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복도 업어치기 ‘전치 8주’…기약 없는 가해자 분리

입력 2022.09.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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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서울의 한 중학교 복도.

밖에 있던 학생이 갑자기 '맞붙자'며 교실 안에 있던 학생을 끌어냅니다.

억지로 끌려 나온 학생을 붙잡고 실랑이가 이어지더니, 급기야는 '업어치기'까지 합니다.

업어치기를 당한 학생은 팔뼈가 부러져 전치 8주의 진단을 받고 고정기구를 삽입했습니다.

■ 가해 사실 인정해도 '가해자 분리' 하세월

가해 학생이 폭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피해 학생은 방학 전 일주일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학교에 가해 학생의 등교 중지를 요청했는데,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거쳐야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피해 학생 측이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개학 이후 2주간 가해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도록 긴급조치가 내려졌지만, 어제(31일)부터는 다시 학교에 같이 나가게 됐습니다.

■ 반복되는 가해·피해 학생 분리 문제

비슷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지난 6월 말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는데, 때린 학생과 맞은 학생이 계속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게 됐습니다. 피해 학생은 공황발작까지 일으켰습니다.

학교 측은 지침에 따른 조처는 했다며, 학급 교체 등 분리는 학폭위 심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해 학생에 출석 정지가 내려진 건 사건 발생 후 2달여가 지나서였습니다.

■ 한해 만 건 넘는 학폭위…교육지원청·학생 모두 곤란

학교 폭력 신고 이후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반복되는 문제입니다.

학교에서는 교육지원청의 학폭위 처분을 기다린 후 징계 등 후속 절차를 밟겠다고 하지만, 학폭위가 기약 없이 밀릴 우려도 있습니다.

지난해 교육지원청에서 이뤄진 학폭위 심의 건수는 1만 5천653건. 교육부는 일이 몰려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는 학교 폭력 신고 이후 학교가 최대 3주 이내에 학폭위 접수를 하도록 하고, 교육지원청이 최대 4주 이내에 학폭위 개최를 하도록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권고 사항일 뿐이라 두 사례 모두 사건 이후 두 달이 지나서야 학폭위가 열렸습니다.

'뾰족한 수가 없다'는 어른들의 말에 피해 학생은 학교에서 계속 불안함에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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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복도 업어치기 ‘전치 8주’…기약 없는 가해자 분리
    • 입력 2022-09-01 19:34:41
    취재K

지난 6월 말 서울의 한 중학교 복도.

밖에 있던 학생이 갑자기 '맞붙자'며 교실 안에 있던 학생을 끌어냅니다.

억지로 끌려 나온 학생을 붙잡고 실랑이가 이어지더니, 급기야는 '업어치기'까지 합니다.

업어치기를 당한 학생은 팔뼈가 부러져 전치 8주의 진단을 받고 고정기구를 삽입했습니다.

■ 가해 사실 인정해도 '가해자 분리' 하세월

가해 학생이 폭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피해 학생은 방학 전 일주일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학교에 가해 학생의 등교 중지를 요청했는데,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거쳐야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피해 학생 측이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개학 이후 2주간 가해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도록 긴급조치가 내려졌지만, 어제(31일)부터는 다시 학교에 같이 나가게 됐습니다.

■ 반복되는 가해·피해 학생 분리 문제

비슷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지난 6월 말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는데, 때린 학생과 맞은 학생이 계속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게 됐습니다. 피해 학생은 공황발작까지 일으켰습니다.

학교 측은 지침에 따른 조처는 했다며, 학급 교체 등 분리는 학폭위 심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해 학생에 출석 정지가 내려진 건 사건 발생 후 2달여가 지나서였습니다.

■ 한해 만 건 넘는 학폭위…교육지원청·학생 모두 곤란

학교 폭력 신고 이후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반복되는 문제입니다.

학교에서는 교육지원청의 학폭위 처분을 기다린 후 징계 등 후속 절차를 밟겠다고 하지만, 학폭위가 기약 없이 밀릴 우려도 있습니다.

지난해 교육지원청에서 이뤄진 학폭위 심의 건수는 1만 5천653건. 교육부는 일이 몰려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는 학교 폭력 신고 이후 학교가 최대 3주 이내에 학폭위 접수를 하도록 하고, 교육지원청이 최대 4주 이내에 학폭위 개최를 하도록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권고 사항일 뿐이라 두 사례 모두 사건 이후 두 달이 지나서야 학폭위가 열렸습니다.

'뾰족한 수가 없다'는 어른들의 말에 피해 학생은 학교에서 계속 불안함에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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