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미슐랭 원스타’ 같은 관계죠”…“K클래식 제너레이션” 대표주자 조성진과 김한

입력 2022.09.05 (09:18) 수정 2022.09.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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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저녁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에서 1부 무대에 나란히 선 피아니스트 조성진(좌)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우)(사진 제공: 크레디아)

지난 8월 31일 저녁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에서 1부 무대에 나란히 선 피아니스트 조성진(좌)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우)(사진 제공: 크레디아)

지난 8월 31일 극장가에서는 최근 대한민국 젊은 클래식 음악가들의 세계적인 성공 비결을 서양인의 눈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K클래식 제너레이션 K-Classics Generation; 감독 티에리 로로〉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는 20대 청년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나란히 무대에 올라 작곡가 풀랑크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P 184'와 거쉬인의 '프렐류드 1번'을 듀엣으로 연주하며 극장을 가득 메운 7,500여 관중을 열광시켰다.

조성진과 김한. 이들은 명실상부한 "K클래식 제너레이션"의 대표주자다. 1994년생(조성진)과 1995년생(김한)으로 한 살 차이인 두 사람은 예원학교 동창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왔다. 둘 다 외동이고, '신동' 소리를 들으며 자라 또래보다는 형이나 누나들과 교우할 기회가 더 많았다는 점도 이들을 서로 더욱 가깝게 만들어주는 요인이 되었다. 지난해 김한의 결혼식 때 해외에 있던 조성진이 축주를 영상으로 녹화해 보내주었을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각별하다. 유튜브에는 2010년 10대 소년이었던 두 사람이 한 무대에서 연주한 듀엣곡이 영상으로 박제돼 있기도 하다.

 2010년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의 듀엣 무대(출처: 한경arteTV 유튜브 캡처) 2010년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의 듀엣 무대(출처: 한경arteTV 유튜브 캡처)

이번 노천극장에서의 듀엣은 조성진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크레메라타 발티카 악단과 '쇼팽 피아노 협주곡 1,2번' 전곡 협연을 기획사 측에 제안한 조성진은 본격적인 쇼팽 연주에 들어가기에 앞서 김한과의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조성진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한이는 어렸을 때부터 유명했죠, 너무 잘 하는 클라리넷 연주자로……. 예원학교를 같이 다니고 2018년도에 핀란드에 협연자로 가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했어요, 그런데 2악장 (클라리넷) 솔로가 제가 같이 연주했던 클라리넷 연주자 중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나요."라고 평했다.

그런 조성진에 대해 김한은 "조성진 피아니스트 형의 '아는 동생'으로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저희 관계가 어떤 관계일까 생각해봤는데 미슐랭 맛집 기준 보면 원 스타, 투 스타, 쓰리 스타 있잖아요. 원 스타는 어디 여행 갔을 때 맛있는 곳, 투 스타는 멀리서도 찾아서 가볼만 한 곳이고, 쓰리 스타는 일부러 그걸 먹기 위해 가볼만 한 곳인데 형이 보고 싶어서 제가 찾아간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 원 스타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치만 같은 지역에 있으면 꼭 만나는 사이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라고 두터운 '신의'를 드러냈다.

2018년 12월 김한이 클라리넷 파트 제2수석으로 활동 중인 핀란드 방송교향악단과 조성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협연이 있었던 핀란드 헬싱키의 뮤직센터 Helsingin Musiikkitalo2018년 12월 김한이 클라리넷 파트 제2수석으로 활동 중인 핀란드 방송교향악단과 조성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협연이 있었던 핀란드 헬싱키의 뮤직센터 Helsingin Musiikkitalo

이들 두 사람은 특히 2018년 말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있었던 핀란드 방송교향악단과 조성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협연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2018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제2수석 클라리넷 주자를 맡고 있는 김한은 일부러 당시 조성진과의 협연에 참여하기 위해 제1수석에게 부탁까지 했던 일화를 전하며 "그 때만큼 열심히 준비했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예원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형이 저희 오케스트라에 와서 연주를 하는데 게다가 가장 중요한 클라리넷 솔로를 연주해야 되었으므로 설레면서도 부담이 되었다. 테크닉이나 음정 면에선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한 연주였지만, 형과 같이 하니까 다른 협연자들과 같이 했을 때 나오지 않았던 편안함 같은 특별한 느낌이 있었다."면서…….

조성진과 김한이 속한 핀란드 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은 바로 이듬해인 2019년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한 차례 더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로 무산됐다고. 그랬던 이 둘의 재회가 3년만에 서울에서 성사된 것이다.

지난 8월 31일 저녁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 전경(사진 제공: 크레디아)지난 8월 31일 저녁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 전경(사진 제공: 크레디아)

태풍이 올 지도 모른다는 예보 속에 고국에서 '극적으로' 성사된 이번 무대가 두 아티스트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작지만 밝게 빛났던 초승달과 반딧불이, 그리고 극장 근처 풀숲에서 들려왔던 풀벌레 소리와 무대 위 조명 아래 모여든 날벌레들의 움직임마저 공연의 일부 같았던 그 날의 기억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활동 중인 이 두 젊은이에게도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오래 기억되기를, 그래서 타지에서 문득 힘들고 외로울 때 꺼내 볼 수 있는 한 장의 책갈피 꽂힌 책장(冊張)과도 같은 시간이었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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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 ‘미슐랭 원스타’ 같은 관계죠”…“K클래식 제너레이션” 대표주자 조성진과 김한
    • 입력 2022-09-05 09:18:52
    • 수정2022-09-05 14:18:36
    취재K

지난 8월 31일 저녁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에서 1부 무대에 나란히 선 피아니스트 조성진(좌)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우)(사진 제공: 크레디아)

지난 8월 31일 극장가에서는 최근 대한민국 젊은 클래식 음악가들의 세계적인 성공 비결을 서양인의 눈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K클래식 제너레이션 K-Classics Generation; 감독 티에리 로로〉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는 20대 청년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나란히 무대에 올라 작곡가 풀랑크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P 184'와 거쉬인의 '프렐류드 1번'을 듀엣으로 연주하며 극장을 가득 메운 7,500여 관중을 열광시켰다.

조성진과 김한. 이들은 명실상부한 "K클래식 제너레이션"의 대표주자다. 1994년생(조성진)과 1995년생(김한)으로 한 살 차이인 두 사람은 예원학교 동창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왔다. 둘 다 외동이고, '신동' 소리를 들으며 자라 또래보다는 형이나 누나들과 교우할 기회가 더 많았다는 점도 이들을 서로 더욱 가깝게 만들어주는 요인이 되었다. 지난해 김한의 결혼식 때 해외에 있던 조성진이 축주를 영상으로 녹화해 보내주었을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각별하다. 유튜브에는 2010년 10대 소년이었던 두 사람이 한 무대에서 연주한 듀엣곡이 영상으로 박제돼 있기도 하다.

 2010년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의 듀엣 무대(출처: 한경arteTV 유튜브 캡처)
이번 노천극장에서의 듀엣은 조성진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크레메라타 발티카 악단과 '쇼팽 피아노 협주곡 1,2번' 전곡 협연을 기획사 측에 제안한 조성진은 본격적인 쇼팽 연주에 들어가기에 앞서 김한과의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조성진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한이는 어렸을 때부터 유명했죠, 너무 잘 하는 클라리넷 연주자로……. 예원학교를 같이 다니고 2018년도에 핀란드에 협연자로 가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했어요, 그런데 2악장 (클라리넷) 솔로가 제가 같이 연주했던 클라리넷 연주자 중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나요."라고 평했다.

그런 조성진에 대해 김한은 "조성진 피아니스트 형의 '아는 동생'으로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저희 관계가 어떤 관계일까 생각해봤는데 미슐랭 맛집 기준 보면 원 스타, 투 스타, 쓰리 스타 있잖아요. 원 스타는 어디 여행 갔을 때 맛있는 곳, 투 스타는 멀리서도 찾아서 가볼만 한 곳이고, 쓰리 스타는 일부러 그걸 먹기 위해 가볼만 한 곳인데 형이 보고 싶어서 제가 찾아간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 원 스타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치만 같은 지역에 있으면 꼭 만나는 사이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라고 두터운 '신의'를 드러냈다.

2018년 12월 김한이 클라리넷 파트 제2수석으로 활동 중인 핀란드 방송교향악단과 조성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협연이 있었던 핀란드 헬싱키의 뮤직센터 Helsingin Musiikkitalo
이들 두 사람은 특히 2018년 말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있었던 핀란드 방송교향악단과 조성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협연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2018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제2수석 클라리넷 주자를 맡고 있는 김한은 일부러 당시 조성진과의 협연에 참여하기 위해 제1수석에게 부탁까지 했던 일화를 전하며 "그 때만큼 열심히 준비했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예원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형이 저희 오케스트라에 와서 연주를 하는데 게다가 가장 중요한 클라리넷 솔로를 연주해야 되었으므로 설레면서도 부담이 되었다. 테크닉이나 음정 면에선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한 연주였지만, 형과 같이 하니까 다른 협연자들과 같이 했을 때 나오지 않았던 편안함 같은 특별한 느낌이 있었다."면서…….

조성진과 김한이 속한 핀란드 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은 바로 이듬해인 2019년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한 차례 더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로 무산됐다고. 그랬던 이 둘의 재회가 3년만에 서울에서 성사된 것이다.

지난 8월 31일 저녁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 전경(사진 제공: 크레디아)
태풍이 올 지도 모른다는 예보 속에 고국에서 '극적으로' 성사된 이번 무대가 두 아티스트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작지만 밝게 빛났던 초승달과 반딧불이, 그리고 극장 근처 풀숲에서 들려왔던 풀벌레 소리와 무대 위 조명 아래 모여든 날벌레들의 움직임마저 공연의 일부 같았던 그 날의 기억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활동 중인 이 두 젊은이에게도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오래 기억되기를, 그래서 타지에서 문득 힘들고 외로울 때 꺼내 볼 수 있는 한 장의 책갈피 꽂힌 책장(冊張)과도 같은 시간이었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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