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한 달 구룡마을은…“추석 없어, 우리는…”

입력 2022.09.09 (07:27) 수정 2022.09.0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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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9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한 달 전 폭우로 삶의 터전이 무너진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의 주민들인데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수해 복구가 다 끝나지 않아 추석은 먼 얘기로 느껴진다고 합니다.

전현우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115년 만의 폭우로 마을 전체가 잠긴 서울 구룡마을.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복구 중입니다.

망가진 살림살이는 골목에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여기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강금순 씨.

피해액은 1천만 원 가까이 들지만, 지원금은 2백만 원 받았습니다.

방바닥이 내려앉았지만 급한 불만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금순/서울 구룡마을 주민 : "지금 보일러가 고장 나고 방이 내려앉아서 지금 무서워서 들어갈 수도 없고 합판으로 깔아놓고 있는데 임시 생활하는데...돈을 2백만 원을 준다니 그거 갖고 어떻게 뭐를 해요?"]

이번 추석엔 가족들에게 오지 말라고 연락했습니다.

[강금순/서울 구룡마을 주민 : "애들은 추석이라고 온다고 하는데 얘들 오라고 할 수도 없고 걱정이...돈이 없어서 지금 추석 쇨 엄두도 안 나고…"]

지난달 폭우에 반파됐던 이 집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살림살이는 다 망가졌고, 난방조차 안 됩니다.

[한 모 씨/서울 구룡마을 주민/음성 변조 : "연탄불도 없는데 아무것도 없는데 전기장판 하나 없는 냉방에서 잠이 안 와. 밤새 잠이 안 와서 2시 넘어서 밖에 도배 혼자 내가 다 했어."]

추석은 남 얘기입니다.

[한 모 씨/서울 구룡마을 주민/음성 변조 : "지금은 이 모양으로 해 갖고, 추석인지 뭔지 모르겠어. 추석 없어 우리는. 집도 그렇고 이렇게 생겼는데..."]

한 달 전 수해를 입은 구룡마을 주민은 백여 명, 이 가운데 9명은 여전히 임시거주시설에 머물고 있습니다.

[박 모 씨/서울 구룡마을 주민 : "세탁기도 빨지도 못하고 정리가 안 돼 있어 가지고 지금 그래요. 언제 정리할지 모르겠어요...냉장고가 계속 꺼져 있으니까 냉장고 속에 있는 거 거의 다 버렸죠."]

넉넉하고 풍요로운 한가위란 인사말이 무색한 구룡마을 주민들,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전현우입니다.

촬영기자:김현민/영상편집:김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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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해 한 달 구룡마을은…“추석 없어, 우리는…”
    • 입력 2022-09-09 07:27:07
    • 수정2022-09-09 07: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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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한 달 전 폭우로 삶의 터전이 무너진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의 주민들인데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수해 복구가 다 끝나지 않아 추석은 먼 얘기로 느껴진다고 합니다.

전현우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115년 만의 폭우로 마을 전체가 잠긴 서울 구룡마을.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복구 중입니다.

망가진 살림살이는 골목에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여기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강금순 씨.

피해액은 1천만 원 가까이 들지만, 지원금은 2백만 원 받았습니다.

방바닥이 내려앉았지만 급한 불만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금순/서울 구룡마을 주민 : "지금 보일러가 고장 나고 방이 내려앉아서 지금 무서워서 들어갈 수도 없고 합판으로 깔아놓고 있는데 임시 생활하는데...돈을 2백만 원을 준다니 그거 갖고 어떻게 뭐를 해요?"]

이번 추석엔 가족들에게 오지 말라고 연락했습니다.

[강금순/서울 구룡마을 주민 : "애들은 추석이라고 온다고 하는데 얘들 오라고 할 수도 없고 걱정이...돈이 없어서 지금 추석 쇨 엄두도 안 나고…"]

지난달 폭우에 반파됐던 이 집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살림살이는 다 망가졌고, 난방조차 안 됩니다.

[한 모 씨/서울 구룡마을 주민/음성 변조 : "연탄불도 없는데 아무것도 없는데 전기장판 하나 없는 냉방에서 잠이 안 와. 밤새 잠이 안 와서 2시 넘어서 밖에 도배 혼자 내가 다 했어."]

추석은 남 얘기입니다.

[한 모 씨/서울 구룡마을 주민/음성 변조 : "지금은 이 모양으로 해 갖고, 추석인지 뭔지 모르겠어. 추석 없어 우리는. 집도 그렇고 이렇게 생겼는데..."]

한 달 전 수해를 입은 구룡마을 주민은 백여 명, 이 가운데 9명은 여전히 임시거주시설에 머물고 있습니다.

[박 모 씨/서울 구룡마을 주민 : "세탁기도 빨지도 못하고 정리가 안 돼 있어 가지고 지금 그래요. 언제 정리할지 모르겠어요...냉장고가 계속 꺼져 있으니까 냉장고 속에 있는 거 거의 다 버렸죠."]

넉넉하고 풍요로운 한가위란 인사말이 무색한 구룡마을 주민들,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전현우입니다.

촬영기자:김현민/영상편집:김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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