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자부담 27만 원 넘는다면…“일단 의심하세요”

입력 2022.09.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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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은 '무상보육' 대상입니다. 가구 소득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만 0세~5세 어린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 보육료를 정부가 책임집니다.

비용은 국가가 책임질테니, 아이들 보육만큼은 차별 없이 하자는 취지로 2013년부터 시행 중입니다.

■ 무상보육≠학부모 부담 0원

그런데 어린이집에 돈을 전혀 내지 않는 학부모는 매우 드물 겁니다. 특별활동이나 영어교육을 위한 교육비도 있고, 차량 운행비도 있습니다. 이런 비용은 학부모의 자부담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의 자부담 비용은 어린이집마다 제각각입니다. 10만 원 안팎인 경우가 많지만, 훨씬 비싼 곳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는 헷갈립니다. 어린이집 학부모 노릇을 '여러 번 하는' 경우는 드물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어린이집이 비용을 청구하면, 큰 의심 없이 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런 '틈'을 노렸던 걸까요. 서울의 한 어린이집이 사립대 등록금 수준의 추가 교육비를 받아오다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한 학부모의 신고가 없었다면, 그냥 넘어갈 뻔했습니다.

[연관 기사] 웃돈 받으려고 가족 명의 기관까지?…어린이집 경찰 수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6229

■ "어린이집 계좌가 왜 여러 개지?"

맞벌이를 하며 아이 둘을 키우는 이기영 씨. 둘째 아이를 서울 금천구의 A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무상보육에 따른 정부 지원 외에도 매달 80여만 원씩을 추가로 납부했습니다.

비쌌지만 '교육과정이 좋으니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매달 자동이체로 돈이 빠져나가니 정확히 얼마가 나가는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 이기영 씨만의 일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잔액 부족으로 교육비가 자동이체 되지 않았다, 별도 입금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계좌번호를 함께 받았는데, 이상했습니다. 계좌 예금주가 어린이집이 아니라 어린이집 대표의 이름을 딴 출판사였습니다.

이 씨는 좀 더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매달 추가 비용은 세 갈래로 이체되고 있었습니다. 11만 6,400원, 38만 1,600원, 35만 원 씩.

현행법은 어린이집 계좌를 하나만 등록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지자체가 회계 감시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어린이집 대표와 원장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관할 지자체도 조사에 나섰습니다. 금천구청은 이 어린이집이 한해에 교육비 8억여 원을 부정하게 받았다고 보고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 담당자도 놀란 "전례 없는 편법"

조사 결과, A 어린이집은 각종 편법을 동원한 거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매달 이체 금액 중 한 갈래, 약 38만 원이 A 어린이집이 아닌 'A 평생교육원' 계좌로 들어갔습니다.


이 의문의 '평생교육원' 주소를 찾아보니, A 어린이집 지하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게다가 평생교육원의 대표는 어린이집 대표의 아들입니다.

경찰과 구청 등은 어린이집이 가족을 동원해 제3의 기관을 만들고, 이곳을 통해 불법적인 교육비를 받아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보육 관리 담당자
"이 정도 규모의 어린이집에서, 가족과 짜고 별도 기관을 같은 건물에 두는 경우는 없어요. 지인 등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사람을 동원해서 기관을 설립하는 편법은 없을 거예요."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원아는 180여 명. 이 중 이런 의심을 한 학부모는 이 씨가 유일했습니다.

■ 어린이집 비용, 어디까지 괜찮나

수사와 처벌은 이제 당국의 몫입니다.

어린이집 학부모들에게 더 궁금한 건, 저런 일을 안 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입니다.

영유아보육법 38조는 "어린이집은 시·도지사가 정하는 범위에서 이용자로부터 보육료와 그 밖의 필요경비 등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바꿔 말하면, 어린이집은 지자체가 정하는 범위 안에서만 학부모에게서 추가 비용을 받아야 합니다. 이걸 '수납한도액'이라고 합니다.

학부모가 매월 낼 수 있는 추가 비용은 크게 세 덩어리입니다. ①교육비, ②급식비, ③차량운행비. 각각의 수납한도액은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이 금액은 서울시 기준입니다. 지자체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서울시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각 시도별 수납한도액은 '보육사업안내' 형식으로 공지합니다. 지자체 홈페이지 또는 어린이집 포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복잡하시다고요? 그렇다면 이것만 기억하세요!

※ 한줄 요약 : 이 비용 저 비용 통틀어도 한 달 27만 원 이상 자부담하면, 일단 의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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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자부담 27만 원 넘는다면…“일단 의심하세요”
    • 입력 2022-09-03 08:00:27
    취재K

어린이집은 '무상보육' 대상입니다. 가구 소득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만 0세~5세 어린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 보육료를 정부가 책임집니다.

비용은 국가가 책임질테니, 아이들 보육만큼은 차별 없이 하자는 취지로 2013년부터 시행 중입니다.

■ 무상보육≠학부모 부담 0원

그런데 어린이집에 돈을 전혀 내지 않는 학부모는 매우 드물 겁니다. 특별활동이나 영어교육을 위한 교육비도 있고, 차량 운행비도 있습니다. 이런 비용은 학부모의 자부담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의 자부담 비용은 어린이집마다 제각각입니다. 10만 원 안팎인 경우가 많지만, 훨씬 비싼 곳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는 헷갈립니다. 어린이집 학부모 노릇을 '여러 번 하는' 경우는 드물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어린이집이 비용을 청구하면, 큰 의심 없이 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런 '틈'을 노렸던 걸까요. 서울의 한 어린이집이 사립대 등록금 수준의 추가 교육비를 받아오다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한 학부모의 신고가 없었다면, 그냥 넘어갈 뻔했습니다.

[연관 기사] 웃돈 받으려고 가족 명의 기관까지?…어린이집 경찰 수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6229

■ "어린이집 계좌가 왜 여러 개지?"

맞벌이를 하며 아이 둘을 키우는 이기영 씨. 둘째 아이를 서울 금천구의 A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무상보육에 따른 정부 지원 외에도 매달 80여만 원씩을 추가로 납부했습니다.

비쌌지만 '교육과정이 좋으니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매달 자동이체로 돈이 빠져나가니 정확히 얼마가 나가는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 이기영 씨만의 일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잔액 부족으로 교육비가 자동이체 되지 않았다, 별도 입금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계좌번호를 함께 받았는데, 이상했습니다. 계좌 예금주가 어린이집이 아니라 어린이집 대표의 이름을 딴 출판사였습니다.

이 씨는 좀 더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매달 추가 비용은 세 갈래로 이체되고 있었습니다. 11만 6,400원, 38만 1,600원, 35만 원 씩.

현행법은 어린이집 계좌를 하나만 등록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지자체가 회계 감시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어린이집 대표와 원장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관할 지자체도 조사에 나섰습니다. 금천구청은 이 어린이집이 한해에 교육비 8억여 원을 부정하게 받았다고 보고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 담당자도 놀란 "전례 없는 편법"

조사 결과, A 어린이집은 각종 편법을 동원한 거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매달 이체 금액 중 한 갈래, 약 38만 원이 A 어린이집이 아닌 'A 평생교육원' 계좌로 들어갔습니다.


이 의문의 '평생교육원' 주소를 찾아보니, A 어린이집 지하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게다가 평생교육원의 대표는 어린이집 대표의 아들입니다.

경찰과 구청 등은 어린이집이 가족을 동원해 제3의 기관을 만들고, 이곳을 통해 불법적인 교육비를 받아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보육 관리 담당자
"이 정도 규모의 어린이집에서, 가족과 짜고 별도 기관을 같은 건물에 두는 경우는 없어요. 지인 등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사람을 동원해서 기관을 설립하는 편법은 없을 거예요."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원아는 180여 명. 이 중 이런 의심을 한 학부모는 이 씨가 유일했습니다.

■ 어린이집 비용, 어디까지 괜찮나

수사와 처벌은 이제 당국의 몫입니다.

어린이집 학부모들에게 더 궁금한 건, 저런 일을 안 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입니다.

영유아보육법 38조는 "어린이집은 시·도지사가 정하는 범위에서 이용자로부터 보육료와 그 밖의 필요경비 등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바꿔 말하면, 어린이집은 지자체가 정하는 범위 안에서만 학부모에게서 추가 비용을 받아야 합니다. 이걸 '수납한도액'이라고 합니다.

학부모가 매월 낼 수 있는 추가 비용은 크게 세 덩어리입니다. ①교육비, ②급식비, ③차량운행비. 각각의 수납한도액은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이 금액은 서울시 기준입니다. 지자체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서울시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각 시도별 수납한도액은 '보육사업안내' 형식으로 공지합니다. 지자체 홈페이지 또는 어린이집 포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복잡하시다고요? 그렇다면 이것만 기억하세요!

※ 한줄 요약 : 이 비용 저 비용 통틀어도 한 달 27만 원 이상 자부담하면, 일단 의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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