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으로 상한 음식을 감지한다…‘종이 센서’ 신기술

입력 2022.09.0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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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임박한 식품들. 버리긴 아깝지만, 먹어도 되나 걱정도 될 때가 많습니다. 이걸 자동으로 판별해주는 기계가 있다면 어떨까요.

서울대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 연구팀이 그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음식이 상하면 스마트폰으로 알려줍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거창한 기계가 아니라 종이 센서가 그런 일을 한다는 점입니다.

■ 얇은 종이 위의 전자장치…'그래핀'이 무엇?

상한 음식을 탐지하는 건 '종이 전자 센서'입니다. 이 종이를 붙인 음식이 상하기 시작하면, 종이의 센서가 음식이 상하면서 생기는 가스를 실시간으로 감지합니다.

그간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전자 장치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거추장스러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유 한 병 상했는지를 보려고, 주렁주렁 기계 장치를 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고승환 교수는 세계 최초로 종이 위에 그 기술을 구현했습니다. 얇아서 어디에나 쉽게 붙일 수 있습니다.

전자장치의 핵심은 바로 '그래핀'입니다. 그래핀은 일종의 신소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얇고, 가장 전기가 잘 통하며, 강도도 가장 강한 물질이거든요.

종이컵과 각종 색종이 위에 부착된 그래핀.종이컵과 각종 색종이 위에 부착된 그래핀.

고 교수 연구팀은 레이저를 쏴서 만드는 그래핀, 즉 레이저 유도 그래핀(Laser induced graphene, LIG)을 가장 흔한 소재인 종이 위에 붙였습니다. 그래핀이 종이를 '전기가 통하는 물질'로 만들고, 부패를 탐지해 이걸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도록 한 거죠.

고 교수의 논문은 재료과학 분야의 유명 학술지 「Applied Materials Today」에 실렸습니다.

■상용화는 아직…'바이러스 감지'도 연구 중

김태민 식품 전문 변호사는 이 기술이 식품 관련 안전사고를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태민 식품 전문 변호사
"적정 온도로 식품을 관리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에요. 상한 음식을 판 사람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1억 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해서 요식업자들에게도 민감한 문제입니다. 부패 정도를 감지하는 기술이 나온다면, 이런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겠죠."

이제 기술을 개발한 단계이기 때문에,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종이 센서가 대량생산됐을 때도 같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거로 보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가능성도 무궁무진합니다. 가령, 햄버거의 종이 포장재가 '햄버거병' 세균을 감지할 수 있다면? 마스크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지할 수 있다면? 위험한 식품과 감염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겠죠.

얇지만 강한 이 '종이 그래핀', 앞으로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편리하게 바꿔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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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시간으로 상한 음식을 감지한다…‘종이 센서’ 신기술
    • 입력 2022-09-09 08:08:32
    취재K

유통기한 임박한 식품들. 버리긴 아깝지만, 먹어도 되나 걱정도 될 때가 많습니다. 이걸 자동으로 판별해주는 기계가 있다면 어떨까요.

서울대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 연구팀이 그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음식이 상하면 스마트폰으로 알려줍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거창한 기계가 아니라 종이 센서가 그런 일을 한다는 점입니다.

■ 얇은 종이 위의 전자장치…'그래핀'이 무엇?

상한 음식을 탐지하는 건 '종이 전자 센서'입니다. 이 종이를 붙인 음식이 상하기 시작하면, 종이의 센서가 음식이 상하면서 생기는 가스를 실시간으로 감지합니다.

그간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전자 장치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거추장스러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유 한 병 상했는지를 보려고, 주렁주렁 기계 장치를 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고승환 교수는 세계 최초로 종이 위에 그 기술을 구현했습니다. 얇아서 어디에나 쉽게 붙일 수 있습니다.

전자장치의 핵심은 바로 '그래핀'입니다. 그래핀은 일종의 신소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얇고, 가장 전기가 잘 통하며, 강도도 가장 강한 물질이거든요.

종이컵과 각종 색종이 위에 부착된 그래핀.
고 교수 연구팀은 레이저를 쏴서 만드는 그래핀, 즉 레이저 유도 그래핀(Laser induced graphene, LIG)을 가장 흔한 소재인 종이 위에 붙였습니다. 그래핀이 종이를 '전기가 통하는 물질'로 만들고, 부패를 탐지해 이걸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도록 한 거죠.

고 교수의 논문은 재료과학 분야의 유명 학술지 「Applied Materials Today」에 실렸습니다.

■상용화는 아직…'바이러스 감지'도 연구 중

김태민 식품 전문 변호사는 이 기술이 식품 관련 안전사고를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태민 식품 전문 변호사
"적정 온도로 식품을 관리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에요. 상한 음식을 판 사람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1억 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해서 요식업자들에게도 민감한 문제입니다. 부패 정도를 감지하는 기술이 나온다면, 이런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겠죠."

이제 기술을 개발한 단계이기 때문에,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종이 센서가 대량생산됐을 때도 같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거로 보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가능성도 무궁무진합니다. 가령, 햄버거의 종이 포장재가 '햄버거병' 세균을 감지할 수 있다면? 마스크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지할 수 있다면? 위험한 식품과 감염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겠죠.

얇지만 강한 이 '종이 그래핀', 앞으로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편리하게 바꿔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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