서도 통화량을 늘리면서까지 과도하게 공공지출을 해왔습니다.

이는 시장의 불신을 초래하여 결국 디폴트 선언의 원인이 됩니다.

손혜현 한국외국어대 객원교수가 2000년대 들어서만 3번째 디폴트를 선언한 아르헨티나의 살인적인 물가상승의 원인과 경제위기, 정부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BS2TV지구촌뉴스. 2022.8.30)
신임 마사 경제부장관은 물가상승, 심각한 부채, 과도한 정부지출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했습니다 재정적자를 GDP의 2.5%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체 재정적자의 3/4을 차지하는 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하고 통화발행을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예산의 1/3을 차지하는 연금에 대해서는 15% 인상안을 발표했습니다. 마사장관의 2.5% 적자 목표 달성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페론주의’로 불리는 포퓰리즘이 경제위기의 원인인가?

아르헨티나 역사에서 페론주의는 매번 경제위기의 구원투수로 등장했습니다.

1989년 5,000%의 초인플레이션 상황, 2003년 IMF구제금융위기 상황, 2018년 445억 달러의 부채와 50%의 물가상승률의 상황에서 페론주의는 경제회복을 약속하며 정권을 잡았 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더욱 심각한 혼란이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구조개혁을 통한 거시경제 안정화에 있었지만, 페론주의 정부는 지출 감소가 아닌 지출 확대를 선택했습니다.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면서 악순환을 반복했습니다.

빈곤율이 38%에 달하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의 노숙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노동자와 사회 빈곤층을 위해 국가소득을 재분배하는 페론주의 복지모델은 경제 호황기와 산업화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현재 재정이 고갈된 아르헨티나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해줄 수 없으며,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지출을 계속해서 늘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23년 재선을 노리고 있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도 보조금과 사회지출을 줄이지 못할 것입니다.

포퓰리즘은 페론주의 정당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모든 정당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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