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이탈리아 총선을 주목하는 이유…‘유로존 위기’ 재발할까?

입력 2022.09.01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이탈리아, 서방 동맹의 ‘약한 고리’ 되나?

선거 결과를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이탈리아 언론들은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실각으로 이어진 조기 총선에서 우파 연합의 집권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파 연합은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I/극우)’과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Lega/극우)’, 세 차례 총리를 역임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전진 이탈리아(FI/중도우파)’ 등 세 정당이 중심이다. 이탈리아 여론조사결과 중도우파 연합의 득표율은 47%로 민주당 등 중도좌파연합의 30.5%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 유로 위기 구한 드라기 총리의 퇴장

드라기 총리는 결국 이탈리아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게 됐다. 좌파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정당 내에서 드라기 총리의 ’러시아 강경 대응‘에 대한 이견이 드러나 결국 총리직에서 내려오게 되면서 차기 정부는 우파 집권이 유력해졌다.

드라기 총리는 2011년부터 8년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역임했고, 특히 2012년 남유럽(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포르투갈)의 재정 위기로 촉발된 유럽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 ‘유로존을 구한 슈퍼 마리오‘란 별칭을 얻었다.

오는 25일 이탈리아 조기 총선이 끝나면 물러나게 될 드라기 총리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의 중심에 남아야 하며, 고립의 길을 택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선거 판세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파 연합’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들’ 대표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들’ 대표

■ 멜로니,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전망

여러 정당이 존재하는 이탈리아에서는 절반을 넘는 단독 정당이 나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여러 정당이 연합해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그리고 정부를 이끄는 총리는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은 정당에서 맡게 되는데, 현재로서는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여론조사 24% 득표 예상)‘이 제1당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형제들’은 ‘반이민· 반EU·강한 이탈리아’ 등을 내세운 극우정당으로 분류된다. 예상대로 선거 결과가 나오면 멜로니 대표가 이탈리아의 최초 여성 총리 등극과 무솔리니 이후 첫 극우정당 집권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탈리아발 유로존 위기 재현?

과거 미 국무부의 EU 사무차장을 역임했던 캐슬린 도허티 전 사이프러스 주재 미국 대사는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우파가 집권하게 될 경우 푸틴이 원하는 승리를 안겨주는 셈이고, EU와 NATO 등 서방동맹에서 이탈리아가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며, 미국 포린 폴리시에 기고문을 올렸다.

[연관기사] 이탈리아 극우정당 집권 초읽기…“서방 동맹 약한 고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3109


멜로니 대표는 선거 유세 기간 ‘반이민’ 정책은 강하게 펼칠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본인이 집권하더라도 EU 탈퇴나 재정위기가 반복될 일은 없다고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유럽 전문가들은 멜로니가 이끄는 차기 정부가 EU와 불편한 관계에 놓일 것으로 예상한다. 우파 정당이 내세우고 있는 ‘난민 봉쇄’ 정책을 비롯해 정부 부채가 150%에 달하는 이탈리아가 공공지출 확대와 대폭적인 감세 등 자국 중심의 포퓰리즘 정책을 펼칠 경우 독일과 프랑스가 이끌고 있는 EU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전 이후 불거진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ECB가 이탈리아 등에서 재정위기가 재발할 경우 과거처럼 ‘돈 풀기’를 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EU와 이탈리아 정부의 대립은 유로존 해체라는 망령을 다시 되살릴 수도 있다.

이탈리아 우파 3인방. 왼쪽부터 마테오 살비니, 조르자 멜로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는 대표적인 친러 정치인으로 꼽힌다.이탈리아 우파 3인방. 왼쪽부터 마테오 살비니, 조르자 멜로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는 대표적인 친러 정치인으로 꼽힌다.

나아가 살비니 대표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 친러 정치인이 즐비한 우파 연합이 강력한 러시아 제재에서도 한발 물러날 경우 도허티 전 대사의 우려처럼 유럽의 서방 동맹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뇌관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사실 이탈리아의 총선 결과가 우리에게 큰 뉴스였던 적은 별로 없다. 우파의 집권이냐 좌파의 집권이냐도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탈리아 총선 결과가 유럽, 더 나아가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는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 두고 지켜봐야 할 시기가 된 듯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이탈리아 총선을 주목하는 이유…‘유로존 위기’ 재발할까?
    • 입력 2022-09-01 08:00:33
    특파원 리포트

■ 이탈리아, 서방 동맹의 ‘약한 고리’ 되나?

선거 결과를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이탈리아 언론들은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실각으로 이어진 조기 총선에서 우파 연합의 집권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파 연합은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I/극우)’과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Lega/극우)’, 세 차례 총리를 역임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전진 이탈리아(FI/중도우파)’ 등 세 정당이 중심이다. 이탈리아 여론조사결과 중도우파 연합의 득표율은 47%로 민주당 등 중도좌파연합의 30.5%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 유로 위기 구한 드라기 총리의 퇴장

드라기 총리는 결국 이탈리아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게 됐다. 좌파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정당 내에서 드라기 총리의 ’러시아 강경 대응‘에 대한 이견이 드러나 결국 총리직에서 내려오게 되면서 차기 정부는 우파 집권이 유력해졌다.

드라기 총리는 2011년부터 8년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역임했고, 특히 2012년 남유럽(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포르투갈)의 재정 위기로 촉발된 유럽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 ‘유로존을 구한 슈퍼 마리오‘란 별칭을 얻었다.

오는 25일 이탈리아 조기 총선이 끝나면 물러나게 될 드라기 총리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의 중심에 남아야 하며, 고립의 길을 택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선거 판세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파 연합’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들’ 대표
■ 멜로니,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전망

여러 정당이 존재하는 이탈리아에서는 절반을 넘는 단독 정당이 나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여러 정당이 연합해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그리고 정부를 이끄는 총리는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은 정당에서 맡게 되는데, 현재로서는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여론조사 24% 득표 예상)‘이 제1당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형제들’은 ‘반이민· 반EU·강한 이탈리아’ 등을 내세운 극우정당으로 분류된다. 예상대로 선거 결과가 나오면 멜로니 대표가 이탈리아의 최초 여성 총리 등극과 무솔리니 이후 첫 극우정당 집권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탈리아발 유로존 위기 재현?

과거 미 국무부의 EU 사무차장을 역임했던 캐슬린 도허티 전 사이프러스 주재 미국 대사는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우파가 집권하게 될 경우 푸틴이 원하는 승리를 안겨주는 셈이고, EU와 NATO 등 서방동맹에서 이탈리아가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며, 미국 포린 폴리시에 기고문을 올렸다.

[연관기사] 이탈리아 극우정당 집권 초읽기…“서방 동맹 약한 고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3109


멜로니 대표는 선거 유세 기간 ‘반이민’ 정책은 강하게 펼칠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본인이 집권하더라도 EU 탈퇴나 재정위기가 반복될 일은 없다고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유럽 전문가들은 멜로니가 이끄는 차기 정부가 EU와 불편한 관계에 놓일 것으로 예상한다. 우파 정당이 내세우고 있는 ‘난민 봉쇄’ 정책을 비롯해 정부 부채가 150%에 달하는 이탈리아가 공공지출 확대와 대폭적인 감세 등 자국 중심의 포퓰리즘 정책을 펼칠 경우 독일과 프랑스가 이끌고 있는 EU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전 이후 불거진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ECB가 이탈리아 등에서 재정위기가 재발할 경우 과거처럼 ‘돈 풀기’를 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EU와 이탈리아 정부의 대립은 유로존 해체라는 망령을 다시 되살릴 수도 있다.

이탈리아 우파 3인방. 왼쪽부터 마테오 살비니, 조르자 멜로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는 대표적인 친러 정치인으로 꼽힌다.
나아가 살비니 대표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 친러 정치인이 즐비한 우파 연합이 강력한 러시아 제재에서도 한발 물러날 경우 도허티 전 대사의 우려처럼 유럽의 서방 동맹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뇌관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사실 이탈리아의 총선 결과가 우리에게 큰 뉴스였던 적은 별로 없다. 우파의 집권이냐 좌파의 집권이냐도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탈리아 총선 결과가 유럽, 더 나아가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는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 두고 지켜봐야 할 시기가 된 듯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