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논란된 광화문 ‘일장기 그림’…작품 의도 알아보니

입력 2022.08.30 (18:49) 수정 2022.08.3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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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논란이 된 사진이 있습니다. 최근 새로 단장한 광화문광장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미술작품입니다. 일단 한번 보시죠.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된 사진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된 사진

일제강점기로 보이는 광화문의 모습입니다. 하늘 부위에 그려진 살구색 원이 우선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 앞으로는 산이 펼쳐져 있고 두루미가 날아갑니다. 경복궁 정문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건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조선총독부 건물입니다.

이 작품을 본 다수의 누리꾼은 욕설을 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광화문광장에 어떻게 일장기와 조선총독부 그림을 버젓이 설치해놨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해당 내용이 다양한 커뮤니티와 SNS로 퍼져가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다"라거나 "현 정권이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등의 음모론까지 등장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불거진 논란은 오늘(30일)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더욱 커진 분위기인데요. 논란이 된 작품의 실체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 4개로 구성된 콜라주 작품…논란된 건 그중 하나

해당 작품은 지난 6일 광화문광장이 1년 9개월 만에 도심 속 공원으로 재개장하면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서울시가 패션·광고업계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청년 디자이너와 협업해 세종문화회관 앞 버스정류장에 총 4점의 '콜라주'를 설치했습니다. 콜라주는 화면에 인쇄물, 나뭇잎, 사진 등 각종 재료를 붙여서 구성하는 회화 기법입니다. 논란이 된 작품만 알려져 '단독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다른 3점과 함께 하나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개장을 기념해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2009년, 2022년 등 4개 시기 광화문의 변천사를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전체 작품을 흐름대로 봤을 땐 어떤 느낌일까요? 현장에 설치된 전체 작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앞뒤 2개씩 총 4개 작품이 설치됐다. (노란색 표시 부분)앞뒤 2개씩 총 4개 작품이 설치됐다. (노란색 표시 부분)

조선시대 ‘육조거리’를 표현한 작품조선시대 ‘육조거리’를 표현한 작품

광화문에서 가장 가까운 첫 번째 작품은 조선시대 '육조거리'를 표현한 것입니다. 지금의 세종대로를 조선시대엔 6개 중앙관청이 있었다고 해서 '육조거리'라고 불렀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한 당시 사진 위에 다양한 이미지를 섞어 콜라주를 구성했습니다.

논란이 된 ‘일제강점기’ 작품논란이 된 ‘일제강점기’ 작품

그 옆으로 설치된 두 번째 작품이 논란이 됐습니다. 일제강점기 광화문을 표현하다 보니 조선총독부 건물이 포함됐습니다. "일장기를 연상케 한다"는 이미지도 들어갔습니다. 이 작품 옆으로 2009년과 2022년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 연이어 배치됐습니다.

2009년 광화문광장2009년 광화문광장

2022년 광화문광장2022년 광화문광장

전체 맥락을 감안해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아마도 저마다 다를 겁니다.

■ "아픈 역사 넘어 극복과 변화의 과정 보여주려고 했다"

서울시는 논란이 된 '총독부·일장기 작품'에 대해 "아픈 역사를 넘어 극복과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할 때 정치적이거나 선정적이면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논란이 될만한 것은 없애고 가급적 자연물 위주로 다뤄달라는 의미였습니다. 조선총독부가 있는 모습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아픈 역사를 넘어 극복과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고 그랬기 때문에 (해당 작품을) 담담하게 채택한 겁니다." - 서울시 광화문광장사업과 관계자

살구색 동그라미 등 구체적으로 논란이 된 지점에 대해선 작가의 확인을 거쳐 답변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원은 길, 원 주변 사각형은 문을 상징합니다. 또 다른 희망의 세계를 가는 관문을 표현한 거고요. 새는 자유를 상징합니다. 산이나 물 같은 자연물이 다른 3개 작품에도 골고루 들어가있는데 그런 자연물은 희망을 상징합니다. 원에 살구색을 사용한 건 광화문 재개장이 한여름이어서 따뜻한 색을 사용한 겁니다. 해당 색은 육조거리에도 고루 사용됐습니다."
- 서울시 광화문광장사업과 관계자

이외에도 다른 작품에서 사용된 '눈 쌓인 산', '나뭇잎' 등 다양한 요소가 지닌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엔 "콜라주가 이색적이고 이질적인 요소를 갖다 붙이는 예술이다 보니 요소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작가를 인터뷰한 한 디자인 매체는 작가를 "경험과 상상을 토대로 이색적인 초현실적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콜라주 아티스트"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 "작가 당혹스러워해"…결국 작품은 철거

온종일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결국 작품을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토 결과 오해의 소지가 있어 작가와 협의를 통해 전시를 조기에 종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은 작가 본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보니 외부의 연락을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다만 서울시는 인터넷 일각에서 제기한 '음모론'에 대해선 분명히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해당 작가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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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체크K] 논란된 광화문 ‘일장기 그림’…작품 의도 알아보니
    • 입력 2022-08-30 18:49:07
    • 수정2022-08-30 18:56:25
    팩트체크K

어젯밤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논란이 된 사진이 있습니다. 최근 새로 단장한 광화문광장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미술작품입니다. 일단 한번 보시죠.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된 사진
일제강점기로 보이는 광화문의 모습입니다. 하늘 부위에 그려진 살구색 원이 우선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 앞으로는 산이 펼쳐져 있고 두루미가 날아갑니다. 경복궁 정문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건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조선총독부 건물입니다.

이 작품을 본 다수의 누리꾼은 욕설을 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광화문광장에 어떻게 일장기와 조선총독부 그림을 버젓이 설치해놨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해당 내용이 다양한 커뮤니티와 SNS로 퍼져가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다"라거나 "현 정권이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등의 음모론까지 등장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불거진 논란은 오늘(30일)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더욱 커진 분위기인데요. 논란이 된 작품의 실체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 4개로 구성된 콜라주 작품…논란된 건 그중 하나

해당 작품은 지난 6일 광화문광장이 1년 9개월 만에 도심 속 공원으로 재개장하면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서울시가 패션·광고업계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청년 디자이너와 협업해 세종문화회관 앞 버스정류장에 총 4점의 '콜라주'를 설치했습니다. 콜라주는 화면에 인쇄물, 나뭇잎, 사진 등 각종 재료를 붙여서 구성하는 회화 기법입니다. 논란이 된 작품만 알려져 '단독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다른 3점과 함께 하나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개장을 기념해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2009년, 2022년 등 4개 시기 광화문의 변천사를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전체 작품을 흐름대로 봤을 땐 어떤 느낌일까요? 현장에 설치된 전체 작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앞뒤 2개씩 총 4개 작품이 설치됐다. (노란색 표시 부분)
조선시대 ‘육조거리’를 표현한 작품
광화문에서 가장 가까운 첫 번째 작품은 조선시대 '육조거리'를 표현한 것입니다. 지금의 세종대로를 조선시대엔 6개 중앙관청이 있었다고 해서 '육조거리'라고 불렀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한 당시 사진 위에 다양한 이미지를 섞어 콜라주를 구성했습니다.

논란이 된 ‘일제강점기’ 작품
그 옆으로 설치된 두 번째 작품이 논란이 됐습니다. 일제강점기 광화문을 표현하다 보니 조선총독부 건물이 포함됐습니다. "일장기를 연상케 한다"는 이미지도 들어갔습니다. 이 작품 옆으로 2009년과 2022년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 연이어 배치됐습니다.

2009년 광화문광장
2022년 광화문광장
전체 맥락을 감안해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아마도 저마다 다를 겁니다.

■ "아픈 역사 넘어 극복과 변화의 과정 보여주려고 했다"

서울시는 논란이 된 '총독부·일장기 작품'에 대해 "아픈 역사를 넘어 극복과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할 때 정치적이거나 선정적이면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논란이 될만한 것은 없애고 가급적 자연물 위주로 다뤄달라는 의미였습니다. 조선총독부가 있는 모습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아픈 역사를 넘어 극복과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고 그랬기 때문에 (해당 작품을) 담담하게 채택한 겁니다." - 서울시 광화문광장사업과 관계자

살구색 동그라미 등 구체적으로 논란이 된 지점에 대해선 작가의 확인을 거쳐 답변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원은 길, 원 주변 사각형은 문을 상징합니다. 또 다른 희망의 세계를 가는 관문을 표현한 거고요. 새는 자유를 상징합니다. 산이나 물 같은 자연물이 다른 3개 작품에도 골고루 들어가있는데 그런 자연물은 희망을 상징합니다. 원에 살구색을 사용한 건 광화문 재개장이 한여름이어서 따뜻한 색을 사용한 겁니다. 해당 색은 육조거리에도 고루 사용됐습니다."
- 서울시 광화문광장사업과 관계자

이외에도 다른 작품에서 사용된 '눈 쌓인 산', '나뭇잎' 등 다양한 요소가 지닌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엔 "콜라주가 이색적이고 이질적인 요소를 갖다 붙이는 예술이다 보니 요소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작가를 인터뷰한 한 디자인 매체는 작가를 "경험과 상상을 토대로 이색적인 초현실적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콜라주 아티스트"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 "작가 당혹스러워해"…결국 작품은 철거

온종일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결국 작품을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토 결과 오해의 소지가 있어 작가와 협의를 통해 전시를 조기에 종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은 작가 본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보니 외부의 연락을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다만 서울시는 인터넷 일각에서 제기한 '음모론'에 대해선 분명히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해당 작가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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