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내가 낸 교통부담금 68억 원을 왜 건설시행사에?”…입주민 소송

입력 2022.09.04 (10:00) 수정 2022.09.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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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옥길- 강남, 출근 시간만 2시간... 교통부담금 냈는데, 왜 이런가요?

여의도에서 한 시간을 달리면 부천 보금자리 주택단지 '옥길 지구' 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인구 수 3만여 명, 지역 거점도시라 할 만큼 규모가 큽니다. 그런데 이 주택단지에서 서울로 나가는 버스는 10번 버스 한 대뿐입니다. 강남으로 출근할라치면 마을버스를 타고 1호선 역곡역에 내려, 다시 지하철을 두 차례 갈아타야 합니다. 아침마다 2시간에 달하는 대장정에 나서고서야 겨우 직장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상신/ 부천 옥길지구 입주민
"버스 자체를 타고 온수역 가야 하는데 버스 자체를 타고 온수역까지 데만도 한 4, 50분 걸려요.
기다리는 시간 가는 시간, 그러니까 저는 거의 2시간을 출퇴근하는 데 편도로만 쓰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옥길지구 주민들은 최근 황당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4개 단지의 <광역교통시설 부담금> 68억여 원이 건설 시행사에 반환됐다는 겁니다. 심지어 반환 시점은 지난 2018년. 무려 4년이 넘게 행정 당국인 부천시도, 돈을 반환받은 건설시행사도 입주민에게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너네 몰랐지? 그러면 우리끼리만 알고 넘어갈게……. 저희가 낸 그 부담금 자체가 70억 대인데 여기 나머지 LH에서도 냈을 거 아니에요? 어디다 썼냐는 거죠.”

취재진을 만난 입주민 대표는 이렇게 얘기하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교통부담금 68억 원, 분양가에 포함돼 있으면 입주민 것 아닌가요?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약칭 '대광법')에는 1. 택지 개발사업 2. 도시개발사업 3. 아파트지구개발사업 등을 진행할 때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사업 주체가 광역도로나 철도, 주차장 등을 건립하는 돈을 내도록 했습니다.

'광역 교통시설 부담금'입니다. 부천시 내부 서류를 확보해 확인해 보니, 4개 단지 시행사들이 68억여 원을 낸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습니다.

관련법에는 이 광역교통시설 부담금을 택지를 조성할 때나 아파트를 지을 때 한 번만 내면 되는 데…. LH가 택지 조성 과정에서 옥길지구의 교통시설부담금을 이미 낸 겁니다. 한 마디로 LH도 부담금을 내고, 시행사도 부담금을 낸 상황이 됐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건설시행사가 부천시에 문제를 제기했고, 부천시는 시행사 계좌로 교통시설부담금 68억 원을 돌려줬습니다.

그런데 이 돈 건설 시행사들이 낸 돈이 맞을까요?

한 아파트의 분양 모집공고를 살펴봤습니다. 분양가에 '광역교통시설 부담금'이 포함돼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한 마디로 입주민들이 낸 분양대금에서 이 '광역교통시설 부담금'을 냈다는 겁니다. 한 가구당 200만 원에서 300만 원을 교통부담금으로 낸 셈입니다. 4개 단지, 3천 가구 분량의 광역교통시설 부담금만 68억 원에 달했습니다.

분양대금은 입주민이 냈는데, 건설시행사들이 환급금을 받아간 상황이 된 겁니다.

옥길지구 A아파트 입주민 대표
"교통 부담금이 그 안(분양대금)에 들어갔는지, 우리가 그 돈을 내서
이런 것들을 만들었는지 이런 것조차도 저희는 몰랐습니다."

■경기도 '교통부담금' 환급액 310억 원... 누구 돈?

문제는 이런 일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는 겁니다. 경기도가 도로 개설 등 광역교통망을 확충하는데 이미 비용을 부담했다며 건설시행사에 받은 교통부담금을 돌려준 횟수와 금액을 확인해봤습니다. 김상희 의원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경기도가 시행 주체에 환급해준 교통부담금은 2020년 69억 5천만 원, 2021년 81억 천만 원,
2022년 현재까지 159억 원에 달합니다.

3년 치 합계만 310억 원입니다.

환급 조건도 지자체마다 들쑥날쑥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경우 2015년도에 보금자리주택지구 건설 시행사들에 광역교통부담금 78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남양주시는 부과한 지 두 달여 만에 택지조성을 한 경기주택공사가 교통부담금을 이미 납부한 곳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부과를 취소했습니다. 덕분에 분양가에는 이 교통부담금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조정흔/경실련 정책위원
“공사비를 증액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유가 있을 때는 가산비로 공사비 증액을 해주겠다. 그런 취지인 건데….
가산비 항목이 구체적으로 이제 잘 이렇게 적시가 돼 있지 않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어떤 항목이나 포함 여부나 뭐 이런 거에 대해서 모두 다른 기준을 갖고 있는 거예요. ”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교통부담금이 분양가에 포함됐는지, 안 됐는지 입주민들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분양가는 '분양가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합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해 분양가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가 스스로 공개하겠다고 의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실제로 공개하는 지자체는 거의 없습니다.

기자도 취재 대상인 옥길지구와 관련해 부천시에 이 분양가심사위원회 회의자료를 정보공개청구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 1월~ 2021년 4월까지 공공택지 개발지구임에도 불구하고, 이 교통부담금을 포함한 가산금의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곳이 78%에 달했습니다.

조정흔/경실련 정책위원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이 결정됐는데 공사비가 증액됐다. 그러면 당연히 건설사는 조합에 공사비를 증액해달라. 이런 이유로 공사비가 증액됐으니까 증액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겠죠. 그런데 만약에 어떤 이유로 공사비가 감액됐으면 그거를 요청하겠어요? 안 하죠. 그리고 조합원들도 알 수 있을까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부천 옥길지구 주민 천여 명은 건설사를 상대로 '부당이익 반환 소송'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분양가의 일부인 68억 원을 '교통 부담금'으로 부천시에 냈으니 환급금 역시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인데요. 방송이 나가기 며칠 전 한 건설사는 1개 단지 주민들에게 교통부담금 10억여 원을 돌려주겠다고 저희 취재진에게 연락해왔습니다. 부천 옥길지구 주민들은 '교통 부담금' 68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오늘 저녁(4일) 8시 10분 KBS1TV 시사멘터리 ‘추적’ 〈68억 원, 교통부담금 전쟁〉 편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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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 “내가 낸 교통부담금 68억 원을 왜 건설시행사에?”…입주민 소송
    • 입력 2022-09-04 10:00:40
    • 수정2022-09-07 10:13:35
    취재K

■부천 옥길- 강남, 출근 시간만 2시간... 교통부담금 냈는데, 왜 이런가요?

여의도에서 한 시간을 달리면 부천 보금자리 주택단지 '옥길 지구' 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인구 수 3만여 명, 지역 거점도시라 할 만큼 규모가 큽니다. 그런데 이 주택단지에서 서울로 나가는 버스는 10번 버스 한 대뿐입니다. 강남으로 출근할라치면 마을버스를 타고 1호선 역곡역에 내려, 다시 지하철을 두 차례 갈아타야 합니다. 아침마다 2시간에 달하는 대장정에 나서고서야 겨우 직장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상신/ 부천 옥길지구 입주민
"버스 자체를 타고 온수역 가야 하는데 버스 자체를 타고 온수역까지 데만도 한 4, 50분 걸려요.
기다리는 시간 가는 시간, 그러니까 저는 거의 2시간을 출퇴근하는 데 편도로만 쓰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옥길지구 주민들은 최근 황당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4개 단지의 <광역교통시설 부담금> 68억여 원이 건설 시행사에 반환됐다는 겁니다. 심지어 반환 시점은 지난 2018년. 무려 4년이 넘게 행정 당국인 부천시도, 돈을 반환받은 건설시행사도 입주민에게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너네 몰랐지? 그러면 우리끼리만 알고 넘어갈게……. 저희가 낸 그 부담금 자체가 70억 대인데 여기 나머지 LH에서도 냈을 거 아니에요? 어디다 썼냐는 거죠.”

취재진을 만난 입주민 대표는 이렇게 얘기하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교통부담금 68억 원, 분양가에 포함돼 있으면 입주민 것 아닌가요?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약칭 '대광법')에는 1. 택지 개발사업 2. 도시개발사업 3. 아파트지구개발사업 등을 진행할 때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사업 주체가 광역도로나 철도, 주차장 등을 건립하는 돈을 내도록 했습니다.

'광역 교통시설 부담금'입니다. 부천시 내부 서류를 확보해 확인해 보니, 4개 단지 시행사들이 68억여 원을 낸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습니다.

관련법에는 이 광역교통시설 부담금을 택지를 조성할 때나 아파트를 지을 때 한 번만 내면 되는 데…. LH가 택지 조성 과정에서 옥길지구의 교통시설부담금을 이미 낸 겁니다. 한 마디로 LH도 부담금을 내고, 시행사도 부담금을 낸 상황이 됐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건설시행사가 부천시에 문제를 제기했고, 부천시는 시행사 계좌로 교통시설부담금 68억 원을 돌려줬습니다.

그런데 이 돈 건설 시행사들이 낸 돈이 맞을까요?

한 아파트의 분양 모집공고를 살펴봤습니다. 분양가에 '광역교통시설 부담금'이 포함돼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한 마디로 입주민들이 낸 분양대금에서 이 '광역교통시설 부담금'을 냈다는 겁니다. 한 가구당 200만 원에서 300만 원을 교통부담금으로 낸 셈입니다. 4개 단지, 3천 가구 분량의 광역교통시설 부담금만 68억 원에 달했습니다.

분양대금은 입주민이 냈는데, 건설시행사들이 환급금을 받아간 상황이 된 겁니다.

옥길지구 A아파트 입주민 대표
"교통 부담금이 그 안(분양대금)에 들어갔는지, 우리가 그 돈을 내서
이런 것들을 만들었는지 이런 것조차도 저희는 몰랐습니다."

■경기도 '교통부담금' 환급액 310억 원... 누구 돈?

문제는 이런 일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는 겁니다. 경기도가 도로 개설 등 광역교통망을 확충하는데 이미 비용을 부담했다며 건설시행사에 받은 교통부담금을 돌려준 횟수와 금액을 확인해봤습니다. 김상희 의원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경기도가 시행 주체에 환급해준 교통부담금은 2020년 69억 5천만 원, 2021년 81억 천만 원,
2022년 현재까지 159억 원에 달합니다.

3년 치 합계만 310억 원입니다.

환급 조건도 지자체마다 들쑥날쑥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경우 2015년도에 보금자리주택지구 건설 시행사들에 광역교통부담금 78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남양주시는 부과한 지 두 달여 만에 택지조성을 한 경기주택공사가 교통부담금을 이미 납부한 곳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부과를 취소했습니다. 덕분에 분양가에는 이 교통부담금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조정흔/경실련 정책위원
“공사비를 증액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유가 있을 때는 가산비로 공사비 증액을 해주겠다. 그런 취지인 건데….
가산비 항목이 구체적으로 이제 잘 이렇게 적시가 돼 있지 않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어떤 항목이나 포함 여부나 뭐 이런 거에 대해서 모두 다른 기준을 갖고 있는 거예요. ”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교통부담금이 분양가에 포함됐는지, 안 됐는지 입주민들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분양가는 '분양가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합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해 분양가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가 스스로 공개하겠다고 의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실제로 공개하는 지자체는 거의 없습니다.

기자도 취재 대상인 옥길지구와 관련해 부천시에 이 분양가심사위원회 회의자료를 정보공개청구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 1월~ 2021년 4월까지 공공택지 개발지구임에도 불구하고, 이 교통부담금을 포함한 가산금의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곳이 78%에 달했습니다.

조정흔/경실련 정책위원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이 결정됐는데 공사비가 증액됐다. 그러면 당연히 건설사는 조합에 공사비를 증액해달라. 이런 이유로 공사비가 증액됐으니까 증액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겠죠. 그런데 만약에 어떤 이유로 공사비가 감액됐으면 그거를 요청하겠어요? 안 하죠. 그리고 조합원들도 알 수 있을까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부천 옥길지구 주민 천여 명은 건설사를 상대로 '부당이익 반환 소송'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분양가의 일부인 68억 원을 '교통 부담금'으로 부천시에 냈으니 환급금 역시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인데요. 방송이 나가기 며칠 전 한 건설사는 1개 단지 주민들에게 교통부담금 10억여 원을 돌려주겠다고 저희 취재진에게 연락해왔습니다. 부천 옥길지구 주민들은 '교통 부담금' 68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오늘 저녁(4일) 8시 10분 KBS1TV 시사멘터리 ‘추적’ 〈68억 원, 교통부담금 전쟁〉 편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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