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서 ‘흉기로 여성 납치 시도’…올레길 CCTV는 ‘먹통’

입력 2022.09.07 (16: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 (기사에 등장하는 사건 현장과 무관한 사진입니다.)게티이미지 (기사에 등장하는 사건 현장과 무관한 사진입니다.)
제주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내에서 야간에 산책하던 여성을 상대로 한 강도 미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한국관광공사가 관리하는 중문관광단지 내 CCTV가 당시 모두 '먹통'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부실 관리'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관리하는 중문관광단지는 주상절리 등 빼어난 해안 풍광을 볼 수 있는 제주 올레길 8코스가 지나는 데다 유명 호텔·리조트, 컨벤션센터 등이 밀집해 있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 중문관광단지에서 야간 산책하던 여성 상대로 '흉기' 납치 미수

서귀포경찰서는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30대 남성 A 씨를 어제(6일) 경남에서 긴급 체포해, 제주로 압송했다고 밝혔습니다.

피의자 A 씨는 지난 1일 자정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서 산책하고 있던 20대 여성에게 다가가, 흉기로 위협하며 납치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제주 중문·대포 주상절리대를 끼고 있는 중문관광단지 모습. 올레길 8코스가 지나는 해안이기도 하다. (2020.10.27. KBS 뉴스 7 제주 갈무리)제주 중문·대포 주상절리대를 끼고 있는 중문관광단지 모습. 올레길 8코스가 지나는 해안이기도 하다. (2020.10.27. KBS 뉴스 7 제주 갈무리)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범행 상대에게 접근한 뒤, 이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고 납치해 인근 현금인출기로 데려가 돈을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며 도망가자 남성도 범행을 포기하고 현장에서 도주했습니다. 피해자는 2일 새벽, 112에 전화해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즉시 신고했습니다.

■ 중문관광단지 내 설치된 CCTV 16대…범행 당시 모두 '먹통' 논란

경찰은 중문관광단지 내 CCTV를 통해 피의자 동선 파악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수사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현장 주변은 물론 중문관광단지 내 설치된 CCTV 카메라가 모두 먹통이었던 탓에, 범행 장면은커녕 도주 이후 동선조차 전혀 담기지 않았던 겁니다.

경찰 관계자는 "강도 피해 신고를 받은 날(2일) 곧바로 현장에 가 보니, 사고 현장 주변을 비추는 카메라가 3~4대 있었다. 중문관광단지 관리를 맡는 한국관광공사 측에 요청해 CCTV 녹화 영상을 확보하려 했지만, 범행 장면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중문관광단지 내에 2019년 설치된 ‘다목적 CCTV’ 모습. 네이버 지도 갈무리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중문관광단지 내에 2019년 설치된 ‘다목적 CCTV’ 모습. 네이버 지도 갈무리
결국, 경찰은 수소문 끝에 현장에 있던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어제(6일) 경남지역에 머물고 있던 강도 미수 피의자를 잠복 수사 끝에 검거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A 씨는 범행이 실패로 돌아가자, 다시 자신의 차를 타고 서귀포시 표선면으로 가서 주차장에 차를 댄 뒤, 공항버스를 타고 제주국제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같은 날 오전 비행편으로 제주를 빠져나가, 경남에서 살고 있는 부모의 집으로 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사업이 잘 안 되면서, 수억 원대의 빚을 지게 되자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 한국관광공사 "중문관광단지 CCTV, 태풍 뒤 일괄 수리하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일찍이 일부 CCTV 카메라 고장 사실을 인지했으나, 태풍이 지나간 직후 수리하려던 참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중문관광단지 내에 2019년 설치된 ‘다목적 CCTV’ 모습. 네이버 지도 갈무리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중문관광단지 내에 2019년 설치된 ‘다목적 CCTV’ 모습. 네이버 지도 갈무리
중문관광단지 유지·관리 주체는 사업시행자인 한국관광공사로, 관광단지 내에 설치된 '다목적 CCTV' 역시 한국관광공사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문관광단지에는 2019년부터 다목적 CCTV 16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광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나 범죄 등을 예방하고, 시설 관리 등을 목적으로 설치한 것입니다. CCTV 영상은 약 한 달 치를 보관합니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말, 관광단지 내 CCTV 카메라 6대가 고장 난 사실을 확인하고, 제주시에 있는 업체에 지속해서 긴급 수리를 의뢰했다"면서 "업체 측에서 바로 수리가 어려웠던 상황이었고 마침 대형 태풍도 북상하고 있어서, 태풍이 지나간 이후에 일괄 점검·수리하려고 일정을 조정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측에서 '중문관광단지 CCTV 전체가 먹통이 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건 지난 2일, 강도 미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의 협조 요청이 왔을 때였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 관계자는 "지난달 말, 업체에 수리를 의뢰할 땐 카메라 6대만 고장 나 송출·녹화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경찰의 CCTV 제공 요청을 받고 확인해보니 전체적으로 CCTV 송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중문관광단지 내 CCTV 영상을 수시로 확인하진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상황실처럼 항상 모니터를 들여다보진 못하고, 상황 발생 시 특정 시간대나 정보 파악이 필요할 때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업체에는 오늘이라도 우선 긴급하게 수리 일정을 잡아달라고 재차 요구해 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서귀포경찰서는 강도 미수 피의자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추가 범행과 여죄 등을 수사할 계획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제주도서 ‘흉기로 여성 납치 시도’…올레길 CCTV는 ‘먹통’
    • 입력 2022-09-07 16:48:29
    취재K
게티이미지 (기사에 등장하는 사건 현장과 무관한 사진입니다.)제주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내에서 야간에 산책하던 여성을 상대로 한 강도 미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한국관광공사가 관리하는 중문관광단지 내 CCTV가 당시 모두 '먹통'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부실 관리'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관리하는 중문관광단지는 주상절리 등 빼어난 해안 풍광을 볼 수 있는 제주 올레길 8코스가 지나는 데다 유명 호텔·리조트, 컨벤션센터 등이 밀집해 있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 중문관광단지에서 야간 산책하던 여성 상대로 '흉기' 납치 미수

서귀포경찰서는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30대 남성 A 씨를 어제(6일) 경남에서 긴급 체포해, 제주로 압송했다고 밝혔습니다.

피의자 A 씨는 지난 1일 자정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서 산책하고 있던 20대 여성에게 다가가, 흉기로 위협하며 납치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제주 중문·대포 주상절리대를 끼고 있는 중문관광단지 모습. 올레길 8코스가 지나는 해안이기도 하다. (2020.10.27. KBS 뉴스 7 제주 갈무리)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범행 상대에게 접근한 뒤, 이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고 납치해 인근 현금인출기로 데려가 돈을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며 도망가자 남성도 범행을 포기하고 현장에서 도주했습니다. 피해자는 2일 새벽, 112에 전화해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즉시 신고했습니다.

■ 중문관광단지 내 설치된 CCTV 16대…범행 당시 모두 '먹통' 논란

경찰은 중문관광단지 내 CCTV를 통해 피의자 동선 파악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수사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현장 주변은 물론 중문관광단지 내 설치된 CCTV 카메라가 모두 먹통이었던 탓에, 범행 장면은커녕 도주 이후 동선조차 전혀 담기지 않았던 겁니다.

경찰 관계자는 "강도 피해 신고를 받은 날(2일) 곧바로 현장에 가 보니, 사고 현장 주변을 비추는 카메라가 3~4대 있었다. 중문관광단지 관리를 맡는 한국관광공사 측에 요청해 CCTV 녹화 영상을 확보하려 했지만, 범행 장면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중문관광단지 내에 2019년 설치된 ‘다목적 CCTV’ 모습. 네이버 지도 갈무리결국, 경찰은 수소문 끝에 현장에 있던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어제(6일) 경남지역에 머물고 있던 강도 미수 피의자를 잠복 수사 끝에 검거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A 씨는 범행이 실패로 돌아가자, 다시 자신의 차를 타고 서귀포시 표선면으로 가서 주차장에 차를 댄 뒤, 공항버스를 타고 제주국제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같은 날 오전 비행편으로 제주를 빠져나가, 경남에서 살고 있는 부모의 집으로 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사업이 잘 안 되면서, 수억 원대의 빚을 지게 되자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 한국관광공사 "중문관광단지 CCTV, 태풍 뒤 일괄 수리하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일찍이 일부 CCTV 카메라 고장 사실을 인지했으나, 태풍이 지나간 직후 수리하려던 참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중문관광단지 내에 2019년 설치된 ‘다목적 CCTV’ 모습. 네이버 지도 갈무리중문관광단지 유지·관리 주체는 사업시행자인 한국관광공사로, 관광단지 내에 설치된 '다목적 CCTV' 역시 한국관광공사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문관광단지에는 2019년부터 다목적 CCTV 16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광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나 범죄 등을 예방하고, 시설 관리 등을 목적으로 설치한 것입니다. CCTV 영상은 약 한 달 치를 보관합니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말, 관광단지 내 CCTV 카메라 6대가 고장 난 사실을 확인하고, 제주시에 있는 업체에 지속해서 긴급 수리를 의뢰했다"면서 "업체 측에서 바로 수리가 어려웠던 상황이었고 마침 대형 태풍도 북상하고 있어서, 태풍이 지나간 이후에 일괄 점검·수리하려고 일정을 조정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측에서 '중문관광단지 CCTV 전체가 먹통이 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건 지난 2일, 강도 미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의 협조 요청이 왔을 때였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 관계자는 "지난달 말, 업체에 수리를 의뢰할 땐 카메라 6대만 고장 나 송출·녹화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경찰의 CCTV 제공 요청을 받고 확인해보니 전체적으로 CCTV 송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중문관광단지 내 CCTV 영상을 수시로 확인하진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상황실처럼 항상 모니터를 들여다보진 못하고, 상황 발생 시 특정 시간대나 정보 파악이 필요할 때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업체에는 오늘이라도 우선 긴급하게 수리 일정을 잡아달라고 재차 요구해 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서귀포경찰서는 강도 미수 피의자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추가 범행과 여죄 등을 수사할 계획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