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1일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택시요금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요금 올리고 할증시간 늘리고 할증률도 높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현행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리고, 심야할증 시간도 현행 밤 12시부터 새벽 4시인 것을 2시간 앞당겨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로 확대하는 한편 할증률도 현행 20%에서 시간에 따라 20~40%까지 높인다는 내용입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어제(5일) 관악구 서울시교통문화교육원에서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한 택시요금정책 개선'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 "'택시 대란' 아닌 '택시 인력 대란'"
발제자인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은) 택시가 모자란 게 아니라 택시를 몰 사람이 없는 것"이라며 "택시 대란이 아니라 택시 인력 대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법인택시 기사가 크게 줄었습니다. 서울시의 택시 기사 수는 2019년 12월 말 102,320명이었다가, 지난 6월 말에는 74,571명으로 27,000여 명, 27%가 감소했습니다. 법인택시 기사 가운데는 60대 이상이 63.2%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도 심각합니다.
법인택시 기사 감소와 고령화는 법인택시 공급 감소로 이어졌고, 초과 수요가 급증하면서 택시 승차난이 발생한다는 게 안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 "운송수입금 전액 관리제·처우 악화로 기사 이탈"
그럼 왜 택시 기사들이 이탈한 걸까요? 안 위원은 2020년 도입된 운송수입금 전액 관리제와 코로나19로 인한 처우 악화를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2020년부터 법인택시 업계의 사납금 제도가 폐지되면서 택시 기사들이 매달 모든 수익을 회사에 내고, 월급을 받아가는 운송수입금 전액 관리제가 시행됐습니다.
안 위원은 "2019년 말 임금협정이 애초에 근로자(택시 기사)에게 불리하게 체결된 측면이 있는데,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되던 기사들의 몫도 크게 줄었다"고 했습니다.
안 위원에 따르면 영업시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상여분과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급기야는 월급에서 부족분을 공제하는 방식의 '변종 사납금제도'까지 등장했습니다.
안 위원은 "최근 입수한 택시 기사 월급명세서를 보면 최저임금 185만 원에 연장과 야간수당을 합치면 200만 원이 넘어야 하는데 (실제 받는 돈이) 147만 원 밖에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입니다.
안 위원은 "원가에 부합하는 정도의 요금 인상을 가지고 서비스 개선을 왜 거론하는지 모르겠고 그러려면 요금을 더 많이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임금구조 개선해야 떠난 기사들도 돌아와"
서울시는 택시요금 조정으로 중형택시 한 대당 수입이 6시간 운행 기준으로 현행보다 낮 시간대는 17,000원, 심야 시간대(밤 10시∼다음 날 오전 4시)는 43,000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요금 조정에 따라 승객 1인당 부담액은 평균 탑승 거리를 기준으로 낮 시간대 1,395원, 심야에는 3,514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박종갑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심야할증 요금 조정에 대해 "악조건 속에서 4만 원을 받고 심야에 택시 운행을 나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라면서 "야간 노동강도를 고려하면 할증률은 20~40%가 아닌 50∼100%는 해줘야 하고, 시간도 외국처럼 오전 5시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봉훈 전국택시노조연맹 서울지역본부 사무처장도 "9∼10시간 장시간 근로를 해도 기껏 버는 돈이 최저임금 200만 원"이라며 "장시간 저임금 구조를 끌어내야 택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 처장은 "택시 기본요금도 2,000원 이상은 올려야 처우개선에 도움이 된다"면서 "서울시도 상시 근로감독을 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송임봉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법인택시의 하루 운송 원가가 36만 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실질적으로 하루 46만 원은 벌어야 원가를 맞출 수 있다"면서 "운송 원가를 반영하려면 기본요금이 6,000∼7,000원 이상은 돼야 하고 이를 위해 물가연동제나 상·하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합리적 인상 폭 논의해야…공공형 택시 도입하자"
추상호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단일수단인 택시만으로 심야시간 시민의 이동이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 "이 목적으로 택시요금을 올리려고 한다면 택시뿐 아니라 다른 대중교통요금도 자구책을 제시해야 심야시간 서울시민 이동권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요금을 인상하면 수요가 줄어들 텐데 그럴 때 총수입금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을 해야 합리적인 인상 폭을 논의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는 "우려하는 건 택시요금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택시 공급이 안 늘어나는 것"이라며 "65세 이상의 개인택시 기사가 심야에 47,000원을 벌자고 개인 시간을 포기할 수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권 교수는 "택시요금 인상 폭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면서도 "현재처럼 차종과 운전자의 인적 서비스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요금이 오른다면 택시업계는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돈을 더 내고 더 나은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승객을 위해 대안으로 공공형 택시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 공청회 파행…서울시 "요금 인상 확정까지 수정 가능"
전문가 토론이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일부 택시 기사들은 더 큰 폭의 요금 인상과 규제 해제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급기야 서로 발언권을 요구하는 택시 기사들로 소란이 벌어지면서 질의응답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공청회는 서둘러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요금 인상이 법인택시 회사들의 배만 채워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서인석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은 "요금 인상 스케줄은 진행하면서 수정도 가능하다"면서 "법인택시회사 측으로부터 이번 요금 인상과 관련해 세금을 뺀 대부분을 기사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구조를 짜보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번 달 시의회 의견청취와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요금인상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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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택시 기본요금 1,000원 인상 추진…떠난 기사들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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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9-06 07:07:55
서울시가 지난 1일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택시요금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요금 올리고 할증시간 늘리고 할증률도 높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현행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리고, 심야할증 시간도 현행 밤 12시부터 새벽 4시인 것을 2시간 앞당겨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로 확대하는 한편 할증률도 현행 20%에서 시간에 따라 20~40%까지 높인다는 내용입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어제(5일) 관악구 서울시교통문화교육원에서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한 택시요금정책 개선'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 "'택시 대란' 아닌 '택시 인력 대란'"
발제자인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은) 택시가 모자란 게 아니라 택시를 몰 사람이 없는 것"이라며 "택시 대란이 아니라 택시 인력 대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법인택시 기사가 크게 줄었습니다. 서울시의 택시 기사 수는 2019년 12월 말 102,320명이었다가, 지난 6월 말에는 74,571명으로 27,000여 명, 27%가 감소했습니다. 법인택시 기사 가운데는 60대 이상이 63.2%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도 심각합니다.
법인택시 기사 감소와 고령화는 법인택시 공급 감소로 이어졌고, 초과 수요가 급증하면서 택시 승차난이 발생한다는 게 안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 "운송수입금 전액 관리제·처우 악화로 기사 이탈"
그럼 왜 택시 기사들이 이탈한 걸까요? 안 위원은 2020년 도입된 운송수입금 전액 관리제와 코로나19로 인한 처우 악화를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2020년부터 법인택시 업계의 사납금 제도가 폐지되면서 택시 기사들이 매달 모든 수익을 회사에 내고, 월급을 받아가는 운송수입금 전액 관리제가 시행됐습니다.
안 위원은 "2019년 말 임금협정이 애초에 근로자(택시 기사)에게 불리하게 체결된 측면이 있는데,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되던 기사들의 몫도 크게 줄었다"고 했습니다.
안 위원에 따르면 영업시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상여분과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급기야는 월급에서 부족분을 공제하는 방식의 '변종 사납금제도'까지 등장했습니다.
안 위원은 "최근 입수한 택시 기사 월급명세서를 보면 최저임금 185만 원에 연장과 야간수당을 합치면 200만 원이 넘어야 하는데 (실제 받는 돈이) 147만 원 밖에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입니다.
안 위원은 "원가에 부합하는 정도의 요금 인상을 가지고 서비스 개선을 왜 거론하는지 모르겠고 그러려면 요금을 더 많이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임금구조 개선해야 떠난 기사들도 돌아와"
서울시는 택시요금 조정으로 중형택시 한 대당 수입이 6시간 운행 기준으로 현행보다 낮 시간대는 17,000원, 심야 시간대(밤 10시∼다음 날 오전 4시)는 43,000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요금 조정에 따라 승객 1인당 부담액은 평균 탑승 거리를 기준으로 낮 시간대 1,395원, 심야에는 3,514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박종갑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심야할증 요금 조정에 대해 "악조건 속에서 4만 원을 받고 심야에 택시 운행을 나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라면서 "야간 노동강도를 고려하면 할증률은 20~40%가 아닌 50∼100%는 해줘야 하고, 시간도 외국처럼 오전 5시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봉훈 전국택시노조연맹 서울지역본부 사무처장도 "9∼10시간 장시간 근로를 해도 기껏 버는 돈이 최저임금 200만 원"이라며 "장시간 저임금 구조를 끌어내야 택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 처장은 "택시 기본요금도 2,000원 이상은 올려야 처우개선에 도움이 된다"면서 "서울시도 상시 근로감독을 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송임봉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법인택시의 하루 운송 원가가 36만 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실질적으로 하루 46만 원은 벌어야 원가를 맞출 수 있다"면서 "운송 원가를 반영하려면 기본요금이 6,000∼7,000원 이상은 돼야 하고 이를 위해 물가연동제나 상·하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합리적 인상 폭 논의해야…공공형 택시 도입하자"
추상호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단일수단인 택시만으로 심야시간 시민의 이동이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 "이 목적으로 택시요금을 올리려고 한다면 택시뿐 아니라 다른 대중교통요금도 자구책을 제시해야 심야시간 서울시민 이동권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요금을 인상하면 수요가 줄어들 텐데 그럴 때 총수입금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을 해야 합리적인 인상 폭을 논의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는 "우려하는 건 택시요금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택시 공급이 안 늘어나는 것"이라며 "65세 이상의 개인택시 기사가 심야에 47,000원을 벌자고 개인 시간을 포기할 수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권 교수는 "택시요금 인상 폭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면서도 "현재처럼 차종과 운전자의 인적 서비스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요금이 오른다면 택시업계는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돈을 더 내고 더 나은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승객을 위해 대안으로 공공형 택시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 공청회 파행…서울시 "요금 인상 확정까지 수정 가능"
전문가 토론이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일부 택시 기사들은 더 큰 폭의 요금 인상과 규제 해제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급기야 서로 발언권을 요구하는 택시 기사들로 소란이 벌어지면서 질의응답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공청회는 서둘러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요금 인상이 법인택시 회사들의 배만 채워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서인석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은 "요금 인상 스케줄은 진행하면서 수정도 가능하다"면서 "법인택시회사 측으로부터 이번 요금 인상과 관련해 세금을 뺀 대부분을 기사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구조를 짜보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번 달 시의회 의견청취와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요금인상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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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기자 mc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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