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할퀴고 간 현장…“복구 엄두도 안나요”

입력 2022.09.08 (10:15) 수정 2022.09.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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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지나간 경주와 포항 지역은 곳곳이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주민들은 복구에 나섰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태풍 피해 현장을 주현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70여 가구가 사는 경북 경주의 한 마을.

시간 당 100mm가 넘는 폭우에 하천 둑 일부가 터지면서 거센 강물이 마을을 쓸고 갔습니다.

주민들이 오가던 다리 위에 어디선가 떠내려온 커다란 컨테이너가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이곳엔 주택 한 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어난 하천에 휩쓸리면서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곳곳에 집들이 무너지고 흙더미에 파묻혔습니다.

창문은 곳곳이 깨져 있습니다.

주민들이 집안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빼내기 위해 일부러 깬 겁니다.

상수도관이 파손돼 끊어진 관로에서 흐르는 물로 빨래를 하기도 합니다.

하루 아침에 정든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입니다.

주민들은 마음을 다잡고 소형 굴착기와 트럭을 동원해 직접 흙과 돌더미를 치워 보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습니다.

[박태화/경주시 암곡동 : "아이고, 말도 마세요. 한 두어 시간은 떨려서 말도 못해요, 그 심정을요. (복구를) 한 달, 두 달 하더라도 되겠습니까? 시에서 해주더라도…."]

주변에 아파트와 빌라가 밀집한 포항의 한 하천변.

태풍에 쓸려온 나무 기둥과 벤치, 벽돌 등이 한데 뒤엉켜 있습니다.

하천 제방도 곳곳이 무너지고 떠내려가면서 구조물 아래 속이 훤히 보이고, 철근까지 드러났습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물난리에 생사의 기로에 섰던 주민들은 정신적인 충격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양태희/포항시 남구 : "물이 차니까 '이제 다 살았다' 이래 가지고 안 되겠다 싶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싶어서 옥상에 올라가…. 어떡하지, 어떡하지. 마음 아프죠."]

태풍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지만 주민들의 삶의 터전에는 커다란 상처가 남았습니다.

KBS 뉴스 주현지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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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 할퀴고 간 현장…“복구 엄두도 안나요”
    • 입력 2022-09-08 10:15:11
    • 수정2022-09-08 11:00:03
    930뉴스(대구)
[앵커]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지나간 경주와 포항 지역은 곳곳이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주민들은 복구에 나섰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태풍 피해 현장을 주현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70여 가구가 사는 경북 경주의 한 마을.

시간 당 100mm가 넘는 폭우에 하천 둑 일부가 터지면서 거센 강물이 마을을 쓸고 갔습니다.

주민들이 오가던 다리 위에 어디선가 떠내려온 커다란 컨테이너가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이곳엔 주택 한 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어난 하천에 휩쓸리면서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곳곳에 집들이 무너지고 흙더미에 파묻혔습니다.

창문은 곳곳이 깨져 있습니다.

주민들이 집안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빼내기 위해 일부러 깬 겁니다.

상수도관이 파손돼 끊어진 관로에서 흐르는 물로 빨래를 하기도 합니다.

하루 아침에 정든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입니다.

주민들은 마음을 다잡고 소형 굴착기와 트럭을 동원해 직접 흙과 돌더미를 치워 보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습니다.

[박태화/경주시 암곡동 : "아이고, 말도 마세요. 한 두어 시간은 떨려서 말도 못해요, 그 심정을요. (복구를) 한 달, 두 달 하더라도 되겠습니까? 시에서 해주더라도…."]

주변에 아파트와 빌라가 밀집한 포항의 한 하천변.

태풍에 쓸려온 나무 기둥과 벤치, 벽돌 등이 한데 뒤엉켜 있습니다.

하천 제방도 곳곳이 무너지고 떠내려가면서 구조물 아래 속이 훤히 보이고, 철근까지 드러났습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물난리에 생사의 기로에 섰던 주민들은 정신적인 충격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양태희/포항시 남구 : "물이 차니까 '이제 다 살았다' 이래 가지고 안 되겠다 싶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싶어서 옥상에 올라가…. 어떡하지, 어떡하지. 마음 아프죠."]

태풍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지만 주민들의 삶의 터전에는 커다란 상처가 남았습니다.

KBS 뉴스 주현지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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