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 중간선거 앞으로 두 달…‘민주주의’ 의미를 묻다

입력 2022.09.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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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간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현지시각 11월 8일 치러지는 데, 미국에서 중간선거는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실시되며 상·하 양원 의원과 주지사를 비롯한 지방정부 대표를 선출하는 절차입니다. 이번에도 미 하원 전체에 해당하는 435석과 상원 1/3 수준인 35석, 39곳의 주지사는 물론 수도 워싱턴 DC를 비롯한 주요 도시 시장을 뽑습니다.

■ 대통령 중간 평가, 100년 동안 단 두 차례 '승리'

일반적으로 미 중간 선거 결과는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로 받아들여 집니다. 그런데 미국 유권자들은 역사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박한(?) 평가를 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지난 백 년 동안 현직 대통령이 속한 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의석 수를 모두 늘린 건 단 두 차례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존 F. 케네디조차 1962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의석은 줄고 상원에서만 네 석을 늘렸을 정도입니다.

반면, 집권당 승리는 '위기 상황'에 대응해 대통령 중심으로 '표 결집 현상'이 두드러질 때 나타났습니다. 대공황 여파로 뉴딜 정책을 시행 중이던 1934년 민주당 출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9.11 테러 이듬해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2002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그 경웁니다.

■ 2022년 중간 선거… 출발점은 '갈라진 미국'

일단 이번 중간선거는 이른바 '갈라진 미국'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상원은 여야가 50대 50으로 팽팽하고, 하원의 경우 전체 435석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0년 대선 결과 불복과 2021년 의회 폭동의 배후를 둘러싼 평가를 둘러싼 팽팽한 견해차가 더해진 상황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통합'을 전면에 내세웠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법안은 대부분 의석 배분을 정확히 반영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살펴볼까요? 상원은 찬성과 반대가 절반씩으로 나왔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 보트 행사로 처리됐고, 하원 역시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전원 찬성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모두 반대표를 던진 끝에 '과반의 힘'으로 통과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난해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제출됐던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의 경우 공화당 상원 의원 19명이 찬성표를 던지는 등 초당적 합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원 역시 지난해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투표 당시 공화당 의원 10명이 찬성하고 4명은 기권하는 등 이른바 '소신'에 따른 행동도 없지 않았습니다.

다만, 소신 투표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당 내 경선에서 정통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3선의 리즈 체니 하원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정치 신인에게 패배하는 등 탄핵에 찬성했던 공화당 의원 8명이 탈락했거나 출마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반면, 공화당 내에선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공언한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적 지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민 통합을 내세웠던 바이든 대통령도 이른바 '트럼프 주의'를 향해선 명확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사실상 중간 선거전의 시작으로 받아들여 졌던 지난 1일 필라델피아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은 공화국의 근본을 위협하는 극단주의자"라고 몰아붙인 게 대표적입니다.

■ 바이든 정부 2년 … 아프가니스탄에서 인플레이션까지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2022년 중간 선거 역시 바이든 정부 2년에 대한 평가라는 점은 명확합니다. 출범 초기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마스크와 백신 접종 확대에 주력하고 유럽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노력을 벌이면서 후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변곡점이 불거져 나옵니다.

최장기 미군 참전 기록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난맥상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급작스런 도피는 물론 탈레반의 신속한 권력 장악도 예상하지 못했고 수많은 현지 협력자들과 현지 미국인 대피 계획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던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정치 인생의 중심이었던 '외교의 실패'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국정 지지도 추락으로 귀결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까지 바이든 정부를 더욱 곤혹스런 상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지난해 3/4분기 이후 물가 지표가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가리킨 데 더해 올해 미국의 국내 총생산 GDP마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주유소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걸 보면서 바이든 정부 물가 대책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코로나19를 원인으로 지목했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에 들어간 이후엔 부자 증세와 투자유치를
내세운 홍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외교 역시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민주주의 가치 수호'라는 명분 아래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NATO)를 비롯한 서방측 대응을 이끌고 있는 점 등은 '아프가니스탄 난맥상' 여론을 잠재우는 데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갑니다.

■ 낙태·총기 … 지지층 결집? 부동층 변화?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미 연방 대법원에서 반세기 만에 낙태 또는 임신 중단이 헌법적 권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로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라는 배경 속에 미국 사회 여론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진 반면 일각에선 환영 움직임도 나타났습니다.공화당이 장악한 주를 중심으로 낙태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입법의 시행도 잇따랐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이에 낙태를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으로 맞섰습니다.

급기야 지난달엔 미국 중부 캔자스 주민들이 낙태 권리 조항을 삭제하는 주 헌법 개정안을 투표로 부결시키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연방 대법원의 낙태 금지 판결이 중간 선거 판세를 뒤흔들 만한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윱니다.

낙태에 더해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쟁 역시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를 주요 현안이라는 관측입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 전역에서 무차별 총격 사건이 잇따르는 데 따른 우려와 동시에 더 강력한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수시로 강조해 왔습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난 5월 뉴욕주 버펄로의 한 슈퍼마켓 총기 난사로 10명이 숨졌고, 6월엔 텍사스 주 유발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19명, 교사 2명이 희생됐으며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총기 난사로 7명이 숨지는 등 총기 관련 대형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간 선거의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들 쟁점이 미국 유권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느냐입니다. 현재까지는 일단 전통적 지지층 결집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여러 조사기관의 분석입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이 같은 양상의 변화 가능성은 결과에 중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정당한 법 절차? 정치 탄압?

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또 한 가지 주목받는 사안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 FBI의 수사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1급 기밀에 해당하는 상당량의 문서를 플로리다 주 자택으로 가져갔고 반환 요청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서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벌어졌습니다. FBI는 해당 문서들을 분석하는 동시에 유출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압수수색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스파이 혐의를 적용한 것은 바로 이 문서 유출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거라는 관측을 낳은 대목입니다. 문제는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물론 수사조차 유례가 없었다는 데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정치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 백악관은 일단 FBI 상급 기관인 법무부 차원의 독자적 결정이라며 정치적 배경 주장에 한 발 빼는 모습입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련 내용이 추가로 공개될 텐데 여기에 미국 사회 여론이 어떻게 반응하느냐 역시 중간 선거 결과를 가늠할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간 선거의 한 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공화당 후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데다, 선거 결과에 따라 2024년 대선판의 기본 틀이 짜여질 거란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 시험대 오른 '미국 민주주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중간 선거를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공화당을 정통 보수주의자들과 이른바 트럼프 주의자들로 나누고 후자는 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했습니다.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의사당을 겨냥한 폭력을 자행한 데 더해 여성과 소수자들의 권리를 짓밟는 이들이 미국 민주주의에 발붙일 곳은 없다는 논리입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주장이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7천5백만 미국 유권자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위기는 우파가 아니라 급진 좌파에서 비롯되며 미국의 분열을 부르는 것은 바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극단주의라는 겁니다. 대중의 정서와 유리된 기존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만을 자양분 삼아 집권에 성공했던 2016년 논리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유권자들에게 직접 다가가야 하는 일선 후보들 사이에선 유불리에 따른 이합집산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주당 진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받는 후보를 소개하는 TV와 인터넷 광고를 내는 경우가 대표적 예입니다. 트럼프 지지 후보는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거란 자체 표 분석에 기반을 둔 역선전인 셈입니다. 반면, 일부 공화당 후보들은 낙태와 관련해 '절대 반대'가 아닌 유보적 태도를 보이며 오히려 민주당이 극단적으로 낙태 문제를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생물'로 불리는 정치의 단면인 셈입니다. 두 달 앞 중간 선거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번 중간 선거는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2년 평가라는 전통적 의미에 더해 200년 넘게 지속된 미국의 민주주의 미래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거란 관측이 많습니다.

미국의 영향력 위에 세워진 세계 질서를 생각하면 미국 유권자들의 판단은 또 한 번 역사의 방향을 정하는 선택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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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미 중간선거 앞으로 두 달…‘민주주의’ 의미를 묻다
    • 입력 2022-09-10 08:00:57
    특파원 리포트

미 중간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현지시각 11월 8일 치러지는 데, 미국에서 중간선거는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실시되며 상·하 양원 의원과 주지사를 비롯한 지방정부 대표를 선출하는 절차입니다. 이번에도 미 하원 전체에 해당하는 435석과 상원 1/3 수준인 35석, 39곳의 주지사는 물론 수도 워싱턴 DC를 비롯한 주요 도시 시장을 뽑습니다.

■ 대통령 중간 평가, 100년 동안 단 두 차례 '승리'

일반적으로 미 중간 선거 결과는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로 받아들여 집니다. 그런데 미국 유권자들은 역사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박한(?) 평가를 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지난 백 년 동안 현직 대통령이 속한 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의석 수를 모두 늘린 건 단 두 차례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존 F. 케네디조차 1962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의석은 줄고 상원에서만 네 석을 늘렸을 정도입니다.

반면, 집권당 승리는 '위기 상황'에 대응해 대통령 중심으로 '표 결집 현상'이 두드러질 때 나타났습니다. 대공황 여파로 뉴딜 정책을 시행 중이던 1934년 민주당 출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9.11 테러 이듬해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2002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그 경웁니다.

■ 2022년 중간 선거… 출발점은 '갈라진 미국'

일단 이번 중간선거는 이른바 '갈라진 미국'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상원은 여야가 50대 50으로 팽팽하고, 하원의 경우 전체 435석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0년 대선 결과 불복과 2021년 의회 폭동의 배후를 둘러싼 평가를 둘러싼 팽팽한 견해차가 더해진 상황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통합'을 전면에 내세웠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법안은 대부분 의석 배분을 정확히 반영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살펴볼까요? 상원은 찬성과 반대가 절반씩으로 나왔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 보트 행사로 처리됐고, 하원 역시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전원 찬성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모두 반대표를 던진 끝에 '과반의 힘'으로 통과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난해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제출됐던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의 경우 공화당 상원 의원 19명이 찬성표를 던지는 등 초당적 합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원 역시 지난해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투표 당시 공화당 의원 10명이 찬성하고 4명은 기권하는 등 이른바 '소신'에 따른 행동도 없지 않았습니다.

다만, 소신 투표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당 내 경선에서 정통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3선의 리즈 체니 하원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정치 신인에게 패배하는 등 탄핵에 찬성했던 공화당 의원 8명이 탈락했거나 출마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반면, 공화당 내에선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공언한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적 지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민 통합을 내세웠던 바이든 대통령도 이른바 '트럼프 주의'를 향해선 명확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사실상 중간 선거전의 시작으로 받아들여 졌던 지난 1일 필라델피아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은 공화국의 근본을 위협하는 극단주의자"라고 몰아붙인 게 대표적입니다.

■ 바이든 정부 2년 … 아프가니스탄에서 인플레이션까지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2022년 중간 선거 역시 바이든 정부 2년에 대한 평가라는 점은 명확합니다. 출범 초기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마스크와 백신 접종 확대에 주력하고 유럽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노력을 벌이면서 후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변곡점이 불거져 나옵니다.

최장기 미군 참전 기록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난맥상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급작스런 도피는 물론 탈레반의 신속한 권력 장악도 예상하지 못했고 수많은 현지 협력자들과 현지 미국인 대피 계획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던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정치 인생의 중심이었던 '외교의 실패'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국정 지지도 추락으로 귀결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까지 바이든 정부를 더욱 곤혹스런 상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지난해 3/4분기 이후 물가 지표가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가리킨 데 더해 올해 미국의 국내 총생산 GDP마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주유소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걸 보면서 바이든 정부 물가 대책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코로나19를 원인으로 지목했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에 들어간 이후엔 부자 증세와 투자유치를
내세운 홍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외교 역시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민주주의 가치 수호'라는 명분 아래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NATO)를 비롯한 서방측 대응을 이끌고 있는 점 등은 '아프가니스탄 난맥상' 여론을 잠재우는 데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갑니다.

■ 낙태·총기 … 지지층 결집? 부동층 변화?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미 연방 대법원에서 반세기 만에 낙태 또는 임신 중단이 헌법적 권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로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라는 배경 속에 미국 사회 여론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진 반면 일각에선 환영 움직임도 나타났습니다.공화당이 장악한 주를 중심으로 낙태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입법의 시행도 잇따랐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이에 낙태를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으로 맞섰습니다.

급기야 지난달엔 미국 중부 캔자스 주민들이 낙태 권리 조항을 삭제하는 주 헌법 개정안을 투표로 부결시키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연방 대법원의 낙태 금지 판결이 중간 선거 판세를 뒤흔들 만한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윱니다.

낙태에 더해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쟁 역시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를 주요 현안이라는 관측입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 전역에서 무차별 총격 사건이 잇따르는 데 따른 우려와 동시에 더 강력한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수시로 강조해 왔습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난 5월 뉴욕주 버펄로의 한 슈퍼마켓 총기 난사로 10명이 숨졌고, 6월엔 텍사스 주 유발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19명, 교사 2명이 희생됐으며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총기 난사로 7명이 숨지는 등 총기 관련 대형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간 선거의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들 쟁점이 미국 유권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느냐입니다. 현재까지는 일단 전통적 지지층 결집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여러 조사기관의 분석입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이 같은 양상의 변화 가능성은 결과에 중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정당한 법 절차? 정치 탄압?

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또 한 가지 주목받는 사안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 FBI의 수사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1급 기밀에 해당하는 상당량의 문서를 플로리다 주 자택으로 가져갔고 반환 요청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서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벌어졌습니다. FBI는 해당 문서들을 분석하는 동시에 유출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압수수색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스파이 혐의를 적용한 것은 바로 이 문서 유출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거라는 관측을 낳은 대목입니다. 문제는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물론 수사조차 유례가 없었다는 데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정치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 백악관은 일단 FBI 상급 기관인 법무부 차원의 독자적 결정이라며 정치적 배경 주장에 한 발 빼는 모습입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련 내용이 추가로 공개될 텐데 여기에 미국 사회 여론이 어떻게 반응하느냐 역시 중간 선거 결과를 가늠할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간 선거의 한 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공화당 후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데다, 선거 결과에 따라 2024년 대선판의 기본 틀이 짜여질 거란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 시험대 오른 '미국 민주주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중간 선거를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공화당을 정통 보수주의자들과 이른바 트럼프 주의자들로 나누고 후자는 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했습니다.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의사당을 겨냥한 폭력을 자행한 데 더해 여성과 소수자들의 권리를 짓밟는 이들이 미국 민주주의에 발붙일 곳은 없다는 논리입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주장이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7천5백만 미국 유권자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위기는 우파가 아니라 급진 좌파에서 비롯되며 미국의 분열을 부르는 것은 바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극단주의라는 겁니다. 대중의 정서와 유리된 기존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만을 자양분 삼아 집권에 성공했던 2016년 논리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유권자들에게 직접 다가가야 하는 일선 후보들 사이에선 유불리에 따른 이합집산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주당 진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받는 후보를 소개하는 TV와 인터넷 광고를 내는 경우가 대표적 예입니다. 트럼프 지지 후보는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거란 자체 표 분석에 기반을 둔 역선전인 셈입니다. 반면, 일부 공화당 후보들은 낙태와 관련해 '절대 반대'가 아닌 유보적 태도를 보이며 오히려 민주당이 극단적으로 낙태 문제를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생물'로 불리는 정치의 단면인 셈입니다. 두 달 앞 중간 선거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번 중간 선거는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2년 평가라는 전통적 의미에 더해 200년 넘게 지속된 미국의 민주주의 미래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거란 관측이 많습니다.

미국의 영향력 위에 세워진 세계 질서를 생각하면 미국 유권자들의 판단은 또 한 번 역사의 방향을 정하는 선택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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