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정말 안 당할 자신 있나요?

입력 2022.09.0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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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인가", "멍청하다", "찔리는 게 있냐"

지난달 KBS 가 보도한 < 어느날 날아온 ‘카톡 구속영장’…41억 뜯긴 의사>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연관기사] 어느날 날아온 ‘카톡 구속영장’…41억 뜯긴 의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39396


40대 '의사'가 흔한 검사 사칭 수법에 당했다? 지금까지 최고액인 41억 원을 뜯겼다?

누구라도 쉽게 믿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댓글에는 피해자의 부주의를 지적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피싱 수법,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 검사도, 거래소 직원도…모두가 한패

지난 3월, 40대 A 씨는 검사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검사는 A 씨의 가상자산 계좌가 도용됐다고 말했습니다. 수사를 위해 참고인 조사에 응해달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보이스피싱이 의심됩니다. 흔한 수법 중 하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A 씨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그 과정을 하나씩 보겠습니다.

검사는 카카오톡으로 '수사서류'를 보냈습니다. A 씨의 개인정보가 정확히 적혀 있었고, 검사 직인도 찍혀 있었습니다.

검사는 수사를 위해 A 씨가 가진 가상자산을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했습니다. 자산 이체를 요구한다? 이 대목이 또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A 씨는 가상화폐 거래소 공식번호로 전화해 상황을 물었습니다. 거래소 직원은 "수사 대상이 맞다"고 답했습니다. 어디로 가상자산을 송금하면 되는지 계좌번호까지 알려줬습니다.

"이런데 어떻게 안 믿나" A 씨는 결국, 코인 5천8백만 원어치를 송금했습니다. 보이스피싱에 당한 겁니다.

검사를 사칭한 이가 설치하라고 했던 '스마트 진술서' 앱에 비밀이 있었습니다. 그 앱은 실은 피싱범들이 전화를 가로채는 '악성 앱'이었습니다. A씨가 거는 모든 전화가 피싱범에게 연결됐습니다.

■ '요즘 피싱' 3대 수법

A 씨가 당한 보이스피싱 수법의 특징을 꼽아보면 이렇습니다.


1. 카톡 구속영장

구속영장 등 위조된 수사서류가 카카오톡으로 전송됩니다. 피해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있고, 검사 자필 서명과 직인도 담겨 있습니다. 진위를 판별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어떤 피싱 조직은 여기서 한술 더 뜹니다. 피해자에게 위조된 서류를 육성으로 읽으라고 합니다. '구속수사', '압수수색' 등 강압적인 표현을 입으로 되뇌며 심리적으로 압박받도록 하는 겁니다.

2. '강수강발' 악성 앱

피싱 범들은 갖은 이유를 대며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합니다. A 씨의 경우 '스마트 진술서'였지만, 다른 종류도 많습니다.

이 악성 앱을 까는 순간 피해자 휴대전화에 있는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동시에 '강수강발'(강제 수신·강제 발신)기능이 시행됩니다.

경찰, 금감원 등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피싱 조직이 받고, 반대로 피싱 일당이 전화를 해도 피해자 휴대전화엔 경찰 등의 공식번호가 뜨게 됩니다.

3. 코인 송금·현금 인출법 교육

가상자산은 추적이 어렵습니다. 최근 피싱범들이 가상자산 송금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가상자산이 없는 피해자에게는 여전히 현금 인출을 요구합니다. 이때 피싱범들은 은행 창구 직원을 속일 요령을 교육합니다.

요즘 금융기관은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뚜렷한 사유가 없는 거액의 인출은 일단 막고 봅니다. 이걸 피하기 위해 '직원 월급', '차량 구매 대금', '인테리어 비용' 등 다양한 꼼수를 가르칩니다.

41억 원을 뜯긴 의사도 정확히 세 가지 수법에 당했습니다. 피싱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는 겁니다.

■ 정말 안 당할 자신 있나요?

KBS와 공영미디어연구소 조사팀이 성인 1,004명에게 물었습니다.


10명 중 9명 이상은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사기 범죄'를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응답도 78%를 넘었습니다. 대다수 국민이 피싱 범죄를 조심한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피싱 피해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74%가 '60대 이상 노인'을 꼽았습니다. '피싱 범죄는 노인이 당하기 쉽다'는 인식입니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젊으면 안 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읽힙니다.
실제 일어난 피싱 피해도 그러할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난해 가장 많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발생한 연령은 50대였고, 40대와 20대 이하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60대와 70대 이상 피해자는 전체의 19%에 불과했습니다.

피싱 범죄는 '연령과 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 보이스피싱 예방 '절대 명제'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피해액이 2천4백억(2017년)→7천7백억(2021년)으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피싱 범죄, 예방을 위해서 꼭 기억할 두 가지입니다. 유념, 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1. 수사기관에 가상자산을 송금하거나 현금을 인출해 전달하지 않는다
2. 미확인 앱을 설치하거나, 대출 등을 미끼로 문자 전송된 링크는 누르지 않는다

[조사 개요]

조사 의뢰 : KBS
조사 기관 :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조사팀
조사 대상 :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조사 방법 : [KBS국민패널]을 이용한 인터넷 설문 조사(Internet Panel Survey)
조사 일시 : 2022년 8월 29일(월) ~ 8월 30일(화), 2일간 진행
표본추출 방법 : 주민등록통계(2022년 7월)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표본크기 : 유효표본 1,004 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 10.3% (총 9,772건 메일 발송)

(인포그래픽 : 김서린 영상편집 : 홍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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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스피싱, 정말 안 당할 자신 있나요?
    • 입력 2022-09-04 08:01:37
    취재K

"바보인가", "멍청하다", "찔리는 게 있냐"

지난달 KBS 가 보도한 < 어느날 날아온 ‘카톡 구속영장’…41억 뜯긴 의사>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연관기사] 어느날 날아온 ‘카톡 구속영장’…41억 뜯긴 의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39396


40대 '의사'가 흔한 검사 사칭 수법에 당했다? 지금까지 최고액인 41억 원을 뜯겼다?

누구라도 쉽게 믿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댓글에는 피해자의 부주의를 지적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피싱 수법,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 검사도, 거래소 직원도…모두가 한패

지난 3월, 40대 A 씨는 검사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검사는 A 씨의 가상자산 계좌가 도용됐다고 말했습니다. 수사를 위해 참고인 조사에 응해달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보이스피싱이 의심됩니다. 흔한 수법 중 하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A 씨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그 과정을 하나씩 보겠습니다.

검사는 카카오톡으로 '수사서류'를 보냈습니다. A 씨의 개인정보가 정확히 적혀 있었고, 검사 직인도 찍혀 있었습니다.

검사는 수사를 위해 A 씨가 가진 가상자산을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했습니다. 자산 이체를 요구한다? 이 대목이 또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A 씨는 가상화폐 거래소 공식번호로 전화해 상황을 물었습니다. 거래소 직원은 "수사 대상이 맞다"고 답했습니다. 어디로 가상자산을 송금하면 되는지 계좌번호까지 알려줬습니다.

"이런데 어떻게 안 믿나" A 씨는 결국, 코인 5천8백만 원어치를 송금했습니다. 보이스피싱에 당한 겁니다.

검사를 사칭한 이가 설치하라고 했던 '스마트 진술서' 앱에 비밀이 있었습니다. 그 앱은 실은 피싱범들이 전화를 가로채는 '악성 앱'이었습니다. A씨가 거는 모든 전화가 피싱범에게 연결됐습니다.

■ '요즘 피싱' 3대 수법

A 씨가 당한 보이스피싱 수법의 특징을 꼽아보면 이렇습니다.


1. 카톡 구속영장

구속영장 등 위조된 수사서류가 카카오톡으로 전송됩니다. 피해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있고, 검사 자필 서명과 직인도 담겨 있습니다. 진위를 판별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어떤 피싱 조직은 여기서 한술 더 뜹니다. 피해자에게 위조된 서류를 육성으로 읽으라고 합니다. '구속수사', '압수수색' 등 강압적인 표현을 입으로 되뇌며 심리적으로 압박받도록 하는 겁니다.

2. '강수강발' 악성 앱

피싱 범들은 갖은 이유를 대며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합니다. A 씨의 경우 '스마트 진술서'였지만, 다른 종류도 많습니다.

이 악성 앱을 까는 순간 피해자 휴대전화에 있는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동시에 '강수강발'(강제 수신·강제 발신)기능이 시행됩니다.

경찰, 금감원 등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피싱 조직이 받고, 반대로 피싱 일당이 전화를 해도 피해자 휴대전화엔 경찰 등의 공식번호가 뜨게 됩니다.

3. 코인 송금·현금 인출법 교육

가상자산은 추적이 어렵습니다. 최근 피싱범들이 가상자산 송금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가상자산이 없는 피해자에게는 여전히 현금 인출을 요구합니다. 이때 피싱범들은 은행 창구 직원을 속일 요령을 교육합니다.

요즘 금융기관은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뚜렷한 사유가 없는 거액의 인출은 일단 막고 봅니다. 이걸 피하기 위해 '직원 월급', '차량 구매 대금', '인테리어 비용' 등 다양한 꼼수를 가르칩니다.

41억 원을 뜯긴 의사도 정확히 세 가지 수법에 당했습니다. 피싱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는 겁니다.

■ 정말 안 당할 자신 있나요?

KBS와 공영미디어연구소 조사팀이 성인 1,004명에게 물었습니다.


10명 중 9명 이상은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사기 범죄'를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응답도 78%를 넘었습니다. 대다수 국민이 피싱 범죄를 조심한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피싱 피해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74%가 '60대 이상 노인'을 꼽았습니다. '피싱 범죄는 노인이 당하기 쉽다'는 인식입니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젊으면 안 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읽힙니다.
실제 일어난 피싱 피해도 그러할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난해 가장 많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발생한 연령은 50대였고, 40대와 20대 이하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60대와 70대 이상 피해자는 전체의 19%에 불과했습니다.

피싱 범죄는 '연령과 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 보이스피싱 예방 '절대 명제'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피해액이 2천4백억(2017년)→7천7백억(2021년)으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피싱 범죄, 예방을 위해서 꼭 기억할 두 가지입니다. 유념, 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1. 수사기관에 가상자산을 송금하거나 현금을 인출해 전달하지 않는다
2. 미확인 앱을 설치하거나, 대출 등을 미끼로 문자 전송된 링크는 누르지 않는다

[조사 개요]

조사 의뢰 : KBS
조사 기관 :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조사팀
조사 대상 :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조사 방법 : [KBS국민패널]을 이용한 인터넷 설문 조사(Internet Panel Survey)
조사 일시 : 2022년 8월 29일(월) ~ 8월 30일(화), 2일간 진행
표본추출 방법 : 주민등록통계(2022년 7월)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표본크기 : 유효표본 1,004 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 10.3% (총 9,772건 메일 발송)

(인포그래픽 : 김서린 영상편집 : 홍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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