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중관계…‘윈윈’ 전략은?

입력 2022.09.0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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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갈 수 없는 이웃'.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중국과의 관계를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표현입니다. 그만큼 두 나라는 지정학적·경제적·문화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미·중 전략 갈등 속에 기존에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한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경제도 미국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한·중 관계가 기로에 선 시기,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에서 중국 전문가들과 공동 보고서를 집필했던 한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가 어제(1일) 국립외교원 주최로 열렸습니다.

■ 한·중 수교 성과는 '화이부동'

외교부 최용준 동북아시아국 심의관은 "미·중 갈등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심화돼 한·미, 한·중 관계에 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역사 논쟁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대중 정서가 많이 악화됐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최 심의관은 지난달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성과로 외교·국방 차관 2+2 대화 등 고위급 교류 활성화, 공급망과 기후 변화에서의 실질협력 강화, 문화 교류 활성화에 대해 양국이 협의한 점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두 나라는 양국 관계의 '뇌관'인 사드 문제를 놓고 입장 차이를 확실하게 확인하면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서로 잘 관리해 나가자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습니다.

최 심의관은 "'화이부동' 정신에 따라 서로 입장 차는 인정하는 가운데 할 수 있는 협력들을 모색해 나가자는 취지의 공감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이런 방향성에 따라 구체적 협력을 어떻게 모색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 나갈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한·중 경제협력, 기회이자 도전 과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연합체 결성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한·중 경제 교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지난 30년간 한·중 경제통상 협력은 한·중 관계의 중요한 동력이었다"면서 "최근에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도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중 간 공급망 재편 문제 속에서 한국이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느냐는 기회이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중 공동보고서 집필 과정에서 있었던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중국 측은 공급망 등 문제에서 '미국'을 언급하고 싶어했지만 한국 전문가들이 빼자고 해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중국이 공급망 문제 등에서 미국을 견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중간 부정적 정서, 교류로 풀어야"

2016년 사드 배치 문제와 중국의 보복, 이로 인한 양 국민 간 반중, 반한 정서도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됐습니다. 홍인표 전 경향신문 부국장은 한·중 공동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중국 측이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보고서에도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한한령으로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있지만, 중국은  공식적으로 한한령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장윤미 동서대 교수는 "약 1년 동안 중국 측과 4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한·중 관계가 어려울 수도 희망적일 수도 있지만 상호존중과 개방적 태도로 대화하고 상생협력 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큰 원칙에는 서로가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래 관계 발전을 위한 제안도 있었습니다.

장영희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은  ▲새로운 협력 관계 설정 ▲지역과 국제사회 평화와 발전에 기여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전략적 대화 제도화 ▲경제 산업 분야와 협력의 고도화 ▲청년 세대들 간 교류 등이 보고서에 담겼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욱연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전략적 가치가 충분하다"며 미·중 대립 속에서 한국이 표준을 만들고 다른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 기회로 삼을 것, 혐오 감정에 대한 관리 필요성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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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2 13:15:54
    취재K

'이사갈 수 없는 이웃'.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중국과의 관계를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표현입니다. 그만큼 두 나라는 지정학적·경제적·문화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미·중 전략 갈등 속에 기존에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한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경제도 미국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한·중 관계가 기로에 선 시기,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에서 중국 전문가들과 공동 보고서를 집필했던 한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가 어제(1일) 국립외교원 주최로 열렸습니다.

■ 한·중 수교 성과는 '화이부동'

외교부 최용준 동북아시아국 심의관은 "미·중 갈등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심화돼 한·미, 한·중 관계에 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역사 논쟁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대중 정서가 많이 악화됐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최 심의관은 지난달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성과로 외교·국방 차관 2+2 대화 등 고위급 교류 활성화, 공급망과 기후 변화에서의 실질협력 강화, 문화 교류 활성화에 대해 양국이 협의한 점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두 나라는 양국 관계의 '뇌관'인 사드 문제를 놓고 입장 차이를 확실하게 확인하면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서로 잘 관리해 나가자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습니다.

최 심의관은 "'화이부동' 정신에 따라 서로 입장 차는 인정하는 가운데 할 수 있는 협력들을 모색해 나가자는 취지의 공감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이런 방향성에 따라 구체적 협력을 어떻게 모색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 나갈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한·중 경제협력, 기회이자 도전 과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연합체 결성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한·중 경제 교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지난 30년간 한·중 경제통상 협력은 한·중 관계의 중요한 동력이었다"면서 "최근에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도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중 간 공급망 재편 문제 속에서 한국이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느냐는 기회이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중 공동보고서 집필 과정에서 있었던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중국 측은 공급망 등 문제에서 '미국'을 언급하고 싶어했지만 한국 전문가들이 빼자고 해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중국이 공급망 문제 등에서 미국을 견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중간 부정적 정서, 교류로 풀어야"

2016년 사드 배치 문제와 중국의 보복, 이로 인한 양 국민 간 반중, 반한 정서도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됐습니다. 홍인표 전 경향신문 부국장은 한·중 공동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중국 측이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보고서에도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한한령으로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있지만, 중국은  공식적으로 한한령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장윤미 동서대 교수는 "약 1년 동안 중국 측과 4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한·중 관계가 어려울 수도 희망적일 수도 있지만 상호존중과 개방적 태도로 대화하고 상생협력 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큰 원칙에는 서로가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래 관계 발전을 위한 제안도 있었습니다.

장영희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은  ▲새로운 협력 관계 설정 ▲지역과 국제사회 평화와 발전에 기여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전략적 대화 제도화 ▲경제 산업 분야와 협력의 고도화 ▲청년 세대들 간 교류 등이 보고서에 담겼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욱연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전략적 가치가 충분하다"며 미·중 대립 속에서 한국이 표준을 만들고 다른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 기회로 삼을 것, 혐오 감정에 대한 관리 필요성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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