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늑약 항거’ 민영환 동상 60여 년 만에 제자리 찾는다

입력 2022.08.31 (12:53) 수정 2022.08.3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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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충정로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아십니까?

일제가 우리 주권을 강탈한 을사늑약에 항거해 자결한 민영환 선생의 시호 '충정공'을 따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던 민영환 선생의 동상이 60여 년 만에 충정로에 옮겨져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윤아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굳게 다문 입술과 결기에 찬 날카로운 눈빛.

1905년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저항한 조선 말기 문신 민영환 선생의 동상입니다.

그의 항거 정신을 기려 1957년 서울 안국동 사거리에 처음 동상이 세워졌지만, 이후 도로 공사 등으로 돈화문과 우정총국으로 옮겨지며 홀대 논란까지 일었습니다.

[민명기/민영환 선생 증손녀 : "우정총국 조그만 마당에 아주 구석에 모셔져 있어서 정말 답답하고 아무도 거기 동상이 있는 것을 사람들은 몰라요. 아는 사람만 알지. 그래서 늘 마음이 불편했죠."]

이를 안타까워한 한 교수가 이전을 제안했고 서대문구청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동상 건립 60여 년 만에 서울 충정로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충정로'는 고종이 민 선생의 정신을 기려 내린 '충정공'이라는 시호를 따 서울시가 1946년 기존 일본식 도로명 대신 바꾼 이름입니다.

[이성헌/서울 서대문구청장 : "사람들이 접근이 용이한 지역으로 이분을 모셔야 되겠다 해서 저희 충정로로 모시게 됐고 여기 또 충정로가 바로 민영환 선생님의 호를 따서…."]

동상 하단에는 민영환 선생이 남긴 유서가 새겨진 조형물도 만들어졌습니다.

[정윤재/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 "비문을 단정하게 적어서 올려놓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걸 보고 이분이 남긴 가치와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된 것이죠."]

"한 번 죽음으로써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고, 2천만 동포에게 용서를 비노라"라는 유서를 남긴 민영환 선생. 이제 우리 일상 가까이에서 그의 일제 항거와 애국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게 됐습니다.

KBS 뉴스 윤아림입니다.

촬영기자:김한빈/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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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을사늑약 항거’ 민영환 동상 60여 년 만에 제자리 찾는다
    • 입력 2022-08-31 12:53:41
    • 수정2022-08-31 12:59:14
    뉴스 12
[앵커]

서울 충정로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아십니까?

일제가 우리 주권을 강탈한 을사늑약에 항거해 자결한 민영환 선생의 시호 '충정공'을 따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던 민영환 선생의 동상이 60여 년 만에 충정로에 옮겨져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윤아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굳게 다문 입술과 결기에 찬 날카로운 눈빛.

1905년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저항한 조선 말기 문신 민영환 선생의 동상입니다.

그의 항거 정신을 기려 1957년 서울 안국동 사거리에 처음 동상이 세워졌지만, 이후 도로 공사 등으로 돈화문과 우정총국으로 옮겨지며 홀대 논란까지 일었습니다.

[민명기/민영환 선생 증손녀 : "우정총국 조그만 마당에 아주 구석에 모셔져 있어서 정말 답답하고 아무도 거기 동상이 있는 것을 사람들은 몰라요. 아는 사람만 알지. 그래서 늘 마음이 불편했죠."]

이를 안타까워한 한 교수가 이전을 제안했고 서대문구청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동상 건립 60여 년 만에 서울 충정로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충정로'는 고종이 민 선생의 정신을 기려 내린 '충정공'이라는 시호를 따 서울시가 1946년 기존 일본식 도로명 대신 바꾼 이름입니다.

[이성헌/서울 서대문구청장 : "사람들이 접근이 용이한 지역으로 이분을 모셔야 되겠다 해서 저희 충정로로 모시게 됐고 여기 또 충정로가 바로 민영환 선생님의 호를 따서…."]

동상 하단에는 민영환 선생이 남긴 유서가 새겨진 조형물도 만들어졌습니다.

[정윤재/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 "비문을 단정하게 적어서 올려놓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걸 보고 이분이 남긴 가치와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된 것이죠."]

"한 번 죽음으로써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고, 2천만 동포에게 용서를 비노라"라는 유서를 남긴 민영환 선생. 이제 우리 일상 가까이에서 그의 일제 항거와 애국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게 됐습니다.

KBS 뉴스 윤아림입니다.

촬영기자:김한빈/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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