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유실물 ‘슬쩍’…누리꾼 “한국고속‘절도’”

입력 2022.09.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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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에 흘린 내 물건, 어디로 갔나 했더니…

기차나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물건을 놓고 내리거나 없어지는 일,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유실물센터나 다른 승객을 통해 운 좋게 찾는 경우도 있지만 물건의 행방이 묘연해 심리적, 물질적 손해를 보는 경우가 태반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철도서비스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 테크' 직원들이 유실물을 개인적으로 취득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이었습니다.

코레일 테크 직원의 개인 사물함에서 나온 지갑(제보자 제공)코레일 테크 직원의 개인 사물함에서 나온 지갑(제보자 제공)

일부 직원은 신고 없이 개인 사물함에 명품 지갑 등 여러 유실물을 보관했고, 어떤 이들은 화장품을 나눠 갖고 발뺌까지 하다 적발됐습니다.

지폐나 동전을 발견하면 마치 '팁'처럼 챙긴다는 내부고발자의 말, '그래, 그 정도는…'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돈도 엄연한 유실물이니만큼 신고를 하는 게 코레일 테크의 매뉴얼입니다.

잃어버린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가 됐든, 무엇이 됐든 마음이 쓰린 게 사실이고 혹여 대체할 수 없는 의미 있는 물건이라면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 정직 1개월 '내부 징계'…다른 승객이 가져갔다면?

직원들의 비위 행위가 적발되고 코레일 테크는 이들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해당 직원들은 한 달 뒤 원래 자리로 돌아왔고 일부는 '관리자'로 영전하기까지 했습니다.

코레일 테크 관계자는 "수십 년간 관행처럼 내려오는 일이라 아무리 교육해도 소용이 없다"며 "정직 1개월도 엄청 강력한 징계"라고 강조했습니다.

코레일 테크는 유실물 관련 교육을 주1회에서 일 1회로 늘리기로 했다코레일 테크는 유실물 관련 교육을 주1회에서 일 1회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승객이 이들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나라는 형법 제360조에 따라 유실물 등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간 사람을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는 생각보다 중한 범죄입니다. 승객이 유실된 물건을 가져갔다면 이같은 처벌을 받았을 것입니다.

만약 운행이 끝난 KTX 열차를 하나의 장소로 본다면 최종 관리자인 한국철도공사가 점유한 물건을 가져간 것이 돼, 코레일 테크 직원에게도 '절도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당한 '버스 기사'가 있는 마당에, 명백한 범죄 행위를 내부징계로 덮고 넘어가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 분노한 누리꾼들…"한국고속'절도'" "명백한 범죄"

대중교통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적 있는 시민들은 생각보다 더 많았고,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유튜브에 업로드되자마자 조회 수와 댓글이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고, 며칠 사이 조회 수280만 회에 댓글은 7,800개에 육박했습니다(댓글은 아래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KTX에서 잃어버린 돈 어디 갔나 했더니...충격적인 내부 증언
https://www.youtube.com/watch?v=oy5-glailIQ

저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물건을 찾지 못했다는 하소연이 많았고, 해당 행위가 명백한 범죄라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한국고속'절도'"라고 기막하게 명명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CCTV'와 '보디 캠 착용'을 요구하는 댓글도 많았는데,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숙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물건을 잃어버리고 '설마, 혹시?' 했던 마음들이 실체로 드러난 건 이번 뉴스가 처음이었기 때문일까요? 누리꾼들은 '한'이 서린 댓글로 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 국토부, "위법 사항 발견되면 사법처리"

국토교통부는 보도 직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국토부 산하 철도특별사법경찰대를 사건이 일어난 코레일 테크 포항 기지로 보내 유실물 착복 사건을 들여다봤습니다.

이미 내부징계 과정에서 유실물 처리가 절차에 맞지 않게 진행된 건 사실로 밝혀졌지만, 고의성을 따져보고 여죄도 물을 것으로 보입니다.

위법사항이 있으면 내부징계와 별도로 사법처리를 한다고 하니, 행위에 따른 적절한 처분으로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취재가 시작'돼야만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 하는 소극적 자세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보다 못한 내부직원이 비위를 고발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미 누군가의 주머니에 들어간 유실물을 애태워 찾고 또 찾아야만 했을 겁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숨기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피해자 입장에서 무엇을 원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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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X 유실물 ‘슬쩍’…누리꾼 “한국고속‘절도’”
    • 입력 2022-09-03 08:00:28
    취재K

■ KTX에 흘린 내 물건, 어디로 갔나 했더니…

기차나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물건을 놓고 내리거나 없어지는 일,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유실물센터나 다른 승객을 통해 운 좋게 찾는 경우도 있지만 물건의 행방이 묘연해 심리적, 물질적 손해를 보는 경우가 태반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철도서비스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 테크' 직원들이 유실물을 개인적으로 취득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이었습니다.

코레일 테크 직원의 개인 사물함에서 나온 지갑(제보자 제공)
일부 직원은 신고 없이 개인 사물함에 명품 지갑 등 여러 유실물을 보관했고, 어떤 이들은 화장품을 나눠 갖고 발뺌까지 하다 적발됐습니다.

지폐나 동전을 발견하면 마치 '팁'처럼 챙긴다는 내부고발자의 말, '그래, 그 정도는…'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돈도 엄연한 유실물이니만큼 신고를 하는 게 코레일 테크의 매뉴얼입니다.

잃어버린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가 됐든, 무엇이 됐든 마음이 쓰린 게 사실이고 혹여 대체할 수 없는 의미 있는 물건이라면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 정직 1개월 '내부 징계'…다른 승객이 가져갔다면?

직원들의 비위 행위가 적발되고 코레일 테크는 이들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해당 직원들은 한 달 뒤 원래 자리로 돌아왔고 일부는 '관리자'로 영전하기까지 했습니다.

코레일 테크 관계자는 "수십 년간 관행처럼 내려오는 일이라 아무리 교육해도 소용이 없다"며 "정직 1개월도 엄청 강력한 징계"라고 강조했습니다.

코레일 테크는 유실물 관련 교육을 주1회에서 일 1회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승객이 이들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나라는 형법 제360조에 따라 유실물 등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간 사람을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는 생각보다 중한 범죄입니다. 승객이 유실된 물건을 가져갔다면 이같은 처벌을 받았을 것입니다.

만약 운행이 끝난 KTX 열차를 하나의 장소로 본다면 최종 관리자인 한국철도공사가 점유한 물건을 가져간 것이 돼, 코레일 테크 직원에게도 '절도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당한 '버스 기사'가 있는 마당에, 명백한 범죄 행위를 내부징계로 덮고 넘어가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 분노한 누리꾼들…"한국고속'절도'" "명백한 범죄"

대중교통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적 있는 시민들은 생각보다 더 많았고,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유튜브에 업로드되자마자 조회 수와 댓글이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고, 며칠 사이 조회 수280만 회에 댓글은 7,800개에 육박했습니다(댓글은 아래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KTX에서 잃어버린 돈 어디 갔나 했더니...충격적인 내부 증언
https://www.youtube.com/watch?v=oy5-glailIQ

저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물건을 찾지 못했다는 하소연이 많았고, 해당 행위가 명백한 범죄라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한국고속'절도'"라고 기막하게 명명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CCTV'와 '보디 캠 착용'을 요구하는 댓글도 많았는데,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숙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물건을 잃어버리고 '설마, 혹시?' 했던 마음들이 실체로 드러난 건 이번 뉴스가 처음이었기 때문일까요? 누리꾼들은 '한'이 서린 댓글로 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 국토부, "위법 사항 발견되면 사법처리"

국토교통부는 보도 직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국토부 산하 철도특별사법경찰대를 사건이 일어난 코레일 테크 포항 기지로 보내 유실물 착복 사건을 들여다봤습니다.

이미 내부징계 과정에서 유실물 처리가 절차에 맞지 않게 진행된 건 사실로 밝혀졌지만, 고의성을 따져보고 여죄도 물을 것으로 보입니다.

위법사항이 있으면 내부징계와 별도로 사법처리를 한다고 하니, 행위에 따른 적절한 처분으로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취재가 시작'돼야만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 하는 소극적 자세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보다 못한 내부직원이 비위를 고발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미 누군가의 주머니에 들어간 유실물을 애태워 찾고 또 찾아야만 했을 겁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숨기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피해자 입장에서 무엇을 원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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