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드려요”…추석선물로 ‘재테크’하는 MZ세대

입력 2022.09.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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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서 근무하는 서모 씨(24)는 추석을 앞두고 출근했습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퇴근길, 그의 손에 무언가 들렸습니다. 추석 선물로 받은 '견과류 세트'입니다.

집에 도착한 서모 씨는 곧장 견과류 세트 포장을 뜯고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이어 휴대전화 자판을 바삐 치던 그는 잠시 후,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서모 씨의 시선이 닿은 곳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켜져 있고, "사진만 찍고 고이 닫아놨어요! 저렴하게 가져가세요"라는 글이 담겨있습니다.

추석 선물세트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분 단위로 몇개 씩 올라오고 있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추석 선물세트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분 단위로 몇개 씩 올라오고 있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 중고마켓 인기 품목으로 떠오른 '추석명절 세트'

2030이 주도하는 중고마켓에서 최근 명절을 앞두고 뜨는 품목이 바로 '추석 선물세트 재판매'입니다.

회사나 지인에게 받은 추석 선물세트를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재거래하는 것인데요. 하루에도 수십 개 이상의 추석 선물들이 중고마켓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견과류, 화과자, 곶감, 땅콩, 바디워시, 바디크림, 홍삼 등 수많은 추석 선물세트들이 등장했습니다.

한 누리꾼이 회사에서 받은 추석 선물세트를 시중 소비자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한 누리꾼이 회사에서 받은 추석 선물세트를 시중 소비자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 "합리적인 거래" VS "준 사람 성의 무시"

추석 선물세트 거래가 중고마켓에서 활황인 가운데 다양한 의견이 온라인상에서 대립하고 있습니다.

MZ세대 직장인 김모 씨(28)는 "추석 선물세트를 받고 필요가 없어서 집에 두는 것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하게 파는 것이 낭비 없는 합리적인 선택같다"며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준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추석 선물 재테크'를 비판했습니다.

여러 의견이 부딪치지만, 중고마켓에서 추석 선물세트 거래는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MZ세대의 '추석 선물 재테크', 어떻게 이런 인기를 끌게 된 것일까요?

회사에서 추석 선물로 받은 스팸 세트가 중고마켓에 올라온 모습이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회사에서 추석 선물로 받은 스팸 세트가 중고마켓에 올라온 모습이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 MZ세대에게 '추석 선물 재테크'는 자연스럽다?

MZ세대 사이에 ‘추석 선물 재테크’ 인기는 그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감이 잡힙니다.

우선 이들은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고 자기주장이 뚜렷합니다. 합리성을 강조하는 성향 탓에 소비에 있어서도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점에 둡니다.

즉 추석 선물세트는 아무리 받는 이의 입장을 고려해도 결국에는 주는 이가 품목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MZ세대의 특성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소 필요치 않았더라도 선물이니 최대한 쓰려고 했던 과거 세대와 달리 MZ세대의 경우 필요치 않은 선물을 받게 됐다면, '마음은 마음이고, 물건은 물건' 이렇게 분리해서, 실용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필요치 않은 추석선물세트에 대해 과감히 재판매를 결정하는 이유입니다.

추석 선물세트를 받은 누리꾼이 이를 판매하기 위한 게시한 글이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추석 선물세트를 받은 누리꾼이 이를 판매하기 위한 게시한 글이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 "차라리 상품권이나 현금을 줬으면"…추석 선물세트 문화도 바뀔까?

이렇다 보니 MZ세대 중 일부는 추석 선물세트 자체에 대해 아쉬움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일괄적 선물보다는 현금이 낫다는 솔직한 토로입니다.

직장인 이모 씨(29)는 “이번에 회사에서 추석 선물로 상품권과 스팸을 받았다. 상품권이 받기에 훨씬 좋다. 활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차라리 스팸도 그 금액만큼의 상품권으로 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모 씨는 추석 선물 품목과 관련해 “근로자의 입장에서 더 고려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놨습니다.

그러나, 선물세트를 준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진심과 정성이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해와 다른 또 설과도 다른, 받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품목을 고르기 위해 고민했을 것이고, 제한된 예산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했던 고심도 있었을 것입니다. 명절을 맞아 비싸지 않더라도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건, 짧지 않은 우리의 전통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명절 선물세트 주고받기도 사실 과거에 비하면 훨씬 줄어드는 추세에 있습니다. 전통도 변하는 문화에 적응하기 마련인데, 합리성을 중시하는 MZ세대가 트렌드를 주도하게 된다면 이 '추석 선물세트' 전통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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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게 드려요”…추석선물로 ‘재테크’하는 MZ세대
    • 입력 2022-09-10 09:00:22
    취재K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서 근무하는 서모 씨(24)는 추석을 앞두고 출근했습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퇴근길, 그의 손에 무언가 들렸습니다. 추석 선물로 받은 '견과류 세트'입니다.

집에 도착한 서모 씨는 곧장 견과류 세트 포장을 뜯고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이어 휴대전화 자판을 바삐 치던 그는 잠시 후,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서모 씨의 시선이 닿은 곳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켜져 있고, "사진만 찍고 고이 닫아놨어요! 저렴하게 가져가세요"라는 글이 담겨있습니다.

추석 선물세트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분 단위로 몇개 씩 올라오고 있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 중고마켓 인기 품목으로 떠오른 '추석명절 세트'

2030이 주도하는 중고마켓에서 최근 명절을 앞두고 뜨는 품목이 바로 '추석 선물세트 재판매'입니다.

회사나 지인에게 받은 추석 선물세트를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재거래하는 것인데요. 하루에도 수십 개 이상의 추석 선물들이 중고마켓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견과류, 화과자, 곶감, 땅콩, 바디워시, 바디크림, 홍삼 등 수많은 추석 선물세트들이 등장했습니다.

한 누리꾼이 회사에서 받은 추석 선물세트를 시중 소비자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 "합리적인 거래" VS "준 사람 성의 무시"

추석 선물세트 거래가 중고마켓에서 활황인 가운데 다양한 의견이 온라인상에서 대립하고 있습니다.

MZ세대 직장인 김모 씨(28)는 "추석 선물세트를 받고 필요가 없어서 집에 두는 것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하게 파는 것이 낭비 없는 합리적인 선택같다"며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준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추석 선물 재테크'를 비판했습니다.

여러 의견이 부딪치지만, 중고마켓에서 추석 선물세트 거래는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MZ세대의 '추석 선물 재테크', 어떻게 이런 인기를 끌게 된 것일까요?

회사에서 추석 선물로 받은 스팸 세트가 중고마켓에 올라온 모습이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 MZ세대에게 '추석 선물 재테크'는 자연스럽다?

MZ세대 사이에 ‘추석 선물 재테크’ 인기는 그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감이 잡힙니다.

우선 이들은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고 자기주장이 뚜렷합니다. 합리성을 강조하는 성향 탓에 소비에 있어서도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점에 둡니다.

즉 추석 선물세트는 아무리 받는 이의 입장을 고려해도 결국에는 주는 이가 품목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MZ세대의 특성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소 필요치 않았더라도 선물이니 최대한 쓰려고 했던 과거 세대와 달리 MZ세대의 경우 필요치 않은 선물을 받게 됐다면, '마음은 마음이고, 물건은 물건' 이렇게 분리해서, 실용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필요치 않은 추석선물세트에 대해 과감히 재판매를 결정하는 이유입니다.

추석 선물세트를 받은 누리꾼이 이를 판매하기 위한 게시한 글이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 "차라리 상품권이나 현금을 줬으면"…추석 선물세트 문화도 바뀔까?

이렇다 보니 MZ세대 중 일부는 추석 선물세트 자체에 대해 아쉬움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일괄적 선물보다는 현금이 낫다는 솔직한 토로입니다.

직장인 이모 씨(29)는 “이번에 회사에서 추석 선물로 상품권과 스팸을 받았다. 상품권이 받기에 훨씬 좋다. 활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차라리 스팸도 그 금액만큼의 상품권으로 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모 씨는 추석 선물 품목과 관련해 “근로자의 입장에서 더 고려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놨습니다.

그러나, 선물세트를 준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진심과 정성이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해와 다른 또 설과도 다른, 받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품목을 고르기 위해 고민했을 것이고, 제한된 예산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했던 고심도 있었을 것입니다. 명절을 맞아 비싸지 않더라도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건, 짧지 않은 우리의 전통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명절 선물세트 주고받기도 사실 과거에 비하면 훨씬 줄어드는 추세에 있습니다. 전통도 변하는 문화에 적응하기 마련인데, 합리성을 중시하는 MZ세대가 트렌드를 주도하게 된다면 이 '추석 선물세트' 전통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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