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 넘어 달려온 차에 ‘쿵’…“스쿨존 사고는 아니다”?

입력 2022.09.03 (10:00) 수정 2022.09.0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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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의 한 초등학교 안에서 어린이가 교문을 넘어 후진해 달려오던 차에 들이받혀 다치는 뺑소니 사고가 났습니다. 그런데 학교 안에서 발생한 사고인데도 정작 '어린이보호구역' 사고로는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관련 법 적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것은 지난달 18일 오후, 제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였습니다. 학교 교문 일대를 비추는 CCTV에 담긴 사고 당시 상황을 보면 경차를 몰던 여성 운전자는 교문 인근에서 차를 돌리려 후진하면서, 교문을 넘어 안쪽까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지난달 18일 제주시 한 초등학교에서 교문을 넘어 후진해 달려오던 차에 어린이가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린이가 차에 들이받혀 넘어지는 모습. CCTV 화면 갈무리지난달 18일 제주시 한 초등학교에서 교문을 넘어 후진해 달려오던 차에 어린이가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린이가 차에 들이받혀 넘어지는 모습. CCTV 화면 갈무리

학교 밖을 나선 A(12) 양은 차가 가속페달을 밟고 뒤로 달려오는 줄도 모른 채, 땅바닥을 보고 걷다가 봉변을 당했습니다. 어린이는 그대로 들이받히며, 사고 충격에 뒤로 넘어집니다. 차가 조금만 더 빠른 속도로 달려왔더라면, 자칫 차 밑으로 깔릴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학교 정문은 차량 진출입로와 보행로가 혼재된 교문이었지만, 하굣길 교통 안전을 감독하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A 양이 작성한 사고 진술서에 따르면 사고 차량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아이가 괜찮은지 상태를 묻고는, "치료비를 줘야 하는데 지갑이 없다"고 말하고 현장을 떠납니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거나, 보호자와 연락하는 등의 후속 조치는 없었습니다. 아이의 팔에는 차에 받혀 넘어지며 입은 찰과상과 피가 육안으로도 확인되는 정도였다고 보호자는 증언합니다.

뒤늦게 딸아이의 입을 통해 사고 사실을 인지한 부모는 그날 오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차량 운전자는 다음날, 관할 경찰서에 자진 출석했습니다. 경찰은 해당 여성 운전자에 대해 특가법상 도주치상(뺑소니)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제주시 한 초등학교에서 교문을 넘어 후진해 달려오던 차에 어린이가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린이가 차에 들이받혀 넘어지는 모습. CCTV 화면 갈무리지난달 18일 제주시 한 초등학교에서 교문을 넘어 후진해 달려오던 차에 어린이가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린이가 차에 들이받혀 넘어지는 모습. CCTV 화면 갈무리

이 사고로 A 양은 허리와 다리 등을 다쳐, 전치 2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사고가 난 지 열흘이 더 지나서야 학교로부터 뒤늦게 CCTV 영상을 받은 학부모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사고 어린이의 아버지 B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병원에도 늦게 데려간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런데 보호자가 의아함을 느낀 것은 경찰과 교육청, 학교 등의 미지근한 대응뿐만은 아니었습니다. 딸이 당한 교통사고가 '어린이보호구역 사고'가 아니라는 수사관의 설명에, 부모는 또 한 번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래픽: 조하연그래픽: 조하연

■ 교문 바깥서 어린이 치면 '스쿨존 사고', 정문 뒤에서 사고 내면 '노스쿨존 사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은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 만 13세 미만 어린이시설 주변 도로를 대상으로 지정합니다.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학공간을 확보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인데요.

현행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내 중상해 이상으로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 처분을 받습니다. 특례법이 정하는 '12대 중과실'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규정 속도나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을 적용합니다.

그런데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은 A 양 교통사고에 대해 '어린이보호구역 사고'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아이가 차에 치인 '최종 사고 지점'은 학교 내로, 교문 안쪽은 현행법상 도로도, 보호구역도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제주 시내 한 초등학교. 교문을 경계로 어린이보호구역(오른쪽)과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구역’이 나뉘어 있다.제주 시내 한 초등학교. 교문을 경계로 어린이보호구역(오른쪽)과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구역’이 나뉘어 있다.

딸의 사고 장소가 당연히 어린이보호구역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던 A 양의 부모는 황당함을 표했습니다.

A 양의 아버지는 "CCTV를 통해서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듯이, 사고 차량은 교문 바로 앞에서부터 차를 돌려 후진해, 그대로 교문을 넘어 들어와 아이를 충격했다. 사고 전 과정을 보면 '어린이보호구역'에서부터 시작된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만약 학교 밖 어린이보호구역 도로에서부터 시속 100㎞로 달려와, 정문 밖에 있는 어린이를 치면 '어린이보호구역 사고'인 것이고, 학교 안까지 들어와서 정문 뒤의 아이를 치면 '어린이보호구역 사고가 아니'라는 게 말이 되나. 법이 문제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어린이가 교문 넘어 후진해 들어오던 차에 치이는 뺑소니 사고가 난 제주 시내 한 초등학교. 차량 진출입로와 주차장, 통학로가 사실상 혼재돼 있다.지난달 18일 어린이가 교문 넘어 후진해 들어오던 차에 치이는 뺑소니 사고가 난 제주 시내 한 초등학교. 차량 진출입로와 주차장, 통학로가 사실상 혼재돼 있다.

■ 등굣길 교문 앞에서 어린이 깔린 사고도 '공소권 없음'…'스쿨존 벗어난 스쿨' 논란

3년 전, 충북 충주에서 비슷한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한 초등학생이 등굣길에 교문 안쪽에서 교사가 몰던 차에 깔려 크게 다쳤는데, 정작 운전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것입니다.

2019년 8월 23일 아침, 등교하던 초등학생 김 모(당시 13세) 군은 교문을 지나자마자 마침 풀린 신발 끈을 고쳐 매기 위해, 그 자리에 쪼그려 앉습니다.


그때, 뒤따라 들어오던 SUV 차량이 어린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김 군을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이 사고로 김 군은 갈비뼈에 금이 가고 폐가 짓눌리는 등 크게 다쳐, 전치 8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사고 가해자인 교사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넘겼기 때문입니다. 합의를 불문하고 형사처분이 내려지는 어린이보호구역, 즉 스쿨존 사고가 아닌 데다가, 학교 안은 현행법상 '도로'로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었습니다. 차량 진출입로와 보행로가 혼재된 교문 일대라고 해도, 법 적용 예외는 없었습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학교 안은 오히려 학교 밖 어린이 보호구역보다 더 안전한 곳이어야 하는데도 '민식이법'을 적용하지 않고, (사고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들어있으면 보험 처리한 뒤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끝난다는 게 큰 아이러니"라고 지적했습니다.


■ 법 개정 논의 10년째 흐지부지…어린이 안전 위협은 현재진행형

학교 안이 정작 교통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은 10년 전부터 제기됐습니다. 2012년, 행안부는 당시 법무부와 교육부, 경찰청과 협의해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이른바 '12대 중과실'에 유치원과 학교 내 교통사고도 포함해, 운전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 개정 논의가 이어졌으나, 무관심 속에 번번이 폐기됐습니다. 지난해 1월, 아파트나 학교 등의 교통사고를 '13대 중과실'로 포함한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개정안이 재차 발의됐지만, 1년이 넘도록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대표 발의자인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충북 충주)은 "아파트 단지 내나 학교 안, 주차장 등 '도로가 아닌 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땐 현행법상 공소 제기를 할 수 없어, 안전 사각지대에서도 운전자의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면서 "조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행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이 오히려 운전자 처벌을 규제한다며, 이를 폐지하고 '잘못한 만큼 처벌받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한문철 변호사는 "사망사고, 뺑소니, 중상해가 아닌 나머지 교통사고는 12가지 예외 사유, 즉 '12대 중과실'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12대 중과실보다 더 나쁘고 위험한 건 '졸음운전', '스마트폰 보면서 운전하기'와 같은 운전 습관인데, 현행법을 따르면 이런 행위는 정작 처벌하기가 어렵다"면서 "자꾸만 13대, 14대 중과실 이렇게 예외 항목만 늘려가다 보면 법이 누더기가 된다. 오히려 이 같은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을 폐지하고, 형법상의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 치사상을 적용해 운전자가 잘못한 만큼 처벌받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연관 기사]
학교 안은 ‘스쿨존 밖’…법 개정은 10년간 지지부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8153
학교 안에서 뺑소니 사고 났는데…‘스쿨존 아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7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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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문 넘어 달려온 차에 ‘쿵’…“스쿨존 사고는 아니다”?
    • 입력 2022-09-03 10:00:23
    • 수정2022-09-05 08:18:35
    취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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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의 한 초등학교 안에서 어린이가 교문을 넘어 후진해 달려오던 차에 들이받혀 다치는 뺑소니 사고가 났습니다. 그런데 학교 안에서 발생한 사고인데도 정작 '어린이보호구역' 사고로는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관련 법 적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것은 지난달 18일 오후, 제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였습니다. 학교 교문 일대를 비추는 CCTV에 담긴 사고 당시 상황을 보면 경차를 몰던 여성 운전자는 교문 인근에서 차를 돌리려 후진하면서, 교문을 넘어 안쪽까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지난달 18일 제주시 한 초등학교에서 교문을 넘어 후진해 달려오던 차에 어린이가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린이가 차에 들이받혀 넘어지는 모습. CCTV 화면 갈무리
학교 밖을 나선 A(12) 양은 차가 가속페달을 밟고 뒤로 달려오는 줄도 모른 채, 땅바닥을 보고 걷다가 봉변을 당했습니다. 어린이는 그대로 들이받히며, 사고 충격에 뒤로 넘어집니다. 차가 조금만 더 빠른 속도로 달려왔더라면, 자칫 차 밑으로 깔릴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학교 정문은 차량 진출입로와 보행로가 혼재된 교문이었지만, 하굣길 교통 안전을 감독하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A 양이 작성한 사고 진술서에 따르면 사고 차량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아이가 괜찮은지 상태를 묻고는, "치료비를 줘야 하는데 지갑이 없다"고 말하고 현장을 떠납니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거나, 보호자와 연락하는 등의 후속 조치는 없었습니다. 아이의 팔에는 차에 받혀 넘어지며 입은 찰과상과 피가 육안으로도 확인되는 정도였다고 보호자는 증언합니다.

뒤늦게 딸아이의 입을 통해 사고 사실을 인지한 부모는 그날 오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차량 운전자는 다음날, 관할 경찰서에 자진 출석했습니다. 경찰은 해당 여성 운전자에 대해 특가법상 도주치상(뺑소니)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제주시 한 초등학교에서 교문을 넘어 후진해 달려오던 차에 어린이가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린이가 차에 들이받혀 넘어지는 모습. CCTV 화면 갈무리
이 사고로 A 양은 허리와 다리 등을 다쳐, 전치 2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사고가 난 지 열흘이 더 지나서야 학교로부터 뒤늦게 CCTV 영상을 받은 학부모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사고 어린이의 아버지 B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병원에도 늦게 데려간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런데 보호자가 의아함을 느낀 것은 경찰과 교육청, 학교 등의 미지근한 대응뿐만은 아니었습니다. 딸이 당한 교통사고가 '어린이보호구역 사고'가 아니라는 수사관의 설명에, 부모는 또 한 번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래픽: 조하연
■ 교문 바깥서 어린이 치면 '스쿨존 사고', 정문 뒤에서 사고 내면 '노스쿨존 사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은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 만 13세 미만 어린이시설 주변 도로를 대상으로 지정합니다.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학공간을 확보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인데요.

현행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내 중상해 이상으로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 처분을 받습니다. 특례법이 정하는 '12대 중과실'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규정 속도나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을 적용합니다.

그런데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은 A 양 교통사고에 대해 '어린이보호구역 사고'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아이가 차에 치인 '최종 사고 지점'은 학교 내로, 교문 안쪽은 현행법상 도로도, 보호구역도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제주 시내 한 초등학교. 교문을 경계로 어린이보호구역(오른쪽)과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구역’이 나뉘어 있다.
딸의 사고 장소가 당연히 어린이보호구역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던 A 양의 부모는 황당함을 표했습니다.

A 양의 아버지는 "CCTV를 통해서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듯이, 사고 차량은 교문 바로 앞에서부터 차를 돌려 후진해, 그대로 교문을 넘어 들어와 아이를 충격했다. 사고 전 과정을 보면 '어린이보호구역'에서부터 시작된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만약 학교 밖 어린이보호구역 도로에서부터 시속 100㎞로 달려와, 정문 밖에 있는 어린이를 치면 '어린이보호구역 사고'인 것이고, 학교 안까지 들어와서 정문 뒤의 아이를 치면 '어린이보호구역 사고가 아니'라는 게 말이 되나. 법이 문제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어린이가 교문 넘어 후진해 들어오던 차에 치이는 뺑소니 사고가 난 제주 시내 한 초등학교. 차량 진출입로와 주차장, 통학로가 사실상 혼재돼 있다.
■ 등굣길 교문 앞에서 어린이 깔린 사고도 '공소권 없음'…'스쿨존 벗어난 스쿨' 논란

3년 전, 충북 충주에서 비슷한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한 초등학생이 등굣길에 교문 안쪽에서 교사가 몰던 차에 깔려 크게 다쳤는데, 정작 운전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것입니다.

2019년 8월 23일 아침, 등교하던 초등학생 김 모(당시 13세) 군은 교문을 지나자마자 마침 풀린 신발 끈을 고쳐 매기 위해, 그 자리에 쪼그려 앉습니다.


그때, 뒤따라 들어오던 SUV 차량이 어린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김 군을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이 사고로 김 군은 갈비뼈에 금이 가고 폐가 짓눌리는 등 크게 다쳐, 전치 8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사고 가해자인 교사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넘겼기 때문입니다. 합의를 불문하고 형사처분이 내려지는 어린이보호구역, 즉 스쿨존 사고가 아닌 데다가, 학교 안은 현행법상 '도로'로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었습니다. 차량 진출입로와 보행로가 혼재된 교문 일대라고 해도, 법 적용 예외는 없었습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학교 안은 오히려 학교 밖 어린이 보호구역보다 더 안전한 곳이어야 하는데도 '민식이법'을 적용하지 않고, (사고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들어있으면 보험 처리한 뒤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끝난다는 게 큰 아이러니"라고 지적했습니다.


■ 법 개정 논의 10년째 흐지부지…어린이 안전 위협은 현재진행형

학교 안이 정작 교통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은 10년 전부터 제기됐습니다. 2012년, 행안부는 당시 법무부와 교육부, 경찰청과 협의해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이른바 '12대 중과실'에 유치원과 학교 내 교통사고도 포함해, 운전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 개정 논의가 이어졌으나, 무관심 속에 번번이 폐기됐습니다. 지난해 1월, 아파트나 학교 등의 교통사고를 '13대 중과실'로 포함한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개정안이 재차 발의됐지만, 1년이 넘도록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대표 발의자인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충북 충주)은 "아파트 단지 내나 학교 안, 주차장 등 '도로가 아닌 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땐 현행법상 공소 제기를 할 수 없어, 안전 사각지대에서도 운전자의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면서 "조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행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이 오히려 운전자 처벌을 규제한다며, 이를 폐지하고 '잘못한 만큼 처벌받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한문철 변호사는 "사망사고, 뺑소니, 중상해가 아닌 나머지 교통사고는 12가지 예외 사유, 즉 '12대 중과실'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12대 중과실보다 더 나쁘고 위험한 건 '졸음운전', '스마트폰 보면서 운전하기'와 같은 운전 습관인데, 현행법을 따르면 이런 행위는 정작 처벌하기가 어렵다"면서 "자꾸만 13대, 14대 중과실 이렇게 예외 항목만 늘려가다 보면 법이 누더기가 된다. 오히려 이 같은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을 폐지하고, 형법상의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 치사상을 적용해 운전자가 잘못한 만큼 처벌받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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