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일본 ‘집값 100엔·빈 집만 천만 채’…우리도 따라갈까?

입력 2022.09.08 (10:47) 수정 2022.09.0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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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빈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15년 후에는 주택 세 채 가운데 한 채꼴로 '빈집'이 될 거라는데요.

우리나라도 따라갈까요? 아니면 다를까요?

홍석우 기자와 <지구촌 돋보기>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일본의 집값이 100엔이라고요? 일본 불황 시절 100엔 샵이 유행이었는데, 그 100엔입니까?

[기자]

네, 일본 시골의 빈집을 중개 판매하는 한 부동산 업체 사이트입니다.

지난 5일 100엔짜리 집이 또 매물로 나왔습니다.

우리 돈으로 천 원도 안 되는 거죠.

물론 반쯤 망가져서 지자체의 복구 지원금을 받아 고쳐서 쓰라는 조건이긴 합니다.

그런데 일본 시골에는 이런 집들이 수두룩하답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일본의 빈집은 849만 채, 내년이면 처음으로 천만 채가 넘고, 15년 후에는 2천3백만 채를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즉, 세 집 가운데 한 집꼴로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될 거란 예상입니다.

[앵커]

세 집에 한 집이 빈집이 된다면 이걸 저출산·고령화 때문으로만 보기엔 빈집이 좀 너무 많지 않나요?

[기자]

네, 주택 과잉 공급 문제 짚고 넘어가야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빈집이 이렇게 늘어난 배경으로 일본 정부의 '한결같은' 부동산 정책을 지적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인구 폭발로 주택 부족에 시달렸던 일본은 충분한 공급에 방점을 뒀는데요.

집을 짓고 또 지었습니다.

그런데요, 주택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후에도 매년 거의 100만 채 이상씩 신규 주택 공급을 이어갔습니다.

2000년대까지도요.

그 결과 전체 주택 수가 가구 수를 크게 웃돌며 빈집이 늘어나게 됐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입니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간과한 게 있었는데, 바로 '인구 감소'입니다.

그동안은 1인 가구의 영향으로 가구 수는 꾸준히 늘어왔는데, 이마저도 내년 정도면 멈출 거란 전망입니다.

[앵커]

일본의 인구 감소, 이건 꽤 오래전부터의 일 아닌가요?

[기자]

네, 일본의 인구는 지난 2009년 정점을 찍은 후 13년째 감소 추세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만 72만 6천여 명이나 줄었는데요.

출생자 수는 계속 주는데 사망자는 늘면서 인구 감소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는 겁니다.

수도 도쿄 인구마저도 26년 만에 줄었습니다.

고령화로 인구가 줄고 빈집이 증가하는 이른바 '슬럼화'로 시골의 작은 마을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는데요.

수년 내로 마을 2만여 곳에 사람이 한 명도 살지 않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현재 상황을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인구가 줄어든 지 십 년 넘게 지났는데도 저출산 대책은 요원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인구 대책 마련은 당장 어렵겠지요, 그러면 빈집 활용 방안이라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앞서 예로 들었던 100엔짜리 집은 사실 그냥 준다고 해도 주인을 찾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철거나 수리에 돈이 들기 때문인데요.

지자체들도 방치된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굴려보지만, 큰 효과는 없다고 하네요.

일본만의 특수성도 있습니다.

지진이 잦은 나라에서 내진성이 떨어지는 집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건데요.

기존 주택들의 거래가 활발한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해 보면 매우 대조적입니다.

[앵커]

1인 가구만 늘어나다가 결국, 수도권에서마저 인구가 줄어드는 이런 흐름... 왠지 우리나라도 걱정되는데요?

[기자]

'일본화'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미국 금융사 모건스탠리가 올해 초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힌 내용인데요.

중국을 얘기하면서, 부채는 늘어나는데 인구는 줄어들며 시장이 요동쳐 1990년대 일본을 닮아 가고 있다며 '일본화'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중국의 노동 가능 인구도 2015년부터 줄기 시작했다는데요.

그런데 지금 일본이나 중국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3명이었고요.

대한민국은 0.81명입니다.

일본보다도 더 적죠.

OECD 회원국 가운데 0명대는 우리나라뿐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외신까지 우리나라 걱정을 할 정도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또 출산율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했고, 영국 BBC는 "한국 여성들이 출산 파업을 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블룸버그도 "이대로 가다간 한국은 인구가 반 토막이 날 것"이라며 큰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실제로, 며칠 전 통계청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50년 후에는 3천8백만 명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더 두려운 건 그나마도 인구의 절반은 65세 이상 고령층이 될 거라는 전망이었습니다.

일본을 닮아가다 못해 오히려 더 심해 보이는 그야말로 '위기'인 건데요.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의 빈집은 약 151만 채로 전국 주택의 8% 수준입니다.

[앵커]

요즘은 인구 얘기 나올 때마다 공포스럽습니다.

이 어려운 숙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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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8 10:47:35
    • 수정2022-09-08 10: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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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빈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15년 후에는 주택 세 채 가운데 한 채꼴로 '빈집'이 될 거라는데요.

우리나라도 따라갈까요? 아니면 다를까요?

홍석우 기자와 <지구촌 돋보기>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일본의 집값이 100엔이라고요? 일본 불황 시절 100엔 샵이 유행이었는데, 그 100엔입니까?

[기자]

네, 일본 시골의 빈집을 중개 판매하는 한 부동산 업체 사이트입니다.

지난 5일 100엔짜리 집이 또 매물로 나왔습니다.

우리 돈으로 천 원도 안 되는 거죠.

물론 반쯤 망가져서 지자체의 복구 지원금을 받아 고쳐서 쓰라는 조건이긴 합니다.

그런데 일본 시골에는 이런 집들이 수두룩하답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일본의 빈집은 849만 채, 내년이면 처음으로 천만 채가 넘고, 15년 후에는 2천3백만 채를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즉, 세 집 가운데 한 집꼴로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될 거란 예상입니다.

[앵커]

세 집에 한 집이 빈집이 된다면 이걸 저출산·고령화 때문으로만 보기엔 빈집이 좀 너무 많지 않나요?

[기자]

네, 주택 과잉 공급 문제 짚고 넘어가야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빈집이 이렇게 늘어난 배경으로 일본 정부의 '한결같은' 부동산 정책을 지적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인구 폭발로 주택 부족에 시달렸던 일본은 충분한 공급에 방점을 뒀는데요.

집을 짓고 또 지었습니다.

그런데요, 주택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후에도 매년 거의 100만 채 이상씩 신규 주택 공급을 이어갔습니다.

2000년대까지도요.

그 결과 전체 주택 수가 가구 수를 크게 웃돌며 빈집이 늘어나게 됐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입니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간과한 게 있었는데, 바로 '인구 감소'입니다.

그동안은 1인 가구의 영향으로 가구 수는 꾸준히 늘어왔는데, 이마저도 내년 정도면 멈출 거란 전망입니다.

[앵커]

일본의 인구 감소, 이건 꽤 오래전부터의 일 아닌가요?

[기자]

네, 일본의 인구는 지난 2009년 정점을 찍은 후 13년째 감소 추세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만 72만 6천여 명이나 줄었는데요.

출생자 수는 계속 주는데 사망자는 늘면서 인구 감소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는 겁니다.

수도 도쿄 인구마저도 26년 만에 줄었습니다.

고령화로 인구가 줄고 빈집이 증가하는 이른바 '슬럼화'로 시골의 작은 마을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는데요.

수년 내로 마을 2만여 곳에 사람이 한 명도 살지 않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현재 상황을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인구가 줄어든 지 십 년 넘게 지났는데도 저출산 대책은 요원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인구 대책 마련은 당장 어렵겠지요, 그러면 빈집 활용 방안이라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앞서 예로 들었던 100엔짜리 집은 사실 그냥 준다고 해도 주인을 찾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철거나 수리에 돈이 들기 때문인데요.

지자체들도 방치된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굴려보지만, 큰 효과는 없다고 하네요.

일본만의 특수성도 있습니다.

지진이 잦은 나라에서 내진성이 떨어지는 집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건데요.

기존 주택들의 거래가 활발한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해 보면 매우 대조적입니다.

[앵커]

1인 가구만 늘어나다가 결국, 수도권에서마저 인구가 줄어드는 이런 흐름... 왠지 우리나라도 걱정되는데요?

[기자]

'일본화'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미국 금융사 모건스탠리가 올해 초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힌 내용인데요.

중국을 얘기하면서, 부채는 늘어나는데 인구는 줄어들며 시장이 요동쳐 1990년대 일본을 닮아 가고 있다며 '일본화'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중국의 노동 가능 인구도 2015년부터 줄기 시작했다는데요.

그런데 지금 일본이나 중국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3명이었고요.

대한민국은 0.81명입니다.

일본보다도 더 적죠.

OECD 회원국 가운데 0명대는 우리나라뿐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외신까지 우리나라 걱정을 할 정도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또 출산율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했고, 영국 BBC는 "한국 여성들이 출산 파업을 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블룸버그도 "이대로 가다간 한국은 인구가 반 토막이 날 것"이라며 큰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실제로, 며칠 전 통계청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50년 후에는 3천8백만 명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더 두려운 건 그나마도 인구의 절반은 65세 이상 고령층이 될 거라는 전망이었습니다.

일본을 닮아가다 못해 오히려 더 심해 보이는 그야말로 '위기'인 건데요.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의 빈집은 약 151만 채로 전국 주택의 8% 수준입니다.

[앵커]

요즘은 인구 얘기 나올 때마다 공포스럽습니다.

이 어려운 숙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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