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영화 인기, K-아트 견인”…‘포스트 홍콩’ 노리는 미술시장

입력 2022.09.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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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아트 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 페어'로 꼽히는 영국 '프리즈'가 오늘(2일)부터 5일까지 서울에서 열립니다.

'아트 페어'는 전 세계 유명 화랑들과 미술계 인사, 미술품 수집가들이 총출동하는 거대한 미술 장터입니다. 미술품 거래가 실시간 이뤄지는 공간이자,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미술계 흐름을 볼 수 있는 역동적인 현장이기도 합니다.

이번 '프리즈 서울'은 국내 최대 아트 페어인 한국화랑협회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서울'과 동시에 열리는데, 국내외 350여 개 화랑이 참여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집니다.

그런데 단지 규모 때문이 아니라, '프리즈 서울'에 국내외 미술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프리즈가 아시아에서 처음 여는 아트 페어라는 점, 그것도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였던 홍콩이 아닌 서울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선지, 한국이 홍콩을 대신할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국내외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 해외 유명 화랑, 서울에 '전시장 2호점' 개관…아시아 처음


프랑스 최고 화랑으로, 전 세계 7개 도시에 11개 전시장을 두고 있는 '페로탕'이 2016년 서울에 첫 전시장을 낸 이후, 최근 두 번째 전시장을 낸 것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프랑스 파리 외에는 한 도시에 한 개의 전시장만 뒀던 페로탕이 서울에 두 개의 전시장을 두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아시아 국가에서 한 도시에 해외 유명 화랑 2호점이 있는 것도 서울이 유일합니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한 페로탕 화랑 창립자인 엠마뉴엘 페로탕을 만나, 2호점 개관의 의미와 전 세계 미술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 가능성 등을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입니다.

Q: 6년 만에 서울에 두 번째 전시장을 냈다. 이유가 뭔가?

A: 한국의 미술 시장은 매우 역동적이다. 한국에는 매우 열정 넘치는 작가들도 많고, 수준 높은 수집가들도 많다. 그래서 요지인 이 구역(서울 강남)에 새 화랑을 열어, 양쪽에서(서울 삼청동 1호점) 운영을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Q: 일본, 홍콩(중국) 등 미술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한국 미술 시장의 특징이 있나?

A: 1993년 일본의 아트 페어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때 아시아 미술 시장을 접했는데 당시 이미 한국은 아시아에서 매우 큰 미술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물론 중국(홍콩)은 넓은 대륙이니까 큰 시장이긴 한데, 한국 만의 특징이 있다. 다른 외국 작가들에게도 매우 열려 있다는 점이다. 자국 작가들에게만 집중된 나라들이 있는 반면에 한국은 개방적이어서 국제적 교류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한국 작가들이 많고, 전 세계 화랑들과도 교류가 활발하다.

Q: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한국 미술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A: 현재 한국 미술 시장은 한창 붐을 맞고 있고,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또 미술품 소비층이 놀랍도록 다양하다. 각 수집가가 소장하는 작품들의 유형도 매우 다채롭고,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미술품에 대한 욕구가
엄청나게 증가한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Q: 홍콩이 아시아권에서 미술시장의 허브 아니었나. 물론 최근 침체된 경향이 있지만. 홍콩과 경쟁력을 비교하면 어떤가?

A: 우선 홍콩의 미술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매출이 계속해서 하락했다. 홍콩의 미술품 거래 매출은 상당 부분 경매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경매 매출은 주로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통해 이뤄지는 형식이며 꼭 홍콩에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홍콩이 한동안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 역할을 해, 작품을 사기 위해 수집가들이 모인 건 맞지만, 홍콩 로컬 시장 역시 크지가 않다. 반면에 한국 미술 시장은 로컬 시장 자체가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홍콩 내에는 한국만큼 수집가가 많지도 않다.

A: 홍콩 미술 시장과 한국 미술 시장의 큰 차이를 하나 더 얘기하겠다. 홍콩 같은 경우 로컬 화가들의 수가 매우 적은 것에 비해 한국은 매우 다양한 작가층이 형성돼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시장에 한국의 미술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홍콩과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미술관과 재단 같은 기관이 미술 시장의 좋은 생태 환경을 이루고 있다.

■ "한국 작가 그림 보며 삶의 의미 찾으려는 모습도"


Q: 한국 작가, 혹은 작품에 대한 유럽, 특히 프랑스 수집가들의 반응은 어떤가?

A: 우선 서울에 (2016년) 첫 화랑을 열게 되면서 많은 한국 작가들을 소개받게 됐다. 그래서 박서보, 김종학, 이배(페로탕 전속 작가) 등 여러 훌륭한 작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됐다. 이들 대부분은 파리에서 전시한 적이 없었는데, 이들을 프랑스에 소개할 수 있게 돼 기뻤다.

(현지) 대중들의 관심은 매우 높았다. 다양한 세대 수집가들이 이들의 작품을 접하고, 이외에도 다양한 한국 작품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서구의 수집가들, 특히 프랑스 미술 수집가들은 특히 한국의 1960년대~1980년대 (추상 미술) 작품에서 나타나는 미니멀한 특징을 매우 좋아한다. 한국 작가 작품들의 그런 특징은 수집가들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작품 자체가 보는 이들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관람객이나 수집가들이) 그림을 보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보려고 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실 우리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때 현지 반응을 예상할 수가 없었는데, 엄청난 반응과 결과를 보면서 우리도 놀랐다.

Q: 최근 K-팝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 드라마들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미술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이런 한국 대중문화 열풍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나?

A: K-팝이나 한국 영화 같은 분야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런 분야가 있으면 견인 역할을 해서 다른 분야들도 모두 함께 부상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나라 미술 작가들과 패션 등에도 더 관심이 쏠리게 되고, 전반적으로 그 나라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 세계 많은 젊은이가 한국을 좋아하고 가고 싶어 하며, 또 다른 모든 분야의 문화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한국 문화가 놀라운 상승세를 타는 것을 보며 개인적으로도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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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2 08:00:18
    취재K

스위스 '아트 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 페어'로 꼽히는 영국 '프리즈'가 오늘(2일)부터 5일까지 서울에서 열립니다.

'아트 페어'는 전 세계 유명 화랑들과 미술계 인사, 미술품 수집가들이 총출동하는 거대한 미술 장터입니다. 미술품 거래가 실시간 이뤄지는 공간이자,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미술계 흐름을 볼 수 있는 역동적인 현장이기도 합니다.

이번 '프리즈 서울'은 국내 최대 아트 페어인 한국화랑협회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서울'과 동시에 열리는데, 국내외 350여 개 화랑이 참여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집니다.

그런데 단지 규모 때문이 아니라, '프리즈 서울'에 국내외 미술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프리즈가 아시아에서 처음 여는 아트 페어라는 점, 그것도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였던 홍콩이 아닌 서울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선지, 한국이 홍콩을 대신할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국내외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 해외 유명 화랑, 서울에 '전시장 2호점' 개관…아시아 처음


프랑스 최고 화랑으로, 전 세계 7개 도시에 11개 전시장을 두고 있는 '페로탕'이 2016년 서울에 첫 전시장을 낸 이후, 최근 두 번째 전시장을 낸 것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프랑스 파리 외에는 한 도시에 한 개의 전시장만 뒀던 페로탕이 서울에 두 개의 전시장을 두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아시아 국가에서 한 도시에 해외 유명 화랑 2호점이 있는 것도 서울이 유일합니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한 페로탕 화랑 창립자인 엠마뉴엘 페로탕을 만나, 2호점 개관의 의미와 전 세계 미술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 가능성 등을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입니다.

Q: 6년 만에 서울에 두 번째 전시장을 냈다. 이유가 뭔가?

A: 한국의 미술 시장은 매우 역동적이다. 한국에는 매우 열정 넘치는 작가들도 많고, 수준 높은 수집가들도 많다. 그래서 요지인 이 구역(서울 강남)에 새 화랑을 열어, 양쪽에서(서울 삼청동 1호점) 운영을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Q: 일본, 홍콩(중국) 등 미술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한국 미술 시장의 특징이 있나?

A: 1993년 일본의 아트 페어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때 아시아 미술 시장을 접했는데 당시 이미 한국은 아시아에서 매우 큰 미술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물론 중국(홍콩)은 넓은 대륙이니까 큰 시장이긴 한데, 한국 만의 특징이 있다. 다른 외국 작가들에게도 매우 열려 있다는 점이다. 자국 작가들에게만 집중된 나라들이 있는 반면에 한국은 개방적이어서 국제적 교류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한국 작가들이 많고, 전 세계 화랑들과도 교류가 활발하다.

Q: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한국 미술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A: 현재 한국 미술 시장은 한창 붐을 맞고 있고,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또 미술품 소비층이 놀랍도록 다양하다. 각 수집가가 소장하는 작품들의 유형도 매우 다채롭고,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미술품에 대한 욕구가
엄청나게 증가한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Q: 홍콩이 아시아권에서 미술시장의 허브 아니었나. 물론 최근 침체된 경향이 있지만. 홍콩과 경쟁력을 비교하면 어떤가?

A: 우선 홍콩의 미술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매출이 계속해서 하락했다. 홍콩의 미술품 거래 매출은 상당 부분 경매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경매 매출은 주로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통해 이뤄지는 형식이며 꼭 홍콩에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홍콩이 한동안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 역할을 해, 작품을 사기 위해 수집가들이 모인 건 맞지만, 홍콩 로컬 시장 역시 크지가 않다. 반면에 한국 미술 시장은 로컬 시장 자체가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홍콩 내에는 한국만큼 수집가가 많지도 않다.

A: 홍콩 미술 시장과 한국 미술 시장의 큰 차이를 하나 더 얘기하겠다. 홍콩 같은 경우 로컬 화가들의 수가 매우 적은 것에 비해 한국은 매우 다양한 작가층이 형성돼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시장에 한국의 미술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홍콩과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미술관과 재단 같은 기관이 미술 시장의 좋은 생태 환경을 이루고 있다.

■ "한국 작가 그림 보며 삶의 의미 찾으려는 모습도"


Q: 한국 작가, 혹은 작품에 대한 유럽, 특히 프랑스 수집가들의 반응은 어떤가?

A: 우선 서울에 (2016년) 첫 화랑을 열게 되면서 많은 한국 작가들을 소개받게 됐다. 그래서 박서보, 김종학, 이배(페로탕 전속 작가) 등 여러 훌륭한 작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됐다. 이들 대부분은 파리에서 전시한 적이 없었는데, 이들을 프랑스에 소개할 수 있게 돼 기뻤다.

(현지) 대중들의 관심은 매우 높았다. 다양한 세대 수집가들이 이들의 작품을 접하고, 이외에도 다양한 한국 작품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서구의 수집가들, 특히 프랑스 미술 수집가들은 특히 한국의 1960년대~1980년대 (추상 미술) 작품에서 나타나는 미니멀한 특징을 매우 좋아한다. 한국 작가 작품들의 그런 특징은 수집가들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작품 자체가 보는 이들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관람객이나 수집가들이) 그림을 보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보려고 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실 우리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때 현지 반응을 예상할 수가 없었는데, 엄청난 반응과 결과를 보면서 우리도 놀랐다.

Q: 최근 K-팝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 드라마들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미술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이런 한국 대중문화 열풍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나?

A: K-팝이나 한국 영화 같은 분야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런 분야가 있으면 견인 역할을 해서 다른 분야들도 모두 함께 부상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나라 미술 작가들과 패션 등에도 더 관심이 쏠리게 되고, 전반적으로 그 나라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 세계 많은 젊은이가 한국을 좋아하고 가고 싶어 하며, 또 다른 모든 분야의 문화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한국 문화가 놀라운 상승세를 타는 것을 보며 개인적으로도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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